달걀이야기 - 달걀이라 쓰고 완전식품이라 읽는다(1)

  • 발행 : 2014.05.01

초록

키워드

1. 달걀 연대기

1) 생명의 근원, 달걀

우리말 달걀은 닭이 낳은 알(계란, 鷄卵)이라는 뜻으로 영양가가 높고 요리가 쉬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축산물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닭의 알’→‘닭이알’→‘달걀’순으로 변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전라도에서는 ‘닥알’, 제주도에서는 ‘독새끼’이라는 사투리가 있으며 북한에서는 ‘닭알’로 부른다. 고대인들은 알이 생명과 부활을 의미한다 하여 세상의 근원이자 생명 탄생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고대 그리스, 이집트, 인도, 중국 등의 신화에서 우주를 거대한 알로 묘사하거나 최초의 신이 알에서 태어난 것으로 서술했다. 우주의 원초적인 상태를 우주란(Cosmic egg)으로 표현했으며, 이집트의 태양신 ‘라’와 힌두 신화의 창조신 ‘브라마’가 황금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종교축제 때 염색하거나 색칠한 달걀을 사용하였고, 일본에서 달걀은 거룩한 봄의 여신을 상징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시조(始祖)나 영웅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의 옛 문헌에 많이 전해지고 있다. 건국시조인 신라의 박혁거세, 가락국의 수로왕, 고구려의 주몽 등과 경주 김 씨의 시조 김알지가 알에서 탄생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 관에 붉은 태양을 상징하는 알을 그려 넣어 생명과 재생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이용되었다. 생명을 낳는다는 신비한 힘 때문에 ‘영혼의 용기(容器)’로 여겨 세계의 다른 종교나 풍속에서도 이용되었다. 그리스도 교회나 이슬람 모스크 등에도 창조나 재생의 상징으로 알을 건물 내부에 매다는 풍속이 있었으며, 부활절 달걀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부활절 달걀(이스터 에그)의 유래와 의미

▷ 매년 부활절에 장식한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의 기원은 생명 탄생이라는 달걀의 상징성 때문

- 고대 이집트 등의 봄 축제나 이교도의 관습이 초기 기독교에 유입되어 생겨난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음

2) 예술과 만난 달걀

달걀이 상징하는 생명, 부활 등의 의미와 달걀이 가지는 특성이 예술작품에 반영되어 다양하게 발전했다. 부활절 달걀이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2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크라이나의 피산카(Pysanka)가 가장 유명하다. 기독교에서는 생명과 출산 그리고 기원의 의미로 달걀 장식을 하였으며,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염색과 왁스칠을 하여 완성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달걀로 꼽히는 파베르제 달걀은 19세기 러시아 차르 황실이 부활절 선물로 제작한 보물로, 50개 제작품 중에 현재는 42개만 남아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의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 프랑스의 앙투안 볼롱의 ‘달걀’ 등의 유화나 도자기도 있다. 유화물감이 없던 시절 노른자와 물감을 섞어 그리던 템페라화의 탄생에도 기여했으며 친숙한 모양으로 동화나 어린이용 만화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3) 달걀의 상징성이 담긴 금언들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화나 전설 속 이야기 그리고 속담에 생활의 금기나 교훈의 비유로도 달걀이 이용되었다. 서양의 속신(俗信)에서 일몰 후에 알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거나 팔러 나가는 것은 불길하며, 알 꿈은 악운의 전조로 생각했다. 영국에서‘에그 댄스’는 눈을 가리고 흩어놓은 알을 밟지 않고 춤을 추는 것으로 매우 곤란한 일을 의미한다. 우리의 속담에서 달걀은 중요한 사물이나 희망을 뜻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희망이 없거나 딱한 처지를 비꼬기도 한다. ‘달걀노른자’는 어떤 사물이나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뜻하며, ‘내일 닭보다 오늘 달걀이 낫다’는 이익의 의미도 있다. 또한, ‘조막손이 달걀 떨어뜨린 셈’, ‘곯은 달걀이 꼬끼오 하거든’, ‘달걀에도 뼈가 있다’등은 희망이 없거나 어려움을 비꼬는 말이다.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달걀이 시작의 의미로 사용하는 재미있는 표현들도 존재한다. 라틴어에 ‘달걀에서 사과까지’는 연회에서 처음에 달걀이 나오고 마지막에 사과가 나온 데서 유래하여 ‘풀코스’를 의미하며 에티오피아의 ‘달걀이 걸어간다’는 말 속에는 알이 닭이 되면 걸을 수 있다는 것으로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good egg(믿을만한 사람), rotten egg(나쁜 사람), have egg one’s face(체면을 구기다), put all eggs in one basket(한 곳에 모든 것을 걸다) 등 달걀을 인용한 표현들이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

▷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이를 폄하하는 사람들 앞에서 달걀을 세운 일화는 ‘발상의 전환’을 상징

- 이탈리아 역사가인 벤조니의 ‘History of the New World’(1565)에 등장해 알려졌으나, 이보다 15년 전 조지오 바사리가 출간한 책에는 이태리의 선구적 건축가인 브루넬레스키가 보여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진위여부에 다소 논란이 있음

4) 인류가 달걀을 먹어온 역사

서양은 그리스 시대부터 달걀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대표적인 달걀 요리와 소스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기원전 1,100년 전 그리스 시대부터 작은 새의 뇌, 알, 포도주, 향료를 장미꽃과 함께 갈아서 만든 요리가 있었다. 제정 로마(기원전 17년) 이후 아침식사에 달걀이 곁들어지게 되었으며, 달걀을 반죽에 사용한 파스타의 등장으로 널리 확산되었고 히포크라테스는 회복기 환자에게 식초에 담근 초란(醋卵)이 좋다고 기록했다. 11세기경 교황청에서 육식을 금지한 시기에도 달걀요리는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되면서 금요일에는 고기 대신 먹는 관습도 생겼다. 스페인의 오믈렛, 헝가리의 크루아상, 프랑스의 마요네즈와 스크램블 에그, 케이크 등은 오늘날까지 많이 애용되는 요리들이다. 케이크의 기원은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형태는 17세기 중반 흰자를 이용해 케이크 윗부분의 모양을 내는 아이싱 처리 이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부활절 달걀을 주고받는 관습은 17세기경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점차 일반에게 퍼지는 과정에서 장식이 더해져 오늘에 이른것이다. 미국시민전쟁(1861∼1865) 이후햄과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아침식사로 애용되면서 오늘날의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로 정착되었다. 칵테일은 1795년경 미국에서 달걀노른자를 넣은 음료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그 중 에그노그는 피로 해소에 좋아 크리스마스 음료로 이용되고 있다. 동양에서 달걀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서양보다 빠른 편이나, 채식이 발달한 식문화 때문에 달걀 요리의 다양성은 적은 편이다. 약 4,000년 전에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에서 닭을 집에서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달걀을 먹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카시족과 마리오족은 부활의 의미를 지닌 달걀을 죽은 자와 같이 매장하는 풍속이 있었다(‘10, 파워푸드슈퍼푸드). 일본은 근대에 들어 급속하게 달걀 요리가 발달되어 오믈렛(오므라이스), 소바, 초밥, 카스도스(과자), 달걀 푸딩 등이 탄생되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달걀을 이용하여 왔으나, 구체적인 조리법은 조선시대 이후의 문헌에만 남아있다. 기원전 1,400년경 닭의 전래와 비슷한 시기로 추정되며, 신라 경주고분군에서는 세계 최초로 썩지 않은 달걀 껍질이 출토되었다. 달걀 조리법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규곤시의방(閨?是議方), 주방문(酒方文) 등에서부터 등장했다. 난탕법(수란), 알찜, 난적법, 팽란, 알쌈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밖에도 지단을 만들어 고명으로 쓰거나 전을 부치는 데 이용되었으며 1970년대 후반 축산기술의 발달로 알을 많이 낳는 닭 품종이 보급되면서 달걀이 흔해져 우리 식단에도 흔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