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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k Identity and Labor Experience of the Broadcasting Scriptwriters : Focusing on the Auto-ethnography that Reflects the Experiences of the Scriptwriters

방송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경험: 구성작가들의 체험이 반영된 자기기술지 분석을 중심으로

  • 김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산학협력단)
  • Received : 2021.11.01
  • Accepted : 2021.11.29
  • Published : 2021.12.28

Abstract

Scriptwriters have appeared in Korea's broadcasting production system for more than 40 years as a key producer. This study specifically investigated the work identity and labor experience of scriptwriters who have played countless roles from planning and organizing programs in various broadcast genres such as non-drama informative program, entertainment, news, and radio to script writing. As a result of examining the work identity and labor experience of the scriptwriters based on the auto-ethnography of the 20 scriptwriters working in the field, they felt that they had an " indispensable" program producer and a media culture producer and at the same time felt that they were taking on tasks that were unclear. They felt that the cause of this inequality was a problem of the production system and employment type, but they recognized that they could not be solved individually, and they were developing their own skills or building connections to get work, and expanding their areas unconditionally.

구성작가가 우리나라 방송 제작시스템에 등장하여 핵심적인 생산 주체가 된 지 40년이 넘었다. 이 연구에서는 비드라마인 교양·예능·뉴스·라디오 등 다양한 방송 장르에서 프로그램을 기획·구성하고 자료조사와 섭외, 대본 집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역할을 해온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에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현업에서 일하는 20명의 구성작가의 자기기술지를 바탕으로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에 대해 알아본 결과, 구성작가들은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 생산 주체이자 미디어 문화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명확하지 않은 업무 분담으로 PD가 해야 할 일들을 떠맡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은 제작시스템과 고용형태의 문제라고 느끼고 있었으나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거나 일을 얻기 위한 인맥을 쌓고,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eywords

I. 들어가며

우리나라에 구성작가라는 직업이 생긴 지 40년이 지났다. ENG1 카메라라고 부르는 이동식 카메라의 등장으로 다양한 현장 취재, 촬영이 가능해진 1980년대 초반, 촬영과 취재, 편집 등이 급격하게 늘어나 감당하기 힘들었던 교양 PD의 업무를 분담해 주는 역할로 등장한 구성작가는 당시에 마땅한 이름도 없어 ‘스트립 터’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1]. 알음알음으로 방송국에 들어와 출연자를 섭외하고 대본을 쓰고, 프로그램기획과 구성의 구체적인 업무를 담당하며 구성작가라는 이름으로 성장해온 이들 미디어 노동자는 40년이 지난 지금 최고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진 ‘창의 노동자’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상반된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2].

1980년대 구성작가 등장 초기에는 프로그램의 리포터도 겸하는 등 ‘새로운 젊은 여성’의 지적인 이미지로 방송국 프로그램 여러 개를 동시에 할 수 있었고 당시 같은 부서 KBS의 4년 차 PD 월급보다도 수입이 많아서 “PD들의 살짝 비꼬는 듯한” 말도 들었던 구성작가 [3]는 이제 부당한 일도 ‘작가로서 생명이 걸려 있어 솔직하게’ 말하지도 못하는, 노동에 있어서 그 어떤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을’이 되어 있다[2].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비롯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PD, 기자와 함께 촬영, 취재, 구성, 편집 등 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작가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하는 구성작가들은[4] 스스로 ‘을’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방송 현장에 있다. 동시에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람을 섭외하며 원고를 쓰는 방송작가가 없이는 방송이 나오지 못한다[5].”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송 구성작가들은 프로그램 기획, 아이템 발굴, 취재원 확보, 대본 작성 등 미디어 생산 주체로서 매우 중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연구 영역 내 생산자 연구, 텍스트 연구, 수용자 연구에 이르는 일련의 순환 고리 속에서 미디어 생산자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텍스트 연구와 수용자 연구에 비해 생산자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분야였다. 특히 방송 구성작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구성작가의 처우 문제, 저작권 문제, 노동자성 문제 등의 관해 간헐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미디어 영역 내 생산자로서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미디어 생산자 연구는 미디어 영역 내에서 개별 생산자들이 수행하는 생산노동의 특징과 과정에 대한 탐구 외에도 제도가 생산과정에 미치는 영향, 나아가 미디어 생산자들 사이의 노동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6][7]. 또한 미디어 생산자 연구는 각 생산 주체에 대한 연구라 할지라도 생산 현장과 사업구조, 자본과 제작구조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8-10] 미디어 생산과정을 둘러싼 문화와 권력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11]이기도 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1980년대 초에 등장하여 방송 프로그램의 핵심 주체로서 미디어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는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생산문화 현상들을 살피는 것은 미디어 생산자 연구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구성작가라는 직업의 이름도 없었던 시절, 직종은 스크립터, 호칭은 ‘미쓰 리’로 시작되어 한때 PD의 월급보다 많이 받았던 구성작가[3]가 40년이 지난 후에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방송 잡가(작가)’[12] 가되어 있는 현실에서,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을 구체적으로 추적함으로써 미디어 생산 내의 변화하는 노동 양상과 생산문화를 살피는 데 목적을 둔다. 기존의 연구들이 구성작가의 노동자성, 고용 형태, 또는 특정 프로그램 내에서 미디어 생산자로서의 구성작가의 역할 등에 한정했다면 이 연구는 미디어 생산자로서 교양·시사·예능 프로그램을 구성·기획하고 대본을 집필하며 방송 프로그램의 핵심 생산 주체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구성작가 20명을 대상으로 질적 방법을 통해 보다 ‘가까이’에서 ‘거리를 좁혀서’ 구체적인 업무 정체성과 세밀한 노동 경험을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특히 협업의 주체로서 PD와의 역할 분담을 둘러싼 미디어 노동 문제, 구성작가들이 느끼는 생산과정에서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Ⅱ. 미디어 생산자 연구의 흐름과 생산자로서 방송 구성작가

1. 미디어 생산자 연구의 흐름과 함의

미디어 생산자 연구는 미디어에 대한 제도와 정책 중심의 거시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정치경제학 접근이나 미디어 산업론과 일정하게 차별화되는 생산자 군의 활동에 대한 미시적인 차원의 관찰을 수행한다[13]. 다시 말해 미디어 생산자 연구는 문화연구 내 생산 영역 중에서도 생산 주체가 되는 특정 대상들에 주목하여 생산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적용하고 체화하는 특정 가치들을 조명하며, 노동과정 및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특성을 파악한다. 더 나아가서 어떠한 작업 환경 및 성향 체계 그리고 제도 등의 이해관계 속에서 생산물을 기획, 제작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제도적·조직적 영향력들이 행사되는지 분석한다[11][13][14].

콜드웰(Caldwell)[6]은 택스트 재현의 중심을 두었던 문화의 생산(produuction of culture)을 넘어 생산 문화(culture of produuction)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디어 생산 영역은 의미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이데올로기기 투쟁하는 곳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산업이라는 거대한 용어는 결이 다른 문화적 차이와 경제성을 띤 문화상품의 다양성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과는 분리되어 구성된 문화와 하위문화적인 한 부분들로서 복합적이며 공통적인 의미에서 ‘생산문화’라는 의미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자들은 생산영역 내 외부의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물질적인 제약을 받거나 맞서 투쟁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서’ 상정된다 [14-17].

‘능동적 행위자’로서 미디어 생산자는 생산영역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대한 투쟁과 조직 내의 압박, 그리고 수용자들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미디어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동안 미디어 연구 영역에서는 생산자들이 만들어 낸 텍스트, 그리고 그 텍스트를 해독하며 수용하는 수용자들에 관한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져 왔다. 생산자 차원에서 연구는 수용자나 텍스트 차원의 연구보다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그동안 문화연구 영역 내에서 분류되었던 생산자 연구, 텍스트 연구, 수용자 연구 중에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한 부분으로 지적되어 왔다[14]. 임영호[18]는 기존 문헌에서 흔히 통용되는 생산자 연구라는 용어는 주로 행위자 측면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서 생산과정에 작용하는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생산연구 (production studies)라는 용어로 대체해서 사용했는데 임영호의 지적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 조직의 특성이나 생산시스템에 관한 생산연구가 곧 생산자 연구를 뜻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산 연구’와 ‘생산자 연구’는 구별하여야 한다. 다만 아직 생산자 연구의 영역이 넓지 않음으로 생산자 영역이 확장된 이후에 생산연구와 생산자 연구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14].

김미숙과 홍지아[19]는 생산자 연구를 크게 조직 내, 외부의 구조적 요인이 생산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11][20][21], 행위자로서 생산자의 직업적 특성에 대한 검토[22-24], 텍스트의 생산과정이나 관행에 대한 연구[25-28]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미디어 생산자 연구의 면면을 살펴보자. 김현미[23]는 문화 상업에서의 성별화된 노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TV 방송 프로그램 여성 작가들의 사례를 통해서 젠더라는 요인이 어떻게 문화 산업에서의 새로운 노동 관리 형태를 만들어내며 성차별적인 노동 분업 구조를 유지시키고 있는가를 분석했지만 구성작가와 드라마 작가의 노동의 차이를 분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고, 생산자들의 의미화 실천이 가진 저항적 역량을 탐색하기 위해 KBS 예능 프로그램 <연예가 중계> 의 생산자들을 연구한 연정모, 김영찬[15]의 연구는 텔레비전 생산사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권력관계와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남겼다. 또한 중견 드라마 작가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드라마 작가들의 정체성과 노동의 단면들을 살펴본 김미숙, 이기형[29]의 작업은 드라마 생산자들의 노동과 역할 수행의 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아직 탐색적인 수준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상파 파견직 FD에 대한 심층 인터뷰로 지상파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무 인식과 노동 경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이상길, 이정현, 김지현[24]은 미디어 생산자의 정체성과 미디어 노동에 관해 상당 수준의 관찰점을 제시하여 제작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FD를 대상으로 미디어 노동의 정체성을 파헤친 성과가 있으며, 이오현[11]은 KBS <인물 현대사>의 인물선정과정에 대한 민속지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인물 현대사>의 인물선정은 프로그램 기획 의도의 느슨한 한계 하에 PD가 자신의 성향 체계를 바탕으로 부장, 차장, 구성작가, 자문위원 등과의 상호작용과 프로그램에 비판적인 내·외부의 시선, 시청자의 흥미 및 이해, 영상자료의 확보 가능성, 제작 기간, 방영 시기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히며 외부의 다양한 요인들을 생산과정에 연결시킨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외부의 권력 역학적인 측면에서 생산과정을 보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박인규[21]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던 KBS 시사 프로그램의 기개가 꺾였다고 판단하고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의 기조가 바뀌게 된 원인을 추적했으나 지나치게 외부의 압박을 강조하다 보니 생산자 내부의 저항이나 역동성을 잘 살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김상균, 한희정[30]은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하여 수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2010년 11월 이후 후속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된 점에 주목하여 생산자들에게 가해지는 ‘미디어 통제’라는 측면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 생산자 연구를 시도하여 특정 사건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디어 통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장점이 있었으나 그에 상응하는 생산자들에 대한 다각적인 관찰과 분석이 부족한 한계를 보였다. 노동렬[27]은 ‘방송콘텐츠의 창의적 증진을 위한 생산시스템’이라는 개념에 주목하여 KBS <개그 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생산자들을 연구하여 방송콘텐츠의 창의성은 개인적 차원의 생산요소가 지니는 창의적 전문성과 조직적 차원에서 효율적인 지식창출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냈으나 미디어 생산자로서 개그 프로그램 생산자들의 명과 암을 살피는 데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영주, 김진혁[31]은 심층 인터뷰와 내용 분석이라는 방법으로 <지식채널e>의 생산맥락들을 드러내 보이려는 연구를 수행하여 제작진 구성 및 변화, 제작진들의 의식과 사상,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있어서의 노동과정, 제작진이 직면해 있는 내외부적 환경, 제작진의 자체적인 프로그램 평가 및 외부 평가에 대한 반응, 전체 방송 환경에서 느끼는 제작진의 고민 등을 토대로 <지식채널e>의 문화적 가능성을 진단했지만 생산자의 연구가 이론 전개에 치우치는 한계를 보였다. 국제 시사 프로그램의 생산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한 박지훈, 류경화[32]는 서구 언론의 시각, 자본의 논리와 철저히 분리된 우리만의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표방한 MBC 의 생산과정에 개입되는 경제적, 관행적, 문화적 요소들이 생산물로서의 프로그램, 특히 서구와 제 3세계의 재현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제작진들과의 심층 인터뷰와 내용분석을 통해 논의하여 상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나 생산과정에서 드러난 관행적 요소와 규율에 저항하는 생산자들의 입장은 부각되지 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미수[26]는 젠더 문제에 접근하여 드라마 생산과정에 작동하는 생산자들의 여성 인식이나 생산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드라마와 여성 혹은 드라마와 성의 문제에 주목하였지만 드라마 생산자들의 권력관계를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이해한 아쉬움을 보였다. 박지훈[33]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이 오지와 저개발 국가로 대변되는 제3세계를 재현함에 있어서 고민하는 지점, 현실과 이상을 타협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다양한 제작 주체들 중에서도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에 가장 깊게 관여하고 있는 작가와 PD를 선정하여 심층 인터뷰를 하여 프로그램 생산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와 반하는 결정을 하는 생산자들의 내적 갈등을 면밀하게 살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찰점을 제시하는 좋은 연구을 남겼다.

한선과 이오현[34]은 지역방송이 생존을 위한 유력한 활로라고 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 생산’을 실현하고 있지 못한 이유를 소통 부재의 문화, 경쟁 부재의 문화, 체념 문화, 위계 및 관료 문화, 인력양성 부재 문화 등의 생산(자) 문화”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연구의 결과가 현상의 특징들에 치중하여 다소 평면적인 한계를 보였다.

심홍진과 김세은[35]은 예능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연출자과 조연출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여 프로그램에 대한 예능 PD의 인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예능 프로그램 PD로서의 정체성, 제작 동기, 시청률에 대한 인식을 밝혔는데, 많지 않은 PD 연구라는 측면에서 성과가 있는 반면 PD들의 정체성이나 자질 및 성향이 매우 단면적으로 분석된 것이 아쉬웠다.

김미숙[36]은 1991년 외주제작정책 이후 등장하여 2000년대 중반 한류 열풍 이후에 드라마의 핵심 생산 주체로 성장한 드라마 기획 프로듀서의 연구를 수행하여 ‘창작자는 아니지만 드라마 생산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작가와 감독을 선별하고 드라마 기획을 주도하는 드라마 기획 프로듀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펴보았다. 아직 연구되지 못했던 드라마 기획 프로듀서에 대한 연구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통찰을 주었지만 1세대 기획 프로듀서 중심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용석 등[37]은 A급 작가 보유 여부에 따른 드라마 기획 방식의 차이가 작가주도형 기획 체계와 프로듀서주도형 기획 체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작가 주도형 기획 체계에 있어서 드라마 작가는 과거의 1인 집필 체계를 벗어나 보조 작가, 공동 작가를 채용하면서 집단 창작 체계를 구축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A급 작가를 확보하지 못한 방송사나 외주제작사는 일반 작가와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리스크를 회피하려 프로듀서 주도형 기획 체계를 택하며 외부 원작을 확보하려 하며, 기획 PD를 활용하여 기획의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여 드라마 기획 시스템을 살핀 점이 돋보이는 연구지만 내밀한 생산자들의 고민보다는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구조에 초점을 맞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위 연구들을 살펴보면 연구 대상이 되었던 직업적 생산자는 구성작가, 드라마 작가, PD군, FD, VJ 등 텔레비전의 다양한 생산자들이었고 방법론적으로는 역시 심층 인터뷰와 질적인 자료를 조합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에서 참여관찰도 시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생산자 연구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탐색적인 연구들도 많아 앞으로 생산자 연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도환기시킨다[14].

2. 미디어 생산자로서 방송 구성작가

우리나라 교양·예능 프로그램에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구성작가’라는 제작스태프가 있다. 비드라마, 즉 드라마가 아닌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PD와 협의하여 방송 내용을 기획하고 구성하며 섭외하고 최종 대본을 쓰는 일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미디어 생산자로서 구성작가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못했다. 우선 늘 바쁘게 쫓기는 구성작가들에게 접근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미디어 생산자로서 구성작가에 대해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성작가는 우리나라 교양·예능·라디오 등 비드라마 방송 제작과정에서 핵심 생산 주체로서 미디어 문화연구 내에서 주목해야만 할 연구 대상이다.

많지 않은 연구 속에서 구성작가라는 직업을 관통하여 진행한 몇몇 연구를 살펴보자. 육서영과 윤석민[38] 은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구성작가가 수행하는 역할 및 그 영향은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프로그램 내의 구성작가의 역할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구성작가가 활동하는 현장에 들어가 참여 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 장점이 있었으나 구성작가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편향성과 왜곡을 증폭시키는가 아니면 이러한 문제를완화시키는가 하는 관점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구성작가의 영향력 내지 저널리즘성의 발현을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추어 구성작가 전반에 걸친 업무 정체성과 다각적인 노동 경험을 살피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최현주와 이강형[39]은 방송작가 고용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였으나 양적 연구로 정책 방안 쪽에 초점을 맞춘 한계가 있어 구성작가들의 내밀한 노동 경험과 제작과정 안에서의 갈등을 살펴볼 수 없었다. 김순영[22]은 노동과정과 노동조건을 통해본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나 구성작가의 노동자성에 초점을 맞춘, 다소 법적인 시각을 가진 연구여서 심미화된 창의적 노동을 하는 구성작가의 다면적인 정체성이나 구체적인 노동 경험을 다루지는 못했다. 방송사 막내 작가의 노동 경험과 생존전략에 대한 박미정의 연구[40]는 석사논문이지만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방송사 막내 작가의 모습을 우리 시대 청년 여성노동자의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성작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니어서 미디어 생산자로서 구성작가가 처한 갈등을 살펴보고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희은과 노성철[41]은 프리랜서인 구성작가의 정규직화 사례를 추적하여 창의 노동자로서 구성작가의 불안정성과 그 개선방안을 고용관계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노동 불안정성의 다양한 층위를 조직 수준에서 분석한 성과가 있었지만 고용 형태에 초점을 맞춘 연구여서 미디어 생산자로서 다양한 상호작용과 문화 현상을 살피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신정아와 한희정 [42]은 구성 다큐 방송작가의 저작권 인식과 제도 정착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여 표준 집필계약서 작성과 기본원고료의 현실화, 저작권 사용에 관한 투명한 거래는 가장 시급하게 정착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하였으나 역시 저작권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 구성작가의 다층적인 면모를 살펴본 연구는 아니었다.

앞의 선행연구 검토에서 본 것처럼 구성작가에 대한 연구가 일부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노동자성, 저작권, 프로그램 내에서의 특별한 역할, 고용 안정화 등 제도적이거나 파편적인 연구가 주를 이루었으며, 심층 인터뷰와 참여관찰 등 질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문화연구 내 미디어 생산자 영역의 생산자 연구에서 추구하는, 개별생산자들이 수행하는 생산노동의 특징과 과정에 대한 탐구, 미디어 생산자들 사이의 노동관계가 변화하는 과정, 혹은 안에서의 상호작용, 미디어 생산과정을 둘러싼 문화와 권력의 문제를 탐구하는 연구는 거의 진척이 없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연구는 각 방송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협업 방송 구성작가의 구체적인 노동 경험과 체험을 반영한 자기기술지와 참여관찰, 그리고 다양한 질적 자료들을 조합하여 분석하여 구체적인 노동 경험과 업무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려고 한다.

Ⅲ. 연구 방법과 연구 문제

1. 민속지학적 접근방법과 두껍게 기술하기(thick description)

이 연구는 시사, 다큐멘터리, 라디오, 종합구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양프로그램을 집필하는 구성작가들의 생생한 체험을 기록한 자기기술지를 기반으로 미디어 생산문화와 관련된 질적 자료들을 분석하여 ‘두껍게 기술(thick description)’하는 질적 방법론을 적용하려고 한다.

미디어 영역 내의 질적 방법론은 해석적, 성찰적 연구를 지향하는 민속지학적 방법을 차용하고 있으며 민속 지학은 철학과 인류학 그리고 사회학 등의 영역에서 수십 년 동안 축적되어 온 광의의 해석학적인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용되는 민속지학의 방식은 철학에 있어서 현상학과 ‘시카고학파’의 작업과 상징적 상호작용론(social interactionism)으로 대표되는 사회학, 그리고 클리포드 기어츠 등이 시도한 인류학적인 접근(reflexive anthropology), 윌리암스의 문화유물론, 여성학에서 발원한 실험적인 몸으로 글쓰기와 “자기 민속지학 (auto-ethnography)” 등을 포함한다[14][43-45].

눈에 보이는 현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맥락적 심층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일찍이 인류학자인 클리포드 기어츠(Geertz)[46] 가 섬세하게 기술하여 인류학과 사회과학에서 넓게 수용되어 발전되었다. 기어츠는 해석학적 측면에서 상당한 통찰을 제시하는 두껍게 기술하기를 통해서 인간의 삶을 중층적으로 해석하며 본질적인 것을 밝혀내려고 했다[14].

기어츠(Geertz)[46]는 인간을 자신이 뿜어낸 의미의 그물 가운데 고정되어 있는 거미와 같은 존재로 파악했던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문화를 그 그물로 보고자 하였으며, 문화의 분석은 법칙을 추구하는 실험적 과학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의미를 추구하는 해석적 과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길버트 라일의 개념을 빌려서 두껍게 기술하기(thick description)와 얇게 기술하기 혹은 현상적인 기술(thin description)과의 분명한 차이를 밝혔다[14]. 이 연구에서는 기어츠의 기술하기(thick description)의 개념을 분석의 기본으로 삼아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다층적으로 이해하여 현상들을 두껍게 보고 분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2. 연구 대상과 연구 문제

방송 구성작가는 비드라마인 교양·예능·라디오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기획, 구성, 섭외, 대본 작성 등을 하며 방송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미디어 생산자이다. 1980 년대 초기에 등장하여 40년이 넘게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구성작가의 정체성과 노동경험, 직면하고 있는 갈등 상황, 제작진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경험을 탐구하기 위해 2021년 7월 10일부터 2021년 9월 13일에 걸쳐 교양·예능·라디오 등 다방면에 걸쳐 프로그램을 집필하고 있는 구성작가들을 섭외하였다. 연구자는 방송 제작의 내부자로서 구성작가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먼저 함께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 구성작가 중에 경력 20년 전후의 구성작가 C, G, J, K, M, P를 섭외하였고 그들을 통해 스노우 볼링 (snow-balling) 방법으로 서브 작가와 막내 작가의 경험이 있는 연구 대상 구성작가 20명을 구성하여 접촉하였다. 그 후 이 연구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구성작가의 역할과 정체성, 노동경험, PD와의 협업 과정 등에 대한 자기기술지 질문지를 보냈으며 비교적 상세한 답변을 받았다.

연구 대상 작가들은 적게는 5년 많게는 26년 동안 구성작가로 활동해왔으며 전체적으로는 20년 전후의 경력자가 많았다. 구성작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방송사공채부터 방송사 아카데미, 사설 방송 아카데미, 친구소개 등으로 다양했다(표1 참조). 스무 명의 연구 대상구성작가들의 심층적인 자기기술지와 언론 기사와 기타 질적 자료를 교차 분석하면서 구성작가의 정체성과노동 경험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1: 구성작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가?

연구 문제2: 구성작가들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떤 불평등을 경험하며, 이러한 불평등을 어떻게 수용하면서 미디어 생산자로서 생존하는가?

표 1. 자기기술지 응답자의 상세 프로필(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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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특정한 프로그램의 구성작가에 대한 연구는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각기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들 20명에 대한 질적 연구는 드문 경우여서, 프로그램 제작일정으로 바쁜 구성작가들의 심층적 인내용을 담은 자기기술지를 받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자기기술지를 전달하겠다는 시점에서 준비했던 방송 아이템이 무산되고 다시 방송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연구자는 긴박한 방송 현장의 일들을 지켜보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연구목적에 공감하면서 세밀하게 자기기술지를 작성하여 연구가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Ⅳ. 분석 및 논의

1. 구성작가는 공동연출이나 다름없는 ‘프로그램 제작본부’

1.1.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 생산 주체이자 미디어 문화생산자로서 구성작가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정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자신들을 ‘프로그램 제작본부 (B)’, ‘ PD와 함께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F)’, ‘기획부터 실제 방송이 가능하도록 판을 짜는 사람(J)’, ‘시작부터 끝까지, 공동연출이나 다름없는 사람(K)’,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의도와 맥락을 잡는 역할을 하는 사람(S)’, ‘프로그램의 틀을 잡고 색깔을 입히는 사람(O)’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프로그램 내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프로그램 내에서 구성작가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육서영과 윤석민[38]은 탐사 프로그램에서의 구성작가의 영향력을 ①정보·자료 찾기와 주장 보완 ② 간과할 수 있는 사실의 포착 ③비판·견제자로서의 역할 ④ 왜곡 가능성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프로그램 전 과정에서 구성작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는데[14], 탐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종합구성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예능, 라디오 등 다방면에 걸쳐있는 이 연구의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기존의 연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신들을 핵심적인 프로그램 생산 주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방송의 목적과 의도에 맞는 아이템을 찾고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거나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D)’한다거나 ‘새로운 사실, 혹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내 시청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행하는 역할(N)’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는데, 이는 공적 성격을 띠는 미디어를 통해 수용자에게 유익한 정보나 감동을 주고 콘텐츠를 통해 소통을 하려는 미디어 문화생산자로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구성작가들은 자신들을 프로그램 내적으로는 생산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의 생산 주체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고, 외적인 공공의 영역에서는 감동과 재미, 유익한 정보 등을 생산하여 수용자들에게 전달하는 미디어 문화생산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방송 구상작가들은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선별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한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문화생산자로서 방송콘텐츠를 제작할 가치가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구별하고 선택된 아이템들을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신들을 ‘협업’을 하는 존재로서 분명하게 규정짓고 있었다.

피디와 작가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한 편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약한 부분을 서포트 하고 창의력을 북돋우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협업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L)

‘구성작가’라고 하면 표면적으로는 글을 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직접 몸담아 제작을 하다 보면 어떤 포맷으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전반적인 일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기획부터 아이템 선택, 구성, 편집까지 전반적인 제작과정에 다 참여합니다.(M)

구성작가들이 직접 제시한 업무 내용을 살펴보면 끊임없는 협업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성작가의 구체적인 업무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림 1]에 나와 있는 일 외에도 프로그램에 따라 일이 더 추가되기도 했으며 구성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대상자들은 ‘인물 인터뷰 및 캐릭터 구축에 PD의 편집본 참여, 자막 검수까지(H)’ 하거나 함께 일하는 연출의 역량이나 성향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의 범위가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촬영 현장에 구성작가가 동행해서 현장 연출(K)’까지 하기도 하고, ‘기획, 취재, 구성, 섭외, 원고작성은 물론 출연자 컨디션 관리까지 모두 구성작가가 관여해야 프로그램이 돌아가며 (P)’, ‘프로그램 내용부터 마지막 잡일까지 전천후역할을 하는 게 구성작가(T)’라고 했다.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문구2 작성 같은 것도 구성작가의 업무에 속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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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구성작가의 업무 과정

구성작가의 본연의 일은 교양·예능·라디오 등 비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하고 대본을 쓰는 일이지만, 실제로 구성작가들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했다. 프로그램 핵심 생산 주체로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프로그램 내의 온갖 ‘잡일’까지 해내야 하는 구성작가들은 문화생산자로서 자부심과 경계 없는 노동 사이에서 균열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1.2.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은 구성작가와 피디의 노동 분담

초창기 구성작가로 일했던 이정혜[1]는 KBS의 <나의 회고록>3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에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멀티플레이어의 탄생’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주어진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출연자 섭외와 사전인터뷰, 사진 등 자료조사, 인터뷰 질문 만들기, 출연자 모교 등 관련 촬영 장소 섭외, 현장 촬영에서 진행 보조, 인터뷰 내용 기록, 편집구성안 작성은 기본이고 별관과 본관을 셔틀버스로 오가며 자막 의뢰, 카메라 및 차량 배정 신청, 필자 본인의 원고료 신청 등 영역도 없이 1인 몇 역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했다.(이정혜)

1980년대 초반을 전후해서 이동식 카메라인 ENG 카메라가 방송사에 보급되면서 교양프로그램 제작에 기동성이 생기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계속 찍어대는 방대한 양의 녹화분을 프리뷰4하고구성해서 대본까지 혼자 만들어야 했던 당시 PD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것이었다. ‘구성작가 1세대’라고 불리는 이정혜[1]은 1981년 방송 구성작가를 시작할 당시의 교양 PD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했다.

KBS <나의 회고록> 담당 PD는 1명, 출연자와 섭외는 주로 안국정 차장이 했지만 조연출도 없이 PD 혼자 촬영 이틀, 편집 이틀, 녹화 하루, 행정 업무 하루를 매주 계속해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는 통 얼굴을 볼 수 없었고 필자가 처음 인사하러 갔던 날도 컴컴한 편집실에서 겨우 통성명만 했다. (이정혜)

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구성작가의 등장은 위와 같은 과중한 교양 PD의 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이정혜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KBS 청소년프로그램이었던 <우리들 세계>에 출연했던 인연으로 대학 졸업 후 구성작가로 입문했는데, 과중한 PD의 업무를 분담하는 일부터 시작했다[1]. 그 후,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하고 대본을 집필하는 일은 구성작가가, 촬영을 나가고 편집을 하는 일은 PD가 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제작과정이 더욱 세분화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서 작가의 일인지 PD의 일인지 모호한 영역이 만들어졌는데, 그 일을 PD나 작가의 능력에 따라 PD가 하기도 하고 작가가 하기도 하면서 업무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경력도 다양해서 구성작가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과 구성작가의 업무가 아닌 데도 수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프로그램 기획, 섭외, 촬영구성안 작성, 대본 집필 등을 구성작가가 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었고, 촬영, 편집, 자막 뽑기(작성)5, 큐시트6 작성, 프리뷰, 공문작업7, 예고 작업, 협찬상품관리, 방송용 소품 준비 및 정리 등은 구성작가의 업무가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편집을 위해 필요한 편집구성안 작성의 경우, 프로그램마다 그 의미와 역할의 비중이 달라서 구성작가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SBS 아카데미 출신으로 매거진식 종합구성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주로 집필해온, 구성작가 24년 차인 K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구성작가와 PD의 업무, 구성작가와 PD의 공동업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표 2. 24년차 구성작가(K)가 제시한 구성작가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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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자막 뽑기와 큐시트 작성, 협찬상품 관리, PD가 편집과정에서 과도하게 작가에 의존하는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과도한 편집 파이널8(시사 전 단계에선 함께 협의하는 게 맞지만), 제가 일했던 곳들은 대부분 작가를 붙잡고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몇 날 며칠 파이널(편집)을 하는 곳이 많았어요. 편집 자체는 피디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작가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S)

큐시트 작성, 자막 뽑기, 협찬상품 관리. PD나 방송사 직원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프리랜서인 작가에게 협찬상품 관리를 맡기는 건 정말 부당합니다. 이는 조직 내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담당해야 합니다.(P)

구성작가 F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에는 작가가 대본을 보면서 출연자가 제대로 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서 빠진 부분이 있으면 PD와 함께 상의를 해서 대처를 해야 하는데, 작가의 업무가 전혀 아닌 야외 촬영 현장 진행업무까지 본 경험을 토로하면서 작가 본연의 일을 수행하는데 지장을 받았다고 했다. 라디오를 집필하고 있는 L은 PD가 선곡표 작성이나 청취자 선물 보내기 등 “본인이 해도 될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시켰다”면서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을 작가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전체적으로 대본 집필에 이르는 전 과정, 즉 아이템을 찾고 섭외를 하고 촬영구성안을 쓰고 대본을 집필하는 일은 자신들의 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편집, 자막 작성, 큐시트 작성, 그 외 행정적인 일들을 작가에게 맡기는 일은 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아이템 선정에서 섭외, 촬영, 편집, 대본 작성까지 혼자 해야 했던 PD의 과중한 업무를 분담하면서 생긴 구성작가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그 노동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노동 분담이 명확하지 않았고, 방송 제작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생긴 업무들을 고스란히 구성작가의 몫이 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 생산 현장의 권력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방송사나 제작사의 정규직인 PD가 프로그램 단위로 투입되어 일하고 있는 구성작가보다 입지가 탄탄한 고용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같은 업무 다른 처우, 고용구조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

2.1 구성작가가 느끼는 불평등은 제작시스템과 고용 형태의 문제

구성작가들은 업무 분담을 두고 PD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D는 직원이고, 작가는 프리랜서란 이유로 무조건 PD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D)’이고, ‘능력 없는 PD는 정규직원이라는 이유로 끝까지 살아남지만 작가는 그런 PD의 비위를 맞춰가며 일을 해야 하는 게 현실(O)’이며, ‘일할 때는 동료지만, 방송사 내에서 작가는 외부인 취급되는 게 대부분(T)’ 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성작가가 등장했던 1980년대 초반부터 긴밀한 협업을 하는 PD와 작가는 각각 회사 직원과 프리랜서로 고용 형태가 달랐다. 1991년 민영방송인 SBS가 개국하고 1990년대 중반에 케이블 TV 등장,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의 방송 제작까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방송 구성작가의 수도 큰 폭으로 늘었지만, 구성작가는 제작비에서 원고료를 받는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반면 PD는 대부분 방송사나 제작사의 정규직원 신분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제작과정은 훨씬 정교해지며 세분화됐고 그만큼 해야 하는 업무는 많아졌지만 세분화된 일만큼, 많아진 업무만큼 고용을 보장받지 못한 프리랜서인 구성작가의 일은 늘어만 갔다고 했다.

아이템 발굴과 섭외, 취재, 사전 촬영 구성 등 촬영 전까지 거의 80~90%를 작가 혼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외주 제작사의 경우 피디는 촬영과 편집 외에는 작가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방송의 경우 편집이 늦어 집필을 할 충분한 시간9이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I)

촬영 현장에서 피디가 +a의 역할을 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편집을 할 때도 일부, 작가가 옆에 붙어서 커트바리10까지 해야 하는 경우엔 ‘이럴 거면 VJ 쓰고 편집 기사랑 일하지’ 싶을 정도로 업무가 과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A)

이 외에도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일은 정규직처럼 하는데 처우는 비정규직(B)’이고, ‘PD와 작가는 갑을 관계로 PD 마인드가 프리랜서인 구성작가는 언제든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다는 태도(C)’로 인해서 ‘피디가 작가를 협력관계가 아닌 수직관계(P)’로 생각하는 것을 인지하며, ‘잘되면 PD 덕, 안되면 작가 탓하는 일부 제작사 및 제작자들의 횡포(N)’를 맞닥뜨리게 된다고 했다. ‘고생은 구성작가가 더 많이 했는데, PD라는 이유로 모든 공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PD도 있다(L).’ 고 했다.

구성작가는 PD와의 관계, 제작사나 방송사와의 관계 속에서 불평등을 수없이 경험하지만 이는 단순히 업무분담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시스템의 문제와 고용 형태의 문제를 포함한 제도적인 문제라고도 했다. 업무는 비슷한데 구성작가 등장 초기부터 PD는 공채직원으로 구성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관행이 굳어졌고, 고용이 불안정한 구성작가들은 구성작가의 업무가 아닌 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고 했다.

1980년대 구성작가 등장 초기에는 지금처럼 ‘구성작가’라는 명칭도 정확히 없었고, 또 구성작가를 양성하는 방송사나 사설 아카데미가 없었기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방송일과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만 했다. 당시 방송사에서는 프리랜서로 PD와 협력하여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 구성작가를 구하기 힘들어서 구성작가 한 사람이 몇 개의 프로그램을 맡는 등 귀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3].

1991년 외주제작정책이 시행되면서 방송사에서만 제작하던 방송 프로그램들을 외주제작사에서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에는 케이블 방송의 등장으로 구성작가가 방송 인력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방송사에서 제작사에 주는 제작비가 계속 줄어들었고, 기존의 케이블 방송에 2011년 종편채널까지개국하면서 지상파의 광고 수입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47]. 다른 채널 플랫폼 역시 한정된 국내 광고 수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 드라마에 비해서 부가 이익 창출이 적은 교양 프로그램 중심으로 제작비를 줄이는 정책을 썼다.

구성작가들은 방송제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는데, ‘제작비가 축소되었을 때 제일 먼저 작가인건비부터 깎고 보는 제작사들의 만연한 행태(E)’를 경험하면서 ‘프리랜서인 작가를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험(S)’을 한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외주 제작사에서 경험이 적은 PD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연차가 적은 PD의 능력 부족을 구성작가가 오롯이 메워야 한다고 했다.

피디의 능력 부족과 역량 부족으로 작가와 PD 사이의 불평등이 많이 일어나죠. 피디가 편집 할 때 자막을 생각하면서 스토리 라인을 생각하면서 편집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거나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다 구성작가가 프로그램에 부족한 부분을 메꿔야 하니 업무가 많아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잘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H)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작가의 고용과 임금 불안이 심화되자 문체부는 지난 2017년 12월 ‘방송작가표준 집필 계약서’를 만들어 방송사에 보급했지만, 이 계약서는 임금 지급 항목을 ‘원고료’로 특정해 놓는 등 드라마 작가 위주로 만들어 놓아서 온갖 잡무에 내몰리면서도 그의 대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구성작가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48]. 그렇다 보니 계약서를 썼다고 해서 고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잡무에서 벗어나지도 못해 무용지물 ‘계약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MBC 보도국에서 일하던 뉴스 작가 두 명은 계약서를 썼지만 해고당했다[49].

지금의 계약서는 1년 2년 기간을 보장한다는 형식적인 계약서만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하는 동안의 기간만 보장될 뿐, 1년이 지난 후, 2년이 지난 후 근거 없이 계약을 하지 않는 행태로 PD 마음대로 작가 해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M)

M의 지적대로 구성작가들이 당하는 노동과 고용의 불평등은 단순히 ‘계약서’를 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계약이란 관련되는 사람이나 조직체 사이에서 서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하여 글이나 말로 정하여 두는 것으로 ‘어떤 계약서’인지, 계약서에 들어가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계약을 했다 안 했다”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계약 기간을 단기가 아닌 장기로 정하고 업무별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세부 사항(기획력, 구성력, 시청률과 같은영향력) 등을 추가한 계약서를 마련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 눈치 안 보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M)

연구 대상 구성작가 M은 계약서 안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계약서를 방송사나 제작사 받아들여 불평등을 해소하는 계약에 이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편성 권력과 자본력을 가진 방송사나 자본력과 제작시스템을 가진 제작사가 이러한 내용의 계약 내용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채널 플랫폼이 많아지고 청년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 환경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려는 인력들이 많아져 방송작가 1 만 명 시대[42]가 넘어선 지 이미 오래고 전체 방송작가 중 대부분이 구성작가라 구성작가 인력 풀(pool)은 풍부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방송사나 제작사가 개별구성작가에게 ‘원하는 계약서’ 써주며 일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구성작가가 약자인 프리랜서라는 미디어 생산 내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해 보이기는 어려워 보이며, 방송 프로그램 생산의 핵심 주체로서 미디어 문화생산자로서 구성작가들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차원에서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2.2 ‘각자도생’의 생존전략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구성작가의 불안정한 고용이나 부당한 업무 분담이 방송 제작 구조와 고용 형태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자신들이 구성작가로서 미디어 생산영역에서 계속 일을 하기 위해서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일과 관련된 인간관계를 잘하는 전략이다.

고용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엔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줄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이 거의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본사의 경우에는 PD, 외주의 경우에는 메인 작가나 선배 작가들과 잘 지내는 것이지요. 물론 인간적인 관계보다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먼저이겠지만요.(I)

D는 ‘좋은 성격으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을 꼽았고, F도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S는 ‘많은 사람들과 인맥 쌓기’를 강조했다. 연차가 갈수록 자리는 없고 결국 알음알음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알아두고 구성작가로서 생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력과 능력을 쌓는 전략이다. G는 ‘끈기와 성실함을 탑재한 멀티맨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J는 ‘능력을 계속 업그레이는 하는 것’을 강조했다. K는 ‘무조건 실력만이 살길이라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잘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M은 ‘작가들이 살아남는 전략은 첫째도 둘째도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P는 좀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실력을 설명했다.

결국은 실력이 아닐까요. 필력은 물론 성실함과 책임감, 출연자와 스텝 관리 능력 모두가 작가의 실력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P)

세 번째 전략은 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전략이다. A는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게)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E 역시 ‘무조건 노력’하며 N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매 순간 맡은 일에 충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L은 열심히 하기 위해 누구의 일이던 최선을 다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일을 매우 열심히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거죠. 일단 프로그램을 같이 하기로 하면 저 같은 경우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업무만 딱 하고 빠지지 않고 구멍 나는 부분은 없는지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항상 생각하는 편입니다. 일단 한 배를 타면 그 팀은 서로가 서로의 장단점을 메꿔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겠죠. (L)

네 번째 전략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구성작가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틈새시장을 발견(H)’하거나 ‘대기업 사내 방송이나 경찰청, 검찰청 등의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여러 진로를 모색(C)’했으며 ‘제작뿐 아니라 관리업무를 병행하고, 제작보다 기획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으면서(R)’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며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사회, 경제,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항상 눈을 뜨고 흐름을 읽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저 같은 경우는 방송뿐만 아니라 각종 기관, 기업, 단체 등에서 홍보영상이나 기획, 취재기사 작성 등 구성작가를 하면서 키운 능력들을 최대한 활용해 바운더리를 넓혀왔습니다. 특히, 불안한 방송 고용시장에서 전문 분야(보험, 증권, 부동산, 스포츠 등)를 만드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G)

연구 대상 구성작가들은 부당한 업무 수행과 고용의 불안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 일과 관련된 인간관계를 잘하면서 실력과 능력을 쌓으며, 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미디어 노동을 둘러싼 신자유주의 시각이 담겨 있다.

신자유주의 가치에 충실한 리트비터(Leadbeater) [50]는 인재 주도형 경제를 주창하며 민주주의, 결속, 관료제 등 노동에 적용되어 오던 용어들을 대신하여 신용, 자기 신뢰, 혁신, 창의성, 위험 감수라는 용어를 소개하고 개인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14]. 신자유주의가 물고 인재 주도형 경제는 직업을 개별화시키고 개인의 능력으로 살아남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포장하였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 미디어 분야는 가장 영향력이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곳이 되었다[14].

이미 오랜 시간 방송 제작 현장에서 힘없는 프리랜서로 생존하면서 구성작가들은 미디어 분야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어셀(Ursell)[51] 이텔레비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에 대한 열정에 어떻게 지배당하는지를 지적한 것처럼 구성작가들 역시 부당한 처우와 불평등의 상황을 자신의 열정으로 이겨내려는 양상을 보였다.

Ⅴ. 맺는말

이 연구 결과, 우리나라 교양·다큐·예능·시사·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방송 구성작가들은 자신들을 방송 프로그램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공동연출이나 다름없는 ‘프로그램 제작본부’로 여기며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내용과 구성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시청자인 수용자들에게는 감동과 재미,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통하는 문화생산자로서 정체성도 가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매우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작가들은 동료인 PD와 ‘협업하는 존재’로서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PD의 업무를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편집과정에서 과도하게 작가에게 의존하는 일, 촬영 현장에서 현장 진행까지 보게 하는 경우 등 명백한 PD의 업무까지 떠넘기는 관행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자막 뽑기, 큐시트 작성, 프리뷰, 공문 작업, 협찬상품 관리 등 구성작가의 업무가 아닌 것을 떠넘기며 온갖 ‘잡일’을 구성작가가 하도록 하는 제작 현장의 현실이 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은 PD는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작가는 소모품처럼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방송 제작 구조와 부당한 고용 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문제를 구성작가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히 알고 있어서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는 생존전략을 쓰고 있었다. 첫째, 일과 관련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 둘째, 실력과 능력을 쌓는 것, 셋째, 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 넷째, 자신의 영역을 넓혀서 활동하는 것 등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은 ‘개인의 능력으로 살아남는 것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신자유주의의 인재 주도형 경제 개념과 맞닿아 있었으며 텔레비전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에 어떻게 지배당하는지도 보여준다.

1980년 구성작가 등장 초기 때부터 PD와의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방송과정에 세분화되면서 발생되는 많은 업무가 구성작가의 일이 되었다. 구성작가의 처우와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표준계약서가 등장하였지만 애초에 구성작가와 제작사·방송사가 동등한 계약을 하기에는 일을 하려는 구성작가의 수는 너무 많고 직업의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져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디어 생산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구성작가들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 방송 제작에 헌신하는, 미디어 노동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구성작가의 업무 정체성과 노동 경험을 탐구한 이 연구는 미디어 문화연구 내에 생산자 연구, 텍스트 연구, 수용자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한 생산자 연구를 확장시켰다는 점, 구성작가의 체험이 반영된 자기기술지를 통해 구성작가의 업무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또 다른 생산 주체인 PD와의 업무를 둘러싼 역학관계를 살펴보고 제도적 압박과 제작시스템의 문제도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연구대상이 구성작가들로 한정되어 있어 중요한 협업의 상대자인 PD와 구성작가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구성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과정에 대한 탐구, 고용 불안정과 불평등을 경험하면서도 일을 계속하고 있는 구성작가들의 내밀한 모습까지는 들여다보지 못해서 심미적 노동을 하는 미디어 노동자로서 구성작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앞으로 교양프로그램에서 중요한 협업 관계인 구성작가와 PD가 함께 참여하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또한 심미적인 노동을 하는 구성작가들의 방송 입문과 성장과 꿈 등에 초점을 맞추어 미디어 생산자로서 구성작가를 좀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후속 연구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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