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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출신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과 팬덤 형성과정: 팬텀싱어3 강동훈 팬카페를 중심으로

The Online Live Broadcasting and Fandom Formation Process of the Audition-Turned-Star: Phantom Singer 3 Kang Dong-Hoon's Fan Cafe

  • 김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산학협력단)
  • 투고 : 2021.10.27
  • 심사 : 2021.12.02
  • 발행 : 2021.12.28

초록

2009년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은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와 달리 시청자들과 친숙한 유대관계를 맺는 과정을 거치며 등장했다. 이 연구는 2020년 jtbc 팬텀싱어3에 출연했던 성악가 강동훈과 그의 팬카페를 중심으로 오디션 출신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라방)의 특징과 역할, 정체성을 알아보는 사례연구이다. 연구 결과, 팬카페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SNS를 중심으로 팬들이 결집하면서 팬들의 요청에 의해 '라방'이 시작되었고, 강동훈의 '라방'은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식 없는 형식의 참여형 토크 쇼'로서 팬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높이며 팬덤의 활성화를 촉진시켰다. 스타와 팬 모두 '라방'을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의 창구'로 인식했으며 '즉시성을 가진 댓글 소통'으로 TV 속에서 재현된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친숙하고 꾸밈없는 스타의 진솔한 모습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라방'은 스타의 일상생활, 음악활동, 방송출연, 취미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며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스타와 팬들의 일상사를 공유하면서 '라방'을 보지 않는 사람들과 '미학적 차별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ince 2009, stars produced through audition programs have appeared through the process of establishing familiar ties with viewers, unlike stars created by entertainment agencies. This study is a case study that examines the characteristics, roles, and identity of internet live broadcasts (Labang) of vocalists Kang Dong-hoon and his fan cafe(fan community) who appeared in JTBC Phantom Singer 3 in 2020. As a result of the study, fans gathered around SNS even before the fan cafe was created, at their request, 'Labang' began. "Labang" is a "freely participating talk show" in which fans actively participate. This brought about the bond of fans, a sense of belonging, and the activation of fandom. Both stars and fans recognized "Live Broadcast" as "a window of communication to get to know each other," and expressed satisfaction that they could see the sincerity of familiar and unpretentious stars, not unrealistic images reproduced on TV through "immediate comment communication." "Labang" consists of a variety of contents, including stars' daily lives, music activities, broadcast appearances, and hobbies, and is showing "aesthetic differentiation" from those who do not watch "Labang" while sharing the daily lives of stars and fans with active participation.

키워드

I. 들어가며

지상파 외에도 케이블이나 종편 등 다른 방송 채널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일반인들이 출연해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능은 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매회 경연을 통해 솜씨를 뽐내면서 개인의 삶의 궤적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측면에서 시청자들에게는 드라마와 같은 내러티브를 선사한다. 또한 오디션프로그램의 특성상 단계별 경연에서 승리한 출연자들이 매주 방송에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게 되고, 시청자들은 최종적으로 우승자를 뽑는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출연자와 시청자들 사이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친밀함이 형성된다. 이 과정 속에서 우승자뿐만 아니라 경연이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았던 출연자들에게 팬이 생기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팬덤(fandom)은 특정한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 (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 현상를 말하는 것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되는 다양한 스타들에 대한 팬덤은 동시다발적이고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팬카페 중심으로 확장된다. 아이돌 스타를 향한 10대 소녀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팬덤(fandom)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다층적, 다원적인 형태를 보이면서 나날이 진화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대중문화의 이른바 연예인들 대상의 팬덤은 아이돌 스타뿐만 아니라 배우, 오디션 출신 스타로 확장되었으며 팬층 역시 나이와 성별, 나아가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1].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오프라인 팬클럽보다 인터넷 팬카페가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온라인상에서 한 스타를 향한 팬들의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데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지는 사회적 결속과 관련된 집합의식 또는 그 집단 전체의 공통된 의식을 공동체 의식이라 한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있어 문화는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결과물이다. 특히 동일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감정과 신념을 통해 형성되는 하나의 확고한 체계는 전통 공동체의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새로운 기술발전 특히 IT 기술의 발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완화시켰고, 문화적 공동체의 단위가 국가나 지역을 벗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출현시키고 있다[2]. 팬덤 역시 스타를 향한 팬들의 공동체로 최근 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문화적 공동체를 이루고 과거보다 더 견고한 결속을 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디션 출신 스타들 중 일부는 프로그램 종영과 함께 연예기획사와 계약하여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연예기획사와 계약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스타들도 등장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개인이 콘텐츠를 기획, 제작 그리고 유통시키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만들어져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유튜브(Youtube)와 브이라이브(VLIVE),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은 오디션 출신 스타들이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시간 인터넷 라이브(Internet Live) 방송을 하는 주된 매체로 이용되고 있으며,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콘텐츠는 기존 영상 장르를 넘어 개인의 일상생활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3]. 팬들 역시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만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스타와의 만남 속에서 팬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오디션 출신 스타들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만나는 현상에 집중하여, jtbc의크로스 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인 팬텀싱어3에 출연했던 강동훈 팬카페를 중심으로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타나 팬들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팬덤 형성과정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문화연구 내의 팬덤 연구는 문화실천의 주체로서 하위문화의 측면에서 팬들의 팬덤활동, 팬덤의 정체성, 팬들 내의 권력 관계 등에 집중해서 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피스크 (John Fiske)[4]는 팬 문화가 지니는 생산성을 기호학적 생산성(semiotic productivity), 언술적 생산성 (enunciative productivity), 텍스트 생산성(textual productivity)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스타가 직접 인터넷 라이브 방송, 이른바 ‘라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스타가 팬덤의 텍스트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팬들과 스타가 레거시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도 언제나 스타의 개인 방송을 함께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된 환경에서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팬덤 확장과 수용자의 참여 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이 연구는 기획사가 키워낸 스타가 아니라 비교적 팬덤이 약한 클래식 전공의 크로스 오버 오디션 출신 스타가 개인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미디어 생산자로서 등장하여 팬덤 문화를 주도하고 팬들과 소통한다는 새로운 측면에서 진행된다. 오디션 출신 스타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시점과 내용을 정하고 각 방송마다 다른 구성을 시도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팬덤이 확장되거나 견고해지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Ⅱ. 팬덤 연구의 흐름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

1. 팬덤 연구의 흐름과 함의

팬수용자들을 가장 능동적인 수용자로 간주하였던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5]의 <텍스트 밀렵자들 (Textual Poachers)> 발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팬덤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팬덤 (fandom)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이후 본격적으로 의미를 얻게 된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등장했으나 ‘팬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의미있는’ 사회적 현실로 주목받게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이다.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었던 서태지의 등장이 미디어 문화연구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출현한 서태지 팬덤의 중심에 있었던 20-30대 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인 여성 팬덤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켰던 김이승현, 박정애 [6]는 팬덤이 문화영역의 새로운 시민운동의 주체로서 부상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대중문화의 직접적인 소비자들이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탈피하여 문화생산자(Artist)들이 더욱더 생산적일 수 있도록 문화환경을 공세적으로 바꿔내는 운동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현정, 원용진[7] 역시 서태지 팬클럽을 분석하여 팬덤의 진화와 정치성에 대한 연구를 하였는데, 팬덤 논의가 욕망과 즐거움, 저항을 둘러싼 포스트모던한 감수성에 머물지 않고 시민운동적 사회 주체의 지위까지 상승한 점에 주목하여 팬덤이 문화 운동적 실천주체로서 주도권을 확보해가고 있다고 보았다.

김현지, 박동숙[8]은 팬들의 즐기기 방식을 변화시킨 기제 및 온라인 팬들의 즐기기 양상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내는 변화들을 살펴봄으로써 온라인 미디어라는 뉴미디어가 팬이라는 수용자층과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이라는 점과 그 의미를 포착하였고, 정민우와 이나영[9]은 팬덤의 문화실천을 현재 한국 사회문화지형 속의 의미 있는 사회적 현실로 보고, 엔터테인먼트 경영방식의 변화 속에서 팬덤이 스타를 향유하는 방식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여 팬덤 속의 ‘젊은’ 여성들의 구매력이 어떻게 포섭되면서 동시에 배제되는지를 밝힘으로써 그들이 단순히 능동적 행위자, 적극적 소비자의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생산체제의 조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중년여성들의 오디션 출신 스타에 대한 팬덤 연구를 팬심의 구별 짓기를 중심으로 진행한 김송희, 양동옥의 연구[1] 는 중년 여성 팬들이 나이와 성별을 의식해 자신들의 팬덤을 ‘스타 뒷바라지’로 차별화하면서 정신적, 물질적 서포터 역할에 주력하고 있었고, 이러한 서포트는 자신들이 선택한 오디션 출연자를 스타로 키워내기 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시간과 경제력 활용, 친화감 조성, 선물 주고받기 등의 전략으로 나이 어린 팬들과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서포트를 의식적으로 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혔다.

최근의 팬덤 연구는 기존의 팬덤 연구의 업적에 보다 다양한 시각을 곁들어 넓고 깊게 보는 경향을 띠고 있다. 조해인[10]은 한국에서 팬덤은 성별 및 연령의 다양성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 문화적 양상을 지켜볼 수 있는 문화 현상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는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현재 팬덤 문화가 어떠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20대 팬들은 소비자, 기획자, 팬, 기성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문화의 주체 등 여러 정체성을 바탕으로 팬덤 수행을 하며 팬덤 내에서 타 집단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줌마 팬덤’이라는 호명이 결국 아줌마라는 표현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성차별적이고 부정적인 담론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 팬덤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

인터넷의 발달은 팬들이 새로운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플랫폼을 마련해주었다. 젠킨스(Jenkins)[11] 는 온라인 팬 커뮤니티를 미디어 팬들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안한다. 즉,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팬들은 주요한 대중매체와 함께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참여적인 문화’(new participatory culture)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을 통하여 팬덤의 매개와 연대의 방식을 확장시키는데,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이 팬들의 정체성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다양한 국가의 케이팝 팬들 역시 온라인을 통하여 상호작용하며 참여적인 문화를 만들고 동시에 집단적인 정체성을 활발히 구성해 나가게 된다[13]. 베넷 (Bennett)[14]은 팬덤의 무게 중심이 트위터와 SNS의 주제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았다. 팬덤 활동의 중심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Social Service Network, SNS)으로 옮겨가면서 트위터의 팔로워 문화로 대변되는 개인 중심 줄서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 발전이 팬과 문화 산업간, 그리고 팬들 사이에도 직접,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다양한 소통 형태가 관찰된다[15].

디지털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확산은 팬덤의 문화실천 양상을 깊고 넓게 확장시켰다.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강화로 인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도 팬덤의 의미있는 문화실천의 장[9]이 됐을 뿐 아니라 문화실천의 방법이 더욱더 진화하고 있다. 김현지, 박동숙[8]은 온라인 팬덤의 특징을 첫째, 팬층이 다변화되고 둘째, 팬 생산활동이 부각되고 셋째, 팬페이지의 운영과 참여가 늘어나면서 넷째, 팬-스타 관계 및 스타 이미지에 대한 시각이 다변화되며 다섯째, 소규모 팬 집단의 분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차원의 스타와 팬의 만남과 소통을 가져오면서 팬덤 실천의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국면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자 스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팬과 소통을 모색하는 가운데 개인 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도 소통 일환 중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16].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은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와 달리 시청자들과 친숙한 유대관계를 맺는 과정을 거치며 등장한다. 2009년 시즌1로 이름을 알리며 그다음 해 시즌2 를 통해 본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킨 <슈퍼스타K>는 본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켰다. 방송은 예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뽑거나, 스타성 있는 사람만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했다. 또한 생방송 시스템을 적용, 시청자 문자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참가자들에게 대중적인 관심을 쏟게 했다[17]. 그 이후 다양한 장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누렸으며 시청자들은 방송 횟수가 거듭되면서 나름대로 우승자를 점치기도 하고 자신들이 직접 우승자를 만들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유력 우승 후보들을 향해서는 팬들이 대체로 우승 전에 온라인 팬카페 등을 통해 모이게 되며 팬 덤이 형성된다. 특히 여성의 중년 팬들이 늘어나면서 ‘한 애만 바라보는 일편단심’이 강조되고[1], ‘끝까지 함께 한다’는 팬심은 스타를 유동적으로 선택하고 향유하는 ‘고객’인 동시에 ‘이들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매니저’[9] 로서 정체성을 띠게 된다. 이렇게 방송국들이 스타 발굴의 차원에서 시작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오디션 스타에 대한 새로운 여성 팬덤 형성의 촉매제가 되면서 성인 여성들의 팬덤은 다양한 결을 갖추게 된다[1]. 이 연구는 이렇게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한 오디션 출신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라방)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팬덤 확장 또는 유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팬들은 어떻게 라이브 방송을 향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Ⅲ. 연구방법과 연구문제

이 연구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2020년 4월 10일부터 2020년 7월 3일까지 13회에 걸쳐 방송되었던 jtbc 팬텀싱어3 출신 중 바리톤 강동훈 팬카페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jtbc 팬텀싱어는 2016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0년 팬텀싱어3까지 진행되었고 K-크로스오버 열풍을 일으키면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특히 “클래식 아티스트에게 고정 팬이 없다”는 상식을 깨트리고 정통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대중 스타와 같은 팬덤이 형성되는 문화 현상을 일으켰다.

팬텀싱어3에서 서울대 출신의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던 강동훈은 준결승까지 진출하면서 팬들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결승 진출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점이 연구자의 관심을 끌었다. 결승에 진출한 출연자들은 남성 4중창이 결성되고 팀 단위를 기본으로 활동하면서 대부분 매니지먼트 기획사와 계약하여 활동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출연자들이 이미 형성하기 시작한 팬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팬텀싱어3 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SNS를 통해서 강동훈을 응원했던 팬들은 프로그램이 종영되자 2020년 6월 22일 네이버 카페에 ‘플래쉬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팬카페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 형성되어 있는 팬카페는 접근성의 편리함으로 스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이용과 회원들 간의 교류 및 친목 도모가 가능하다[8]. 따라서 연구자는 참여자이자 관찰자로서 팬카페에 가입하여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여관찰을 하며 게시판 텍스트 분석, 회원들 간의 교류 등 질적 방법을 통해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21회에 이르는 강동훈의 인터넷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팬카페 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두 번에 걸친 강동훈의 독창회, 테너 장 주훈과 함께 한 듀오콘서트, 방송 출연, 기타 공연 등 음악 활동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연구자가 일반 가수가 아닌 크로스오버 가수들의 오디션인 프로그램인 팬텀싱어3 출신 강동훈의 팬카페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 프로그램”인 팬텀싱어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특징 때문에 팬들의 충성도가 높고 안정적인 중장년 팬들이 많다는 점[18], 둘째, 강동훈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팬카페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팬들의 요청으로부터 시작되어 스타의 ‘라방’을 둘러싼 팬덤 현상을 잘 살필 수 있는 점, 셋째, 팬들의 관심과 지지 속에 준결승까지 진출한 강동훈이 아쉽게도 결승 진출을 하지 못해 기획사 없이 먼저 팬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 넷째, 프로그램 종영 이후에도 꾸준히 ‘라방’이 진행된 회원 400명의 소규모 팬카페라는 점이 ‘라방’과 팬덤현상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점들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활발한 참여와 권력 이양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 [19]를 받는 것처럼, 오디션 출신 스타의 팬들은 기획사에서 성장한 아이돌 스타의 팬보다 훨씬 적극적인 문화생산자의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1]도 연구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최근 jtbc 팬텀싱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중들에게 크로스오버 뮤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방송에서 선보인 곡들이 각종 음원 사이트 클래식 장르 분야의 차트를 넘어서 전체 장르를 아우르는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는 현상[20]도 고려대상이 되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탐구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오디션 출신 스타 강동훈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타와 팬들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연구 문제 2. 오디션 출신 스타 강동훈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은 팬덤 형성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문화 운동적 실천주체로서의 팬덤 문화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연구자는 강동훈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정체성과 팬덤 확장 등 팬덤 형성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팬카페 스타인 바리톤 강동훈과 열성적인 팬카페 회원 중 15명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자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팬카페 내부자가 되어 전통적인 질적 연구 방법인 참여관찰, 라방 텍스트 분석, 게시판 분석 등을 병행해 왔다. 연구를 위해 운영진을 중심으로 스노우 볼링(snow-balling)방법을 통해 15명의 연구대상을 섭외하였으며, 2021년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한 달 반 동안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대한 정체성, 참여경험, 팬 활동 등을 수집하기 위한 자기기술지를위한 질문지를 보냈으며 답신을 받아 질적연구의 자료로 삼았다. 연구대상의 구체적인 정보는 [표 1][표 2] 와같다. 팬카페 스타인 강동훈에게도 자신이 진행했던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대한 경험과 팬들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자기기술지를 받았다.

표 1. 자기기술지 응답자 스타‘강동훈’의 상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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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강동훈 팬카페 자기기술지 응답자의 프로필(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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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대상 팬들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응답자들에게 받은 자기기술지는 제시한 연구문제를 풀기 위해 유형별로 분류하였고, 게시판 내용 분석과 언론 기사 등 질적인 자료와 함께 구체적인 분석과정을 거쳤다. 연구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여자와 관찰자로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팬카페 회원들과 교류를 맺어 왔으며 강동훈의 팬미팅 콘서트와 독창회를 비롯해 여러 건의 콘서트를 직접 관람하며 강동훈의 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또한 강동훈의 방송 출연과 기타 음악 활동에도 팬들과 함께 하면서 라포(rapport)를 형성했다. 이러한 점들은 질적연구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으나 연구를 위해서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면서 분석 결과를 도출하려고 했다.

Ⅳ. 분석 및 논의

1. 강동훈의 라방은 ‘형식 없는 형식’의 참여형 토크 쇼

1.1 강동훈의 라이브 방송의 내용과 특징

jtbc에서 크로스오버 남성4중창을 결성하는 팬텀싱어 3가 진행되는 동안 강동훈은 준결승까지 진출하면서 10회까지 출연했다. 모델처럼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엘리트 이미지까지 더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동훈이 준결승에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네이버에 팬카페가 생기기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팬들이 서로 결속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잘 생기고 실력 있는 강동훈이 결승까지 못간 것이 안타까워서(F)”, “실력과 좋은 성품, 자세를 갖춘 성악가 강동훈이 팬텀싱어3 결승 직전 탈락하게 되어 안타까웠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어서(H)”, “강동훈의 노래에 너무 감동을 받고 응원하게 되었는데, 결승에 못가서 너무 속상해서 끝까지 응원하고 싶었고(K)”,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으나 누군가에겐 최애 싱어였음을 본인이 알고 자신감 있게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O)”에서 팬들은 강동훈에 대한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 등 SNS를 통해서 강동훈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강동훈은 2020년 6 월 22일 온라인 팬카페가 생기기 전부터 인스타 등 SNS를 통해서 팬들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라방)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방송 이후에 인스타 팔로워 수도 늘어났고,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또한 라이브방송에 대한 요구도 많았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시고 메시지 주시는 분들이 과연 실존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서 선뜻 라이브 방송을 켜기를 망설이고 있었죠. 이는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건 적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분들과 소통하고 감사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강동훈)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성악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통 성악을 공부하다 jtbc팬텀싱어3를 통해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강동훈에게 온라인상의 익명 팬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과연 그들이 실존할까” 의구심이 들었다는 강동훈의 고백은 과거와는 달리 팬들이 먼저 SNS 등 온라인에서 결집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SNS가 1차적인 소통의 공간이 되어 공식적인 팬카페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초창기 회원으로 팬카페 두 번째 가입자인 K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팬카페가 생기기 전부터 인스타그램(instagram)의 Kang donghoon_fanstagram이란 계정을 통해 강동훈의 팬들이 강동훈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게시물을 올렸는데, 다른 팬들이 몰려와 댓글을 쓰는 형태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동훈은 인스타 등 SNS를 통해 팬들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2020년 6월 17일 처음 ‘라방’을 시작한 이후 2021년 9월 말까지 총 21회에 걸쳐 팬들을 상대로 방송을 했다. 각 방송의 회차별 내용과 특징은 [표 3]과 같다.

표 3. 강동훈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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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훈은 1년 4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스물한 번의 ‘라방’을 했고 총 30시간 가까운 시간을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1회 인터넷 라이브 방송 시간은 평균 1시간 30 분을 넘었다. 처음에는 ‘라방’을 인스타그램 (instagram) 으로 시작했으나 팬들이 많아지고 ‘라방’ 시간이 길어지면서 강동훈이 연 유튜브 채널에서 이어졌다. 강동훈의 ‘라방’은 일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실시간으로 접속을 하지 못했던 팬들의 다시보기로 이어져 수천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강동훈은 자신의 ‘라방’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 스스로 분석한 결과에 대해서 “팬카페 가입 회원이 80-90% 정도 되는 것 같고, 그 외에는 팬텀싱어 시청자이거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일 것 같다” 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라이브 방송 진행은 특별한 형식은 없었지만 스타이자 콘텐츠 생산자인 강동훈이 팬들도 잘 아는 지인을 초대하거나 준비한 음식을 먹는 소위 ‘먹방’ 등 매회 차별성을 두면서 팬들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즉 ‘특별한 형식이 없는 게 형식’이고 팬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면서 그때그때 나온 질문이 그날의 주제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 내용은 팬텀싱어3 출연 뒷얘기, 공연 소식, 방송 출연 소식, 앞으로 활동 계획, 발성 이야기, 쇼핑, 취미 등 강동훈의 음악 활동과 학업 그리고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것이었다. 팬들의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불러주기도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다음 날 팬카페 게시판에 그 부분만 편집해서 올리는 팬도 있었다. 방송 주기는 대략 2-3주에 한 번 정도였으나 강동훈이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등 바쁜 시즌에는 한 달에 한 번인 적도 있었다. 라이브 방송의 구성이나 라이브방송을 여는 시기에 대해서 고정적으로 정하진 않았고 방송 출연이나 공연을 앞두었을 때, 혹은 강동훈의 생일 등 특별한 날을 고려해서 강동훈이 미리 인스타그램에 고지하면서 날짜를 정하는 식이었다. 급하게 ‘라방’을켜는 날에는 당일 오전에 방송을 공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팬들이 ‘라방’에 변함없이 참여했다. 강동훈의 라이브 방송은 특별한 형식과 구성도 없고 미리 짜인 방송 날짜도 없었지만, 팬들이 채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스타와 팬들의 상호작용 속에 공통 텍스트를 만들어냈다.

1.2 연예기획사의 ‘라방’과는 다른 전략 구사

강동훈은 팬텀싱어3가 끝날 무렵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고 클래식 연주자에게 기획사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해서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스스로 ‘라방’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팬들과 ‘라방’을 통해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컸다고 털어놨다.

“라이브 방송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소속사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라방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라이브로 진행되어 수정과 편집을 거치지 않아 개인의 진솔한 모습이 담길 수 있지만 그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아티스트로서 신비감이 떨어지게 되고, 포장된 모습만 보여진다면 진실성과 재미가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동훈)

강동훈은 ‘라방’을 자주 하게 되면 새로운 소재가 계속 필요하게 되고 그럴수록 라이브 방송이 초래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영향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동훈은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방송을 하는 것과 방송의 주기와 그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적당한 선을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다.

강동훈의 고민은 실제 ‘라방’의 주기나 주제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강동훈은 수능을 앞두고는 자신이 삼수를 해서 서울대 가게 된 이야기(11회 라방, [표 3]를 했고, 설 연휴 때는 한복을 입고 명절에 관한 이야기(16회 라방, [표 3])를 소재로 삼아 팬들을 만났다. ‘라방’을 켜는 주기 또한 팬카페에서 “동훈님이 보고 싶다.”, “우리 동훈님은 어떻게 지내실까?”라는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면 며칠 안에 ‘라방’을 여는 식으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과하지 않게 선을 지켜가는 전략” 을 보여줬다. 또한 ‘라방’ 속 실시간 대화 주제 대해서도 강동훈은 자신은 ‘연예인’이 아니라 ‘음악가’이기 때문에 “음악가인 나의 모습과 생각을 방송을 통해서 조금씩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그러기 위해서 신변잡기식 이야기 속에서도 음악가와 발성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적절히 조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방송을 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들을 소모하는 것입니다. 내가 내 안에 많은 것들을 쌓아두고, 방송을 하면서 이를 보여주고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내 안에 쌓아둔 것이 없이 방송을 하게 되면, 외부에서 방송의 소재를 찾아야 하고, 화려한 언변이나 이러한 재주가 없는 경우 소재가 고갈되며 방송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고 재미가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제가 음악가라는 것을 잊지 않고 방송하려고 했습니다.” (강동훈)

오디션 출신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관리 없이 ‘라방’을주기적으로 한다는 것은 방송 내용과 구성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는 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배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팬 카페와 인스타, 유튜브 등 SNS 통해 열성 팬들의 닉네임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강동훈은 직접 팬들을 만나는 ‘라방’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며 조율한다.

“라방을 통해서 상처받거나 서운해하는 사람이 없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좋은 의도에서 했어도 무언가로 인해 상처받거나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강동훈)

강동훈은 라이브 방송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서 애써 ‘라방’을 하고도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강동훈은 일반적인 유튜브 콘텐츠에서 많이 사용하는 ‘먹방’ 컨셉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12회 ‘라방’은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권화평, 이강윤과 함께 치킨, 피자 등을 먹는 먹방으로, 14회는 예쁜 접시에 담은 햄버거를 먹는 먹방으로, 그리고 15 회는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꽈배기 먹방으로 구성했다 [표 3]. 먹방이라는 보편적인 유튜브 콘텐츠를 활용하여 팬들과의 관계에서 위험성은 줄이고 친밀감은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러한 먹방이 총 21회의 ‘라방’ 중 중후반에 분포한 것을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라방’ 의 소재와 주제에 대해 강동훈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의 니즈를 맞춰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최대한 많은 분들의 니즈를 맞춰주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소외되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요. 100%가 만족하는 구성과 시기를 맞출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가급적 내가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강동훈)

연예기획사 없이 혼자 기획하고 진행하는 ‘라방’은 오디션 출신 스타 강동훈을 미디어 생산자로서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도 성장시켰다.

“라방을 통해서,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했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내 스스로의 책임감이 생기고, 그들의 자랑스런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성장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강동훈)

강동훈은 ‘라방’을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정의하면서도 아티스트로서 신비감은 지키고 싶다고 했다.

“신비감 있는 아티스트가 어느 순간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을 때가 매력이 있지 않을까요?” (강동훈)

강동훈은 기획사 없이 혼자서 팬들과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팬들과의 유대관계는 강화하고, 자신은 팬들에게 신비감을 가진 친근한 아티스트로 남으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점들은 연예기획사에서 주도하는 ‘라방’처럼 매끈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팬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명문 줄리어드 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유학을 가게 된 강동훈은 까다롭고 어려웠던 미국 줄리어드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팬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연예기획사의 상업적인 전략이 들어가지 않은 ‘라방’ 은 혼자 방송의 내용과 주제, 그리고 방송 주기까지 결정해야 하는 오디션 스타에게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팬들과의 관계, ‘라방’의 정체성,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점에 대해서 오디션 스타가 직접 고민하는 계기도 된다. 기획사 없이 ‘라방’을 주도하는 오디션 스타는 ‘라방’의 구성전략을 짜는 미디어 생산자이자 동시에 팬들을 관리하는 기획자로서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1.3 스타의 ‘라방’은 즉시성을 가진 친밀한 소통의 창구

연구대상 팬들은 강동훈이 여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 (라방/라이브 방송)에 대해 ‘소통 창구(H)’,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시간(I)’, ‘팬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로 너무 소중한 시간(B)’, ‘동훈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J)’, ‘강동훈이란 아티스트를 알게 되는 소통창구(O)’, 다른 미디어 노출이 많지 않은 아티스트로서 덕심을 유지시켜 줄 수 있도록 적절한 밀당의 수단(A), 소통의 통로(B),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무언가(C),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하는 참여형 토크 쇼(K)’라고 표현하면서 ‘라방’의 정체성을 언급했다. ‘라방’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강동훈 역시 ‘라방’에 대해 느끼는 점이 비슷했다.

“라방은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구요, 저를 궁금해하고 기다리시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같이 소통하고 즐거워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고 있습니다.” (강동훈)

신혜연[21]은 SNS와 커뮤니티 등 네트워크의 발달로 스타와 소통하면서 스타의 선행과 기부에 참여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제3세대의 팬덤의 특징을 ‘소통과 나눔’이라고 했다. 이러한 제3세대 팬덤의 특징은 스타와의 소통 방법에도 영향을 주어 ‘오디션’이라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만 보았던 ‘강동훈’ 의 이미지를 실제로 보고자 하는 욕구로 연결된다. 김송희와 양동옥[1]은 중년 여성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출연자는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람으로 투영된다는 점을 밝혔는데, 리얼리티 (reality) 프로그램에서 수용자들은 비현실적 환경인데도 ‘출연자는 진짜’라는 진정성의 순간을 추구[19]하는 것처럼, 중년 여성들은 방송에서 비친 출연자의 이미지를 현실의 모습으로 동일시하고 있었다. 가창력을 떠나 화면에서 보여주는 외모와 성격 그리고 개인사가 팬심 형성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종영된 이후, 방송사가 아닌 스타 개인이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면 텔레비전 속에서 재현 (representation)된 모습이 아니라 스타 자체의 진솔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오디션 출신 스타의 ‘라방’ 은 스타의 꾸밈없는 일상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며 실시간 채팅을 통해 무엇이든 물어보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소통의 장이다. 그렇다 보니 강동훈의 ‘라방’을 통한 진솔한 소통에 대해 팬들은 매우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 (강동훈이) 모든 댓글에 소통해주려고 하시는 부분 너무 좋고 사랑방에서 함께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느낌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B)

D는 ‘라방은 일상을 나누어 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팬서비스를 위한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는다’고 했고, A는 ‘라방 속의 강동훈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 속에서도 강동훈만의 유머가 있다’면서 친숙하면서 언제든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만나기 어려운 시국에 함께 할 수 있는 그저 감사한 공간(C)’, ‘내가 아끼고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생각과 성장을 볼 수 있는 소통 창구(K)’, ‘답답한 일상에서의 힐링존(L)’, ‘라방을통해 좀 더 가까이 느끼고 덕질을 즐기게 된다(I)’면서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성식과 강승묵[22]은 오디션 프로그램 팬들의 팬덤 형성과정의 출발을 투표 참여를 언급하면서 오디션 출신 스타에 대한 팬심은 기획사에 의해 완성된 상품으로 생산되어 관리되고 있는 아이돌 스타에 비해 시청자인 자신의 선택과 지지를 통해 출연자를 우승시켜 스타로 키워낼 수 있다는 적극적인 대중문화 생산자 역할의 가능성도 팬 활동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점은 강동훈의 팬들이 적극적으로 ‘라방’ 에 참여하여 소통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데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강동훈의 팬들은 강동훈의 실력과 인성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결승에 진출 못한 점에 대해 몹시 아쉬워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더 응원해야 하고 강동훈이 성장하는데 팬들이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대상 응답자들은 연령층이 3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중년 여성으로 강동훈의 팬카페 가입 이유가 “실력은 출중한데 안타깝게도 결승에 진출못해서 응원하려고”가 상당수였다[표 2]. 강동훈 팬들은 팬카페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강동훈’이라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성장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동훈의 ‘라방’은 언제 어디서든지 팬들과 만나는 즉시성의 소통창구이며, 팬들은 언제든지 ‘라방’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자주 볼 수 없는 아티스트 강동훈을 실시간으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 실시간 라방을 꼭 본다(B)’, ‘실시간이라 댓글로 참여할 수 있고 생생해서 좋다(I)’, ‘강동훈과 강동훈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동시에 참여하면서 소통하는 라방은 꼭 실시간으로 본다(K)’, ‘강동훈의 평소 표정이나 말할 때의 음성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안 볼 수가 없다 (M)’는 팬들의 표현은 TV에서는 볼 수 없는 친밀하고 가까운 스타와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동훈과 그의 팬들은 오디션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만났지만 스타의 개인 라이브 방송으로 옮겨가서 그들만의 창구로 소통하며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는 두 가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 피스크(John Fiske)[4]의 지적처럼 스타와 팬이 상호작용하여 팬 문화가 지니는 텍스트 생산성(textual productivity)을 증대시킨다는 점이 첫 번째이고, 20 대 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뉴미디어의 활용이 중년 여성들에게도 일반화되어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스타와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두번째이다.

2. 문화공동체로서 팬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라방’

2.1 댓글 소통 ‘라방’은 팬덤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

강동훈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은 스타와 팬들 소통의 창구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팬덤의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대상 팬들은 스타의 라이브방송에 대해 ‘팬덤유지에 중요(I)’하고, ‘라이브 방송이 없을 때보다 라이브 방송 후가 팬덤활동이 더 활발하다고 생각(N)’하며 ‘스타를 좀 더 알아가고 친숙해짐은 분명하고 이는 덕질의 지속을 위한 중요한 요인(A)’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이러한 팬들의 생각은 강동훈의 오프라인 음악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2020년 9월, 코로나 상황에서 처음 있었던 팬미팅 미니콘서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어 신청을 받아서 진행했는데도 경쟁률이 치열했으며 2020년 11월에 있었던 첫 번째 ‘바리톤 강동훈 독창회’[23]는 팬들이 몰려 티켓오픈과 동시에 전 좌석이 마감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방송 출연 시해 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팬들이 몰려가 제작진이 놀랄 정도로 많은 응원 댓글을 남긴다던가 음악공연이 있을 때 많은 팬들이 객석을 점유하여 강동훈의 ‘팬 파워’를 보여주는 식이다. 2020년 11월 순천에서 있었던 ‘순천 국제가곡제’에서는 거리가 멀어 교통이 불편했는데도 전국 각지에서 수십 명의 팬들이 응원을 위해 몰려들어 클래식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팬카페의 게시판도 팬들 사이에 중요한 소통의 장소가 되지만 스타가 직접 주관하는 라이브 방송은 스타와 직접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소통의 장으로 스타와 인격적인 관계도 맺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동훈의 라이브 방송은 한마디로 ‘댓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이 라이브 방송 때 올리는 질문에 강동훈이 답하는 방식이고 팬들도 개인적인 특징을 드러내기 때문에 스타인 강동훈이 반응하면서 순간적으로 ‘1 대 1’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라방에서 본 동훈님은 “아, 인간적이시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팬분들 하나하나 인사도 해주시고, 반응해주시고, 이쁘게 웃는 모습에 그냥 퐁당 했습니다(마음이 빠져 들었습니다).” (C)

“라방 후에 느껴지는 동훈님은, 같이 치킨이나 도넛 먹으며 좋아하는 곡 이야기, 옷 이야기 등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친한 사이처럼 느껴지게 해줍니다. 한 사람의 숨겨진 모습을 본다는 의미에서 팬들은 한층 더 가깝게 느끼고 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M)

이 외에도 팬들은 ‘작고 사소한 부분도 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고 한 명 한 명 닉네임을 불러주면서 소통하는 것이 인상(B)’적이었고, ‘라방 자체가 신기한 경험인데, 제가 보낸 채팅 내용을 실시간으로 읽어주는 것도 너무 신기(D)’했으며, ‘라방을 통해 세심하게 팬들을 챙기는 모습에 놀랐고(G)’, ‘노래도 라이브로 즉석에서 불러주는, 이런 소통 자체가 처음이어서 재미(K)’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러한 ‘라방’의 등장은 온라인 팬덤이 오프라인 팬덤보다 더 영향력 있고 강력한 힘을 갖게 만들었다. 김현지와 박동숙[8]는 당시 연구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강화로 인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이 팬덤의 의미있는 문화실천의 장이 되었다”고 진단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라방’이 등장함으로써 온라인 팬덤의 문화실천이 더욱 확대되어 오프라인 팬덤을 이끄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 ‘라방’은 팬덤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는 친밀한 유대감 형성

흥미로운 지점은 팬카페의 스타인 강동훈이나 팬들이 분명 ‘라방’이 팬덤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팬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등의 물리적 확장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라이브 방송은 새로운 팬들을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송 직후에 했던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는, 방송을 통해서 보여지던 ‘만들어진’ 인물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팬심이 생길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방송에서 호감이 생겼던 인물이 라이브를 통해 실제 모습을 보니 더욱 호감이 가서 팬이 되는 등의 역할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라방을 통한 새로운 팬의 유입은 미미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강동훈)

팬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브 방송이 팬덤을 확장 시키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 같고 기존에 존재하는 팬들의 팬심을 더 깊게 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K)’하거나 ‘강동훈을 응원하는 플라1들 사이를 더 끈끈하게 뭉치는 역할(N)’을 하며 ‘일상의 반복된 생활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라방을 하면 카페가 후끈 (C)’하게 하며 ‘일단 친근감, 소속감 생기고 팬카페 활성화에 효과 있다고 생각’했다(H). 특히 ‘라방’ 도중에 강동훈이 제안하여 진행한 ‘음치챌린지’, ‘가족노래 자랑’ 등 이벤트가 이어질 경우 팬카페를 중심으로 ‘라방’을시청하는 팬들 사이에 유대감이 더욱 강해진다. ‘음치 챌린지’는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노래를 영상으로 촬영하여 팬카페에 올려서 강동훈이 음치를 감별하는 이벤트였고, ‘가족 노래자랑’은 음치챌린지와 반대로 노래를 잘하는 팬과 가족들이 노래를 불러서 펜 카페 게시판[24]에 동영상으로 올리면 상을 주는 이벤트였다. 이렇게 ‘라방’을 여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 다음 라방에서 결과까지 발표하는 이벤트는 다음 ‘라방’이 올 때까지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실제로 가장 재미있었던 라방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연구대상 팬들은 ‘음치챌린지’와 ‘가족노래자랑’을 꼽았다.

중년의 팬덤을 연구한 김송희와 양동욱[1]은 중년 팬덤의 특징으로 “스타와 다른 팬들에게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지적했는데, 중년 여성 팬이 대부분인 강동훈의 팬들 사이에서도 ‘라방’을 통해 스타와 다른 팬들과 소통하며 자신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도 나타났다. ‘라방’ 속에서는 팬들이 닉네임으로 채팅을 하며 강동훈이 닉네임을 불러주면서 상호 소통을 하는데, 열성적인 팬들은 참여도가 높고 적극적이어서 눈에 뜨인다. 그중에는 슈퍼쳇2을 통해 물질적인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어 강동훈뿐만 아니라 다른 팬들도 후원의 금액과 후원자를 알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라방’을 통해 팬들의 인정 욕구가 드러나면서 나름대로 서로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유대감이 커지기도 한다.

또한 ‘라방’이 거듭되면서 스타인 강동훈 이외도 팬들 사이의 일상사가 공유된다. ‘아이가 이번에 수능을 본다’든지, ‘오늘이 내 생일’이라든지, ‘아들도 팬이라 지금같이 시청하고 있다’는 내용은 ‘라방’을 함께 하는 팬들이 마치 한 식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문화공동체로서의 결속력을 준다.

강동훈이 세계적인 명문인 줄리어드 음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합격했을 때 팬들 사이의 유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팬카페 게시판[24]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 ‘이렇게 완벽한 아티스트는 없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될 때까지 끝까지 응원하겠다’, ‘강동훈은 이미 세계 최고’라는 등의 글들은 강동훈이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강동훈 팬들의 공감대가 자신감으로 승화되어 팬들을 더욱 결속시키는 것을 보여주었고, 2021년 5월 2일 ‘라방’은 줄리어드 음대 입학 축하와 입시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로 꾸며졌다. 이렇게 스타의 ‘라방’은 유대감과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면서 팬카페의 게시글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스타는 발언을 통해, 팬들은 채팅을 통해 동시에 소통을 할 수 있는 ‘라방’은 피스크(John Fiske)[4]가 말하는 차별성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피스크(John Fiske)는 팬들이 팬덤 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구성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을 ‘미학적 차별화’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팬들은 스타와 맺고 있는 관련성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과 체험 및 능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관련성의 차별화’와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의 질적, 미학적 우위를 주장함으로써 다른 것들과 위계적으로 차별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라방’은 강동훈의 팬이 아닌 사람들과 ‘차별화’ 되고 동시에 강동훈의 팬들은 그 ‘차별’의 효과로 더욱 유대감과 소속감이 공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뛰어난 실력에도 결승 진출을 못했던 아티스트’를 알아본 팬들과 그렇지 못한 팬들, 세계적인 명문 줄리어드 음대의 전액 장학생인 스타와 라방을 통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팬들과 그렇지 못한 팬들의 차별성은 대상의 질적, 미학적 우위를 증명하며 더욱 견고해진다.

Ⅴ. 맺음말

이 연구 결과, TV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강동훈의 ‘라방’은 팬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고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지고 재현되는 스타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그대로 친숙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친밀한 소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방’은 ‘댓글 소통’이라고 할 만큼 스타와 팬들이실 시간으로 채팅창을 통해 활발할 소통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라방’의 콘텐츠 생산자인 강동훈은 ‘형식 없는 형식’의 ‘참여형 토크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었다.

강동훈의 ‘라방’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함께 출연했던 동료를 초대하기도 하고 팬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먹방’, 쇼핑, 취미, 음악활동, 방송출연, 유학 과정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해서 팬덤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팬덤의 활성화는 팬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물리적인 확장은 뜻하는 것은 아니며 ‘강동훈 팬’이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느껴서 결속력을 다지는 것을 뜻한다. 강동훈의 ‘라방’을 보지 않는다른 사람들과는 미학적 차별을 통해 문화공동체로서 팬덤의 견고함을 다져나간다.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데 문화는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결과물[2]로서, 강동훈의 팬카페의 경우 팬카페가 생기 전부터 ‘라방’이라는 문화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방’을둘러싸고 나타났던, SNS 등 온라인을 통한 팬들의 결집은 문화생산자로서 적극성을 띠는 중년 여성들의 팬덤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한 ‘추종자 (follower)’가 아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해서 명실상부한 ‘스타’로 키워내고자 하는 ‘서포터 (supporter)’의 역할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1], 중년 여성들의 팬덤의 특징은 ‘라방’을 통해 스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라방’은 내부적으로는 라방의 시간을 통해서 스타와의 시간을 즐기고 팬들과의 유대감을 높이며 스타와 팬들 사이의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라방’ 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미학적 차별화’를 통해 소속감을 높이며 팬덤의 활성화를 촉진시킨다. 즉, 자신이 지지하고 응원하는 대상의 질적, 미학적 우위를 주장하는 팬들은 스타와의 ‘라방’을 통해 결집하며 스타와 맺는 관련성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과 체험 및 능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관련성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 연구는 최근 늘어나는 스타의 인터넷 라이브 방송 (라방)의 사례연구로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지만 ‘고정 팬이 많지 않거나 열성적이지 않다’는 클래식 전공의 성악가와 팬들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라방’을 살펴봄으로써 변화하는 팬덤 문화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라방’의 문화실천적인 측면을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팬덤 내의 새로운 문화인 ‘라방’의 내용과 구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라방’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라방’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팬덤 내의 역학관계와 팬들 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팬덤 내에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이후 팬덤이 문화 운동적 실천 주체로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라방’ 의 구성과 내용도 진화할 것이고 ‘라방’에 참여하는 팬들의 인식 변화와 팬덤 내의 권력관계도 드러날 것이다. 이러한 분야의 후속 연구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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