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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창 이론을 통해 바라본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 방안 연구

A Study on the Development Plan of the Domestic Film Industry through the Window Theory of Opportunity

  • 이강석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 투고 : 2020.05.25
  • 심사 : 2020.06.22
  • 발행 : 2020.07.28

초록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 한국영화는 그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외부에 드러난 사실과는 달리 마주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직계열화의 문제,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미비, 영상콘텐츠의 다양성 부재, 수출 관련 부진의 네 가지로 추려졌다. 이에,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기회의 창 이론을 활용하여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 방안을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후발추격자로서의 대한민국 영화 산업은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으로의 편승 전략과 기존 디지털 플랫폼 등에 대한 낮은 진입비용을 활용하여 진입하는 전략,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및 규제의 변화를 통해 발전하는 방안이 도출되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영화생태계가 공생적인 협력을 통해 나아가야 함을 밝혔다.

The Korean film, which reached its 100th anniversary, has achieved remarkable growth. However, contrary to the facts revealed to the outside, there existed chronic problems. Representatively, the problems were classified into four types: vertical integration problems, lack of support for art and independent films, lack of diversity in video content, and sluggish exports. Therefore, in order to continuously develop Korean films, this study explored the development methods of the domestic film industry using the window theory of opportunity. As a result of the research, the Korean film industry as a late chase was developed through strategies to enter new technologies and paradigms, and strategies to enter through low entry costs for existing digital platforms, active government intervention, and changes in regulations. Through this, it was revealed that the whole film ecosystem should ultimately go through symbiotic cooperation.

키워드

I. 서론

지난 2020년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대 태동한 이후 빈약한 산업의 환경 속에서도 불구하고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여 2017년 기준 박스오피스 매출 기준으로 규모 측면에서 전 세계의 7번째, 관객 수와 제작 편수에 있어 5위에 해당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1]. 하지만 외부로 드러난 수치적인 척도로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 있어 보이지만 통계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부정적 요소들이 숨어 있다.블록버스터 위주의 제작 관행으로 인한 영화 생태계의 훼손, 스크린 독과점에 의한 교차 상영과 예술·독립 영화의 취약시간대로의 편성과 같은 문제점들이 그것이다[2].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제언의 목소리들은 크게 수직계열화의 해체와 같은 제도적 개선[3]이나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방안[4], 보다 새로운 영상콘텐츠의 제작[5], 수출과 관련한 진흥책[6] 등에 초점이 맞추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들은 보다 새로운 패러다임 변혁적인 시대에 앞선 지금,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분야별로 분절된 원론적인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와 같은 다양성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산업의 흐름에 있어서 그 거시적인 산업에 대한 고찰과 이를 통한 시사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영화산업은 비단 제작뿐만이 아니라 배급과 상영에 소요되는 자본의 규모가 큰 반면, 관객에 대한 수요는 불확실하기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요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지점으로 자원을 집중해야만 하는 산업이다[7].현대 영화산업이 블록버스터들의 제작과 광역적인 개봉 확대로 이어지는 현상은 예기치 못한 위험을 방어하며 동시에 수요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 하는 산업논리의 결과로 해석이 된다.

이런 복잡다변한 영화산업을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관련한 제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계량화하기 힘든 모든 산업내의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할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질적인 분석의 방법을 통해 가능한데, 질적분석은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으며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고 분석 자료의 입수가 곤란하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 분석의 방안으로 1988년Perez와 Soete에 의해 제시된 ‘기회의 창(Windowsof opportunity)'이론[9]을 제시해 볼 수 있다.

기회의 창 이론은 산업 주도권의 이동, 후발자들의 추격은 반복된다는 순환 사이클을 말하고 있는 이론으로서 선발주자들에게는 적극적인 투자 및 새로운 기술도입을 요구하며, 후발자들에게는 추격 및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들을 촉발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선발주자와 후발진입자들에게는 각기 전략적 요소들이 있고 특히, 후발기업의 전략은 기회의 창 및 혁신적인 모방을 통해 수행되며 특히 국가적 산업을 비교할 때 거론되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은 넷플릭스에 의한 플랫폼들에 의해 뒤처지고 있는 기술적 열위, 지나친 수직계열화 및 특정 흥행영화군만 성공하고 있는 구조적 열위, 새로운 콘텐츠 발굴과 콘텐츠 발굴의 노력 부재라는 혁신적 열위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로 본 연구에서는 기회의 창을 통한 한국영화 산업을 분석함으로써, 후발진입자로서의 한국영화 산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Ⅱ. 본론

1.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점 파악

한국의 영화산업은 최근의 선행연구들을 다양하게 검토한 결과 수직계열화, 예술 및 독립영화의 고립화, 신 콘텐츠 발굴 노력에 대한 부재, 수출과 관련된 부진이라는 크게 네 가지 문제점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분명한 파악이 있어야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산업적인 제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1 수직계열화 현상

한국의 영화산업은 그 변화 측면이 국적별 다양성과 장르별 다양성은 낮지 않지만, 균형의 측면인 상영에 대한 기회와 소비가 특정한 영화에 집중되는 현상이 강 한 편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30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상영되었었고 외국 영화를 포함하면 1,500편이 넘는 영화들이 개봉되었으나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인해 상영관의 대다수가 특정한 영화에 의해 점유되며 소비자 선택권이 이에 따라 제한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영 편수가 증가하게 되면 공급의 다양성이 증가하게 되어 보다 다양한 영화 상영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더욱 소수의 영화만 집중적으로 상영되기에 선택 가능성이 도리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급 측면의 문제라 보기엔 문제가 있으며 유통과정 속 불균형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한국 영화산업 속 독과점 현상의 이슈는 대기업 영화사들이 배급업과 상영업을 겸하게 되면서 계열관계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과 결합되어 있다. 수직적 결합 기업들의 상영관이 계열사에 속해 있는 영화에 대해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에 배급과 상영시장 논리의 왜곡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기업들의 이런 수직계열화는 그 자체가 불공정하다거나 집중성을 심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멀티플렉스 체인이 배급사와 관련하여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는 상황 속에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수직계열의 구조를 생각해본다면 이런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증거는 실로 다양한 연구들에서 밝혀진 바가 있다[11-13].

1.2 예술·독립영화의 고립화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있는 사실과 관련해서는 모두의 이견이 없을 것이나,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와 관련된 질문에서는 회의가 들 것이다. 현재 많은 영화관련산업 종사자들은 한국영화의 미래와 관련해 고심하고 있고, 한국영화 산업의 생태계가 불균형 및 양극화에 빠져있다고 믿고 있다[14]. 특히 한국영화의 미학적인 발전이나 질적인 성장에 관해 산업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던 십 수년 전의 한국영화의 예술적인 성취들을 따라가지 못함에 개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한국영화 속 독립영화 및 예술 영화의 위축을 꼽을 수 있다. 2018년 기준 독립예술영화의 개봉 편수는 총 496편으로 전체 개봉작 중 3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실제 관객 관람 숫자는 857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4%가량에 머물러 있다. 이를 외국영화를 포함한 전체 극장의 개봉 영화 편수의 대비적인 비율로 환산해 보면, 전체 관객 수의 0.5% 수준이며 이전 시기의 1%의 관객 점유율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절반 수준으로 다시 하락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일부 독립영화들만 혜택을 받고 있으며 몇 편의 작품들에 대한 제작비 지원보다는 다수의 독립영화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독립영화전용관, 마케팅 지원이나 교육 사업과 같은 인프라 지원의 정책이 필요한 실정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영화 산업과 그 균형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1.3 새로운 콘텐츠 발굴의 노력 부재

대작이 더 이상 흥행한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수 백억 원대의 제작비와 톱스타를 투입한 영화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 자본주의적 사고인 투자는 곧 성과라는 구조가 해체된 사회로 패러다임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새로운 영화 산업의 시대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고, 과거와는 달리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철저하게 외면 받는 시대인 콘텐츠 중심의 시대로 다가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15] 향후 5년간 인터넷 영상이나 광고, 게임 시장 등의 성장은 기대되지만 뉴스와 잡지, TV, 영화 시장이 축소될 전망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해 콘텐츠 소비와 생산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으며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시공간 제약이 없는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문화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은 기본적으로 상영의 특성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해진 영화관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영화만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CGV 등은 4DX 등의 상영방법의 다양화를 추구했지만 실질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 또한, 앞서 1항에 언급한 수직계열화 현상을 도리어 가속화시킬 뿐이다. 과거 코닥과 소니의 몰락과 같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탑승하지 못한다면 한국영화 산업 또한 몰락의 길로로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 수출과 관련된 부진

세계 유수 영화제 속에서 한국영화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뉴스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마치 한류처럼 우리나라의 자구한 문화적 감수성이 세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들 정도이다. 영화는 한국의 문화산업 속에서도 독보적 존재이며 많은 사람들이 영화 관람을 주요한 오락 수단으로 삼기에 시장 규모도 크고 영화의 정치적 영향력과 사회적 영향력도 큰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수출 성적은 국내 시장의 규모에 비교해 본다면 저조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 영화 산업의 매출액은 2조 4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수출의 비중은 약 945억 원 정도로 총 매출의 3.7% 수준에 머물렀다. 이 수출액은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총 수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특히 영화 수출액은 한국 영화 수출액과 컴퓨터그래픽(CG), 시각 특수효과 등 영화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 수출액으로 나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서비스 수출액이며 나머지가 완성작의 수출 비중이다.

또한, 수출되고 있는 영화도 연간 600-800편에 이르기는 하지만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재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편당 수출가가 약 6만 달러로, 판가 또한 저조한 실적이다.

이는 ‘문화 할인’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특정 문화권에서 제작한 문화 상품이 타 문화권으로 건너가며 가치나 신념, 생활방식 등의 차이로 인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특징이 특히 영화에서 강력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16]. 외국인이 한국 영화 <명량>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좋아하기 힘든 사례를 대표적인 예시라 들 수 있다.

이로써 정리되는 한국 영화산업의 네 가지 문제점들을 한국영화산업의 기회의 창에 조명하여 그 해결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2. 기회의 창 이론

기회의 창 이론은 개략적으로 산업의 현 상황 속에서 현 수준에 맞는 적절한 기회를 포착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기회의 창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기술비약 가설과 패러다임의 변화, 후발추격자들의 전략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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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기회의 창(출처: 공학도를 위한 기술과 경영, 2005)

2.1 기술비약 가설

Perez & Soete(1988)는 기술의 발전 패러다임이 기술압박적인 측면과 기술변화를 유발하거나 자극하고, 제한한다는 측면에 주목했다. 또한 수요견인 측면으로 인해 변화하는 시기 속에서 이런 새로운 기술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한 추격 국가의 경우, 노력 여하에 따라서 한 단계 이상의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순차적인 기술발전의 경로를 겪지 않고 기술의 추격 과정 속에서 단순하게 선발자들의 경로를 밟는게 아닌 몇 단계를 건너뛰는 기술적 혁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또한, 이 경로는 유일하지 않으며 다른 독자적인 경로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가능성도 존재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기술비약의 개념은 후발국들이 오래되거나 이미 성숙하여 포화된 기술들을 뛰어 넘으면서 동시에, 이전 기술들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를 절약하며 선 진국들을 추격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17]. 한국의 경우, CDMA 시스템의 개발이나 몇 단계를 생략한 D-RAM 의 개발 사례를 들 수 있다[18]. 기술비약을 발생시키기 위해선 관련 산업군의 기술관련 추세애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초기원천기술을 도입하거나 정부주도의 기술개발 자금 제공 등을 통해 민간기업들 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 등의 조건이 이행되어야 한다.

2.2 패러다임의 변화

기회의 창은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 열리게 된다. 슘페터가 창조적인 파괴 그리고 기술 변화가 자본주의에 있어 그 역동성을 가져다주는 주요 요인이라 했듯, 이런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 기술 패러다임은 향후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택할 긍정적인 기준이나 가능한 개발중 특정한 부분을 제외할 부정적인 기준의 모두로서 작용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이를 수용하거나 기존 기술들을 포기하는 것이 기술 패러다임의 프로세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출현을 Perez & Soete(1988)는 기회의 창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9].

기술의 혁신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출현 및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고 기존 기술의 궤도 속 있던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시장의 새로운 진입자로 하여금 기존 기업들을 대체시키고 선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 정보사회는 기존의 산업적인 패러다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 시점의 패러다임 변화는 실 로 우리 생활 곳곳에 완전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고,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2.3 후발추격자들의 이점

기존의 기술궤도 상 선도자가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수도 있으나, 보통 선발 기업들은 관성효과로 인해 기술혁신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기술궤도 상의 후발자들은 선도하는 지위로 나아가기 위해 기술의 혁신을 통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적인 시도를 수행하게 된다.

만일 후발진입자들이 이런 혁신과 관련된 학습의 프로세스를 다시금 정의할 수 있게 된다면 그에 따라 시장을 재정의 할 수 있고, 이에 기술 패러다임을 재형성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엔 기존 자원의 이점을 누리는 선발 혁신자들에 비해서 보다 새로운 차원의 이점을 갖게 되고, 기존 선발 혁신자들이 갖고있는 이점 들은 오히려 약점이 되게 된다[19].

기술추격론에 따르면 후발주격자들은 단계생략형 추격, 경로개척형 추격, 경로추종형 추격의 세 가지로 그 전략을 구상해 볼 수 있다[20].

본 연구에서는 어떤 추격전략을 활용하여 한국 영화 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할지에 관한 방법론적 논의가 아니기에 이와 관련된 설명은 생략하고, 무엇보다 경기 또는 산업의 상황이 불황의 상황일 때 기존기업들이 고전하는 반면 신규 진입자들은 평상시보다 낮은 진입에의 비용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1]. 즉, 호황기는 선발자들에게 유리하나 불황기는 후발자들에게 유리한 시점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창인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그들의 추격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3. 한국 영화산업의 기회의 창

앞선 기회의 창 이론을 보건대,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점과 결부시켜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 즉 디지털 및 정보의 고도화로 인한 기술 흐름으로의 편승과 한국 영화산업이 현재 세계적 기술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후발 주자임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낮은 진입비용의 활용, 마지막으로 정부의 개입을 통한 기회의 시간 활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

3.1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으로의 편승

현재 한국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각적인 특수효과 기술인 VFX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인지도가 부족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응용 사례로 <국제시장>에서 VFX 소프트웨어인 Nuke를 통해서 공간을 이미지화하는 기술을 활용하거나 <명량>, <터널> 등에서 자연 현상을 사실화 한 기술, <암살>에서 ‘미츠코시 백화점’, ‘서소문 거리’ 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VFX의 신기술 도입 사례이다. 또한, 주목할 사항으로 이런 신기술을 도입한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기술 융합을 통해 영화산 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기술들의 개발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보 기반, 가치 기반의 흐름으로 진행됨에 따라 영화 산업은 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패턴을 고려해 플랫폼 다양화 등의 진취적 사업을 향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가살 및 증강현실을 고도화하여 시각과 청각뿐만이 아니라, 후각 등의 인체 감각을 통해서 현실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영화 관련 기술을 개발 추진해야 하고, VR, AI와 같은 신기술과 관련된 영화기술의 이해 및 표준적인 연구들이 수행되어야 한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영화산업 관련 기술의 기반이 마련 되게 되면 이로 인해 자연스레 견인되는 새로운 콘텐츠들로 인해서 영화 산업의 방향성이 패러다임에 편승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며 보다 다양한 경쟁자들이 시장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수직계열화 현상도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다양한 시각적인 특수효과의 발전에 의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들 원천기술에 대해 해외의존도가 높은 상황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그래픽스(CG), 특수효과 등의 원천기술들을 글로벌 표준화적인 플랫폼 등을 개발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2 낮은 진입 비용의 적극적 활용 모색

한국 영화 산업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배급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이용하여 낮은 진입 비용으로 다양한 부가적인 활용을 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OSMW(One-Source Multi-Windows)와 OSMU(One-Source Multi-Use)를 언급할 수 있다.

OSMW는 영화 배급 이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이를 유통하는 과정이며 OSMJ는 영화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콘텐츠물들을 만화, 광고, 제품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이를 응용하는 것이다. 이미 한류로 다져진 한국의 문화체계를 이용하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 K-pop과 한국 드라마를 필두로 한 한국 문화콘텐츠는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기형성되어 있는 이런 기반으로 인해서 타 산업군인 영화 산업이 이를 저 진입비용의 판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IPTV와 온라인 영상 플랫폼 등의 온라인 영상시장 확대에 대응해서 온라인상영관의 통합전산망 도입 시기를 더욱 앞당겨 새로운 영상시장으로의 진입에 속도를 붙여야 할 것이다.

최근 EBS의 어린이 교양 예능프로그램의 ‘자이언트 펭TV'의 인기에 힘입어 펭수라는 캐릭터로 인한 OSMJ 가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의 제품, 관광지의 상품, 서비스 광고 등에서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이 펭수 신드롬은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를 영화 산업으로의 대입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 기반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술으로 진입하여 초기 진입자들보다 적은 진입비용으로 확고한 전략과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유통과 배급, 홍보 측면에서의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수출에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다.

이미 빅데이터 시대 속의 다양한 정보는 축적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량적인 연구의 기반은 마련 되어 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 특성을 살린 플랫폼 기반 시장으로의 진출은 설계 없이 철저한 분석과 전략만을 세워 바로 수행할 수 있는, 도화선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겠다.

3.3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규제 변화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한 OTT의 영향력 확산으로 인한 오프라인 기반 영화 산업의 불황기는 경제적 정화의 시간이자 현재 후발자인 우리나라에게는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이를 혁신적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을 기해 선발자들을 추격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은 비교적 소규모라 할 수 있다. 이에 민간 제작사들이 독립적 스튜디오를 보유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공공의 영역에서 제작과 관련된 인프라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피한 필요점이자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작부문의 개별 기업들이 독자적인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영화 산업 내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제작 인프라의 공급 및 개선은 영화 인프라 및 혁신 활동 지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 영화산업계에서 큰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규제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투자와 멀티스크린화가 박스오피스의 영화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배급투자 및 일부 기업의 상영관 시장 지배적 구조는 건전할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에 독립 및 예술영화들이 활개를 펼 기반적인 구조가 형성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는 수직계열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보다 근원적인 대응책으로 제도적인 규제 도입과 주요 상영관 사업자들의 배급사와의 자발적인 협력의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운영해 부율 조정과 같은 성과를 거둔 바 있는 영화동반성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들의 자율적 협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법제도를 통한 규제가 효과적이긴 하지만 규제의 도입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논란과 시간 소요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이에, 영화산업계의 대타협이라는 안건의 실행이 보다 더 나은 대안이다. 다운 슬라이딩 스케일 방식과 같은 방식의 검토를 논의하여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 등의 산업도 살리면서 이에 대한 비율을 적절하게 조정하여 흥행력 있는 영화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영화 산업의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Ⅲ. 결론

현대 사회 속에서의 대부분들이 선도하는 산업 혹은 기술들이 대다수가 아닌, 그를 추격하고 항상 기회의 창을 노리는 새로운 패러다임들, 즉 기술과 산업들이 더욱 많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산업적 추격의 시점은 항상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늦은 출발은 실패가 아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다.

1. 영화생태계 속의 공생적 협력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시장인 아시아 및 온라인시장을 지원해야 한다. 한국영화의 현 주요 수출시장인 아시아권역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영화의 공동제작 지원, 공동 홍보, 영화인 교육 교류 등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한국영화산업 발전 계획’에 따라 논의되고 있다.

영화 생태계에서의 공생적 협력은 그 스펙트럼 별로 나뉘어 정리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영화 생태계 속 공생적 협력을 우선적으로 이루고, 거시적인 영화 산업 내의 관점에서는 넷플릭스 등 OTT 산업과 영화 산업의 공생을 통해 서로 협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거대 영화사와 소수 영화사의 협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또, 영화 장르적인 관점에서는 흥행작 및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와 소규모의 독립예술영화간의 협력도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이를 굳건하게 지탱할 핵심역량이 필요하고, 이 핵심역량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려면 산업 생태계의 모두가 공생을 통해 협력해서 누구든지 도태되어선 안 될 것이며 모두가 고르게 성장하는 수평적인 구조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국가의 산업주체로서의 정부의 역할 정립이 필요할 것이고 영화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에 있어서 그 시기적절한 ‘기회의 창’을 노려 전략적인 방안을 계획하고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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