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EU 난각표기 방식을 통한 국내 난각표기에 대한 소고

  • Published : 2016.05.01

Abstract

Keywords

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당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보호과에서 2012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산란계 동물복지인증을 받아 동물복지인증 유정란을 생산하는 축산인이다. 필자가 생산하는 계란은 친환경 무항생제인증과 HACCP인증을 받아 소비자에게 신뢰받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안전성 있는 축산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냥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재 구매 선택 할 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비린내 및 잡내가 없다고 좋아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서 근간에는 ‘유정란에서 비린내 같은 이취가 난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렇다면 ‘나도 유정란’과 같은 계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닭을 사육하는 생산방식이 같다면 그럴 리가 없다고 소비자에게 설명을 하지만, 혹시‘나도 유정란에서’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산란 케이지에 가둬 놓고 수탉에서 정액을 채취하여 인공수정 되어서 생산된 계란이 ‘나도 유정란’이라며 시중에서 판매 된다면, 사육환경 생산방식을 모르고 사먹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닐까? 평사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생활하며 자연 수정된 유정란과 산란 케이지에 갇혀 인위적으로 인공 수정된 유정란이 어떻게 같은 유정란으로 판매될 수가 있을까? 지금은 종계장의 종란도 병아리 부화를 위해서 부화기에 입란이 되지 않았다면 식용 유정란으로 판매를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산란 케이지에서 생산된 유정란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계란안전관리종합대책이라는 미명아래 삶의 고충이 심한 농장에 대해서 목조여 오는 현실성도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생산자와 산란일자를 표기하라고 하지만, 현재는 생산자명 표기 의무화가 시행 되면서 계란의 표면에 농장 이름 또는 생산자 이름을 한글과 영문 이니셜로 표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생산자명 앞에 아라비아 숫자로 생산 지역번호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지역 표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역 통합이네 단결이네 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지역에서 생산되어진 계란은 안 먹을 것인가?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계란 난각에 지역표기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AI가 발생할 시에 계란이 유통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AI 발생 지역의 계란유통센터를 조사 한다거나 생산자명을 확인 한다면 계란의 판매 흐름을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계란을 유통하는 사람은 농장이든 상인이든 소비자에게 판매 시에는 식용란 수집판매업 허가를 취득한 후에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센터에서는 농장에서의 생산 날짜와 입고 날짜와 출고 날짜 및 생산자명과 판매 거래처를 기록하고 보관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유통 경로를 찾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농업정책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과 외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에 대한 건의와 바람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현대화사업이나 지원정책의 산란계라 함은 계란(주로 케이지)으로 표기가 되어 있고, 유정란이나 종계란 등으로 세분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기준 단위도 3만수 이상이라는 마릿수에서 사육계사 면적으로 바뀐 것도 근간에 시행되어 다행이라고나 하겠다.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구매에 대한 편의와 믿음과 신뢰를 위한 먹거리 관리 차원이라면, 지역 표기방식 보다는 사육환경 생산방법 표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EU 회원국들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권과 편의를 위해서 계란의 난각과 포장지 겉면에 사육환경에 따른 생산 방법(0=유기농, 1=개방사육, 2=건물내평사, 3=케이지사육)을 숫자로 표기 하고 있다. 

소비자는 계란을 구매 할 때에 간단한 문구 확인으로 유기농 인지 아닌지 사육방식을 구별 할 수가 있다. 케이지를 없애면서 유정란이라는 관점 보다는 수탉이 없어도 먹이는 사료와 사육방법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 EU 회원국인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계란 모습(계란 난각에 마킹되어진 내용은 0=유기농, FR=프랑스, 3개의 lettres=생산자번호, 2개의 번호=건물번호, DCR은 중앙 잘 보이는 곳에 표기하고 있다. 겉 포장지에도 사육방식을 표시하는 0=유기농 이라고표기하고 있다. 가격은 6개입 포장으로 유기농은 3.28유로이고 일반계란은 2.15~1.99유로) 

우리나라 마트에 공급하고 있는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계란의 포장지에는 ‘생산자 난각에 별도 표시’로 되어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수집하여 포장을 하다 보니 그럴 수가 있다지만 소비자는 어디의 누가 생산자인지 모르고 구매한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표기 방식 보다는 사육방식을 농장에서 계란 난각에 표기하고, 유통업체에서는 포장지에 사육 방식 표기를 인쇄 한다면 구매하는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대형 유통 회사에서 계란의 생산방법 즉 닭들의 사육환경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 광고함으로써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서 ‘달걀 사육환경 허위 과장광고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여 시정조치를 해 달라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도 계란 난각에 지역별 고유 번호(예 : 08HGD 경기도 홍길동)를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육환경 생산 방식을 표기한다면,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고 자기 취향에 맞게 구매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유럽과달리 유기농계란, 일반계란과 유정란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육환경에 따른 생산방법(0=유기농, 1=동물복지유정란, 2=평사유정란, 3=케이지계란, 4=케이지인공수정유정란, 종계란)을 표기한다면 허위 과장광고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계란위생기준 강화방침’에 ‘안심 할 수 있는 계란’, ‘신뢰 할 수 있는 계란’이 목표라면, 소비자가 우롱 당하지 않고 쉽게 구분하여 구매 할 수 있도록 계란 난각과 포장지의 문구에 생산 지역번호가 아니라 사육환경 표기방식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일부분이지만 생산자가 직접 포장하고 판매하는 경우에는 자기의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하기 때문에 어떤 사육환경 생산방식의 계란인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대형 업체와 유통 업체를 통할 때는 겉으로 봐서는 생산자와 생산방식을 알 수가 없다. 계란 포장지에 생산자를 난각에 별도 표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느 지역 누구의 것을 상관없이 사고 있는 것이다. 사육환경 생산방식 표기를 의무적으로 한다면 믿고 선택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어느 자리에 있는가? 다른 나라의 정책을 무시 하고 안일하게 과거의 방식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불리 할 때만 외국 사례를 찾는 것은 아닌가? 자성의 기회를 보여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좁은 땅이라며 위로 위로만 사육수수를 늘린 것은 아닌가? 

경쟁력 없는 준 전업농은 어디로 갈 것인가? 정부에서는 소규모 이지만 유정란 생산 농가도 같은 채란인이라는 입지로 정책적인 문제나 지원 등도 신경을 써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