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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적용될 메타버스 시대를 위한 확장된 공감의 역할

Expanded Role of Empathy in Metaverse Environment Where AI is Applied

  • 이현정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 투고 : 2021.10.13
  • 심사 : 2021.11.08
  • 발행 : 2021.11.28

초록

팬데믹에 의해 직접적인 교류가 제한되면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인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그로 인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AI-인간 사이 친교가 인간-인간의 관계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인간성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써 공감의 가치를 강조했으며, 동시에 공감의 개념과 역할이 앞으로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실증연구를 통해 현재 수준에서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와 현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았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AI가 메타버스에 적용된 환경에서의 사회적 관계 양상 변화를 예측해보았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시대, 인간의 가치가 존중된 미래사회를 만드는 역할로써 '디지털휴먼공감'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As face-to-face social exchanges are limited by the pandemic, the influence of the metaverse, a virtual space crosses virtual and reality, is gradually expanding. Various metaverse platforms are currently taking advanced AI technology to provide users with a more diverse experience. However, as a result, if AI-human communion in the metaverse space is as active as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this may lead to side effects that threaten humanity. This study emphasized the value of empathy as a way to minimize the side effects, and suggested that the concept and role of empathy need to be expanded. Accordingly, we conducted an empirical study to examine the difference between social relationship in the metaverse and in real life at the current level, and based on the results, we predicted the future social relationship in the environment where AI was applied to the metaverse. Combining the study, we proposed "Digital Human Empathy" for human dignity in the digital age.

키워드

I. 서론

21세기에 접어들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방식은 점점 더 다양해져 가고 있다. 모바일디바이스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즉각적인 정보전달과 확산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만남의 과정은 점차 생략되고, 교류에 의한 가치생산은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특히 팬데믹에 의해 직접적인 교류가 제한되자, 온라인 및 가상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하였다[1].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개념인 ‘메타버스(metaverse)’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국적 회계법인 PwC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시장은 2019년에 전 세계에서 464억 달러 규모를 차지했으나, 2025 년 무려 10배 이상인 4, 76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2030년에는 1조 5천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2021년 시각효과, 그래픽카드, 웨어러블 제조사 등 메타버스 관련 기업 가치는 지난해 대비 최대 600%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었다[3].

특히 메타버스는 현재 미래사회의 주역인 10대들에게 하나의 일상과 같은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tatista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9월 기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미국 내 이용자의 연령대는 9세 이하가 25%, 9~12세가 29%, 13~16세가 13%, 17~24세가 16%를 차지했다[4]. 이 자료는 로블록스 이용자 중 무려 67%가 16세 이하임을 보여준다. 국내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전체 이용자 중 10대의 비중이 80%로 압도적이다[5].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지만, 메타버스가 최초로 구현되어 서비스가 이루어진 역사는 20년에 가깝다. 최초의 메타버스인 <세컨드라이프>는당시 이용자들이 가상세계에서 기대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6]. 그러나 현재, 네트워크 기술 혁신과 더불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투자가 이어지며 메타버스는 과거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다[5].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메타버스에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낳는 것이 사실이다. Harari는 우리 일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터넷이 세상에 퍼지는 과정에서 어떤 누구의 동의도 받은 바가 없듯, 또 다른 기술이 주도하게 될 미래 역시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막기란 쉽지 않음을 언급했다[7]. 특히 메타버스가 미래의 주역인 10대들을 중심으로 무시 못할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준비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메타버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메타버스에 AI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미래사회에 대해 예측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써 확장된 공감의 역할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그동안 인간의 관계성 회복에서 중요한 역량으로 주목받아 온 공감이라는 개념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게 될 미래에서 요구되는 역할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연구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연구문제 1. 현재 메타버스의 사회적 영향력은 현실사회와 비교하여 얼마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가.

연구문제 2. AI가 메타버스에 적용된 환경에서 사회적 관계 양상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연구문제 3. AI와 인간의 사회적 교류가 수행될 미래사회에 공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II. 이론적 배경

1.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공감의 확장

1996년 Rizzolatti 연구팀이 발견한 ‘거울신경세포 (mirror neurons)’는 공감 능력이 인간을 비롯한 몇몇동물들에게 내재한 본성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다 [8]. 그럼에도 과거 여러 세기 동안 제도와 관습 등에의 해 사회의 밑바닥에 해당하는 수많은 사람이 핍박받거나, 업신여겨졌으며 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이어져 온 것은 아이러니다. 이와 관련하여 Inglehart 등은 생존과 관련지어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생존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문화적 다양성은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에 위험한 것으로 치부됐지만, 현재는 생존을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것이 비로소 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9]. 실제로 공감이 심리학에서 연구되기 시작한 시기는 산업혁명과 맞물려 있다. Rifkin은이 시기를 가리켜 “심리학적 의식의 시대”라고 불렀다 [10].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풍요로움은 우리의 공감 의식을 일깨웠으며,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인 성숙을 거듭하며 우리의 정신과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학의 토대에서 연구되고 발전해 온 공감의 개념은 여러 학자의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었다.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연구들에서 공감은 인지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 사이, 연구자들 간 견해 차이를 보였다. 공감(Einfühlu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이론적으로 설명한 Lipps는 공감을 정서적 현상의 차원에서 설명하였다[11]. 반면 Köhler는 공감의 의미에 대해 타인의 감정을 나누는 영역과 선을 그으며,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12]. 그러나 결국 이들 연구 대부분은 공감에 대해 타인을 지각하는 능력, 기질, 본능 등으로 설명하며 특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공통성을 가졌다. 특히 이들 연구는 도덕적 관점과 연관 지어 공감이라는 특성을 인성과 연결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수행된 실험연구, 임상연구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감을 인간이 가진 하나의 기질로써 보거나 공감 자체의 도구적 특성에 집중하는 등, 정형화된 틀로써 인간을 해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써 공감을 바라보는 양상을 나타내었다[13].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공감 그 자체의 특성을 탐색하는 연구보다는 공감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는 연구도 다수 행해졌다. 특히 Rogers는 상담의 과정에서 공감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그는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의 공감 반응에 따라 상담의 효과 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14]. 20세기 후반 심리학 분야에서는 개인의 지적 수준을 의미하는 IQ(Intelligence Quotient) 지수와 수행능력 사이 연관성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다수 소개되면서, IQ가 높은 사람이 그렇지않은 사람들보다 성공적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그러나 IQ가 높은 모든 사람이 성공적은 아니며, 이는 정서적 수준이 높은 특정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서적 수준을 설명하는 EQ(Emotional Quotient)이 각광을 받았다[15]. 이와 함께 EQ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는 공감이 교육이나 훈련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공감이 노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은 Singer 등 연구팀이 수행한 다양한 뇌 과학 실험을 통해 객관성이 뒷받침되기도 하였다[16][17].

그리고 Segal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가 잦아지는 복잡화된 사회 속에서 적합한 공감의 개념으로써 사회적 공감을 제안하였다. 사회적 공감은 기존의 공감이 포함하는 의미에서 나아가 사회적 정의 실현의 범위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그녀는 공감이 선(good)을 행하기 위한 행동이라 설명했는데, 공감은 성격이 다른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기 어려우므로 개인적 공감에서 확장된 형태의 사회적 공감을 구상하였다[18]. 사회인지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통합적으로 적용된 사회적 공감 모델은 [그림 1]과 같이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개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감의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역사적, 사회경제적 맥락에 대한 불평등이나 불균형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수용하면 이는 사회적 공감이 목표로 하는 사회적 정의 증진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19]. 공감의 목표는 결국 사회 전반에서 평등함의 실현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으로, 개인적 공감은 개인의 행복에, 사회적 공감은 사회적 연결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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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사회적 공감 개념도[19]

그런데 Rifkin은 역설적으로 엔트로피의 이면을 공감과 연결하여 바라보았다[10]. 산업혁명은 세계의 도시에 생산 시설과 인구를 집중시켰다. 인류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발생 되는 엔트로피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엔트로피는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자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적 질서를 도모하는 공감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 모른다. 이에 더해, 우리 인류의 생활공간은 현실을 넘어 가상의 세계까지 뻗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가 펼쳐지는 과정에 엔트로피 발생은 불가피하다. 이는 가속화되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함께 공감의 역할과 범위도 확장되어야 할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2. CMC의 장으로써 메타버스와 사회적 교류

메타버스는 CMC가 수행되는 하나의 공간 중 하나다. CMC는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의 약자로, 컴퓨팅 디바이스를 매개로 한 소통방식을 의미한다. 인터넷이 소통의 수단으로써 활용된 초기에 CMC는 대면적인 상호작용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차갑거나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인식되었다. CMC는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표정이나 목소리 등으로 전달되는 사회적 맥락을 담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기계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비인격적인 느낌을 전달하며, 매체별로 가져야 하는 에티켓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20].

수십 년이 지난 현재, CMC를 수행하는 매체들도 다양해졌으며, 이에 따라 CMC를 일관된 방식으로 특정지어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을 통해서도 소통할 수 있고, 이모티콘이나 이미지를 이용해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매체나 디바이스를 통하건, 커뮤니케이션 상대는 익명성을 가진다는 점과 시공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면적인 상호작용과 분명히 구분된다. 이런 특징은 한편으론 Berger와 Bradac 이 설명하는 인지적 불확실성을 가지며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21].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익명성이라는 안전장치를 이용해 자신을 마음껏 드러날 수 있게 하여 사회적 동질감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가진다[22].

현재 CMC에 의한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장으로서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미국의 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의 유형을 [그림 2] 와 같이 구현기술적 측면(가상현실로의 확장 vs. 현실적인 구현) 과 경험적 측면(개인 활동 vs. 외부환경 체험)에 따라 네 가지 형태의 시나리오로 설명하였다[23]. 현재 서비스되는 메타버스는 대부분 네 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의 확장된 형태로서 메타버스에서 수행되는 CMC에 의한 사회적 관계는 현실보다 진지함이 다소 낮은 양상을 보였던 이전의 CMC에 의한 관계와는 다른 특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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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메타버스의 네 가지 유형[23]

3. AI의 적용에 따라 예측되는 메타버스의 변화

현재 메타버스는 혁신적 변화를 앞두고 있고, 그 중심에는 AI기술이 있다. 여러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은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 게임업계는 메타버스에 AI엔진 기술을 접목시킨 콘텐츠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음이 보도된 바 있다[24]. 이러한 움직임은 메타버스 내 경험의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목적 이외에도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사용자들의 활동은 자동적으로 데이터로 남겨지기 때문에, 중요한 데이터 자산이 생산된다는 측면에서 AI 활용에 대한 높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25]. 개발자이자 소프트웨어 전문서적의 저자인 Elliott는 AI가 메타버스의 자산이나, 아트워크,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뿐 아니라 구축과정에서 실시간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나가는 가능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26]. 이는 메타버스가 산업적 활용 가치를 생산하는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메타버스에 대한 AI 기술적용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AI는 인간과 자유로운 대화와 교감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구글의 CEO Pichai가 AI 비서 서비스 듀플렉스가 미용실 예약 통화하는 과정을 선보였던 개발자 컨퍼런스 이후 벌써 3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현재의 AI는 인간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자랑한다. 2014년 출시 이후 6억 6000 만 이상의 구매가 이루어진 Microsoft사의 AI 챗봇 샤오아이스(XiaoIce)는 사용자들 중 상당수가 샤오아이스와 장기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인간과 공감하는 AI의 가능성을 검증한바 있다[27].

이와 같은 수준의 AI가 메타버스에 적용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메타버스는 인간과 AI 간 적극적인 교감을 나누는 메카와 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의 메타버스에서 수행되는 인간과 인간 간 교류 외에도 활발한 인간과 AI, 또는 AI 간의 교류도 충분히 메타버스 세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AI간 교류에 의해 발생되는 정보나 가치관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설명한다. [표 1]에서는 앞선 문헌연구에서 도출한 시대변화의 특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 의해 강조되어온 공감의 역할을 정리하고, 현재 부각되고 있는 기술발전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양상을 토대로 미래사회의 특징을 예측하였다. 앞으로의 시대는 AI와 인간이 자유롭게 교감할 만큼 발전이 기대되고 있으며, 가상공간은 현실공간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의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측에 따라 미래사회의 연결이 기계 주도로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정의를 위해 공감은 “인간성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표 1. 시대변화의 특징과 공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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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실증연구

김관규는 2002년 CMC를 통한 인간관계의 특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조사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28]. 당시 연구에서는 친밀함을 느끼는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행동들을 바탕으로 설문 문항을 구성하고, 현실에서의 인간관계와 CMC를 통한 인간관계 수준을 측정하였다. 당시 연구결과 총 21 개의 문항 중 두 개 문항을 제외하고 CMC를 통한 인간관계의 친밀도가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데 유의한 결과값이 도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추가로 관계에서 발생되는 스트레스와 같은 역기능에 대한 8개의 문항에 대해서도 설문을 진행했는데, 이 중네 개의 문항에서 유의한 결과 값이 도출되었다. 이들 문항에서도 한 개(관계를 쉽게 단절할 수 있다)를 제외하고 현실관계의 값이 CMC보다 높게 측정되어 현실 속 관계에서 CMC에 의한 인간관계보다 친밀함을 더 가까이 느끼는 반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높을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내 CMC에 의한 사회적 관계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김관규가 개발하고 활용했던 도구를 동일하게 이용하였다. 이는 과거의 CMC를 통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인식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를 통한 사회적 관계 평가 수준을 과거의 매체와 비교하여 고찰해볼 수 있도록 한다. 설문조사는 리서치기관 엠브레인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메타버스를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대상에 대해 설문을 진행해야 하므로, 사전조사에서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플랫폼에 ‘없다’를 선택한 경우, 설문에서 제외되었다. 설문은 2021년 6월 17 일부터 6월 21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다. 총 1425명이 응답하였고, 이 중 불성실하게 답변하거나 부적격한 응답지를 제외하여, 총 550건의 응답에 대해 분석을 실시하였다.

설문 내용은 현실공간에서 느끼는 인간관계 발전 수준에 대한 21문항과 역기능 8문항을 질문하고, 동일한문 항에 대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느끼는 인간관계 수준 및 역기능을 질문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조사 결과는 SPSS 통계 프로그램의 대응표본 t검정을 이용해 각각의 문항에 대하여 응답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관계 수준의 정도 차이를 분석하였다.

1. 조사 대상

본 연구 응답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표 2]와 같다. 총 550명의 응답자 중 남성 272명, 여성 278명을 차지하고, 응답자의 거주지는 서울 114명, 경기 162명,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 137명, 강원· 충청·전라·경상·제주·세종 등 기타 시도는 137명으로 분포했다. 응답자의 연령층은 10대 168명(14~16세 88명, 17~19세 80명), 20대 92명, 30대 112명, 40대 이상 178명(40대 166명, 50대 12명)으로 구성되었다.

표 2. 응답자 인구통계학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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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사 대상의 메타버스 이용 성향

본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응답자들의 메타버스 이용 성향을 살펴보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수행했다. 우선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묻는 문항에 <마인크래프트>라고 응답한 수가 2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로블록스>를 응답한 수가 134명,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응답한 수가 131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제페토>를 응답한 수는 60 명이었다. 그밖에 5명이 <포트나이트>를, 1명이 <어스2 를> 주기적으로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 주요 이용 플랫폼은 [표 3]과 같다.

표 3. 응답자 연령대별 주요 이용 메타버스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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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메타버스의 이용목적에 대해서도 질문했는데, 복합적인 재미요소를 가지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용목적이 하나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1순위~3순위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또한 이용목적이 1개만 있는 경우, 1순위만 체크하도록, 2개만 있는 경우 2개만 체크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표4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순위에서는 게임을 이용목적으로 선택한 이용자의 수가 410명으로 74.5%의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다른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선택한 이용자는 88명이었고, 그 밖에 아이돌 팬 활동, 수익 목적 활동 등을 선택하였다. 2순위로는 다른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선택한 이용자의 수가 17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게임을 선택한 이용자가 81명을 차지했다. 기타를 선택한 이용자들의 응답에는 ‘아이와 놀아줄 때’, ‘시설 건축’, ‘그냥’, ‘친구들과 함께 즐기려고’, ‘아바타 꾸미기’, ‘재미’, ‘동향 살피기’, ‘콘텐츠 제작’, ‘메타버스 경험하기’ 등이 있었다. 이용목적에 관한 내용은 메타버스에서 게임콘텐츠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표 4. 응답자 메타버스 이용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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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응답자들의 이용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이용 빈도를 질문하였다. 주 1~2일 가볍게 사용하는 라이트 유저는 2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주 3~4일 사용자는 166명이었으며 주 5일 이상 사용하는 유저의 수는 103명을 차지했다. 주 5일 이상 사용자 중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이용한다고 응답한 대상은 53명으로 집계되었다. 연령대별 이용 빈도는 [표 5]와 같다. 이와 더불어 응답자들의 하루 이용 시간도 질문하였는데, 2~3시간 응답자가 28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시간 이하가 193명으로 많았으며, 4~5시간 이용이 60명, 6~7시간 이용이 8명, 8시간 이용하는 사람이 1명으로 집계되었다. 연령대별 빈도는 [표 6]과 같다. 이러한 응답들은 현재 응답자들의 메타버스 이용이 대체로 현실의 생활을 대신에 해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며, 여가활동의 하나로 메타버스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5. 응답자 연령대별 이용 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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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응답자 연령대별 이용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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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연구결과

1. 실증연구 분석결과

본 실증연구에서는 메타버스 시간투자 정도에 따른메타버스 이용자의 사회적 관계 성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에 이용 빈도와 이용시간을 근거로 시간 투자 정도에 대한 분류를 [표 7]과 같이 정리하였다. 라이트 유저는 매주 1~2회 정도로 메타버스 이용 빈도도 매우 낮고, 이용시간 또한 짧은 이용자로 정의하였다. 미디엄 라이트 유저는 이용 빈도는 1~2회 정도로 짧으나, 1회 2시간 이상 이용자로 설정하여, 메타버스 이용이 잦지는 않지만 메타버스 이용에 어느 정도 몰입감을 느끼는 이용자로 정의하였다. 미디엄 유저는 주 3~4회 이용자로 좀 더 적극적인 이용을 하고 있으나, 이용시간은 3 시간 이하로써 메타버스 세계에 대한 시간투자 정도는 다소 낮은 이용자로 정의하였다. 마지막으로 하드 유저는 주 3~4회 이용자들 중 1회 4시간 이상을 시간 투자하는 이용자들과 주 5회 이상 거의 매일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유저들로서 메타버스 이용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이용자들로 정의하였다.

표 7. 메타버스 시간투자정도에 따른 분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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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들 이용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평균값과 표준편차를 앞서 정의한 시간투자정도에 따른 분류별로 [표 8]과 같이 정리하였다. 각 항목의 응답 결과에 대한 평균값을 살펴보면, 모든 항목에서 메타버스 내 이용자들과의 사회적 관계 수준보다 현실에서 더 친밀함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타버스 시간 투자 정도에 따른 항목 대부분에서는 메타버스 시간 투자 정도가 높을수록 메타버스나 현실에서의 관계에서나 평균값이 점차 향상되는 양상을 보인다. 라이트 유저 집단에서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 평균치는 대체로 2점대에 머물고 있는데, 하드 유저 집단의 평균은 대체로 3점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표 8]에는 대응 표본에 대한 t 검정 통계량을 정리하여 두 가지 사회적 관계에 대한 평가 차이가 발생할 확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대체로 시간투자정도가 높아질수록 t 검정 통계량의 절대값이 줄어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사실 t 검정 통계량은 두 모집단 평균의 차이 유무에 따라 표본의 크기가 클수록 커지기 때문에 t 검정 통계량의 절대적 크기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29]. 그러나 본 연구의 비교 대상들은 표본 수가 비슷하므로 [표 9]에서 제시된 절대값을 바탕으로 집단별 차이를 가늠하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표 8. 메타버스 시간투자정도 별 발전적 관계 특징 비교(표준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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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9. 메타버스 시간투자정도 별 발전적 관계 수준 t 검정 통계량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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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메타버스 내 인간관계에서 ‘문 4. 개인적인 비밀까지 공유함’, ‘문11. 신상에 관해 잘 알고 있음’, ‘문12. 우리가 친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앎’ 의 항목들에서 라이트 유저들에게 평균 2.5 아래의 평가를 받았고 다른 유저들에게도 평균 2점대의 평가를 받았다. 해당 항목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메타버스 내 공간에서 좀 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반대로 ‘문20. 대화하면 재미있음’에 대해서는 모든 유저 분류에서 3 이상의 평균점수를 받았는데, 해당 항목의 현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평가 역시 4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어느 정도 지지해주고 있다.

두 사회적 관계에 대한 평가차이를 보여주는 t 검정 통계량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문 19.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이라는 문항이었다. 해당 결과는 응답자들이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에 대해 현실에 비해 단발적일 수 있는 관계로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에 비교적 덜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고 볼 수 있는 한편, 관계 형성이 주는 부담을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내려놓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시킬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반면 ‘문 17. 우리들만이 통하는 비밀스런용어를 사용’에 대한 문항은 t 검정 통계량에서 다른 문항보다 유의성이 낮거나 유의하지 않았다. 이 문항은 사회적 관계의 특별함을 설명한다. 해당 문항에 대한메타버스와 현실의 평균값이 보통 정도임을 토대로 보았을 때, 응답자들이 현실의 사회적 관계를 크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는 메타버스 내 관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임을 설명한다. 다만 라이트와 미디엄 라이트 유저들의 경우 현실과 메타버스 사이 유의한 차이를 가졌다. 또한 해당 문항에 대한 평균값도 라이트나 미디엄 라이트 유저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메타버스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유저들은 메타버스 내 관계의 특별함을 현실 관계만큼 특별하게 느끼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표 10]에서는 사회적 관계와 관련하여 역기능적 특징을 조사한 내용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이용 빈도 별로 분류하였다. 사회적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을 의미하는 역기능에 관한 질문에서는 앞선 문항들과는 달리 질문 대부분에서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가 현실의 관계보다 비슷하거나 높게 평가되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표 11]에서 대응 표본 t 검정을 수행한 결과 값을 정리하였는데, 앞선 결과에서 대부분 유의한 수준에서 사회적 관계를 보인 것과는 다르게, 역기능에 관한 질문에서는 ‘문23. 교류가 유익하지 않음’, ‘문29. 관계를 쉽게 단절할 수 있음’에 대해서만 유의미한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다. 해당 문항은 사회적 관계 자체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된 질문들로, 앞선 ‘문 19. 관계가 오랫동안지속될 것으로 생각’과 비슷한 문항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문항에서 유의적 차이가 도출된 결과는 현실 속 교류보다 메타버스 내 교류에 덜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는 해석과 메타버스 공간이 이용자들에게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표 10. 메타버스 시간투자정도 별 역기능적 관계 특징 비교(표준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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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 메타버스 몰입정도 별 역기능적 관계 t검정통계량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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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투자정도 별 평균값의 차이를 살펴보면, ‘문28. 타인과의 관계에 지장을 줌’ 문항에서 하드유저로 갈수록 평균값이 소폭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항목을 제외하고는 시간투자정도와 역기능적 관계가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문항들이 교류 자체에서 느끼는 불편을 질문하는 것과는 달리 문 28에서는 해당 교류가 나의 다른 교류에 미치는 영향을 질문하고 있다. 비록 현재 측정된 영향력은 2.5 아래로 보통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해당 결과는 메타버스내 사회적 관계 수준이 높아진다면 현실 내 사회적 관계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2. 확장된 공감개념 제안

실증연구의 결과는 대체로 메타버스 이용 빈도가 늘어날수록 메타버스와 현실 공간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영향력의 차이가 줄어듦을 보여주었다. 응답자의 무려 74.5%가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목적의 1순위를 게임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미루어, 응답자들의 현재 메타버스 이용에서 사회적 관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은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활동 공간으로써 확장될 경우, 제 2의 사회활동의 장과 같은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을 짐작게 한다. 전염병으로 인해 이미 메타버스는 다양한 공식 행사와 홍보의 장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메타버스의 이용시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기업들은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AI는 인간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까지 발전하였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AI의 Machine Learning 기술은 기존 인간의 행위를 습득하여 반영한 결과를 행하는 방식을 취한다[30]. 이는 AI와의 교류가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차별이나 멸시 등과 같은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교류방식을 자주 보이면 보일수록 AI도 그러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시키려는 경향성이 짙어질 것이며, 반대로 우리가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AI도 그러한 태도를 배울 것이다. 그리고 메타버스 환경에서 AI와 인간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미래, 우리는 AI 가우리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AI는 우리 내면의 일부 태도나 가치관들을 사회적 범위로 부각하는 일종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인 동시에, 우리 행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이전보다 무겁게 지워질 것임을 설명한다.

본 연구는 이렇게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게 될 인류가 계속해서 행복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 등이 더욱 섬세한 생각의 과정을 거친 결과로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사회적 공감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수용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여기에서 나아가 우리와 언어적인 교류가 어려운 동식물이나 생명이 없는 물건들에도 공감하는 범위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공감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인 인간의 행복 증진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류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회용 쓰레기에 감정적 교류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일회용 쓰레기가 생산되고 버려지는 과정을 맥락에 따라 생각하며 더러워진 공간에 공감하면,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환경에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리 인류는 우리와 다른 표정이나 행동 체계를 가진 동물이나 곤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행복한 환경 속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만드는 과정을 연상하며 공감한다면, 이들의 건강한 삶을 보호하는 것에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동식물이나 물건에 대한 긍정적인 삶과 연관 지어 공감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책임을 우리가 강하게 가지게 되면, 이는 AI와의 교류 과정을 통해 생각을 촉진 시키며 사회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AI와 교류하게 될 미래 메타버스시대에서도 공감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인 사회적 실현을 통한 인간의 행복 증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감 개념의 확장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에 ‘디지털 휴먼 공감(Digital Human Empathy)’이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티지털휴먼공감은 ‘디지털휴먼’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AI의 개념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이전과는 다른 특이한 양상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공감의 의미 역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함축한다. 디지털휴먼공감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간 사이 관계에서 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공감에서 나아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보다 광범위한 관계에서도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V.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미의 확장이 제안되어왔던 공감의 개념에 대해 주목하고, 미래사회에 적합한 공감 개념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공감은 기술발전의 이면에 있는 날로 증가하는 엔트로피로 인한 인간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써 지속적으로 그 의미와 역할이 확장됐다. Lipps, Köhler 등에 의해 진행되었던 20세기 초반의 심리학 연구에서 공감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11][12]. 그렇지만 첨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 Segal 등을 주축으로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만들려는 방안으로써 공감의 역할이 강조되었다[18]. 그리고 본 연구는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변화의 조류가 빨라지는 현재, 인간 행복 증진을 위해 공감의 의미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고, 메타버스 속 관계와 현실 속 인간관계 양상을 비교하며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찾았다.

설문 분석 결과, 응답자들이 유의한 수준에서 현실 속 관계에서 메타버스 속 관계보다 발전적 특징을 강하게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응답자의 70% 이상의메타버스 이용목적의 우선순위가 게임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목적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아직은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사회를 대체할 만큼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응답자의 메타버스 이용에 대한시간 투자 정도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했을 때, 여러 문항에서 시간투자정도가 높을수록 현실의 사회적 관계 간 차이가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내 활동이 더 다양해지며 메타버스 이용 빈도가 높아지게 될 미래, 메타버스 내의 사회적 관계는 현실을 대체할 수도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내 사회적 관계에 대한 태도 및 지속성에 대해 질문한 세 가지 문항에서 모두 유의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해당 결과는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느껴질 수 있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앞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사회적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메타버스 내 사회적 교류가 현재보다 빈번해지고, 여기에 더해 미래의 메타버스에서는 인간과 AI가 정서적으로 활발히 교류하게 된다면 인간은 AI의 언행과 가치관 등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영향을 주는 역할로써 책임의 무게가 크게 지워질 것이다. 이러한 책임을 다하는 수행방안으로써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휴먼 공감이라는 사회적 공감에서 확장된 형태의 공감 개념을 제안하였다. 디지털휴먼공감은 AI로 인해 우리의 말과 행동, 가치관 등이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동원리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본 연구는 디지털휴먼공감에 대한 개념만 제시하였다는 한계를 가진다. 본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과 함께 살아가기’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확장된 공감의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AI에 대한 인문 학적접근에 대한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공감은 인간 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안정과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미래 방향성을 고려하여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디지털휴먼공감은 AI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 존중”을 목표로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디지털휴먼공감이 어떠한 요소들에 의해 작동하는지, 하나의 역량으로써 디지털 휴먼 공감을 측정할 방법은 무엇인지, 디지털 휴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등에 관한 내용이 깊이 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AI 시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 위해본 연구에서 제시한 디지털휴먼공감의 개념이 실천되는 실제적 방안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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