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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소설에 나타난 그림자 원형 연구 - 「남쪽 계단을 보라」,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에스키모 왕자」를 중심으로

A Study on the Archetype of Shadow in Yoon Dae-nyeong's Novels - Focused on「Behold the Southern Stairs」,「The Desert of the Piano and Lilies」,「Eskimo Prince」-

  • 발행 : 20180000

초록

본고는 윤대녕의 소설에 나타난 ‘그림자’ 원형을 분석심리학의 관점을 통해 고찰함으로써 윤대녕의 소설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히려 한다. 이는 또한 90년대 한국소설의 전반적 특징인 ‘무의식의 현현’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식인 동시에, 분석심리학의 이론 체계가 문학형식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기능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윤대녕은 ‘존재론적 질문’이란 소설적 화두를 정밀하게 지속하고 있는 작가이며, 90년대라는 시대의 징후를 가장 뚜렷하게 구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90년대는 80년대의 ‘대립항’으로 그 시대적 성격이 규정된다. 이는 역사적 측면에서나 문학적 측면에서나 논리적 타당성을 갖지만, 그러한 관점은 두 시대의 갈등과 단절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본고는 90년대적 특징이 충실히 반영된 윤대녕의 소설을 분석함에 있어, 무의식적 원형인 그림자가 여러 작품 속에 다채롭게 형상화되어 있음에 주목했다. ‘무의식의 어두운 부분’,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실패한 개인 혹은 집단의 그늘진 측면’이라 정의할 수 있는 그림자는 그 출현 자체가 존재론적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그림자 출현을 위한 조건 조성과 의식화를 향한 통합 과정 역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남쪽 계단을 보라」는 그림자의 출현 과정이 ‘비현실적 경험’과 ‘뜻밖의 인물과의 조우’라는 모티프로 연결된다. ‘남쪽 계단’은 그림자가 등장하기 전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모종의 메시지가 도착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며, 주인공은 그 비현실적인 전조를 통해 자신의 그림자가 인격화된 존재인 ‘옛 친구’와 갑작스럽고도 이례적인 만남을 가진다. 그림자와의 대면은 부정하고 억압했던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이다. 소설은 무의식적 진실의 인지가 동요와 혼란을 초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심리적 지평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페르소나’는 그림자와 대척점에 위치한 무의식적 원형으로 ‘개인의 사회적 얼굴’, ‘인습적인 적응의 가면’을 의미한다.「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에서 주목할 점은 그림자 출현에 ‘페르소나의 압도’라는 현상이 선행한다는 점이다. 과거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실낙원’의 경험을 가진 주인공은 ‘세속적 삶’이라는 페르소나의 지배 속에 그림자의 신호를 감지한다. 사막으로의 여행이란 설정은 그대로 무의식 세계에 대한 탐사로 기능한다. 그림자와 페르소나는 분명 갈등한다. 그러나 소설은 그 갈등의 성격이 대립적이라기보다 보완적이며 보상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에스키모 왕자」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여정’이 기행 소설 혹은 판타지 모험담의 형태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자는 인격화된 타인이 아닌 ‘환상적 대상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무의식적 원형을 소설로 구현하는 가능성에 있어 새롭고 독창적인 상상력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삶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마주하는 그림자의 실체는 과거의 치명적인 상처와 감당불가의 죄의식이다. 때문에 모종의 ‘애도 의례’를 실행하는 주인공은 그림자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상징적으로 경험한다. 분석심리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심리적 전체성은 완벽이나 완전이 아닌, 조화와 균형을 의미한다. 부정되고 억압된 그림자는 자아로 하여금 제 존재에 대한 인정과 해방이라는 의식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면적 요구에 대한 응답을 단순한 개인주의의 발현이라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윤대녕의 소설은 무의식에 잠재된 그림자를 형상화시켜, 지나친 편향성이 지배하는 페르소나를 극복하고 무의식적 통합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문학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This study aims to expand the range of interpretation on Yoon Dae-nyeong’s novels by examining the archetype of ‘shadow’ seen in Yoon’s novels from analytical psychological perspective. This is also the methodto newly understand the classic characteristic of Korean novels in the 90s, which is ‘unconscious manifestation’, and at the same time, an attempt to examine the possibility in how theoretical structure of analytical psychological can be utilized and function in literary form.Yoon Dae-nyeong is evaluated as the writer that precisely continues to raise the fictitious topic of ‘ontologistic question’ and most clearly realizes the timely signs of the 90s. Generally, 90s is stipulated as the ‘opposite’ of the 80s. This holds logical validity both historically and literarily, but such perspective may result in overly emphasizing the conflicts and severance between the two periods superficially. In analyzing YoonDae-nyeong’s novels where the characteristics of the 90s is faithfully reflected, this study focused on the fact that the shadow, unconscious archetype, was embodied variously in different works. Shadow, which canbe defined as the ‘dark side of the unconsciousness’, or ‘the dark side ofan individual or a group that failed to be properly accepted’, serves to perform its ontologistic duty just by appearing.In「Behold the Southern Stairs」, the appearing process of shadow coppressed shadow demands consciousness raising from the ego, such asacknowledgement and liberation. This is the reason why the response to such internal demand can’t be regarded simply as the manifestation ofindividualism. By embodying shadow that is dormant in unconsciousness, overcoming persona that excessive bias dominates and showing the process of unconscious integration, Yoon Dae-nyeong’s novels offers individual yet general literary inspiration to his 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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