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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안교육의 교육철학으로서 비판교육학 논의

A Discussion on Critical Pedagogy as a Philosophy in Education for Alternative Education in Korea

  • 투고 : 2021.03.26
  • 심사 : 2021.05.24
  • 발행 : 2021.07.28

초록

한국의 대안교육은 1990년대 이후 교육운동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공교육 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성장해왔다. 2021년에는 교육 기관으로 인정받고 지원받기 위해 제도적 기반도 만들어졌다. 20년간 대안교육운동을 성찰한 결과 후반 10년은 정체된 잃어버린 시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으로 교육철학의 빈곤함도 쟁점으로 부각되었지만 특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이 연구는 그간 진행해온 대안교육의 이념들을 담을 수 있는 교육철학을 제안하고자 논의하였다. 비판교육학은 의식적인 해방을 통해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며,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인간 양성이 목표이다. 최근에는 생태환경과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왔다. 프레이리, 일리치 같은 학자들의 교육철학은 대안교육운동 초기 기초가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점을 미루어 볼 때 한국의 대안교육운동은 비판교육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으며, 미래 새로운 대안을 위한 교육철학으로 타당함에 대한 가능성을 이 연구는 논의하고 있다.

Alternative education in Korea has grown into an educational movement since the 1990s. The alternative education is affecting and growing the public education system such as innovative schools, free semester systems, and high school credit systems. In 2021, an institutional foundation was also established to be recognized and supported as an educational institution. As a result of reflecting on the alternative education movement for 20 years, it is understood as stagnant lost time in the second half of the decade. It is discussing reorganizing the meaning of future-oriented "alternatives" with the new "alternatives". The poverty of educational philosophy has also been highlighted as an issue, but no special discussions have been underway. Thus, the study discussed to propose an educational philosophy that could capture the ideologies of alternative education. Critical pedagogy aims to foster human beings who are subjective, autonomous, active and self-reliant through conscious emancipation. In recent years, critical pedagogy have discussed ecological environment and feminism. The educational philosophy of scholars such as Freire and Illich was the basis of the early alternative educational movement. Considering this, the study discusses that Korea's alternative education movement can be understood through critical education and is reasonable as an educational philosophy for new alternatives in the future.

키워드

I. 서론

2010년 중후반 이후 한국 대안교육 분야에서는 20년간 해온 실천에 대한 성찰이 논의되기 시작되었다[1]. 대안교육의 위기에서 비롯된 논의 결과는 실천에 초점을 둔 교육 운동임을 인정하지만, 제도적 경제적 안정성 미흡, 과거 시점에 정체된 교육과정, 시대정신에 따른 교육과 변화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불일치 등을 쟁점으로 지적하였다. 대안교육자[2]는 이와 같은 다양한 정체 원인에 대한 의문을 교육철학의 빈약함에서 찾았다. 주요 비인가 대안교육이 제시하고 있는 교육철학, 이념, 방법을 주요어로 분석한 결과에서 다양한 이념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배경이 되는 대안 교육철학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한다. 이러한 빈약함은 20년 이상 실천적 의미에서 대안교육을 고민하고 실행해왔고 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적 여건 등 현실적 한계로 인해 대안교육철학을 구성하는 데 소홀해 왔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즉 학문공동체로서 실천에 대한 교육철학을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했다.

이념은 존재하는데 철학이 빈약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철학과 이념 간의 차이는 다양하게 기술될 수 있지만, 다음의 정의로 대안교육자의 아쉬움을 이해할 수 있다. 이념은 이성의 작용에 의한 개념체계를 설명하는 사고의 틀이며, 철학은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학문과 행위로 요약할 수 있다[3]. 다시 말해서 철학이라는 이성적 작용을 통해 이념이라는 원리적 사고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20년간, 그리고 그 이전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형성해온 대안교육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념들은 실천 이념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철학적 행위라는 엄밀성을 통해 구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요컨대, 20여 년을 돌아보면 대안교육은 다양한 이념 속에서 실천해왔지만 그를 보편적인 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철학적인 고민은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부족했다. 철학적 담론에 대한 논의는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한 본질적인 지향을 찾기 위해서 필요하다. 대안 교육이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은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처방식이거나 일시적 즉흥적인 교육적 이념이 활용되었을 위험성과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성을 가진 일관성과 엄밀성을 가진 지향을 설정하고 그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빈약이 20년의 성찰에서 발견된 것이고, 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이 연구의 목적은 최근 위기에 처한 대안교육운동을 위한 본질적인 교육철학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 논의는 대안교육자의 교육철학 빈약 진단에 상당히 동의한다. 대안교육은 아동 중심, 공동체 추구, 학습자의 능동성 강조, 생태주의 추구, 노동의 가치 인정, 작은 학교와 지역 연계 등을 강조하고, 한국 교육이 가진 입시, 능력, 학력 등에 집중되어 획일화된 교육에 대한 반동에서 시작한 운동 성격을 가진 민중 교육이지만, 각종 이념들의 배경이 되는 철학에 대한 논의는 다소 부족했다. 즉 엄격히 말하면 교육철학의 빈약이나 부재의 의미보다는 논의가 빈약했고 부재해왔다. 분명 이념의 배경이 되는 다양한 교육철학은 존재했지만, 실천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육철학에 대한 논의가 빈약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상황, 환경, 맥락 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적응하고 교육 실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했다. 이 논의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대안 교육의 이념을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배경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특히 비판교육학을 선택하여 대안 교육이 가진 철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연 구가 가진 두 번째 목적은 교육 영역에서 다양한 교육을 위한 전통적인 근간을 가지고 있는 거대담론인 비판 교육학을 대안교육의 배경이 되는 거대담론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비판교육학이 타당할 것이라는 전제가 가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이 분명해질 것 같다. 대안교육자 성찰을 보면 대체로 대안 교육이 표방하던 교육이념은 시대정신에 뒤처졌음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4]. 대안교육은 아직도 1990년 당시가 졌던 교육의 필요성에 머물러 있다. 대안교육을 이끌었던 60~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항했던 인구들이 가진 생각과 그의 연장선에 있었고 유사한 생각을 하는 부모들을 둔 1990년대 청년들이 참여하던 것이 초기 상황이었다. 현재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본격화되던 80년대 태어난 부모들과 현재의 청년들을 참여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현세대가 가진 의식과 태도는 이전 세대와 차이가 있으며, 전자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해온 대안교육 철학, 이념과 불일치는 대안 교육의 위기를 가져왔다. 즉 시대정신에 뒤처진 대안 교육은 현 청소년의 요구를 담고 있지 않고, 경계가 확장되어 대안교육을 받아들이고 있는 현 공교육의 대항적인 운동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안 교육은 과거 시점에 있다.

한국의 시대정신은 90년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달라졌다. 학령기 학생들의 태도와 환경도 많이 변했다. 대안 교육은 현시대에 적합한 철학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대안교육은 항상 공교육의 대항 주체이다. 둘 간의 관계를 통해 공교육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하므로 교육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시대정신에 따른 교육 이념과 철학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할 수도 있다. 둘 간의 호혜적 운동을 생산하기 위한 해석적, 순환적, 변증법적 사유 과정을 담을 수 있는 교육철학은 바로 비판 교육학이다[5]. 한국 사회가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을 진보 교육의 방향으로 진행하면서[5] 대안 교육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요구하는 4C(Creativity-Critical thought-Communication-Cooperation)와 같은 역량[6]을 위한 교육철학 배경으로도 비판교육학이 타당함은 논의한 바 있다.

요컨대 이 논의는 20년간 진행된 대안교육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목받은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시작하였다. 쟁점들은 법적 제도화, 다양한 교육방식과 과정, 교사 삶의 안정성, 교육철학, 미래 대안 교육 등이 제기되었다. 대부분은 조금씩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데, 반해 교육철학의 경우 아직 그 논의가 상당히 미진하다. 이 논의는 교육철학의 부재와 그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철학적 배경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교육의 진보화, 그리고 뉴노멀(new normal)로 표현되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시대정신에 타당한 이론으로 비판 교육학을 제안하고,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관계에서 비판 교육학이 대안교육의 교육철학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타당성을 논의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II. 한국 대안교육의 위치

1. 대안교육의 특성

흔히 대안교육의 특성은 각 국가와 공동체가 가진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맥락과 시대, 시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정해진다. 대안교육이 활발하게 인정받고 있는 유럽의 경우만 해도 각 국가와 공동체별로 서로 다른 형태의 교육이념과 철학에 따라 대안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이라는 의미는 그 경계가 유연하여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개념이기 때문에 그 특성도 다양하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발도르프교육 (Waldorfpädagogik)은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Joseph Lorenz Steiner)에 의해 1919년 설립되기 시작한 인지학의 사상과 실천에 기초하여 운영하는 대안 교육으로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안교육의 고유한 이념이 활용되고 있다[7]. 특히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설립의 중요한 이념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영국의 서머힐 학교(Summerhill School)가 추구하는 교육이념, 미국의 에버레트 라이머(Everett W. Reimer), 이반 일리치(Ivan Illich)로부터 시작한 대안교육, 홈스쿨링 등의 이념, 일본의 도쿄 슈레(Tokyo Shure)의 대안 교육 운동도 한국에서는 중요한 이념의 토대가 된다. 이처럼 유럽,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같은 아시아에서도 대안 교육의 개념과 특성은 다양하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7년 시도 자료를 수합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은 모두 287개이며[8], 2019 년 교육부가 발표한 각종학교, 특성화학교로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84개이다[9]. 파악되지 않은 대안 교육 시설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가진 교육 이념의 차이 정도도 마찬가지로 소수의 개념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개별적인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인가받은 대안학교의 경우 국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편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대안교육 또는 위탁 기관이라도 학생, 지역 등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은 서로 간의 차이가 뚜렷하다 (예, [10]). 더욱이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은 독립적으로 교육 이념을 정해 학교별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안교육 학자들은(예, [7], [11]) 한국의 대안 교육이 확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표면화된 대안 교육 운동에 기초하여 대안교육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개념화하고 있다. 1) 아동을 존중하고 아동 중심 교육을 중시한다. 2) 개개인으로서 인간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공동체 가치를 추구한다. 3) 학습자 중심 교육 방법과 아동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4) 생명존중과 생태주의 이념을 중시한다. 5) 노동을 강조하며, 일, 공부, 놀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6) 작은 학교를 지향한다. 7)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한 대안교육시설이 모든 특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특성 중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학교 이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른 형태들도 있다. 예컨대 국제화를 이념으로 정하여 운영하는 기관도 있다. 위 특성들은 1970~80년대 해오던 민중 야학, 공부방 등의 교육 실천 운동과 맞닿아 있고, 공교육이 가진 평가 중심 능력주의, 주입식과 획일화된 지식 중심, 인권을 소홀히 하는 교육 등에 대한 대항으로 대안적인 다양성을 담기 위한 교육 실천으로부터 형성된 특성이다.

2. 대안교육의 위치

유럽과 미국에서는 1970년 전후, 교육 형태의 변화 운동이 확산하면서 현 대안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형태가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대중에게 알려진 시기를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제도화인데, 2021년 1 월 12일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22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마련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대안교육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 법률은 불법처럼 여겨왔던 미인가 대안학교를 대안 교육 시설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아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또한 ‘취학 의무 유예’ 조항을 통해 의무교육 기간인 중학교 학령기까지 대안 교육기관에 소속된 학생들은 그 의무를 인정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사용하는 ‘학교’라는 명칭에 대한 논쟁이 마무리되었다. 즉 대안교육기관의 경우 학교 명칭에 대한 사용을 법률로 정하였다. 총 24개 조항 중 제5조 ‘대안 교육기관의 설립⦁운영의 등록 등’과 같이 10개 조 14개 항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여 2021년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행령 내용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예측되지만, 대안교육운동이 이 법률을 통해 교육 영역에서의 위상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 충청남도 등시와 도의회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불리는 미인가대안학교에 소속된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서울시(2021년 3월 현재 239개, 약 17.5%)[12]와 경기도 (2021년 3월 현재 887개 학교 약 36.7%)[13]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학교 혁신, 자유학기제와 학년제,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 등은 모두 대안 교육 운동의 연장선에서 교육 패러다임 이동 현상으로 보고 있다[5]. 이러한 현 흐름을 볼 때 미인가 대안학교와 공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현 대안교육의 위상 변화는 역사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정부 당시 1995년 ‘5⦁ 31 교육개혁안’ 이후 1996년 ‘중도탈락자 예방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수립된 대안교육기관 설립 계획, 같은 해 12월 마련한 ‘교육복지종합대책, 1997년 ’고교설립준칙주의‘가 완화된 후 1998년 2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직업과 대안교육 분야를 포함하여 특성화 학교를 제도화하였다. 당시 6개 대안학교가 특성화 학교로 지정되면서 처음으로 법제화되었다.

그 외 대안교육기관에 관련된 법률과 제도들이 등장하게 된다[14]. 2003년 이후 학력을 인정하는 위탁 교육기관 형태의 대안교육기관을 추진하였다. 2005년에는 ‘초⦁중등교육법’에 ‘각종학교’(제60조의 3(대안학교))에 대안학교 조항을 신설하고 2012년 개정한 형태로 현재 운영 중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교육복지종합 계획’은 학교 부적응자, 학업 중단자, 귀국 자녀, 북한 이탈 청소년, 특수교육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교육 복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다양한 대안 교육 시설이 생겨났다. 연장선에서 성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Wee스쿨도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2007년에는 ‘초 ⦁중등교육법’ ‘제60의 3(대안학교)’에 따른 시행령으로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이후 국⦁공립형 대안학교들도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도 대안교육기관을 위한 법제화의 일환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현 대안 교육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반면 대안교육 운동이 사회적 제도적 교육적으로 나름의 노력과 함께 확산하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공교육의 인식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 20 여 년간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법률 제정과 시행으로 볼 때 공교육에서 바라보는 대안교육의 의미는 학교 부적응자라는 인식이 큼을 알 수 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이 가진 모순들에 대한 대항으로 진행된 하나의 교육 운동이다. 이것의 뿌리는 공교육과는 다르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공교육에서는 대안교육기관이 가진 잠재성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교육에서도 최근 대안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활용함에도 대안교육에 대한 인정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2021년 1월 제정된 ‘대안 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은 공교육과 다른 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통과되기까지는 2009년 ‘대안교육기관 등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이를 잃어버린 10년으로 바라보는 대안 교육자들은 대안 교육기관의 위상을 위한 많은 교육적 희생과 함께 첫 법률 제정을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제도적 성취와 달리 10년간 대안교육이 내실 있게 교육 환경적 측면에서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초기 원했던 모습으로 변하는 데에는 다양한 제한이 있었다. 그리고 제도화를 위한 총력은 그러한 제한을 넘어서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 대안교육자들은 그간의 10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 대안교육은 다양한 쟁점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 대안교육은 사회적으로 확산하였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위기에 놓여있다[1]. 예컨대 입학생 미달 현상은 학령기 인구 감소도 있지만 다른 형태의 공교육들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육과정은 이미 1990년대 당시 실험적으로 운영했던 것에 기초하고 있어 시대정신과는 다소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세대의 변화가 가져온 안정적 교사의 삶에 대한 고민도 남아있고, 제도적 성취는 있지만 실제 공교육 차원의 지원은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미래세대와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교육철학 논의의 빈곤과 부재는 현 대안교육의 위치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함을 성토하였다. 현 대안 교육의 위치에서 볼 때 교육철학의 논의 빈곤과 부재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성찰이 절실하며 진행해온 대안 교육 운동과 교육과정이 가진 철학적 의미도 함께 개념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이 논의의 타당성은 대안교육의 위치에 있다.

III. 비판교육학과 대안교육의 이념적 유사성

대안교육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한계뿐 아니라 정체된 교육의 모습에 대해서 최근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을 통한 공교육의 변화로 인해 대안교육기관으로 입학하는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판단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중요한 위기감은 다른 곳에 있다. 정체된 교육이 아닌 실험의 성격을 가진 다양한 방식의 교육적 진화가 필요하다. 이 논의는 이를 위한 제안으로 교육철학의 논의 빈곤과 부제라는 목소리에 함께하고자 했으며, 대안으로 비판교육학이 타당함을 논의하고자 한다.

비판교육학이라는 학문도 한때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독일철학에 지나치게 의존한 비판교육학은 이론보다 프레이리(P. Freire)식 실천(praxis)을 강조하고 [15], 비판보다 교육을 강조하면서 그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였다. 위기에 대한 성찰 이후 지속할 수 있도록 진화를 통해 비판교육학의 현재 모습으로 거듭났다. 독일철학뿐 아니라 교육적 실천을 위한 다양한 철학으로 확장하고, 존재론과 인식론을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비판교육학의 유연하고 진화된 시각은 현재 다시 국제적인 주요 담론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된다[16]. 비판교육학이 가진 특성은 여기에 있다. 즉, 지식은 사회구성체로서 계급과 각종 문화 형식의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를 통해 구성되어 교육의 도구로 사용된다[17]. 이는 특정 권력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교육은 그에 기초해 재생산 역할뿐만이 아닌 문화정치와 다양한 형태의 저항, 하위, 지배와 피지배 문화의 역동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편성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한 의식적 해방은 바로 비판교육학이 추구하는 교육적 실천이다[20]. 이처럼 비판교육학에서 강조하는 교육적 실천은 학생과 학습 중심, 협력과 협동 중심을 통해 자주적이고 자율적이며, 공동체 일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간 중심적이 아닌 생태 환경을 고려하는, 인권을 강조하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배경으로서 교육철학이 되었다. 이것이 비판 교육학이 의미하는 주체적, 자주적, 그리고 능동적인 의식으로 해방을 하기 위한 실천으로서 교육 목표이다.

비판교육학의 개념은 학자들 간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맥라렌의 개념에 동의한다[17]. 요컨대, 교육적 실천을 강조하면 보드리야르(J. Baudrillard), 푸코(M. Foucault), 데리다(J. Derrida), 이레가라이(L. Irigaray), 크리스티바(J. Kristeva), 식수(H. Cixous), 바흐친(M. Bakhtin), 비고츠키(L. Vygotsky)까지 프랑스뿐 아니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론가들의 사상에 기초한 실천으로 확대하고 성장하였고, 다음의 특성에 따라 교육의 필요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식은 사회구성체로서 형식, 계급, 문화, 지배/종속/하위문화, 문화 형식, 헤게모니, 이데올로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둘째, 권력 관계는 담론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셋째, 교육과정은 문화정치이다. 넷째, 학교는 재생산과 저항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비판교육학자[5][18]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판은 사고의 방식을 말하고 있다. 즉 변증법과 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한 사고를 의미한다. 교육은 해방을 지향하는 실천이다. 이는 의식의 해방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비판교육학은 의식적 해방을 위한 변증법적 사고와 함께 지속하는 수행을 대표적인 실천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실천을 통해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지식과 권력 관계에를 이해하고 교육의 민주화를 달성하는 것이다[20]. 그로 인해 개인적 자각을 얻고, 포용할 수 있는 의식을 통해 다자성으로 이해하고, 반위계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비판 교육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즉 이를 통해 교육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능동성, 자주성, 자율성,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된다.

대안교육은 언급한 것처럼 한마디로 그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안이란 의미가 가진 다양성과 유연성 때문이다. 대안교육의 범주 안에는 어떤 이념들이 중심을 이루는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안 교육자[19]는 20여 년간 진행한 대안교육의 이념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줄 세우기식 학력과 능력을 강조하는 잔인한 학교를 벗어나 사랑, 관계, 소통을 강조하는 행복한 학교였나’, ‘자립적, 주체적, 자발성을 위해 의식주 교육, 프로젝트 학습 등 다양한 교육 대상과 방법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학교였나’, ‘자연의 순환 과정에 적극적 동참하고 그 가치를 토대로 구성하는 공동체 삶을 추구하기 위한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학교였나’. 이는 다른 학자들(예, [7], [11])도 함께 강조하는 이념들이다. 예컨대 아동 존중, 아동 중심, 개인의 가치와 공동체 가치의 중시, 자기주도적 학습과 능동성, 생명과 생태 중심, 노동 강조, 작은 학교 중심, 지역과 관계 유지를 핵심적 가치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미인가 대안교육기관들이내세우고 있는 교육이념들을 정리한 연구에서, 첫째, 대안학교들은 생태, 환경, 생명, 자연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생태 환경 분야를 이념으로 삼고 있다. 둘째, 자유, 자율, 자치, 자립, 민주적 삶, 사회적 실천을 지향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민주적 삶이라는 의미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셋째, 삶을 통한 배움, 자유를 지향하는 교육을 이념으로 가지고 있었다. 넷째, 배려와 돌봄의 가치 아래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으로 작은 학교, 학부모의 참여와 협력, 교사의 헌신이 결합한 교육이념을 추구하고 있었다.

비판교육학이 추구하는 교육철학의 지향은 한국 대안 교육이 가진 특성과 많이 닮았다. 일부 비판교육학자 (예, [20])는 비판교육학이 이론적 정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이 실천을 소홀하게 여겨왔다는 주장과 대안 교육은 삶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실천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여러 한계로 교육철학이 소홀하게 여겨 왔다는 대안 교육자의 비판[2]은 서로 간의 결합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 같다. 비판교육학은 사실 교육의 변화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미국의 경우 교육 분야에서 주요 담론으로 작동하였다. 한국의 경우 이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교육에 직접 적용된 사례는 흔치 않다. 비판교육학이 가진 교육철학적 가치는 한국의 경우 대안 교육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고, 한국의 대안 교육은 비판교육학이 적용된 실천에 초점을 둔 교육으로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흥미롭게도 일부 대안교육자는 비판교육학자의 주장과 유사한 이념을 대안교육을 위한 철학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예컨대, 조시화[20]는 비판교육학의 시각으로 제시하는 의식적 해방을 통한 대안적 삶을 위한 교육적 지향을 다섯 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현 사회 질서를 벗어나 자치, 민주적 삶, 공동체, 국제 연대 등을 강조하는 유토피아주의, 물신화되고 비인간화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제안한 휴머니즘, 지역을 강조하는 지역주의, 지역과 함께 세계와 연결도 주장하는 세계시민주의, 그리고 탈식민주의에 대한 고민이 비판 교육학자들의 과제라고 하였고 이는 한국 대안교육의 새로운 ‘대안’을 위한 교육철학적 배경으로도 가능함을 제안하였다[1]. 또한 대안교육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유, 민주주의, 공공성, 주체성, 능동성 등과 같은 이념들 또한 비판 교육학이 추구하는 교육의 지향과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자유의 경우 한국의 교육 영역에서는 흔히 루소(J. Rousseau)와 듀이(J. Dewey)에 의존하고 있는데, 후자의 경우 자유와 함께 제안한 민주주의는 한국 대안교육의 중심 이념이며 비판교육학자들에게도이 개념은 논의의 핵심이다[19]. 대안교육에서 주장하는 탈학교론의 이념도 마찬가지로 1970년대 비판 교육학자로서 주장한 일리치(I. Illich)에 의존하고 있다[7].

한국의 대안교육이 비판교육학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이념과 수학적인 등식처럼 성립하지 않지만, 상당 부분교집합이 존재한다. 비판교육학자들[20]은 전통적인 비판이론에 의존하여 맥락과 구조 같은 거시적 시각으로 교육과 생활세계를 바라봤으며 1980년대 이후 문화에 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미시적인 세계에 대해서도 확장하면 현 비판교육학으로 성장하게 되지만, 여전히 생태환경, 페미니즘 등 일부 대상과 인구에 대해서는 소홀해 왔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일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영역이 한국 대안교육과 차이는 있지만, 그 외의 이념들은 비판교육학에서 제시하고 추구하는 것으로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 더욱이 비판이 아닌 교육, 즉 실천에 중점을 두면서 비판교육학이 가진 경계가 유연함과 다양함을 통한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최근 생태환경, 페미니즘 등에 대한 비판 교육학자들의 관심도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들어 포스트 휴먼과 트랜스 휴머니즘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비판 교육학은 신물질주의, 유물론적 페미니즘 시각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또한 생태환경과 관련해서는 에코페다고지 (ecopedagogy)를 주장하고(예, [23].), 페미니즘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비판교육학과 페미니즘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점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예, [24], [25]). 따라서 한국의 대안교육의 모든 것을 비판 교육학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론적 배경에 될 수 있는 교육철학으로서 거대담론의 역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리하면, 3장에서는 비판교육학이 추구하는 이념과 대안 교육이 해온 실천과는 상당히 유사함을 논의하였다. 비판교육학이 대안교육의 철학적 배경으로 타당함을 두 가지 측면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비판 교육학은 비판이론에서 추구하는 이성과 합리성에 여전히 관심이 있으며, 실천적 측면에서는 교육이라는 수행성을 가진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방법론, 인식론, 존재론적 측면에서 브리콜라주 개념을 통해 비판이론이 가진 경계를 확장하며 의식적 해방을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철학으로 진화하였다. 비판교육학이 가진 핵심은 앞에서도 언급한 맥라렌이 제시하고 있는 12가지 개념 [17]과 함께 지식의 권력관계를 이해하고 교육 통해 민주적인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조시화[20] 가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자각과 함께 주체성을 회복하고 다의성, 다자성, 다양성을 간주관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공동체적 가치로 포용함을 초점에 두고 있다. 90년대 이후에는 여성과 생태적 관점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의 경계를 확장해 왔으며 탈식민주의, 포스트 휴먼 등과 같은 최근 이론의 배경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특성은 대안교육이 그동안 강조했던 개인, 공동체, 생태적 가치의 배경 이론으로 활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대안교육의 이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비판 교육학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안 교육은 실천적 의미에서 개인의 자유의지, 공동체로서의 삶, 생태환경에 의존하는 순환적 삶에 참여 등은 궁극적으로 비판교육학이 추구하는 의식적 해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삶의 방식이다.

또한 위기를 맞고 있는 대안교육의 미래를 위한 교육철학 배경으로서 비판교육학의 특성을 강조하면 다음과 같다. 비판교육학은 비판이론과는 달리 브리콜라주개념을 최근 들어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16]. 그동안 방법론적 대안으로 브리콜라주를 활용해 온 것을 비판 교육학자들은 실천과 지속성에 초점을 두고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개념으로 적용하여 비판교육학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강조해왔다. 즉 브리콜라주는 ‘짜깁기’로 번 한할 수 있는데 이것의 특성은 성찰을 통한 이해와 해체를 통한 재구성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을 생산하는 동력으로 활용하였고, 지속적인 변화 또는 진화를 생산할 수 있는 개념으로 비판교육학이 추구하는 이념을 설명하고 있다. 대안교육은 그 의미처럼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하고 진화하는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대안적 운동을 생산해야 한다. 브리콜라주는 다양한 짜깁기를 통해 지속성을 생산할 수 있는 개념으로 활용함으로써 비판 교육학이라는 교육철학 배경과 함께 대안교육의 미래지향을 논의할 수 있는 배경으로 타당하다.

IV. 결론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대안 교육은 이제 20년을 넘어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교육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운동 초기 품었던 교육의 다양성 등 질적 확산과 진화에 대한 평가를 논의할 때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 10여 년이라는 초반 성장 기간은 여러 맥락적 안전망을 성취하기 위함이었고, 또 다른 후반 10여 년 동안은 제도적 성취에 집중하며 초기 대안교육 운동의 정신이 주춤하고 있었다[1]. 최근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어 법적 지위를 얻었다고 평가하지만 이를 위한 희생은 ‘대안’이 가진 의미에 대한 진화를 담보로 한 것 같다. 20년의 성찰에서 드러난 대안교육의 현 위치는 새로운 방향에 대한 모색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대안 교육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안교육자들은 다양한 방향을 제안하고 또다시 토론의 장에 앉아 있다. 예컨대, 미래 지향적인 ‘대안’의 의미 재구성, 90년대 방식의 학교 체제와 교육과정이 가진 시대적 불일치, 학생과 학부모 세대 변화에 따른 교육 변화 등 다양한 또 다른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 중에는 교육철학 논의의 빈약함도 언급되었다. 다양한 이념은 존재하지만, 이념을 탐구하는 학문과 행위로서 철학은 부재했다. 실천을 강조하는 동안 배경이 될 수 있는 철학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2]. 거대 담론에 의존한 이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엄밀하고 타당한 이념을 생산하기 위해서 교육 철학적 고민은 반드시 요구된다. 이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 이 논의는 이와 같은 한국 대안 교육이 가진 쟁점에 기초하여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비판교육학을 한국 대안교육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교육철학 배경 이론으로 제안하였다.

대안교육은 항상 존재해왔다. 모두를 위한 교육의 완벽한 형태가 존재한다면 모를까 교육이라는 수행은 그 자체로서 항상 모순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함께 나타난 대안교육과 운동은 항시 함께 존재해왔다. 현 한국의 입시 위주와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은 그것이 가진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함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 대안교육이었다. 교육과정사의 관점에서 보면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한국의 학령기 일부 아동들이 받는 고통은 견디기 어려웠고, 대안교육은 그 지점에서 1990년대부터 당시 가진 쟁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성장해왔다[10]. 2000 년대 후반이 되면서 확장과 함께 대안교육이 가진 주요한 쟁점은 제도적 경제적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2021년 1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자는 10여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면 후자는 아직도 어려움에 있다. 물론 한국 교육을 위해 교육 다양성을 확보하고 확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0년 이후 한국의 공교육은 많은 변화를 준비하고 진행되어 왔다.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공립형 대안학교, 대안위탁교육 기관,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공교육의 담을 낮추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물론 국가가 주도하는 공교육은 한계가 있다.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이 추구하는 이념들을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미인가 대안 교육기관도 한계가 있다. 법률 제정은 이러한 한계들을 조금씩 보완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불안정 등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또 다른 20년이 지나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안교육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의미하는 것처럼 공교육에서 받아들이기 이전에 실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즉 호혜적인 협력을 통한 진화의 모습으로 지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교육적 위치에 있다.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교육은 사랑, 행복, 자유, 노동, 작은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념을 따르고 있지만 사람, 자연, 그리고 그들 간 맺는 관계와 소통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2]. 즉 인간 중심의 교육, 삶 중심의 교육, 자연 생태계 속의 인간과 삶,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 소통을 통한 관계 형성, 그 결과로 얻어지는 공동체적 삶은 대안교육이 표방하는 근본적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11][12]. 여기서 사람과 자연 생태계는 호혜적인 관계이지 서로 상하 위계를 가진 것이 아니다. 이런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인간은 주체성을 가진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대안 교육은 지식보다 이러한 스스로 ‘거듭남’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한국 대안교육이 가진 특성은 비판교육학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목적과 상당히 유사다. 비판교육학은 의식적인 해방을 통해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며, 능동적이고자 주적인 인간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24]. 즉 비판 교육학은 교육이라는 실천(praxis)을 통해 지성인, 공적 지성인, 경계지성인 등을 양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실천은 이론과 행동을 함께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의 사회구성 특성이 가진 의미를 계급, 문화 다양성,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며, 권력 관계에 대한 담론, 그리고 문화정치로서 교육과정, 재생산과 저항 이론에 의한 학교 구조와 문화 등을 도구로 삼고 있다[17].

비판교육학과 한국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 그리고 양성하고자 하는 인간과 구성하고자 하는 사회는 상당히 닮았다. 한국 대안교육이 더 강조하는 생태 환경과 페미니즘 관점은 서로 간 차이처럼 보이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맥락에만 초점을 둔 비판 교육학자들은 1990년 내 이후 에코페다고지, 비판적 페미니즘 페다고지 등 이에 대해서 상당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23-25]. 동일성을 주장할 수는, 교집합 영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선 실제로 한국의 대안 교육의 초기 운동의 배경은 전통적인 비판이론에 상당히 의존하며 시작하였다. 듀이, 프레이리, 일리치와 같은 학자들이 대안교육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유럽의 다양한 이념적 토대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또한 비판교육학이 경계를 확장해 가는 과정을 보면, 다양한 유럽의 철학과 이념에 대한 포함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비판이론이 가진 이성과 합리성 그리고 독일 철학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태도를 넘어서 프락시스(praxis)라는 실천에 초점을 두면서 프랑스, 러시아 등 동시대의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받아들였고[17], 그 경계를 이론에서 이론과 행동을 포함한 프락시스라는 실천의 교육철학 이론으로 확장해왔다. 이론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교육적 수행을 강조하면서 위기를 넘어서 현재 국제적인 거대 담론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는 비판 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상당히 유연해지면서 지속성을 갖게 되고 브리콜라주라는 의미에 존재론과 인식론적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16]. 이러한 특성은 한국 대안교육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철학적 배경으로 타당하며, 미래를 위한 시대정신을 위해 찾고자 하는 지향의 배경 거대 담론으로의 위치에 매우 타당하다. 이와 같은 비판교육학의 브리콜라주와 실천을 강조하여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받아들이며 확장하는 지속가능성은 미래 대안교육을 위해서도 타당한 교육철학 배경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요컨대, 이 논의의 목적은 대안교육의 배경이 되는 가능한 교육철학을 논의하는 것이다. 실천을 강조하는 대안 교육은 다양한 이념은 풍부했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교육철학적 논의는 빈약했다. 제도적 경제적 안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지난 10년간의 집중된 노력은 일정 부분 성취를 얻었지만 교육철학의 논의에 대한 빈약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대안 교육의 대안이 필요한 시기이다. 교육철학이 가진 지속가능성과 엄밀한 타당성은 미래 대안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의는 이를 위해 비판교육학을 제안하였다. 비판교육학은 지식과 권력관계를 이해하고 교육의 민주화[20]를 추구한다. 즉 변증법적 사고를 통한 허위의식으로부터 각성하는 주체성을 통해 자주적, 자율적, 능동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인간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안교육이 다양한 이념을 가지고 지난 20여 년 이상 추구해온 교육의 목표와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일리치와 같은 일부 비판 교육학자들은 실제로 대안교육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 연구는 이 둘 간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미래 대안교육을 위한 교육철학의 배경으로 비판교육학이 매우 타당함을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논의는 새로운 교육철학을 대안 교육에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천을 강조하면서 수행한 대안교육의 특성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에 타당하고 적용 가능한 교육철학을 제공하고 그에 기초하여 지속적인 대안교육 운동을 생산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자는 교육학 이론가로서 제공한 것이다. 물론 다른 교육철학들도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안 교육이 가진 특성처럼, 경계가 유연하고 다양한 이념들이 지속, 유지, 소멸, 진화하면서 역동을 생산 가능한 비판 교육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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