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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Residence Experiences of Elderly Living in Long-Term Care Facilities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에 관한 연구

  • 차수연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
  •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 Received : 2020.12.30
  • Accepted : 2021.02.01
  • Published : 2021.05.28

Abstract

This study was conducted to explore the experience and its meaning of the elderly residents in long-term care facilities(LTCFs). It is aimed to find the role of family and society for the qualitative care of elderly living in LTCF and to seek social welfare measures. For this purpose, qualitative research data was collected by conducting in-depth interviews and participation observations on 8 elderly residents at 4 LTCFs in Seoul, Incheon, and Gyeonggi Province.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Giorgi's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The analysis results show that 33 semantic units, 14 subcomponents, and 4 upper components. The 4 upper components showed up as 「Crumbling my existence」, 「The life thrown into an unfamiliar environment」, 「New relationship where discomfort and gratitude coexist」 and 「My life I want to find」. Among them, 「My life I want to find」 was the essence of the living experiences of elderly residents in LTCF. Through this study, it was suggested creating an environment to provide facilities access preparation program for the elderly, developing and activating various family participation programs, providing conditions of Aging in place for the elderly, and developing and activating community resource linkage programs.

본 연구는 노인요양시설이라는 사회적 돌봄 환경에서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은 어떠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시설거주 노인의 질적 돌봄을 위한 가족과 사회의 역할, 사회복지적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울, 인천, 그리고 경기 지역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4곳에서 거주하는 남녀 노인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과 참여관찰을 실시하여 질적 연구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Giorgi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에서 33개의 의미단위, 14개의 하위 구성요소, 그리고 4개의 상위 구성요소가 도출되었다. 상위 구성요소 4개는 「무너진 나의존재」, 「낯선 환경 속에 던져진 삶」, 「불편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찾고 싶은 나의 삶」으로 도출되었으며 이 중에서 「찾고 싶은 나의 삶」이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의 본질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하여 노인의 시설입소 준비 프로그램 제공 환경 마련, 다양한 가족참여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지역사회 거주를 지속할 수 있는 조건 마련, 그리고 지역사회 자원 연계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방안 등을 제언하였다.

Keywords

Ⅰ. 서론

1. 연구 배경 및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평균 수명 연장과 초저출산 문제 등으로 인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2025년에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에 진입하고 2065년에는 인구의 절반가량이 노인이 되는 세계 최고령 노인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1]. 특히 노인성 질병과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신체활동, 가사활동 등 일상생활돌봄의 필요성이 급속히 증대되는 고령노인(75-84세)과 초고령노인(85세 이상)의 인구 비율과 더불어 고령노인 1인가구 비율이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2]. 이는 초고령시대에 당면한 우리 사회에 노인돌봄 관련 새로운 문제들을 발생시키며 개인이나 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사회문제로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돌봄은 오랫동안 가족, 특히 장남과 맏며느리의 책임으로 인식되며 가정에서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는 가족돌봄 형태였다[3].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 증가,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우리 사회는 가족의 형태, 가족 기능 및 관계, 노인돌봄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노인돌봄 문화까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노인돌봄에 대한 사회조사 결과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998년 89.9%에서 2018년 26.7%로 급격하게 감소한 반면 사회적 돌봄 책임을 주장하는 비율은 2018년 최대 54%로 확대되었다[4].

우리 정부는 급속한 인구·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였다. 제도 시행 이후 2020년 6월 기준 노인장기요양시설 수는 총 5,628개소, 시설거주 노인은 193,298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하였고 전체 장기요양등급 인정 노인의 24.1%는 집과 가정을 떠나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표 1].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수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서 시설거주 노인의 입소 생활에 대한 적응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며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시설거주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질적인 돌봄 서비스 제공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표 1. 노인장기요양 등급별 시설급여 이용자 수

노인요양시설은 치료나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과 달리 시설에 입소하여 급식·요양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받으며 생활하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다. 노인요양시설에서 거주하는 노인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로부터 고령이나 치매, 뇌혈관성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등 노인성 만성질환(Long-term Illness)으로 인한 심신 장애로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어 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은 자 중에서 시설급여를 선택한 노인이다[6].

장기요양 1~2등급 노인은 별도의 요건 없이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선택할 수 있으며 3~5등급자인 경우는 불가피한 경우1가 인정되면 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시설거주 노인 대부분은 노인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인지와 신체적 기능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활동을 유지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공통된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며 지내야 하는 중증 노인부터 부분적 혹은 일정 부분의 도움만을 필요로 하는 경증 노인, 그리고 치매와 비치매 노인 등 서로 다른 신체적·정신적 건강 수준의 차이가 큰 노인들이 한 시설 내에서 단체로 생활하게 된다[7].

제도 시행 이후 장기요양등급은 1~5등급과 인지지원 등급을 포함한 총 6개 등급으로 세분화되고 인정기준이 완화되어 돌봄 의존성이 비교적 낮은 경증 노인까지 대상자가 크게 확대되었음에도 경증 노인의 노인장기 요양시설에 대한 이용이 증가하며 전체 시설거주 노인의 경증 노인 비율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6월 말 기준 전체 노인장기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약 70% 가량은 장기요양 3등급 이하의 경증 노인이다[8]. 이에 노인의 시설거주 기간은 조사 이후 꾸준히 장기화 추세를 보이며 2019년 기준 시설거주 노인의 시설거주 기간은 평균 2.8년, 그리고 5년 이상 거주 노인의 비율도 15.7%로 나타났다[5].

또한 시설거주 노인의 절반이 넘는 58%가 본인부담금 감경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중산층 이상의 노인으로, 제도 도입 이후 가족이 있는 중산층 노인의 비율이 빠르게 높아진 점은 크게 달라진 특징이다[9].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돌봄 의존성 증가, 부양자의 부양부담, 가족 내 돌봄 기능 약화 등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요인과 함께 제도적 요인의 영향으로 노인돌봄의 탈가족화(De-familialization)2와 더불어 노인이 집과 가정을 떠나 제도화된 시설에서 장기간 혹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살아가는 노인의 탈가정화(Out-of-home Placement)3 현상이 병행되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시설거주 노인 대부분은 노인요양시설 선택과 입소 시기 등의 결정 시 노인 자신의 의지 또는 가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낮으며, 대부분 보호자인 자녀와 가족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10][11][12][44]. 이는 노인돌봄의 탈가정화가 노인의 자발적 의사보다는 가족 내에서 노인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부양하는 동안 과중한 부양부담(Caring Giving Burden)으로 부양스트레스를 갖게 되는 가족의 결정에 따라서 노인의 거주지가 가정에서 노인요양 시설로 이동되어짐을 의미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은 그동안 전적으로 가족이 책임지던 노인돌봄을 공적 제도를 통한 사회적 돌봄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며 노인의 시설거주는 부양가족의 입장에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감소시키는 이점이 있다[13]. 그러나 돌봄 당사자인 노인 입장에서 시설로의 거주지 이동은 단순히 물리적 주거 공간만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지내오던 자신의 친숙한 집과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익숙하고 일상적인 생활방식, 사회적 지지망, 기억과 추억 등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일부로 연관되어 있던 모든 것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11][14]. 더욱이 가정에서 시설로 거주지를 이동하는 시점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질병 악화, 배우자의 죽음 등 삶의 여러 다른 위기의 시점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소수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정서적인 유대감과 안정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년기에 시설로 이동한 노인은 다른 노인 집단에 비해 심리·정서적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15-17].

또한 신체적·정신적 기능 손상으로 인하여 새로운 집단에서 관계 형성 능력에 제약을 겪으며 노인의 사회·심리적 안녕과 신체적·정신적 건강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18]. 시설거주 노인은 자신의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절망감과 무력감 및 자아정체감의 위기까지 겪으며[16][19] 불안, 분노, 혼란, 두려움, 외로움, 우울 등과 같은 신체적, 심리·사회적 장애 증상인 ‘환경변화 스트레스 증후군(Relocation Stress Syndrome: RSS)’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0].

독립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서양과 달리 유교적 전통과 가족주의 가치관이 강한 우리나라 노인에게는 배우자 및 직계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중심적 지지망이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지지망이다. 따라서 의료처치 중심의 병원과 달리 생활시설인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아무리 숙련된 인력이라도 가족의 도움 없이는 최상의 결과를 거두기 어려우며[21] 가족의 단순 방문 형태보다는 친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질적인 지지가 더 효과적인 영향을 미친다[22].

그럼에도 시설거주 노인은 입소 후 가족과 격리되어 생활하며 가족과의 접촉빈도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23]. 또 다른 연구에서는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62%와 노인요양병원의 72.6%는 보호자가 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24]. 이러한 결과는 시설거주 노인이 입소 후 사회적 관계와 단절된 채 가족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가족돌봄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노인 세대와 노부모 돌봄 책임이 있는 자녀 세대 간 사회적 돌봄에 대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집과 가정을 떠나 시설로 거주지를 옮겨 살아나가야 하는 상황을 가족으로부터 강요받는 시설거주 노인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25].

그동안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는 부양가족[13][26][27][44], 시설 운영자[28][29], 그리고 돌봄 제공인력[30-32][46] 등에 관한 연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진행되었다. 시설거주 노인에 관한 연구가 저조한 이유는 대부분의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들이 치매, 뇌졸중 및 노인성 만성질환 등을 가지고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설거주 노인 대부분은 신체적이나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유로 일반적인 설문조사나 심층면담에 참여 가능한 노인의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25].

우리보다 앞서 노인요양시설 개념이 있어 왔던 서구 복지국가의 경우 일찍부터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거주 경험, 시설 적응 과정 및 삶의 질 등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16][18][19][33-35].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경험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므로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노인돌봄에 대한 가치관과 문화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에 대한 실제 경험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국내 양적 연구는 대부분 거주 노인의 시설 적응, 생활만족도, 삶의 질 등에 관한 연구이었다[36-38][45]. 그리고 양적 연구에서는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심층적인 시설 거주경험 그리고 삶의 질 등을 탐색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수행된 시설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는 노인의 시설 입소 초기 경험[39]과 적응 과정[10] 등으로 그 수가 매우 적고 체계적인 질적 연구 수행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수행되었던 질적 연구는 시설거주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질병과 장애에 대한 간호적 측면에서의 연구가 활발했던데 반해[7][25][40],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노인의 입소 전후 맥락을 살피며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거주경험을 탐색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 중 인간이 처해 있는 환경과 상황에서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개인의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들 경험의 공통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현상학적(Phenomenological)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노인요양시설이라는 현 우리사회의 새로운 사회적 돌봄 환경에서 거주하며 남은 생을 지내는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과 그 의미를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은 어떠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연구 문제에 대하여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질적 돌봄을 위한 가족과 사회의 역할을 증대시킬 제도적 및 실천적 방안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서울, 인천, 경기 지역 내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4곳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6개월 이상 시설에서 거주하며 연구자의 면담에 참여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이 양호한 노인을 대상으로 의도적 표집방법(Purposive Sampling Method)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 참여자는 총 8명으로 여성 6명, 남성 2명이며, 연령대는 70대 초반 1명, 80대 6명, 90대 1명이다. 장기요양등급은 3등급 5명, 4등급 3명이다. 자료수집 당시 참여자의 노인요양시설 거주 기간은 최소 9개월에서 최장 11년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표 2].

표 2. 연구 참여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일반적 특성

주) 시설거주 기간은 초기 면담 시점의 거주 기간이며, 현재의 거주시설 전 다른 시설 거주경험이 있는 경우 모두 합한 전체 시설거주 기간임.

2. 자료 수집

본 연구 자료는 연구 참여자와의 직접 면담에 기초한 심층면담과 참여관찰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자료 수집 기간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7개월간 수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질문지는 보여주지 않고 일상생활과 최근 근황에 대해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이후 대화의 흐름에 맞춰 노인요양시설 거주경험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구 주제와 관련된 개방적 질문(Open Question)을 사용하여 시설거주 선택 이유, 입소 전·후 생활 모습, 그리고 시설 거주경험 등에 대해서 질문을 진행하였다. 면담시간 동안 본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의 표정, 몸짓, 그리고 음성의 강약 등의 비언어적 표현에 유의하며 관찰하였다.

심층면담 횟수는 면담 내용과 흐름에 따라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2회에서 5회까지 연구 참여자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었다. 면담은 연구 참여자의 상태(건강, 피로, 언어유창성 등)를 고려하고, 연구 주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하여 90분을 기준으로 최장 100분을 초과하지 않도록 진행하였다. 모든 면담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구하고 녹음을 하였고, 그리고 녹음된 내용은 분석을 위하여 연구자의 전사 작업을 통해 자료화하였다.

3. 분석 방법 및 연구 절차

본 연구는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시설거주 경험을 개별적이고 상황적 맥락 속에서 본질을 이해하고 경험이 지니는 구조적 상황과 주체적인 측면을 반성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Giorgi(1970)의 현상학적 자료 분석 절차를 활용하였다. Giorgi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은 연구 참여자의 경험의 본질을 이해함에 있어 주로 참여자로부터 주어진 원자료(Raw Data)에 초점을 둔 기술과 분석을 강조함으로써 더욱 엄격한 과학적 자세를 취하며 4단계의 자료 분석 절차를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42].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Giorgi의 4단계 자료 분석 절차를 준수하여 진행하였다. 첫째, ‘전체적 내용 인식하기’ 단계로 연구자는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에 대한 전반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8명의 구술을 반복하여 듣고 기록한 자료를 여러 번 반복하여 읽었다. 둘째, ‘의미 단위 나누기’ 단계로 연구 참여자들의 노인요양시설 거주경험에 초점을 맞춰 의미 단위를 구분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을 읽으며 의미 변경이 있는 곳에 줄을 그어 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판단중지’ 태도를 취하고자 노력하였다. 셋째, ‘학문적 용어로 전환하기’ 단계로 연구 참여자의 일상적 표현의 의미 있는 진술을 구분해 놓은 의미 단위들의 관련성을 찾아 의미 단위를 조합하고 상상적 변형을 통해 학문적 용어로 전환하여 하위 구성요소를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구조화된 틀로 통합하기’ 단계로 하위 구성요소들을 묶어 요소 간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일반적인 구조를 찾아 구성 요소를 도출하여 학술적인 용어로 전환하였다.

4. 연구의 엄격성

질적 연구에서의 엄격성이란 연구결과와 해석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정도를 의미한다[43]. 이에 본 연구는 연구의 엄격성을 높이기 위해 Lincoln과 Guba(1985)가 제시한 질적 연구의 엄격성을 평가하는 4가지 원칙인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그리고 중립성(Neutrality)에 근거하여 진행하였다. 본 연구자는 연구 현장인 노인요양시설에 본 연구 목적과 방법에 관한 안내 이메일을 발송한 후 전화 또는 문자로 연구 협조를 구하고 시설에 직접 방문하여 연구에 관한 설명 후 시설장과 실무자로부터 시설 내 연구 활동을 허가받았다. 실무자를 통하여 본 연구의 참여자 기준에 적합한 노인을 추천받은 후 적합한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전 면담 과정을 거쳐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 면담 내용 녹음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비밀보장을 약속한 후 연구에 자발적으로 참여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연구를 진행할 것이며,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 중 언제라도 철회할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그리고 최종 연구 참여자에게 동의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며 최종 연구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심층면담은 참여자의 일상생활, 식사시간 및 시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시간에 함께 참여하고 생활하며 충분한 신뢰가 형성된 후 참여자가 인터뷰하기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하였다. 면담은 참여자로부터 더 이상 새로운 진술이나 의미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포화 시점까지 실시하였으며 의미가 모호한 답변은 다음 면담에서 다시 질문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경험의 의미를 재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료 수집, 분석, 그리고 결과 도출 전 과정에서 노인요양시설 거주 노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면서 판단중지를 한 상태로 노인들의 경험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노력하였다.

Ⅲ. 연구 결과

분석 결과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에 대한 총 33개의 의미 단위가 도출되었고, 총 14개의 하위 구성요소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하위 구성요성들을 통합하여 구성된 4개의 상위 구성요소는 「무너진 나의 존재」, 「낯선 환경 속에 던져진 삶」, 「불편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찾고 싶은 나의 삶」으로 도출되었다[표 3].

표 3.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 구성요소 도출과정

본 연구에서 도출된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토대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1. 무너진 나의 존재

노인요양시설로 거주지를 이동하는 사건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존재가 모두 무너지는 위기를 경험하게 하였다.

1.1 병들어 부담만 주는 존재

돌봄 의존성이 높아진 노년기에 시설로 거주지를 이동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존재는 이제 모두 무너지고 ‘병들고 아픈 노인’, ‘자식에게 부담만 주는 쓸모없는 노인’이 된 자신만 시설 안에 홀로 남게 되었음을 실감하였다.

“나는 뭐 병신이지 뭐. 병드니까 별수 있어. 여기 온 거지 뭐. 몸 불편해지니까 요양원으로 몸만 들어와 밥만 얻어먹고 살고 있는 겨. 죽은 거나 다름없지. 늙은이 오래 살면 아들자식들 다 고생이지. 내가 집에 있어봐야 밥은 먹이야 할 거 아니야. 매 때 밥 줘야지. 뭐 그거 얼마나 뒷바라지하기 힘들어. 자식들 고생시켜 오래 살아서.” (참여자 E)

“늙은 부모는 있고. 늙은이 살기는 자꾸 편해지잖아. 그래서 그거 때문에 걱정이지. 늙은 부모들 오래오래 살아서 뭣을 혀. 이런 데나 보내서 오래 살면 돈만 들어가고 뭣을 허냐고. 시방 젊은 사람들은 오래 살았다면은 징그럽다고 그려.” (참여자 A)

1.2 잃어버린 내 자리

참여자들은 입소 전까지 삶의 끝자락을 노인요양시설에서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으나 다른 사람의 돌봄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자 자신의 삶의 흔적과 삶을 지탱해온 지지망 안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시설거주 노인이 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참여자들은 ‘요양원4 거주 노인이 됨’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나와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것’이라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요양원 들어보긴 했어도 잘 몰랐지. 요양원 갈 생각도 안 해 봤어. (중략) 살다가 살다가 집들 다 떠나와서 이렇게 사는 것도 참. 병들어 이런 데 와 있으니 아주 나온 거지 뭐. 다 끝나고 이제 여기 와서 신세 지고 있는 거야. 아이고. 아무것도 없어. 다 없어” (참여자 E)

“이런 요양원을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를 누가... 날 갖다 (한숨)휴... 나를 갖다 버렸는데. 그래서 내가 딸년이 나를 갖다 버렸다 이렇게 생각이 돼. 어떤 때는 왜 애들이 날 여기다 갖다 버렸지? 그런 생각이 들고.” (참여자 B)

1.3 사라진 내 삶의 흔적들

참여자들은 시설 입소 이후 지내온 삶의 흔적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가족에 의해 자신의 집과 소유물, 삶의 흔적들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 취급되며 빠르게 버려지고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어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 것’, 그리고 ‘지인과의 관계 단절’을 경험하였다.

“지금은 아들이 집을 팔아버려서 내가 갈 데가 없어요. 나는 이제 갈 데도 없고 올 데도 없고. 그러니 나는 여기서 죽어야 나가요. 여기서 죽어야.” (참여자 G)

“거기서 내가 늙었는데. 늙으면서 다 몇 십 년씩 모아놓은 살림살이 이번에 여기 온다고 다 쓸어버렸데 하나도 안 남기고. 죽은거나 똑같은 거야. 죽기도 전에 다 그냥 다 쓸어버렸은게. 내 이부자리 하나도 없데. 다 쓸어버리고 시방 나 혼자 여기 덜렁 내 몸뚱이 하나 와 있어. 참내.” (참여자 E)

“아무도 없고 섭섭해. 자꾸 서러운 생각이 나고. 그렇게 가까운 사람 있으면 좋은데. 그 아는 집에도 갔다 오고 싶고, 집 뒤 경로당도 갔다 오면 사람들 많은 데 가서 얘기도 하고 그러고 오면 좋은데. 전화번호도 없어. 가서 전화번호도 받아가지고 올라고 하는데 보내줘야 말이지. 가족이 와야지만 왔다 갔다 하는데 누가 매일 또 그렇게 오나? 다들 멀리 사는데(눈물을 글썽임).” (참여자 C)

2. 낯선 환경 속에 던져진 삶

시설로 거주지가 이동된 참여자들은 평생을 살아오던 익숙한 생활 터전에서 한순간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 던져지는 경험을 하였다.

2.1 변화된 현실 속 아쉬움

참여자들은 자신의 돌봄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시점에 시설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가족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변화된 시대’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쯧(혀를 차며) 요즘 다 이제 늙으면 요양원으로 보낼 건데 뭐. 부모들 다 이제 보낼 거야 요양원으로. 이제는 늙으면 다 요양원 오는 시대야. 쯧.” (참여자 E)

“내가 여기 지금 5년 동안 있었는데 한 3년 정도는 더 집에 있다 들어왔어도 좋았을걸. 그땐 내가 81살에 들어왔는데 너무 빨리 온 거 같애 조금. 그 시간이 좀 억울해. 지금 내가 너무 한심해.” (참여자 B)

“(1층 노인주간보호센터)여기도 올라오면서 봤는데. 아침에 오고 오후 되면 가고. 그런 사람 있거든. 집에 갔다가 오는 시간에 또 오고. (자녀에게)방 하나 얻어다 달라고 해도 말을 안 듣네. 대답을 안 해...(중략) 혼자 있으니까 혼자 지내면 심심하니까 여기서 있으라고. 혼자 지내면 심심하니까. 휴...” (참여자 C)

2.2 안전을 위해 잃은 자유

참여자들은 안전하게 보호받는 시설 생활에서 ‘편안함 속 허전함’, 외부와 단절된 채 자유와 개인적인 삶은 포기해야 하는 ‘갇혀 지내는 삶’에 대한 고립감과 외로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되는 ‘자율성을 잃은 삶’에 대한 답답함과 무력함,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더 이상 아무런 의미 없이 외롭게 죽을 날만 기다리는 ‘희망 없는 삶의 연장’으로 표현하였다.

“깨깟하고 좋기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선생들이 그렇게 좋아. 대소변도 다 받아내고. 그렇게 잘들 헌게 좋긴 헌디. 흠... 거시기 할 적에는 개미새끼 하나도 안 온게로 기냥 자식도 암도 없는 거 같으고. 내가 기냥 이상스럽단게 누웠으면...” (참여자 A)

“이거는 뭐 딱 갖다 놓고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딱 이 안에만 갇혀 있으니까 이 (방)안에서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하지. 밖에는 못 나가니까 답답하지. 이것이 뭐 옥 안에 갇힌 거지 뭐야. 고독해. 이렇게 딱 놓으면 절대 밖은 못 나가고. 가족이 와야 외출하고. (중략) 안 데리고 가니까 있는 거야. 아파지면 또 오면 되지. 난 그렇게 생각해.” (참여자 C)

“병원서 이제 한 번만 더 (중풍)오면 죽는다고 하더라고. 나는 한 번 더 쓰러지면 그때는 죽어요. 그러니까 날마다 걷기를 해요. 화장실 간다고 가가꼬 또 두 바퀴씩 걸어 다니고 오고. 그렇게 안 그러면 나중에 못 걸어요. 그래서 (공동거실)여기를 하루 열 바퀴를 돌라고 하는데 그러면 여기 여자들(요양보호사)이 싫어하는 거예요.” (참여자 G)

“우둑허니 있다 그냥 맨날 주는 밥이나 먹고. 밥 먹을라고 사는 거야 이거. 아휴... 아무 재미도 없고 그냥. 쯧. 희망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뭣 하러 사나. 뭣 하러 밥을 먹나 그 생각만 나고. 여기서 외롭게 아무도 없이 아무 의미도 없이 사는 거야. 죽을 날만 기다리고. 다 끝나고 여기 와서 신세 지고 있는 거지. 아이고 참...” (참여자 E)

2.3 같이 있어도 혼자, 고립된 삶

참여자들은 그간 익숙했던 관계들과 단절된 채 시설 내부에서 만나는 사람과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제약으로 인해 혼자 외롭게 ‘타의에 의한 관계의 고립’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스스로 말문을 닫고 ‘자의에 의한 고립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전부 다 말 못하는 사람이니까 말 상대가 없어. (중략) 선생들이야 한 번씩 왔다 가면 끝나고. 그냥 하루가 일 년 같고 답답해. 여기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오히려 병이 더 돼.” (참여자 C)

“여기 누워있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있어요. 아파서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나요? 드물지. 아파서 말을 못하는 사람보다 말 안 하는 사람이 많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그래요. 나도 처음에는 말 안 하고 지냈어요.” (참여자 F)

“우리 언니가 지금 구십 둘인데 아주 정정하고 살림 다 해 줘. 며느리하고 아들 있는데서 같이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딸 오면 내가 전화하는데. 또 매번 이래 전화 걸면. ‘얘, 요양원에 간 사람은 오래 산다더라.’ 그래서 저번 때 내가 그랬어. ‘그 소리 듣기 싫어. 매번 전화 걸면 그 소릴 해. 언니는 요양원에 안 와도 구십 둘까지 살고 있잖아.’ 그랬어. 그때부터 내가 전화를 잘 안 해.” (참여자 B)

3. 불편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외부와 차단된 채 그간 쌓아온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을 모두 상실한 참여자들은 시설 내부에서 새롭게 만나는 동료노인, 시설종사자, 외부 프로그램 강사, 그리고 외부 봉사자 등 제한된 주변인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와 마음을 나누고 의지가 되어주는 의미 있는 관계를 간절히 원했다.

3.1 힘들지만 의지되는 동료노인

참여자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 중 함께 생활하며 접촉 빈도가 가장 높은 동료노인의 존재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차이가 큰 ‘함께 지내기 힘든 동료노인’과 원만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관계 맺기에 제한을 받고 상대 노인의 행동에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며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채 힘들어하였다. 반면 비슷한 처지에 위안을 얻고 동료의식을 갖고 서로를 소소하게 챙기며 ‘의지가 되어주는 동료노인’관계로 발전하며 외로움과 고립감을 극복해 가기도 하였다. 또한 함께 지내는 동료노인의 건강 악화, 갑작스러운 죽음을 일상으로 마주하며 겪는 불안, 슬픔과 충격, 상실감과 불안감도 담담히 이겨내야 했다.

“내가 여기서 밤에도 화장실 나가면서 자꾸 걷죠. 그런데 저 잠잘라고 하는데 잠 안 자고 그런다고 개새끼 소새끼 아휴. 하도 속을 썩여서 ‘야 이놈아, 이제 오십밖에 안 된 놈이. 나 여든다섯이야. 너 같은 아들이 있어 이런 후래아들놈의 새끼’ 이러고 내가 침대에다 뒤엎어버렸어. 제발 그러지 마. 이래도 저래도 죽을 건데 그렇게 사람 속 섞이지 말라고.” (참여자 G)

“여기 있는 할매들이 팔자가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겄어? 다 그렇고 그런 게 여기 와서 누워 있지. 오늘 만둣국에 만두 두 개 썩. 만두도 나오고 해서 만두 하나 내가 몰래 (옆 침상노인에게) 밀어줬어. 옆에서 먹으면 가까웁고 좋은데 조금 떨어졌어. 이 집 이도 나하고 똑같은 거야(중풍).” (참여자 D)

“(옆 침대 중증 와상노인)여기 있는 이도 대소변 별로 요즘 못 가리거든. (중략) 다행히 이놈(휠체어) 끌고 화장실 내가 가니께. 아효... 자꾸 또 더 아프면 그거 걱정이야. 이거 끌고 화장실도 못 가면 어떻하나 싶어. 내가 그래서 맨날 걱정이 돼서. 그것만 걱정하고 있는데...” (참여자 E)

“할아버지 한 분이 참 나한테 잘했어. 나는 처음에 들어가서. 그래가지고 잘 지냈는데. 그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어...(잠시 침묵) 아이고... 나도 인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 그 할아버지가 건강하셨는데 돌아가셨으니까 나이도 많지도 않았고. 그 할아버지도 파킨슨이었거든. 나도 파킨슨이고.” (참여자 F)

3.2 불편해도 고마운 시설종사자

시설 입소 이후부터 참여자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모두 시설종사자에게 의존하고 지낼 수밖에 없다. ‘불편해도 의지해야 하는 시설종사자’, ‘가족 대신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지내며 심리적인 불편감과 안정감을 경험했다. 그러나 시설종사자와는 돌봄 업무와 관련한 질문 외에는 오가는 대화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노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에는 부족하였다.

“요새 내가 마음이 참 불편했어. 자꾸 집에 가고 싶고 그래가지고 그냥 저번 때 내가 그냥 몸부림을 치고 내가 막 마음을 못 잡고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랬더니, (시설종사자가)‘집에 가고 싶으면 가. 가고 싶으면 가야지’ 그래...” (참여자 B)

“(중앙 거실)여기를 하루 열 바퀴를 돌라고 하는데 그러면 여기 여자들이 싫어하는 거예요. 여기 여자들이 지금 선생님 소리 듣는 사람들이 다 중국 여자들이에요. 뭘 그렇게 거슬리냐고. 즈 그가 선생 노릇을 할라고 해요. 저번에 하도 거슬리게 해서 이 아줌마가 하고. 어쩌자고 그렇게 해 그러고 그냥 뒤로 밀어버렸어. 그랬더니 지금은 나더러 말도 안더라고.” (참여자 G)

“아이고 욕봐.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잘하는가 몰라. 선생들 안시러 죽겄어. 아무나 못 혀. 여기 사람들은 똥만 안 싸도 걱정이여. 내가 그냥 똥 싸놓으면 내가 미안해서 죽겄당게. 이런 호강을 어디 가서 혀. 잘들 헌게 좋긴 한디... (잠시 침묵) 휴... 내가 미안허지.” (참여자 A)

3.3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타인의 지지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참여자들이 시설종사자와 방문 가족 외에 만날 수 있는 외부인은 시설로 찾아오는 프로그램 외부 강사, 외부 봉사자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참여자들은 낯선 외부인과 양방향 소통 없이 ‘의미 없는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기도 하였고, 진심으로 ‘위로가 되어주는 타인’으로 인해 특별한 하루를 선물 받기도 하였다.

“그냥 와서 얘기하고 학생들이 무용하고 그러더만. 그게 무슨 재미있어. 쯧. 귀찮아. 가기도 귀찮고. 노래만 부르고 끝나고. 쯧. 구경만 하고. 뭐 박수 치고 그러지 뭐 없어. 재미도 없어. 학생들 지들이 와가지고 지네들 얘기하는 거지.” (참여자 C)

“△△중학교에서 그렇게 와서 많이 협찬을 해. 학생들하고 선생하고 오는데 아휴.. 고맙지. 손녀딸 같은 것들하고 옆에다 끼고 앉아서 하니까 좋지. (중략)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냥 하거나 말거나. 그냥 앉아서 있어.” (참여자 B)

“여기 노래 교실 금요일마다 있는데. 그 선생님 잘해. 아주 재미있게 잘해. 노래도 잘하고. 그러니께 열심히 가 그거는. (중략) 늙은이들 다 위로하는 거야. 선생이 다니면서. 선생님이 참 상냥하고 좋아. 노래 선생.” (참여자 E)

3.4 멀어진 거리보다 더 멀어진 가족

가족과 분리되어 떨어져 지내는 참여자들은 점점 가족과의 접촉이 줄어들면서 오랜 시간 가족중심적인 생활방식으로 살아오며 축적된 가족 관계의 질과 가족의 의미가 변화됨을 경험하였다.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고 폐 끼치지 않기 위하여 집과 가정을 떠나 시설에서 지내는 것을 ‘가족을 위한 희생, 내 마지막 역할’이라 생각하지만, 한순간 ‘가족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짐’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어진 가족과의 거리’를 아쉬워하였다.

“병원에서 2년 7개월 간병인 두고 있다가. 돈이 많이 들었어. 나 여기 올 때 우리 애들이 하도 울고불고 못 가게 야단났는데. 그래도 내가 오는 게 옳겠어. 나 때문에... 아프고 나면 나 때문에 저들 볼 일을 못 보잖아. 그래서 여기를 와버렸어.” (참여자 D)

“내가 그래도 큰살림하고 제사 모시던 집인데. 내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제사까지 지내고 우리 남편 제사까지 지냈었는데. 다 그냥 버리고 지금은 우리 남편 제사가 언젠지도 모르고 이러니. 아이고....” (참여자 B)

“내일이 우리 손녀 결혼식 날인디 못 가고 이렇게 하고 있네. 결혼식도 못 가보고. 여기서 얼마 멀지도 않아. 에휴. 나는 처음인데 이렇게 못 가고 있는 거는. 가도 뭐. 다 따로따로 사는 세상에 뭐...” (참여자 E)

“(해외거주 자녀들 2년 만에 방문)오면은 오래 못 있으니까 섭섭해. 금방 가 버리니까 내가 안 좋아. 와서도 할 이야기가 없어서 자꾸 갈라고 이야기가 없는가. 지겨우니까 자꾸 갈라고 그러 니까 내가 더 마음이 안 좋지. 침대가 이렇게 있는데 뭐 못 하지. 금방금방 가니까 올 때만 반갑지 가면 또 섭섭해.” (참여자 C)

“여기 있는 사람들 가족이 없는 게 아니고 가족들이 한 번도 안 오는 거야. 휴...(한숨 쉬며) 여기도 내가 벌써 오래 있었잖아. 오는 사람이 없어. 여기만 해도 가족이 오는 사람은 나 하나야. 없어. 하나도 없어.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안 와.” (참여자 B)

4. 찾고 싶은 나의 삶

참여자들은 시설에서의 삶을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의미 없이 살아가야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언젠가 마주하게 될 죽음을 담담히 기다리며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새로운 삶의 장소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였다.

4.1 찾고 싶은 가족

참여자들은 본인의 지난 삶에 관해 묻는 연구자에게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이야기와 면담 중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모두 자신의 삶을 함께해 온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설 입소 후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는 참여자들에게 유일하게 연결된 끈은 가족뿐인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은 가족의 지지’였고, 자신의 마음속 감정들 사이에서 매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며 스스로 ‘가족과 마음으로 화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것도 추접시럽게 오지 말라고는 해도, 기다려지고 휴... (작은 목소리로 한숨 쉬며).” (참여자 A)

“잠을 못 자. 잠 오는 약 있으면 좋겠어. 네 시도 일어나고 대중없어. 그니까 꼬박 밤을 새. 또 해가 넘어가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오늘은 또 누가 오나 하고. 일본서 딸이 오라고 해도 주소도 몰라서 못 가고. 미국도 못 가. 비행기 몇 번 타고 가야 되는데 뉴욕이니까 멀어서 못 가. 다 소용없어. 다 인제 보니 소용이 없어. 다 먼 데 사는데. 먼 데 사니까 못 와. 또 언제 올지 모르지. 그 안에 죽을란지도 모르지 내가.” (참여자 C)

“괘씸하다가도. 내가 이왕에 있을 바에는 내가 내 마음 편안하게 있자. 그래야만 우리 자식들도 편안해지겠지. 그래 그냥 여기 왔으니까 자식들도 맘 편안하게 그냥 내가 참고 살자. 이런 생각이 또 들어.” (참여자 B)

4.2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의지로 다시 되돌리기 힘든 변화된 현실 속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속 욕구를 억누르며 어쩔 수 없는 자신과 가족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견뎌내기 위하여 ‘마음을 내려놓음’, ‘종교에 의지하기’ 그리고 ‘나만의 위안 찾기’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자식들이 나를 버리면 버리는 데로, 죽이면 죽이는 데로 살자 까짓거. (중략) 또 이렇게 되니까 이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 있어야지 어떻게 해 인제. 요양원은 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지 뭐...” (참여자 F)

“옛날 일 다 잊어버리고 마음 편안하게 살아야지. 여기 살아있는 걸 뭐. 옛날에 젊어서 뭘 하던 거 생각해 뭐하겠어요?” (참여자 H)

“부처님 보고 늘 기도를 해. 하루 세 번 네 번씩 반야심경 외우고. 내가 인제 마음을 비우고. 그래 난 부처님을 믿고 사는 사람이니깐. (중략) 어떤 때 힘들 때는 내가 아 이게 부처님의 뜻인가 또 이러고.” (참여자 B)

“나는 (미술치료)색칠할 때는 내가 아픈 걸 잊어버리거든. 다리가 막 떨리고 그러는데 그거 칠할 때는 좀 잊어버려져. 그래서 내가 그거 하는 걸 좋아하지.” (참여자 B)

4.3 내 힘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

참여자들은 자신의 잔존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 최대한 ‘내 힘으로 움직이기' 위해고 자신의 침묵을 스스로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의로 고립 깨뜨리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설에서 노인의 잔존능력 유지를 위한 노력과 안전한 보호 사이의 허용 기준과 지지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날마다 걷는 것을 연습을 해야 돼요. (왼 무릎을 펴며)이쪽이 이렇게 안 됐어요. 걸음을 제대로 못 걷고 이렇게 이렇게 (절뚝이며) 걸었지. 자꾸 걸어야 해요. 운동을 해서 나서야지. 이거 안 걸으면 안 돼요. 자꾸 굳어요.” (참여자 G)

“나도 처음에는 말을 안 하니까 벙어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별사람 다 있었어요. 벙어리냐고. 아 그러다 보면 내가 벙어리 되겠다 그 생각에 내가 막 깨뜨렸지.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그랬죠.” (참여자 F)

“(휠체어 이동)내가 혼자 해. 혼자 밀고 가야 해. 휠체어도 자꾸 내가 혼자 해야지 누가 밀어주면 안 돼. 여기서 보면 뭐라고 해. 하하(작게 이야기하며 웃음)” (참여자 D)

“(침상에서 거실 나갈 때) 꼭 (휠체어)태워다 주고 태워오고. (혼자)그냥 나갔다하면 난리나. (요양보호사)저것들한테 그냥 눈물 빠지게 혼나.” (참여자 A)

4.4 현재 삶 받아들이기

참여자들은 시설에서의 삶을 체념 상태로 죽음만 기다리며 의미 없이 살아가야 하는 곳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새롭게 살아가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언젠가 마주할 ‘죽음에 담담해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기서 인제 마음 비우고 편안하게 살다가 가는 날까지. 그렇게 갈라고 해... 내가 몇 살에 죽을지 모르지마는.” (참여자 B)

“(요양원 입소 초기)나는 내가 죽을지 알았어요. (중략) ‘그렇게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네. 니가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막 살라고 바동대면 쉽게 가고. 죽고 싶다 죽고 싶다 그러면 안 죽어.’ 옆에 할머니가 그러더라고. 그때는 그 할머니가 나를 안심시켜 줄라고 그런가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지금까지 살았어요. 내가 오늘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이야기하다가도 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는 일인 거니까. 그런 신경을 안 쓰고. 그냥 오늘 이렇게 살았구나. 여기도 살라고 오는 거지 죽을라고 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참여자 F)

Ⅳ. 결론 및 함의

본 연구는 노년기에 익숙한 집과 가정으로부터 떨어져 노인요양시설이라는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서 남은 생을 지내는 노인의 시설 거주경험은 어떠하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도출된 최종 4개의 상위 구성요소는「무너진 나의 존재」, 「낯선 환경 속에 던져진 삶」, 「불편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그리고 「찾고 싶은 나의 삶」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 경험의 본질은 새롭게 놓인 환경 속에서 체념하며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삶이 아닌 「찾고 싶은 나의 삶」을 갈망하며 현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노력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위안을 찾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만난 모든 연구 참여자들이 체념 상태에 머물지 않고 「찾고 싶은 나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지만, 시설거주의 삶을 긍정적으로 구축해 가는 것은 어려웠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는 주변의 지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현재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가기 어려웠고, 시설에서의 삶을 긍정적으로 펼쳐나가지 못하는 측면이 많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비교적 경증인 장기요양 3·4등급의 노인으로 자신의 집에서 계속 지내고 싶은 욕구를 존중해 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의 욕망을 억누르며 자신의 삶을 찾고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함께 거주하는 중증의 와상, 치매 동료노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안전한 보호와 규칙을 우선시하며 개인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시설 내부에서 가족과 시설종사자의 지지를 얻기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들은 가족과 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 시설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시설 거주 노인의 삶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실천적 및 정책적 방안 모색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노인요양시설 노인의 시설 거주 경험과 의미를 토대로 도출한 실천적 및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인과 자녀세대를 대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더불어 노인이 가능한 한 오래 본인이 살고 싶은 집과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사회적 돌봄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생활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 스스로 자기 돌봄(Self Caring)의 유지가 어려워지고 가족 구성원 내에서 노인돌봄을 책임지지 못할 경우 시설입소에 의 존하는 것이 노인을 위한 최우선의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노인은 재가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서 조기시설화(Early Institutionalization)되 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11].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장기 요양 3·4등급의 비교적 경증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재가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가족의 권유 혹은 자녀의 뜻에 따라 시설에 입소하였다. 따라서 노인이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며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족과 사회의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하고, 이용 가능한 재가서비스를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하여 노인과 자녀가 재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최대한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별적인 욕구에 부합하는 재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둘째, 시설입소 전 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노인의 시설입소 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의 시설 입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거나 가족의 일방적인 권유에 따라 입소한 경우 시설 입소 후에도 시설거주에 대한 거부감과 가족에 대한 원망이 크고 안정적인 생활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상황, 그리고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면서도 결국 시설로 입소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것으로 인식하였다. 이는 시설입소를 결정하는데 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했는지에 따라 노인의 시설생활 적응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선행연구와 동일한 결과이며[10][12], 자신의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인한 분노, 절망감, 그리고 무력감을 느끼고 자아정체감의 위기까지 경험한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유사하다[16][18][25].

그러나 이러한 노인의 심리적 및 정서적 충격과 어려움은 시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더라도 가족의 도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노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노인요양시설 입소 준비 프로그램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시설 입소 전 노인 스스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시설을 선택하고 입소 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을 갖도록 돕고, 시설 입소 후에도 노인에 대한 가족의 지속적인 지지와 격려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설거주 노인과 가족의 유대감을 지속하고 가족의 지지와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족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시설운영에 인센티브제도 및 시설종사자 역량강화교육 의무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시설거주 노인은 가족과 분리되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방문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상실되어 가는 것을 크게 아쉬워하였다. 정기적인 가족의 방문은 노인과 가족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하며 노인들의 시설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반대로 시설 입소 후 가족과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가족방문이 적어지는 경우에는 노인들이 극심한 외로움과 우울함의 증가로 시설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고립된 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설거주 노인에게 사회적 지지 중에서도 가족의 지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단순 방문 형태보다는 친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질적인 지지가 더 효과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22]. 그러나 부양가족 역시 노인의 시설 입소 후 급격히 변화되는 가족관계의 전환을 수용하는 과정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시설거주 노인을 위한 지지와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다[44] 그렇기에 시설거주 노인과 가족 간의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도 가족과 시설의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이 시설에 자주 방문하는 것은 시설종사자에게는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시설 입장에서 가족참여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에 제한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31][32]. 따라서 가족의 시설 방문이 용이할 수 있도록 친가족적 시설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리고 가족교육, 상담제공, 가족봉사활동, 그리고 가족과 화상전화 연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가족참여 프로그램을 보다 활성화시켜서 시설거주 노인과 가족과의 긍정적 관계와 원활한 소통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시설거주 노인의 개별적 심리·사회적 욕구를 고려하여 개인별 체계적인 욕구사정과 세분화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노인요양시설 입소 대상은 노인장기요양의 시설등급을 받은 노인에 해당되므로 시설거주 노인은 중증 노인부터 부분적 혹은 일정 부분의 도움만을 필요로 하는 경증 노인, 그리고 치매와 비치매 노인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수준 차이가 크고, 교육수준, 경제적 상황, 직업, 관심과 취향 등 입소 전 삶의 배경이 매우 다양하며, 60대부터 100세 이상의 서로 다른 연령대의 노인들이 모인 상이한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는 돌봄 매뉴얼에 따라 시설거주 노인을 하나의 동질집단(Homogeneous Group)으로 간주하고 정해진 일과와 규칙에 맞춰 제공자 중심의 획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돌봄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이다[31]. 이로 인해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고려 없이 규칙에 따라 단체로 생활하는 시설거주 노인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찾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무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하였다.

앞으로 시설에서는 거주 노인의 개별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잔존능력 유지를 위한 자립 욕구와 안전한 보호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 유지를 위한 타협점을 찾으며 최대한 거주 노인의 자유와 자율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세분화된 돌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긍정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심리·사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인돌봄은 돌봄 인력에 의한 무형의 직접 대면서비스이므로 같은 서비스라도 제공하는 인력에 따라 상이하게 전달된다[46]. 따라서 노인의 자율성 확충과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체계적인 욕구사정과 개별화된 질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 그리고 정확한 업무 분장이 되도록 서비스 제공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비록 시설에서 거주하더라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년기에 사회와 단절되고 다른 사람과 대화가 줄어든 채 고립된 생활을 지속할 경우 노인은 사회적 노쇠(Social Frailty)과정이 급격히 진행되고 이로 인해 우울감이나 일상생활동작 수행장애가 높아지는 등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41]. 이에 노인요양시설은 가족의 방문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외부 사회와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가족을 포함하여 공공기관, 종교기관, 민간기업, 학교, 그리고 지역주민 등 다양한 지역사회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설 내 노인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본 논문은 제1저자의 석사학위논문을 수정·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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