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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Possibilities and Limits of the University-Industry Collaboration Faculty System based on their Experiences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의 가능성과 한계: 교수들의 경험 분석을 토대로

  • Received : 2021.01.11
  • Accepted : 2021.02.08
  • Published : 2021.05.28

Abstract

This article explores the possibilities and limits of the University-Industry Collaboration (UIC) Faculty System from their perspectives. A qualitative research study is conducted to gain an in-depth understanding of experiences of the UIC faculties. Semi-structured interviews of eight UIC faculties working for A University located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were conducted for the date collection. The results suggest that the UIC Faculty System has provided retirees with an opportunity to move into a second career. Their intangible assets such as industrial field experience, R&D competency, organizational competency, and network all together have contributed to the innovation of the university education. However, the short-term performance-oriented operation has prevented the development of the UIC faculty system. These findings suggest that the system should be improved in order to promote its mutual benefits to both universities and UIC faculties.

산학협력이 강조되면서 최근 각 대학에 산학협력중점교수('산중교수')가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의 경험과 그 의미에 대한 학술적인 탐색은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산중교수들의 시각'을 통해서 산중교수제도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LINC+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도권의 A 대학에 소속된 8명의 산중교수를 대상으로 2020년 2월~4월에 반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하였고, Colaizzi의 질적 자료 분석법을 적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산중교수제도는 산업계에서 전문경력을 쌓은 퇴직자들에게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고, 이들이 가진 장기간의 산업현장 경험, R&D 역량, 조직역량, 네트워크 등의 무형적인 자산은 '대학 혁신의 동력'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단기 성과 중심의 제도 운영'은 산중교수의 발전가능성을 제한하는 높은 장벽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과 산중교수가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도록 산중교수제도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Keywords

Ⅰ. 서론

사회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고등인재 육성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역할과 책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즉, 지식기반경제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대학의 전통적인 3대 책무(‘교육, 연구, 봉사’) 외에 ‘산학협력’이 네 번째 책무로서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1]. 이는 국내외 주요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사업에서 ‘산학협력’이 주요 평가요소로 포함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학이 더 이상 ‘소수 엘리트를 육성하는 상아탑’으로서의 고답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고, 산업체와의 활발한 협력과 연계를 통해서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연구활동을 수행할 것이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2].

이러한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과 산업체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재정지원사업들이 다수 추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업으로서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사업(LINC: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을 들 수 있다. 동 사업은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혁신하고, 산업과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 2012년부터 교육부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3]. 4년 주기로 추진된 LINC 사업은 2016년도에 1차 사업이 종료되어 2017년부터는 ‘산학 협력 고도화 지원사업(LINC+)’으로 확대 개편되어 추진되고 있다. LINC+ 사업은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연구 수행 면에서 대학과 산업체 간의 협력을 통해서 현장 적합성이 높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3].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LINC+ 사업에서는 ‘산업체 경력을 가진 전임교원’인 ‘산학협력중점교수’ 충원 비율을 중점 평가 요소로서 포함하고 있다[4].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이하 ‘산중교수제도’라 함)는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립한 「산학협력 촉진을 위한 대학 교원인사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처음 제안되었고[5], 같은 해 7월에 고등교육법 제15조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동 조항에 근거하여 2011년 9월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마련한 「산학협력중점교수 인정기준」에 따라 산중교수제도가 운영되고 있다[6]. 「산학협력중점교수 인정기준」에 의하면,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산업체 경력자로서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 연구, 창업· 취업 지원 활동을 담당하고, 산학협력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교원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라 산중교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체 경력 10년 이상인 자’로서, 산중교수로서 임용 또는 지정되어야 하며, 책임강의 시수를 30% 이상 감면받아야 한다. 산중교수의 주된 역할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산학협력 매개주체로서 “교육, 연구, 창업·취업 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전국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 소속된 산중교수는 총 5,772명이다[7].

이와 같이 비교적 단기간에 ‘산중교수’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대학 안에서 겪는 경험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산중교수에 대해 소수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모두 ‘산중교수제도’의 운영 현황과 개선방향만을 제시하고 있고, 정작 이들이 대학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하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4][8][9].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산중교수들의 관점’을 통해서 산중교수제도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LINC+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수도권 A 대학에 소속된 산중교수들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추진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서 설정한 연구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중교수들은 어떠한 동기를 가지고 대학 사회에 진입하는가?

둘째, 이들의 경험과 활동은 대학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가?

셋째, 산중교수제도의 정착을 저해하는 대학 요인들은 무엇인가?

넷째, 산중교수제도를 어떻게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탐구는 산중교수의 역할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를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중교수제도의 개선방향을 모색해나가는 데도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산중교수제도의 배경 및 현황

1. 산중교수제도의 대두 배경

산중교수제도는 2000년대 초반 지식기반경제의 출범과 더불어 ‘대학과 노동시장간의 긴밀한 연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출범하였다[3]. 당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산학협력’이 새로운 대학 책무로서 강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학혁신의 중점전략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2000년대 초에 ‘광역권 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지역거점연구단사업’ 등과 같은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재정지원사업이 여러 부처에 의해서 추진되었다[3]. 이러한 사업들은 개별적인 성과는 만들어냈지만, 산학협력에 기반한 전면적인 대학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존 사업을 통폐합하여 대학교육체제의 전면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서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사업(LINC)’이 출범하였고, 그에 따라 ‘산중교수제도’가 도입되었다.

2011년 4월에 발표된 「산학협력 촉진을 위한 대학 교원인사제도 개선방안」에서는 기술이전, 산학공동연구 등과 같은 산학협력활동을 위한 재정지원은 확대되었으나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로서 대학 내에서 산학 협력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부족을 들고 있다[5]. 대부분의 대학 교원이 ‘논문 실적’에 의해서 임용되는 상황에서 연구 실적 없이 산업현장 경험만을 가진 인재들이 대학교원으로 임용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 경험을 가지고 대학 내에서 산학협력활동을 중추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원을 충원할 수 있는 ‘산중교수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산중교수제도의 활성화에는 LINC 사업의 확대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4]. 산중교수 인건비의 70%를 LINC 사업 예산을 통해서 충당하는 것이 가능했고, LINC 사업을 준비하는 대학들은 선정평가 지표에 포함된 산중교수를 충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산중교수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던 LINC 사업은 2016년에 종료되어 2017년부터는 ‘산학협력 고도화 지원사업(LINC+)’으로 확대되어 ‘산학협력 고도화형’과 ‘사회맞춤형 학과 중점형’으로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다[10][11]. 2019년에는 산학협력 고도화지원사업의 선정 대학은 55개교였고, 사회맞춤형 학과 중 점형 사업의 선정 학과는 20개교였다[12]. 이에 따라 산중교수제도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산중교수제도의 현황 및 이슈

현재 운영중인 산중교수제도의 근간은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립한 「산학협력중점교수 인정기준」에 제시되어 있다. 동 기준에 의하면, 산중교수는 임용형태에 따라 산중교수로 임용된 ‘채용형 전임교원,’ 그리고 교수 임용 후 산중교수로 지정된 ‘지정형 전임교원,’ 그리고 비전임 교수로 채용된 ‘비전임 산중교수’로 구분된다[6]. 이 중 ‘채용형 전임교원’은 소속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LINC+사업 평가에서 비전임 교수 유형에 비해 가중치가 높게 부여되기 때문에 대학들에 의해서 가장 선호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산중교수 중 채용형 전임교원이 45.2%(2,607명)로 가장 비율이 높고, 그 다음으로 지정형 전임교원 41.6%(2,404명), 비전임 산중교수 13.2%(761명) 순으로 나타났다[7]. 이 중 지정형을 제외하고, 채용형과 비전임 산중교수의 경우 ‘산업체 경력’이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산업체 경력이란 민간 산업체, 국가기관, 국가기관에 준하는 기관 등에서 대학에서 담당할 전공 분야와 관련된 직무에 종사한 경력을 의미한다[3]. 산업체 경력자의 교원 임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산중교수 임용시 최소 학력기준은 대학별로 설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박사학위가 없고 논문 실적이 전무하더라도 산중교수로서 임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산중교수의 역할과 책무는 소속 대학별로 차이가 있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다르고, 대학 설립 유형이 같더라도 대학별로 다르다. 「산학협력중점교수 인정기준」에 의거하여 ‘산학협력’과 연관하여 산중교수는 교육, 연구 및 학생 지도를 수행해야 하는 공통점은 있으나, 세부 역할은 대학별로 다르고, 심지어 같은 대학에서도 개인별로도 차이가 있다[4]. 예를 들어, ‘연구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여된 산중교수가 있는 반면에, ‘취업 및 창업지원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여된 산중교수가 있다.

대부분의 산중교수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임용되어 주기적으로 재임용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또한 대학별로 다르다. 재임용 계약기간이 1년인 대학들이 있는 반면에, 2년 이상인 대학들도 있다. 산중교수 처우도 대학별로 차이가 있으나, 정년트랙 전임교원들 보다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비정년 산중교수를 포함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 대한 김지하 외[13]의 연구에 의하면, 조사 대상 4년제 일반대 67개교에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연봉은 최저 2,440만원부터 최고 4,8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자체 재원으로 산중교수 인건비를 충당하는 대학도 있지만, LINC 사업 참여 대학의 대부분은 사업비를 통해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업중단시 인건비 확보가 심각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4].

대학 내 소속 면에서 산중교수들의 경우 일반 교수들과 달리, 개별 학과가 아닌 ‘산학협력단’에 소속되는 사례들이 더 많다. 허선영 외[4]의 연구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대학(4년제 81개교, 전문대 78개교)에 소속된 산중교수의 약 31%가 학과에 소속되어 있었고, 30%가 LINC+ 사업단, 그리고 40%가 산학협력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업단이나 산학협력단에 소속된 산중교수의 경우 산학협력활동보다 LINC+ 사업을 위한 행정 지원 및 문서 작성 등의 업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 이러한 문제들이 보여주듯이, 제도의 취지와 달리 산중교수제도는 여전히 대학사회에 정착되지 못하고 불안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산중교수들이 대학 내에서 겪는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수도권에 소재한 A 대학에 소속된 8명의 산중교수들이다. A 대학은 다년간 LINC 사업 준비를 해오다가 2018년에 LINC+ 사업 중 소규모 사업인 ‘사회맞춤형 학과 중점형 사업’에 선정되었다. 2020년 2월 기준 A 대학의 산중교수들은 총 33명이고, 전원이 ‘학과’에 소속되어 있다. 이 중 남성은 29명이고, 여성 4명으로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주로 이공 계열 학과에 소속되어 있으나, 기타 계열(사회, 자연, 보건 계열)에 소속된 경우도 있다. 이 중 연구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하였다. 첫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인 산중교수로, 이들이 전국에 있는 산중교수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소 3년 이상의 산중교수 경력 보유’로, 산중교수 직무의 특성을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소속 학과의 다양성’으로서, 학과 차이를 넘어서 겪는 산중교수로서 공통된 경험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이전 소속기관의 다양성’으로, 정부출연기관, 민간 기업, 비영리단체 등과 같이 직전 소속기관의 다양한 특성이 산중교수로서의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서 선정한 연구 참여자들의 주요 특징은 [표 1]과 같다.

표 1. 연구 참여자 현황

주: 참여자 이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 처리함

2. 연구 자료의 수집

산중교수와 비정년교원에 관한 선행연구,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사업(LINC+) 관련 계획서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여 면담지를 개발하였다. 면담지는 크게 5개 항목(교원임용 전의 경력, 산중 교수 지원 동기, 산중교수로의 역할과 경험, 산중교수 제도의 한계, 제도 개선 방향)으로 구성하였다. 면담과정에서는 면담자의 교수임용 시점, 소속 학과, 산업체 경력, 면담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질문들을 적용하였다. A 대학 관계자의 협조를 얻어서 앞서 제시한 4개 기준을 적용하여 면담 풀을 구성하였고, 순차적으로 섭외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면담자로 선정된 8명의 면담자들에게 소정의 면담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면담은 2020년 2월~4월 사이에 A 대학의 회의실 또는 면담자의 연구실에서 진행하였다. 2월에 면담을 시작했으나, COVID-19 상황이 심각해져 잠시 중단하다가 4월에 다시 진행하였다. 면담 진행 4~5일 전에 면담자들에게 이메일로 면담지를 보내면서 면담 프로토콜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면담은 일대일로 진행했으며, 면담자별로 약 60~80분씩 실시하였다. 면담을 마치고는 당시 분위기나 특이 사항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현장기록 노트를 작성하여 추후 자료를 분석할 때 활용하였다.

3. 연구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을 위해서는 Colaizzi[14]가 제시한 질적 자료 분석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우선,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현상 전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강조되는 부분을 표기하여 의미있는 진술들을 추출하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제(theme)와 주제 묶음(cluster of theme)으로 범주화(category)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타난 주제는 관심 있는 현상과 관련지어 명확한 진술로 최종적으로 서술하였다. 분석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참여자의 응답에 경청하면서 현장 노트 기록과 녹음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리고, 도출된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질적 연구전문가와 면담자 1인의 확인을 거쳐서 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아울러, 연구참여자들의 인적 특성과 직무환경을 상세히 제시함으로써 유사한 상황에서 본 연구 결과의 적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Ⅳ. 분석 결과 및 해석

1. 입직 동기: 전문성 발휘를 위한 제2의 기회

산업계에서 전문경력을 쌓은 퇴직자들에게 산중교수 제도는 제2의 커리어를 모색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었다. 이들은 장기간의 산업현장 경험, R&D 역량, 조직역량, 네트워크 등의 무형적인 자산을 가지고 산중 교수에 지원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 8명 모두 최소 20년 이상의 산업계 또는 공공기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세부 경력은 다양했다. 민간기업 출신 2명, 공기업 출신 1명, 민간기업 연구소 출신 2명, 공공연구소 출신 2명, 사단법인 출신 1명이었고, 종사 분야도 공학, 건축, 경영, 소비자보호, 교통, IT 콘텐츠 개발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에게 산중교수는 ‘아직은 많이 젊다고 생각되는 나이에’,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직업을 택하고’, ‘인생의 나머지 반은 다른 경험을 하면서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였다.

아직은 많이 젊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서 이것도 하나의 일이고..., 또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분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런 것도 좀 경험하고 싶었고..(성기욱)

일찍 나와 가지고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게 낫지. 거기에서 계속 한 3년, 5년 더 있어가지고 뭐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이승진)

일부의 연구 참여자에게 산중교수제도는 ‘기존에 해보고 싶었던’ 학생 지도와 교육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 기도했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건축사무소를 운영했던 ‘이현숙’은 산중교수제도를 통해 교수가 되고 싶었던 꿈을, 그리고 대기업에서 수십 년간 ‘세일즈’를 담당했던 ‘오현철’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나 대학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세일즈학을 가르치는 꿈’을 실현하고 있었다.

회사 일을 하거나 사무실을 운영했어도 학교에서 티칭하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산학협력중점 교수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이현숙)

내가 아는 것을 가르쳐야 되는데 마침 이걸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도 안 해봤으니까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걸 내가 잘 만들면, 기회를 내가 만들 수도 있겠구나.(오현철)

이와 같이 다양한 배경과 동기를 가지고 대학 사회에 뛰어드는 산중교수들은 앞으로 교수 모델이 다양화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논문 실적으로 교수가 되고, 임용 후에는 교육과 연구만 주로 담당하는 전형적인 교수들과 달리, 산중교수제도는 산업계 경험을 토대로 산학협력 활동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유형의 교수 모델을 배태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산중교수는 그동안 ‘형식적인 구호’로만 강조되어 왔던 '산학협력'을 대학 사회에 내재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유형의 교수라고도 할 수 있다.

2. 산중교수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 대학의 탈바꿈을 위한 동력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산중교수들은 그동안 대학들이 ‘노력은 했지만 잘 안되었던 변화’를 실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론 중심의 강의가 아니라 ‘실무에서, 필드에서 다루어지는 리얼 스토리’를 가르치고, ‘기업에서 원하는 것을 빨리 알려주고, 기업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참여자들이 이십여 년간 산업현장에서 변화의 트랜드를 실제 느꼈고, 산중교수가 된 후에도 현장과 지속적으로 연결 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교과서적인 얘기가 아니라 실무에서, 필드에서 다뤄지는 리얼 스토리를 얘기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지 제 수업 만족도가 계속 좋아서 저도 놀래요 (이현숙)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기술 쪽도 많아서 현업에서 요구하는 거를 좀 더 원천보다는, 원천을 기본으로 가지고 그런 응용 분야까지 얘길 하고 기업에서 원하는 것을 빨리 알려주고 그리고 기업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기회죠.(김철희)

산중교수제도는 기존 교수들이 압박감은 많이 느끼지만 정작 해결하기 어려운 ‘현장실습, 취업 지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었다. 논문 실적 위주로 교수 임용과 승진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산업 네트워크의 구축 및 유지에 몰두할 유인가를 갖기 어렵다. 그에 따라 대학 본부에서는 학생들의 현장실습, 취․창업 지원을 교육, 연구 다음가는 교수 책무로서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에게는 산학협력은 하기도 어렵고, 해야 할 이유도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최소 10년 이상의 산업계 경력을 가진 산중교수들에게 ‘현장실습, 취․창업 지원’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들이 가진 산업계 네트워크가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취업을 위한 결정적인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OO 공단, OO공단, 하여튼 제가 그런 쪽을 많이 알기 때문에 학생들이 교통 쪽으로 하고자 한다면 그런 쪽에 연결도 시켜주고 추천도 해줄 수 있어요(김찬형)

5월 달에 왔는데 8월 1일까지 150명인가를 [현장실습] 보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한테는] 일도 아니에요. 왜냐면 금방 [회사에서] 나오고 마음만 먹으면....1달 보름 만에 150명을 좋은 회사에다가 현장실습을, 그것도 4개월짜리를 보냈어요.(오현철)

‘대학-산업간 협력’ 면에서도 산중교수제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었다. 지식기반경제의 도래 이후 ‘산학협력’이 대학혁신의 화두로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지만, ‘LINC+ 사업’ 등과 같은 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시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교수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대학 본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산학협력활동은 사업 종료와 더불어 현저히 약화되곤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산중교수는 대학 내 산학협력의 주체로서 대학과 산업 간의 연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산업체들과 ‘일을 해본 사람’이고 ‘(산업체들이) 아는 사람’인 산중교수의 산학협력 역량이 일반 교수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산업계 네트워크의 발굴 및 관리’의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어서 네트워킹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보통 ‘일을 해본 사람’하고 같이 하는 게 쉽잖아요, 제가 여기 있는 한, 저하고 했던 회사들은 계속할 거예요. 신뢰보다는 ‘안다는 거’죠. 물론 저희들도 [업무상] 가족 기업도 계속 발굴해내야 나가야 하고.(성기욱)

제가 어디 가서 가장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거는 네트웍이예요. 제가 특히 제가 OO 네트웍이라든가. OO 언론 방송 시민사회단체 이런 쪽 네트웍은 제가 아주 강하고....네트웍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김찬형)

이처럼 산중교수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추어 대학 전체를 탈바꿈하려는 A 대학에게 혁신 동력이 되고 있었다. ‘현장실습과 취업 기회의 증가, 기업프로젝트 수주의 확대’는 산중교수들의 역할 없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3. 제도와 실제 간의 깊은 간극: 산중교수제도의 가능성 제약

앞서와 같이 산중교수제도는 산학협력 활성화 등을 비롯한 대학교육의 혁신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지만, ‘단 기성과 중심의 제도 운영’은 제도의 발전가능성을 한계 지우는 장벽이 되고 있었다. A 대학의 경우 산중교수 계약기간이 1 또는 2년이고, 계약 갱신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성과 조건도 자주 변경되면서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성과를 채우는 데 급급해하고 있었다.

산중교수제도 개정이 됐다고 나중에 전해 들어요. 그러니까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가야 되는 건가. 저렇게 가야 되는 건가. 임기도 지금 뭐 1년, 2년 왔다 갔다 하고 (유현상)

연구 참여자들은 산중교수로서 산학협력 관련 연구와 교육 및 봉사활동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중 사실상 재임용을 결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연구과제 수주’이었다. 연구과제 수주는 특성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 발주 상황 등과 같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학 측에서 제시한 성과를 계약 기간 내에 채우지 못할 경우 퇴직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용불안’은 이들에게는 벗어나기 어려운 스트레스였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하다가 갑자기 내년에 잘려버리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중장기 과제는 피하고 ‘단기 과제’ 위주로 연구를 수주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년에 잘려버리면 [연구]하다가 사고 나잖아요. 그럼 괜히 그쪽에 문제되니까. 실제로 그런 거 많아요. 우리 교수님들 중에, 프로젝트 하다가 날라가서 [연구를] 시행을 못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승진)

무엇보다도 단기성과 중심의 산중교수제도 운영의 가장 큰 폐단은 계약 연장에 필요한 성과만 달성하게 하는 ‘피동성’을 유발하고, 더 잘하려는 ‘동기’는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더 노력해도 A 대학 내에서 안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근무연한이 길어질수록 대학본부의 성과관리 방식에 맞추어 ‘요구되는 만큼만’의 성과를 산출해내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걸 (성과) 관리하는 순간부터는 제가 (취업 관련) 숙제가 몇 명 해야 되요 라고 묻지요. 25명이라고 알려주면, 딱 25명만 해요. 왜? 저도 똘똘한 사람이고 일을 해봤는데 뭔지 알잖아요.(오현철)

단기계약은 비단 연구 참여자들의 연구 실적만이 아니라, A 대학 내의 인간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누구도 짧은 기간만 근무할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교수’인 산중교수들은 ‘교수상 조회’에도 가입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전임교원’이기는 하지만, 1~2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비정년트랙 교수인 산중교수는 학과 회의도 당당하게 참여하지 못하는 ‘허울 좋은 교수’이기도 했다.

난 이제 [A대학] 소속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누구 어느 분이 결혼하고 돌아가셨는데, 나는 (상조회 가입이 안되서) 몰라요.(오현철)

처음에는 2주에 한 번씩인가 [학과 회의에] 참여했어요. 저도 발언도 하고 하다가, 저 앞으로 그냥 참여 안 하겠습니다 하고 그랬어요. 왜냐면 거기서 ‘이건 교수님하고 관계는 없는 거지만’... 이런 부분에서 제가 참여 안하는 게 더 편하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김찬형)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A대학에서 산중교수가 절실히 필요해서 임용한 것이 아니라, ‘재정지원사업 대비, 전임교원 확보율 향상’ 등과 같은 여타의 목적을 위해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지원사업 종료 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비정년 트랙 교원’으로 임용하고, 별도의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산중교수들에게 연구 수주 부담은 주지만 대학원생은 배정하지 않고, 학생 취업 부담은 주지만 정작 지도할 학부 학생은 배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에 따라 산중교수제도는 ‘만들어놨는데 아무도 관리(지원) 안하고’ 과업만 주는 억압적인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산학협력교수는...., "만들어놨는데 아무도 관리를 안 하고 이런 거 같아요."....제도도 중요하지만 문화나 이런 게 있어야 돼요. (오현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산중교수를 ‘열외적인 교수, 전임교원의 보조자’로서 접근하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차별화된 고유한 역량과 역할을 가진 존재로서 인식하기보다는, 정년트랙 교수들이 기피하는 취업지원, 현장실습 업무를 대신하거나, 재정지원사업 계획서 작성 및 실행 등을 해주는 ‘전문인력’ 정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본부에서] 산학에 관한 이야기가 이슈가 되면 ‘산학교수’ 뭐해? 하고 해서 이게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얘기해서 제일 시키기 좋은 대상이 된 거예요, 산학교수. 그러다 보니까 점점 [시키는 일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KPI(성과지표)를 바꿔나갔어요. (이승진)

“저임금, 단기 계약, 지도학생 무배정 등‘과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은 A 대학 내에서의 ’산중교수들의 지위‘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학과 교수들보다 현저히 낮은 처우는 산중교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대등한 지위’ 확보를 거의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저흰 연봉 계약. 거의 변한 적이 없습니다. 8년 동안. 그게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많이 힘들죠.. (유현상)

처음에는 학부 학생지도(취업 지원)를 해야 되는데 학생들하고 전혀 알 수 있는 계기가 없잖아요. 지도교수로 배정도 안 돼 있고...(김진현)

이에 더하여 대학 내 지원 시스템 부재는 산중교수들의 적응을 더 어렵게 하고 있었다. 성과 관리는 엄격하지만, 정작 이들의 고충을 처리해주는 부서는 사실상 부재한 가운데, 산중교수들은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신히 적응해서 살아남는 산중교수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도태되고 있었다. 이는 비단 산중교수 개인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차원에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산중교수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도태될 경우, 이들이 축적한 산학협력 노하우와 네트워크도 함께 사라져서 ‘산학협력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4. 상호 윈윈(win-win) 영역의 확대: 제도 개선의 가능성

산중교수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산중교수와 대학이 상호 윈윈(win-win)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년 이상의 전문경력을 가졌더라도 은퇴 후 전문직으로의 재취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산중교수제도는 그 자체로서 제2의 커리어가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제3의 커리어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평생을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오현철’은 산중교수로서 수행한 연구활동을 토대로 세일즈학 전문가가 되어 저서 활동, 전문 강연자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고, ‘김찬형’은 산중교수 활동을 매개로 A 대학 내에 본인의 전문성을 살린 ‘OO 연구원’을 개설하여 활동의 폭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산중교수제도는 문제는 많지만 대학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인드’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세일즈 매니지먼트라는 분야의 전문가로 계속 가고 싶고 그렇게 할 거거든요... 학교에 있으니까 연구하는 분하고도 만날 수 있고....학과가 저한테는 좋은 든든한 백그라운드이기도 하고..(오현철)

제가 지금 갖고 있는 전문성도 인정을 받고, 제가 시민단체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영역들도 상당히 있지만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상당히 많더라고요....가령 제가 제안서를 내더라도 교수 이름으로 제안서를 낼 경우에 그렇죠 (김찬형)

기업네트워크와 더불어 창업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던 ‘이승진’은 대학원에 자신의 강점을 살린 전공을 개설하면서 산학협력 기반도 공고히 하고, 학과 내에서도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해나가고 있었다. 이처럼 산중교수의 고유한 전문성과 대학의 특별한 요구가 잘 매칭될 때, 산중교수제도의 허(虛)보다는 실(實)이 더 많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단기 성과 평가 위주’의 산중교수제도가 가진 문제를 외면하게 하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정년 트랙제로 운영되는 산중교수제도는 제도 본래의 취지인 산학협력의 활성화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산중교수들의 관점’을 통해서 산중교수제 도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LINC+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수도권 A 대학에 소속된 8명의 산중교수들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하였고, 수집된 자료는 Colaizzi[14]의 질적 자료 분석방법론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산학협력 중점교수제도는 산업계에서 십 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에게 제2커리어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이들에게 산중교수는 ‘아직은 많이 젊다고 생각되는 나이에’,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직업을 택하고, ‘인생의 나머지 반은 다른 경험을 하면서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였다. 이들이 가진 ‘산업현장 경험, R&D 역량, 조직역량, 네트워크 등의 무형적인 자산’은 대학의 탈바꿈을 위한 동력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학생들에게 ‘실무에서, 필드에서 다루어지는 리얼 스토리’와 ‘기업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처럼 산중교수제도는 산학협력 활성화 등을 비롯한 대학교육의 혁신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지만, ‘단기 성과 중심의 운영’은 제도의 발전가능성을 저해하는 장벽이 되고 있었다. 대학 측에서 제시한 성과를 계약 기간 내에 채우지 못할 경우 퇴직해야 상황에서 ‘고용불안’은 벗어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고, 그 결과 주어진 성과만을 피동적으로 달성하고 ‘단기 과제’만 수주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1~2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 산중교수제도의 특성상 이들은 소속 학과에 유기적으로 융합하거나 대학 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앞서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산중교수의 고유한 전문성과 대학의 특별한 요구가 잘 매칭될 때,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가능성과 한계를 고려할 때, 산중교수제도 의 전면적인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행연구들 [4,9]에서 지적했듯이 현재와 같이 단기성과 중심의 관리체계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산중교수들이 중장기적인 관점하에 산학협력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대학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LINC+ 사업 등과 같은 재정지원사업 평가시 각 대학의 산중교수 인원만이 아니라, 이들이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발전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고 있느냐를 같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소 계약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산학협력활동 수행을 위한 여건(지도학생 배정, 연구활동 지원, 보수 개선 등)을 적절히 조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산학협력활동을 통해서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산중교수들이 ‘논문 실적’이 아니라 ‘산학협력 실적’을 통해서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전환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들이 산학협력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각종 재정지원사업 수주를 위한 부수적인 활동으로서 산학협력을 접근하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의 주요 책무로서 접근하고, 그에 따라 산중교수와 같이 산학협력활동에 기여하는 교수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대학사회에서 간과되고 있는 산중교수제도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으나, 1개 대학에 소속된 산중교수만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대학들에서 근무하는 산중교수들에 대한 질적 연구가 수행되어 산중교수 제도 개선을 위한 폭넓은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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