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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사회연결성의 팬덤 공동체 형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 방탄소년단 사례를 중심으로

How does the Social Connectivity of Social Media Build a Fandom Community? An Exploratory Study on the BTS Fandom

  • 이재원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 투고 : 2021.05.13
  • 심사 : 2021.07.17
  • 발행 : 2021.07.28

초록

본 연구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와 중국 미국 한국인 팬들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스타와 팬이 소셜 미디어의 사회연결성을 토대로 글로벌 팬덤 공동체를 형성해내는 양상을 탐색했다. 스타와 팬은 소셜 미디어의 연결성을 활용해 공과 사를 넘나드는 유사-사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방탄소년단은 자신이 수상했음에도 팬클럽인 아미에게 "축하한다"라며 각 팬 개개인이 주체가 되도록 담화 방식을 구성해낸다. 팬으로서는 자신에게 사적으로 건네는 트윗처럼 여겨지게 되는데, 이는 비단 텍스트 구성 방식에만 적용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식적인 활동이나 기념일과 같은 공적인 행사가 없는 날에는 사적인 트윗 혹은 이전의 기억을 끌어올리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통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팬들이 서로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This study explored the mechanism by which stars and fans build a global fandom community based on social connectivity of social media based on BTS' official Twitter and in-depth interviews with Chinese, American, and Korean fans. Stars and fans use the connectivity of social media to build a pseudo-private relationship that crosses public and private affairs. Even though they won the award, BTS "congratulates" the fan club, ARMY, and organizes a dialogue method so that each fan becomes the subject. From a fan's point of view, it comes to be seen as a personal message to them, which is not just applied to the text composition method. On days when there is no public message such as official activities or anniversaries, a device to communicate without missing a day has been prepared by raising private messages or previous memories. It was found that the sense of constant connection strengthens fans' sense of community toward each other.

키워드

I. 문제 제기

본 논문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벌이는 다양한 참여 활동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구축하는 기제를 글로벌 팬덤의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했다. 매스 미디어 시대와는 다른 양식을 지닌, 공유하기 쉬운 스프레더블 미디어 콘텐츠(Spreadable media contents)[1]의 특성과 이용자의 참여 활동이 전 지구적인 공동체 형성의 주된 특징이라고 상정하고,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구축된 사례를 통해 소셜 미디어로 연결되어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양상을 탐색하는 연구다.

한국의 K-pop이 전 세계에 확산하는 현상은 2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K-pop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하나의 장르 음악으로 꼽히며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됐다. K-pop은 중국의 한한령, 일본의 혐한류 등의 흐름 속에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그룹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장르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5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빌보드차트 ‘빌보드 200’ 1 위에 올랐다[2]. 이후 2020년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역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3].

국내에서는 단숨에 미국 차트 정상에 오른 것처럼 보이는 방탄소년단 현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참여 활동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 전, 빌보드가 방탄소년단을 주목한 이유도 소셜미디어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었다. 2017년 봄, 이미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는 이들에게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여하며 소셜 미디어 활동과 팬들의 호응을 확인해줬다. 유튜브에서 높은 재생수와 투표수 등 팬덤의 힘이었다. 데뷔 시기부터 트위터를 활발히 활용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15만 건 이상의 리트윗으로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활동한 남성 그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4]. 연예 활동부터 일상 기록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보이는 방식은 이들의 세계적인 팬덤 구축의 토대가 되었다[5]. 핫100은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이 포함되는데 미주 지역 팬들의 라디오 리퀘스트 운동이 큰 몫을 했다.

음악의 메시지, 음악적 완성도, 개인 멤버의 매력 등을 흔히 가수의 성공 요인으로 꼽지만, 전 지구적으로 성공하기에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가수의 음악적 완성도나 스타성 등의 매력 요소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공유되며 범지구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제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지만, 팬들은 스타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 발전해 나간다.

그동안 한류 스타가 전 세계에 인기를 얻은 경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지도를 획득한 ‘방탄소년단 현상’에 대해 K-pop의 성공이나 하위문화로서 팬덤 논의를 넘어서는 학문적인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현상에 대한 논의는 방탄소년단의 소통을 감정노동에 빗대는 비판적인 시각[6]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나 활동 방식을 니체 헤겔 들뢰즈 등의 철학의 틀로 설명하는 시도 등이 이어지고 있다[7][8]. 하지만, 철학적 논의가 주를 이루고 실증적 사회과학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더구나 소셜 미디어의 기술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소셜 미디어 콘텐츠와 이용자의 참여를 동시에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방탄소년단에 앞선 글로벌 한류 스타 싸이의 경우 유튜브 밈을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연결지어 분석한 연구[9]가 소셜 미디어 확산에 주목한 연구로 본 연구와 공통점을 갖는다. 싸이는 미국의 유명한 기획사에 소속되고 스타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먼저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면, 방탄소년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팬들의 연결이 우선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갖는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클럽 아미(ARMY)가 기획사 주도형 팬덤에 그쳤다면, 이처럼 국경을 넘는 수치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획사가 주도하여 팬클럽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하향식(top-down) 문화로는 세계적인 인지도와 히트곡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보여주는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는 상향식(bottom-up) 참여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10].

한류 팬덤과 같이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는 팬들의 연합에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팬과 팬, 팬과 스타 사이의 시간과 공간적 거리감을 좁혀주며 팬덤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팬 포럼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팬들이 연결되었고[11],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팬덤의 사회적 자본이 구성원 간 정보교류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는 연구[12] 등 소셜 미디어의 사회연결성을 팬덤 차원에서 다루는 연구들이 이뤄졌다.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팬의 활동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스타와 팬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에 스타의 활동을 포함해 공동체를 분석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 논문은 플랫폼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된 무대가 되는 시대라는 점에 주목하여, ‘플랫폼의 사회연결성(platformed sociality)’의 관점에서 팬덤 공동체의 참여 활동을 파악하는 입장을 취한다[13]. 소셜 미디어는 자동화된 연결성을 기술적으로 구축하여 이용자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생산자와 이용자가 함께 생산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는 더 쉽게 공유되는 콘텐츠로 끊임없이 변모된다. 네트워크 문화는 콘텐츠가 퍼지기(spread)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팬 문화의 확산과 연결된다.

팬 수용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다른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팬들 간 상호작용에 조응하며 공동체가 유지된다[14]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팬들은 다양한 플랫폼의 연결성 안에서 방탄소년단이 제시하는 콘텐츠를 전유(appropriation) 하며 접합하는 과정을 통해 전 지구적 팬덤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팬들은 소셜 미디어의 작동 원리인 ‘친구 맺기(friending)'[13]를 통해 팬들 사이는 물론이고 스타와도 소셜 미디어상에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연결된다.

매스 미디어 시대에 팬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이용자로 상정됐으나, 점차 산업과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는 방향으로 현실을 반영하여 변하기 시작했다[15]. 특히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팬덤의 참여문화는 산업적인 차원과 이용자의 활동과 상호 관계 안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단 팬이 아니더라도, 일반 이용자들도 이용 활동이 곧 생산을 배태하는 플랫폼 환경에서 팬들의 참여문화는 더욱 강하게 확산이 된다고 상정할 수 있다. 팬덤을 하위문화, 혹은 적극적 이용자들이라는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본 연구는 소셜 미디어에는 이미 이용 행위에 생산이 포함되는 생용(produse)1[16] 문화를 바탕으로 작동한다고 보고,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스타와 팬 사이의 생용 문화의 측면에서 전 지구적인 팬덤을 확인하고자 했다. 본 논문은 스프레더블 미디어 환경에서 팬들이 생용하는 가운데 초국가적 팬덤 공동체가 형성되었다는 잠정적 가설을 토대로 팬덤 공동체 구축에 관해 탐구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방탄소년단이 공식트위터를 통해 생산하는 콘텐츠를 분석하고, 팬들과 심층 인터뷰를 가지는 등 질적 연구 방법(qualitative research method)으로 글로벌 팬덤 공동체의 기제를 파악하고자 했다.

II. 이론적 배경

1. 소셜 미디어의 사회연결성

소셜 미디어 내에서 이용자들은 ‘친구’라는 표현으로 멤버십에 참여해 소속되고 연결된다. 소셜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 시대의 공동체와 달리, 개인과 개인이 디지털에서 연결되는데,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특정 플랫폼에서 플랫폼 운영자의 규칙에 따라 연결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플랫폼에서의 사회성은 오프라인 사회성과 다르다.

소셜 미디어 공동체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기술과 뗄 수 없다. 플랫폼 운영진이 제시하는 행동 양식에 따라 타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가 최대한 자사에 머물게 하려고 특정한 방식의 행동을 유도(affordance)하는데, 참여자로서는 이러한 장치들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따라서 특정 플랫폼 내에서는 결속력이 강한 ‘네트워크 집단주의’(networked collectivism)가 나타난다[17].

즉, 소셜 미디어에는 미디어별로 커뮤니케이션 문법이 존재하는데, 이 문법이 이용자들에게 의례(ritual)가 된다. 예컨대, 트위터에서는 짧은 글을,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러한 특성에 맞는 공동체가 형성된다. 기본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가 소셜 미디어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프로필을 생성해야 하고, 이용자들 간에 접촉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18]. 밴 딕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human connnectedness)을 내세우지만, 유대감의 이면에는 자동화된 연결성(connectivity)이 바탕에 깔렸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가 쉬지 않고 연결되어 자사에 최대한 오래 머물러 기업의 이윤을 창출해주기를 바란다. 밴 딕은 이러한 맥락에서 소셜 미디어 도입 이후의 의미 생산은, 플랫폼 중심의 사회성(“platformed” sociality) 속에서 일어난다고 보는데, 이는 본 연구에 유용한 시각이다. 단순한 참여문화(participatory culture)를 넘어서, 연결성 문화(culture of connectivity)로 이동한다고 진단한 것이다[13].

네트워크 문화는 콘텐츠가 공유되고 퍼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해 준다. 공유할 수 있는 능력(sp readability)이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이용하고 유통하는 이들의 능력을 넓혀준다. 콘텐츠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상황은 곧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같이 하향식의 문화 전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더블 미디어 환경에서는 풀뿌리 전파로 콘텐츠는 문화적인 합성물의 형태를 띠며, 매시업되고 혼합된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스프레더블 미디어는 전 지구적인 유대감의 강화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부분이 본 연구가 미디어에 대해 갖는 시각을 공유한다. 국가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적인 미디어 콘텐츠를 쉽게 전유하는 현상은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체로 연결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2. 팬덤 연구의 변화

기존의 팬덤 연구는 문화연구자 피스크와 젠킨스 등에 의해 1990년대 팬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수용자로 재조명하는 시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14][19]. 팬은 매스 미디어의 콘텐츠를 생산자의 의도대로 해독하는 존재가 아니라, 저항적이며 교섭적으로 의미를 생산해내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같은 맥락에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는 온라인 팬덤 연구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오늘날 팬덤은 콘텐츠의 소비뿐 아니라 생산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20]는 점에서 팬덤 연구도 다변화되었다. 스타와 팬의 취향과 쾌락에 대한 면밀한 연구들[21][22]은 아이돌 그룹의 시각적 볼거리로 팬들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미디어 이용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들[23]과 기획사의 산업이 스타를 만들고 팬과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들[15][24]은 하위문화 중심의 팬덤 연구를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해독 패러다임에서 수행 패러다임으로 팬덤 연구의 질적인 전환을 도모한다[25].

본 논문은 전 지구적인 팬덤 공동체의 작동방식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팬덤 연구를 확장하며, 참여문화 중심으로 논의를 한다는 점에서 팬과 스타의 융합과 수행을 중요시하는 연구다.

3. 팬들의 욕구와 스타의 트윗

소셜 미디어에서의 연결성은 지역적인 연결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공적인 활동과 사적인 소통을 넘나들며 기존의 공론장과는 다른, 사적장(Private Sphere)[26]에서 공과 사 그 어느 것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관계성이 형성되었다. 공인 혹은 스타의 소셜 미디어를 팔로우 하는 일반인은 상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친한 사이라고 여기지만, 공인이나 스타는 팔로워를 전혀 알지 못하는 ‘파라 소셜’한 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다[18]. 그러나 팔로워가 스타를 맹목적으로 바라만 보는 것은 아니다. 스타가 콘텐츠를 게시하고, 때로는 팔로워와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는 ‘표현미디어’인 소셜미디어가 완전히 대인 관계의 성격도 아니지만, 완전히 매개적이지도 않은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27].

특히 스타2는 팬 앞에서 일종의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존재인데.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트위터는 스타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통제하고 팬과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다[28]. 스타에게 트위터는 “팬들에게 직접 거리낌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는 “셀러브리티가 ‘실제로’ 그렇게 사는지를 알고 싶은”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스타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트위터에 게시하고, 팬과 소통하고, 스타들끼리 소통하는 과정은 팬과 팬, 스타와 팬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준다[28].

III. 연구문제 및 방법

본 연구는 스타와 팬이 소셜 미디어의 사회연결 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접속하는 스타와 팬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중심으로 탐색했다.

연구문제 1. 스타가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 유통하는 콘텐츠의 특성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2. 팬덤 공동체는 어떤 양상으로 연결되는가. 이와 같은 연구문제를 탐색하기 위해, 질적 연구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 스타가 생산하는 콘텐츠 차원, 둘째, 이용자의 참여 차원으로 나눠서 살펴봤다. 먼저, 스타가 생산하는 콘텐츠 차원은 방탄소년단이 2013년 데뷔 시기부터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의 공식 계정에 방탄소년단이 업로드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담론분석을 진행했다. 어떤 공동체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인 담화 관행을 ‘담화 질서’(orders of discourse)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비평적 담화분석 방법인데, 담화를 구성하는 담론(discourses)은 “특정한 관점으로부터 어느 주어진 사회적 관행을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언어”이다[29].

둘째, 이용자의 참여 차원은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의 트윗에 대한 이용자의 참여 양상 분석과 더불어, 한국 미국 중국 등 글로벌 팬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는 질적 연구에서 관찰하려는 사이트에 대해 깊이 있는 견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30].

트위터의 담론분석에 심층 인터뷰를 보완한 이유는소셜 미디어의 연결성에 대한 진술을 듣고자 함이다. 그동안 소셜 미디어 연구들은 실제 이용자들이 삶 속에서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추적하기가 어려웠다. 지속해서 이용자와 생산자가 교차하고, 유동적인 비선형의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연구라기보다는 이용자가 남긴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식이 주로 이뤄졌다. 질적 연구의 유연한 절차를 활용하여, 담론분석의 내용에 관한 보완과 확인의 차원에서 심층 인터뷰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2018 년 12월 1-31일 한 달간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 계정(@BTS_twt)에 방탄소년단이 업로드한 콘텐츠 90건을 분석했다. 2018년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2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서 1위의 기록을 내기 시작한 해였고, 12월은 그 성과의 결과인 시상식 수상 등의 이벤트가 있는 달이라서 방탄소년단의 공적 사적 콘텐츠의 구분이 보다 명확할 것이라 여겨 2018년 12월을 분석 시기로 잡았다. △게시자(멤버 중 게시자) △주제(음악, 일상 등) △발화대상(아미, 일반인, 다른 스타 등) △콘텐츠 양식(글, 동영상, 사진 등) △팬의 반응수(댓글수, 공유수, 좋아요수 등) 등을 분석하여 콘텐츠 양상을 확인했다.

방탄소년단의 다국적 팬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떠한 콘텐츠를 공유하는지 팬들의 진술로 확인했다. 20대 중국인 팬 2명, 20대 미국인 팬 1명, 20대 대만인 팬 1명, 10대 한국인 팬 4명 등 8명의 여성팬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표 1]. 이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팬들로, 미국 중국 대만 팬은 유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스노우볼 샘플링(snowball sampling)으로 인터뷰 대상을 구할 수 있었다. 팬들이 트위터 이외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콘텐츠를 공유하는 양상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였다. 인터뷰는 1시간-1시간 30분가량 진행되었으며, 동의를 얻어 녹취하고 녹취록을 작성했다.

표 1. 인터뷰 대상 및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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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수집된 내용과 심층 인터뷰 결과 수집된 자료는 근거이론 방법[31]의 분석적 귀납방법(analytic induction)을 통해 분석했다. 먼저, 자주 등장하는 단어 등을 개방 코딩(open coding)하고, 여기에서 추출된 범주(categories)를 중심으로 축 코딩(axial coding) 과선택적 코딩(selective coding)을 해 팬덤 공동체 형성의 기제를 탐구하고자 했다.

IV. 연구 결과

1. 주체의 전환-#우리아미상받았네

스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과 공적인 관계가 아닌, 유사-사적인 관계를 형성해낸다. 스타 자신의 업적은 팬의 공로로 치환되고, 주인공의 자리는 스타가 아닌 팬에게 양도된다.

스타가 트위터에 올리는 내용은 공적인 활동, 사적인 경험이 혼재되어 있으나, 전달하는 방식은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ARMY)’를 직접 호명하며 스타와 팬 사이에 사적이고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을 취했다. 스타가 소셜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콘텐츠는 공식 활동이나 멤버의 생일 축하, 크리스마스 등와 같은 의례와 관련된 사적인 메시지 등으로 구성이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 운영하는 공식 계정인 @BTS_twt 에 분석 기간인 2018년 12월 1-31일 한 달간 방탄소년단이 올린 트윗은 90개다. RM 제이홉 진 지민 정국슈가 뷔 등 멤버의 이름으로 게시되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업로드한 이 트윗들은 멜론뮤직어워드 수상, MAMA 수상 등 연말 시상식 수상소식과 더불어 멤버진 생일, 뷔 생일 축하 메시지, 크리스마스 축하 등의 메시지가 텍스트, 사진, 영상 등으로 구성되어 팬들에게 전달되었다. 방탄소년단이 트위터에 작성한 내용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표 2].

표 2. 방탄소년단 트위터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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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뮤직어워드나 MAMA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도, 멤버 진이나 뷔의 생일, 크리스마스처럼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중요한 기념일을 플랫폼에서 축하한다. 공적인 내용 역시,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소감이라든가,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습 등 공적인 일에 관해 사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해낸다[표 3].

표 3. 방탄소년단 콘텐츠 주제의 공적 사적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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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멜론 뮤직어워드와 MAMA 수상처럼 공식적인 활동의 성과를 전달할 때 직접 ‘아미’ ‘여러분’을 호명하고, 트윗에 ‘아미’를 언급하지 않아도 팬을 상대로 한 메시지를 구성했다. 음악 활동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는 자리에 방탄소년단은 주인의 자리를 팬에게 내어주었다.

멤버 지민은 수상 소감마다 ‘#우리 아미 상 받았네’라는해시태그를 붙였다. 멜론뮤직어워드를 수상한 뒤 12월 2일 ‘아미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손하트를 만든 셀카, 엄지를 들어 올린 셀카와 함께 ‘#우리아미상받았네’라는 해시태그를 추가했다. MAMA를 수상한 뒤 12월13일에는 “우리 아미 여러분!이 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분들이 받을 상이예요 오늘 즐거웠어요!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라고 적고 역시 같은 해시태그를 붙였다.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수상의 주체를 방탄소년단이 아닌 아미, 즉 팬으로 전환해냈다. 아미가 상을 받았기에 “축하드립니다”라는 발언까지 트윗에 작성한 것이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공식 뉴스에 대한 소감을 멤버별로 트윗을 남길 때에 팬을 어김없이 호명해낸다. 어떤 멤버가 트윗을 하든, 어떤 시상식이든 이들의 수사법은 팬클럽에 대한 감사가 우선된다[표 4].

표 4. 방탄소년단 트위터의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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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공식 활동의 주인공을 팬에게 내어주며 구성해내는 의미는 일대다수가 아닌, 멤버 개인과 팬 개인 간의 소통과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지민의 ‘#우리아미상받았네’(12월2일)는 6만1, 500여 건의 댓글, 37만1, 000여건의 리트윗, 99만2, 000여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12월 한 달간 방탄소년단 트윗의 ‘좋아요’는 100만 전후를 기록할 만큼 팬 개인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트윗에 직접 반응을 나타냈는데, 이는 팬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교감을 하는 느낌을 주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트위터의 주인공을 멤버들이 아닌 팬 아미로 치환해내고, 트위터 공간에서 공과 사를 자연스레 넘나드는 담화 방식은 다음과 같이 팬들로 하여금 방탄소년단의 트윗과 노래 가사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방탄소년단 트위터 댓글은 주로 응원하는 글을 올려요. 아니면 사랑을 표현한달까요? (C, 20대 미국인 팬) 고등학교 때 ‘No more dream’인가… 그 때는 가사가 너무 충격적인 게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전부가 아니야. 부모들 말 듣지 마. 이런 자극적인 가사인데 계속 찾아보게 되었어요. (B, 20대 중국인 팬)

트위터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모든 게 팬 덕분이라고 말하고, 팬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스타-팬의 공식적, 공적 사이가 아니라, 개인-개인 간의 사적인 관계로 전환을 시도한다. 이런 경험은 직접 스타와 만나 팬의 개인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사이로 이어진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20대 대학생은 댓글을 달지는 않지만, 직접 만나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저는 좋아한다는 말보다 감사하다는 말 되게 많이 했었어요. 데뷔 때부터 되게 어렵게 지내왔잖아요. 그래서 잘 버텨줘서 감사하다고. 저는 전에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때도 오빠들이 쓴 곡 듣고 힘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우리도 똑같은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했어요. (A, 20대 중국인 팬) 스타는 소셜 미디어에서 사적인 내용을 공개하며 팬들이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부여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간의 사적인 트윗들을 팬들이 볼 수 있는데, 이런 행위는 팬을 멤버들 간의 사적인 영역 안으로 초대한다. 각 멤버들이 남기는 트윗은 멤버 개인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그룹의 틀 안에서 각 멤버별 소감의 형식을 띤다. 멤버 진 생일(12월4일), 뷔생일(12월30일)에는 나머지 멤버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각각 생일 축하 메시지를 트윗에 남겼다. 진의 생일에 지민은 진과 함께 찍은 여행 사진을 게재하며 “우리 맏형 사랑하는 맏형 생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글을 남기고, RM은 진의 옆모습 사진 네 컷을 공개하며 “예술작품 내놓습니다”라고 적었다. 뷔 생일에는 제이홉이 뷔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내 동생 우리 태형 이생일 축하행“이라고 트윗을 날리는 식이다. 팬들은 각 멤버들이 사적으로 직접 축하의 말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할 수는 없지만, 트위터를 매개로 멤버들이 각각 전시한 축하 메시지를 관찰하며 트위터상에서 스타들의 대화를 엿듣고 싶어 하는 심리를 충족시키게 된다[28]. 중국에 있어서 직접 볼 수 없어도 영상을 통해서 계속 좋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SNS에 멤버들이 항상 셀카를 찍고 매일 매일 새로운 거 나와서…. 공연 안 봐도 좋아할 수 있었어요. (B, 20대 중국인 팬)

이런 트윗을 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고, ’좋아요’를누르며 팬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사적인 관계 안에 편입된다. 방탄소년단 전체 멤버가 아니라, 사적인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소통을 함으로써 다른 멤버와 동등한 자격의 ‘트친’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는 트위터를 활용해 팬을 주인공의 자리에 초대하고, 팬들과 공적인 관계가 아닌 유사-사적인 관계를 형성해간다. 저 먼 하늘에 반짝이는 닿을 수 없는 ‘스타’가 아니라, 팬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고받고 오히려 팬에게 감사하는 ‘나만의 스타’로 전환된다.

2. 맵 오브 더 방탄 월드3-아미 공동체

스타는 소셜 미디어에서 팬과 유사-사적인 관계를 구현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공백없이 콘텐츠를 게시하여 팬들이 지속해서 스타의 소셜 미디어에 머무르게 만든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이나 멤버의 생일과 같은 공식적인 일정이 없는 날에는 사적인 내용을 게재하여 트윗상에 대화가 끊어지지 않게 했다. 공식적인 활동과 관련된 트윗들이 날마다 올라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식적인 활동에 관련된 언급이 없는 날이라도, 트윗이 없는 게 아니라, 사적인 트윗이 등장한다[표 5].

표 5. 방탄소년단 트위터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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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MAMA와 크리스마스 사이인 12월 20-22일에는 여행 사진, 호떡 굽는 사진, 강아지 사진 등과 함께 각 멤버가 작성한 근황이 게재되었다.

공식적인 일정이나 기념일 사이에는 이처럼 사적인 트윗으로 ‘공백 메우기’가 이뤄졌는데, 스타와 팬 사이의 ‘쉼 없는 연결’을 가능하게 만든다. 시간의 차원에서 볼 때 빈틈이 없이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팬들이 방탄소년단과 24시간 연결된 느낌을 부여해준다. 트윗의 내용이 주는 정보가 무엇이든, 끊임없이 접속(perpetual contact)이 이뤄진다는 점이 결속력을 부여해주는 것이다[32].

끊이지 않는 연결은 트위터 안에서도 해시태그를 활용해 이뤄졌다. 방탄소년단의 각 멤버는 계정을 공유하고, 각자 직접 글과 사진, 영상을 작성했다. 어떤 멤버가 작성한 글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로 ‘#JIMIN’ ‘#RM’ ‘#JIN’ ‘#suga’ 등으로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이런 해시태그는 글의 작성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검색을 했을 때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로 수렴되는 장치가 된다. 각 멤버의 팬들도 다시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트위터로 찾아올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개별 팬이 아닌 그룹의 팬을 이상적인 형태로 규정해낸다.

지금은 다 좋아해요. 멤버들 다. 딱히 최애는 없고요. (A, 20대 중국인 팬)

공식 트위터를 팔로우하지 않아도 방탄소년단의 소식은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플랫폼으로 쉽게 전달된다. 트위터와 유튜브,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비롯해 중화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웨이보, 라인, 왕이, 큐큐 음악 등의 플랫폼에서 이들의 정보는 연결된 친구를 통해 쉬지 않고 유통된다.

트위터는 아직 안 하는데, 카톡에서 방탄 트윗들을 친추를 해서 거기서 방탄이 직접 올리는 사진을 볼 수 있고 저장할 수도 있어요. (F, 10대 한국인 팬)

저는 대만 고등학교 친구가 한 그룹이 있어요. 방탄 좋아하는 친구들이 라인에서 단체 그룹 만들고 그냥 자기가 공유하고 싶은 거 다 거기에 공유해요. 공유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그 방에 바로 보내요. 하루 몇백 개씩 쌓이죠. (D, 20대 대만인 팬)

덕질은 친구들이랑 단체 카톡이 있어요. BTS 좋아하는 다섯명이 있는 방에 모든 걸, 사진도 올리고, 광고한 제품 사는 것 때문에 같이 이야기해요. 모르는 팬이 올리는 글은 보고 싶지 않지만, 단톡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팬카페는 잘 안 가요. (I, 40대 한국인 팬) 네트워크 문화는 콘텐츠가 공유되고 퍼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해 준다. 공유할 수 있는 능력(sp readability)이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이용하고 유통하는 이들의 능력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누구나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고, 자신의 취향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 친구를 구축하고 취향을 확보해두면 스타의 소식이 쉼 없이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한 셈이다.

트위터에서 트친소라고 해서 아미들끼리 친구 먹고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정말 시작을 했죠. 소식을 제일 빨리 알게 된 것이고, 한번 시작하니까 뭐가 뭔지 다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죠. (E, 10대 한국인 팬)

스타의 공식 팬클럽이나 소셜 미디어 공식 계정을 구태여 팔로우하지 않아도, 각 개인의 연결망 안에서 스타의 소식을 얼마든지 접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내세우는 인간의 유대감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자동화된 연결성이 숨어있기에 가능하다[13]. 해시태그, 플랫폼 간 공유의 기능, 알림 기능 등 이용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장치들은 팬이 다른 팬과 스타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24시간 연결되어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스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 개인에게 전하는 듯한 유사-사적인 관계가 24시간 이뤄지면서, 팬들은 스타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해낸다. 스타는 개인 간에 새로운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이, 국적, 성별 등이 전혀 다른 개인이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는 데에는 스타라는 공신력 있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것이다.

솔직히 한국에서 외국인이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은데 문화 덕분에 한마디 할 수 있어요. ‘너도 방탄 좋아해? 나도.’ 그러면 자연스럽게 친해져요. 직장인 언니들도 우리한테 학교 수업 어렵다고 하면 의견도 주고, 직장 생활 어떤지도 이야기해줘요. (B, 20대 중국인 팬)

아미가 많으니까 친구들 사귈 때도 공통점이 있어서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F, 10대 한국인 팬)

오픈 카톡방에서 만난 되게 친한 팬 친구가 미국에 있어요. 그 친구는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인데, 미주투어 때 제가 미국에 가서 같이 공연을 보러 다녔어요. (A, 20대 중국인 팬)

팬과 팬이 만날 때 좋아하는 스타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친분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일정한 규범 아래 운영되는 만큼, 스타와 팬들 사이의 규범을 지켜야 한다.

방탄소년단 트위터에 진의 생일에 멤버들은 ‘#진형생일ㅊㅋ’ ‘#맏내생일ㅊㅋ’, 뷔의 생일에는 본명인 김태형에서 딴 ‘#태형생일ㅊㅋ’ ‘#태태생일ㅊㅋ’ 등의 해시태그가 적용되었다. 다른 해시태그를 적용할 경우, 공통으로 묶이는 해시태그에서 누락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규칙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공연에서의 응원법 역시 공동체의 룰로 작용한다. 팬 사인회에 참여하기 위해 앨범을 어느 정도 구매해야 하는지, 홈마4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팬이 개인적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할 경우 수익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공동체 특유의 규칙이 존재한다.

음악 나오면 응원법을 검색해보면 그럼 응원 방법이나 와요. 순서가 있으니까 헛갈리지 않고 잘 따라 해야 해요. (F, 10대 한국인 팬)

방탄 팬사인회 가고 싶으면 900장 앨범을 사야 해요. (D, 20대 대만인 팬)

홈마들도 팬 사인회 가야 해서 서로 도와주는 상황이 많아요. 만약 누가 이번에 앨범 다 사고 들어가서 멤버들 다 찍고, 다음에는 다른 홈마가 들어가서 다 찍고…. (B, 20대 중국인 팬)

현판5 때 자유롭게 팔고 남은 수량은 나눠주려고요. 그렇게 해야 욕을 안 먹어요. 온라인 예약을 받아서 현장에서 파는 건 제 것이고, 택배로 보내는 건 제가 가지면 안 되고 기부하거나 해야 해요. 약간 기준이 모호하긴 한데 제가 이제 와서 이야기해봤자…. (E, 10대 한국인 팬)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미디어의 의례를 수행하며 멤버십을 형성한다. 이용자는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사진과 소개 글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들의 소식을 읽고 반응을 해야 한다[18]. 소셜 미디어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팬덤 공동체 역시 그 안에서의 온·오프라인 규칙이 존재하며, 규칙을 강제하는 주체는 모호하지만 멤버들은 이를 준수하고자 한다.

소셜 미디어 내에 적용되는 기술은 이용자의 행동과 규범을 제한하는데, 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결성을 확보해내는 팬덤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로 규범을 지키게 된다. 규범은 압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부여해주는 집단의 일원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태연 전시회에서 홍콩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가, 제 핸드폰 화면을 보고 ‘너 방탄 팬이니?’ 하고 친구가 되어 하루 종일 같이 놀고 쇼핑하고 같이 콘서트에 가고, 끝나고 노래방도 갔어요. 지금은 미국에 있는데 인스타 공유해서 ‘너무 보고 싶다’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어요. (B, 20대 중국인 팬)

트위터에서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걱정을 엄마한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사이가 안 좋거나 불편한 사람도 있지만, 계속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번에 콘서트장 가서 물건을 파는데 선물을 이만큼 받았어요. 손편지랑. 너무 감동을 받았죠. (E, 10대 한국인 팬)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사회연결성 안에서 팬들은 24시간 스타의 소식을 듣고 직접 소통을 하며 스타와 유사-사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소셜 미디어 기술을 이용한 공동체의 규칙을 끊임없이 만들고 준수해 내가며 공동체를 형성해나간다.

따라서 글로벌 팬덤 공동체는 소셜 미디어 도입 이후의 의미 생산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들 공동체는 집단적인 참여문화를 넘어, 개인과 개인 간의 연결을 통한 연결성 문화(culture of connectivity)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된다[13].

V.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 담론 분석과 중국 미국 한국인 팬들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스타와 팬이 소셜 미디어의 사회연결성을 토대로 글로벌 팬덤 공동체를 구축해내는 양상을 탐색했다.

스타와 팬은 소셜 미디어의 연결성을 활용해 공과 사를 넘나드는 유사-사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방탄소년단은 자신이 수상했음에도 팬클럽인 아미에게 “축하한다” 라며 각 팬 개개인이 주체가 되도록 담화 방식을 구성해낸다. 팬으로서는 자신에게 사적으로 건네는 메시지처럼 여겨지게 되는데, 이는 비단 텍스트 구성 방식에만 적용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식적인 활동이나 기념일과 같은 공적인 메시지가 없는 날에는 사적인 메시지 혹은 이전의 기억을 끌어올리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통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팬들이 서로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류, 특히 K-pop의 확산과 글로벌 팬덤 형성이라는 뚜렷한 현상에 비교해 연구는 전체주의적(holistic)인 설명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류의 성공 요인을 사후적으로 콘텐츠를 분석하여 콘텐츠 내적인 특성에서만 찾거나, 하위문화의 담지자로 능동적인 수용자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팬덤을 평가하는 시각이 주를 이뤄왔다.

이런 상황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먼저, 소셜 미디어 이용자 연구와 팬덤 연구를 접목했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 연구는 이용자의 정치적 사회적 동기 혹은 정치 참여 등의 범주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팬덤을 소셜 미디어 이용자의 차원으로 접근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으나, 해시태그를 이용한 팬덤의 연결 행동에 주목한 연구 등이 이어지고 있다[33]. 본 연구는 팬덤을 개념적으로 더욱 광범위한 참여문화의 상징체로 보는 하위문화의 시각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인 팬덤을 구축한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분석하여 실제로 광범위한 공동체 구축에 소셜 미디어의 연결성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였는지 살핀다는 의의가 있다. 즉, 특정 스타의 팬덤 사례를 분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의 공동체 형성 기제를 탐색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용자의 참여 활동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자의 경계를 넘어서는 컨버전스 문화의 현장으로 소셜 미디어를 연구한다는 의미가 있다. 생산과 소비, 텍스트와 해독이 융합되는 양상을 탐색했다. 본 연구는 미시적인 분석에 집중하여 한 달간 스타의 트위터를 분석하는 탐색 연구이기에, 팬덤 공동체를 보다 거시적인 관점까지 고려하며 기제를 파악하는 연구가 향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속해서 변하고 있는 팬덤 공동체의 의미를 보다 장기간에 걸쳐 추적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트위터 이외의 소셜 미디어들의 연결성을 팬의 인터뷰로 간접적으로 확인했는데, 각 팬이 이용하는 다양한 소셜 미디어들의 연결과 공동체 작동방식을 확인할 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화된 디지털 환경에서의 스타-팬 관계의 변화에 관한 후속 연구 역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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