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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rief Study on the Scope of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s Subrogation to the Insured owing to Claim for Damages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가입자 손해배상채권 대위 범위에 관한 소고: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판결 중심

  • 전병주 (충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
  • 한혜숙 (한국교통대학교 간호학과) ;
  • 박미숙 (한국교통대학교 간호학과)
  • Received : 2021.04.21
  • Accepted : 2021.05.26
  • Published : 2021.08.28

Abstract

According to the recent judgment of Supreme Court, in case when the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pays the insurance to a victim of torts, and then subrogate the victim's claim for damages, the scope of institution's subrogation should be limited to the amount of the assailant's responsibility rate of the institution charge, and the amount of compensation claimed by the victim to the assailant should be calculated in the method of contributory negligence after deduction. The court has judged that the institution could subrogate the whole amount of institution charge in the limit of assailant's damages, and the method of deduction after contributory negligence should be applied when calculating the assailant's damages to the victim. Supreme Court decision is greatly significant in the aspect of harmonizing the nature of health insurance as property right and social insurance as the beneficiaries could get additional supplement, and also seeking the balance between insurer and beneficiary. With the changed legal principles of Supreme Court in the scope of institution subrogation like this, the necessities to complement the litigation relation, legislation, and institution were suggested.

최근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전까지 법원은 공단이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른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하였다.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수급권자가 그 만큼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어 건강보험의 재산권적 성격과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조화롭게 고려하고 보험자와 수급권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가 변경됨에 따라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Keywords

I. 서론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사회보장기본법」 제2조). 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증진하는 책임을 갖고 있어(동법 제5조) 모든 국민은 사회보장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동법 제9조).

이러한 사회보장수급권은 국가가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기본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국민은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급부를 요구할 수 있지만, 국가의 한정된 가용자원으로 인하여 재정부담 능력, 전반적인 사회보장 수준, 각 계층의 이해관계 및 사회·정책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수급권을 보장하게 된다(헌재 2009. 7. 30. 2007헌바113 결정).

또한, 국가는 실질적인 사회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하여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사회보험을 운영하게 된다(동법 제3조). 사회보험은 헌법상 사회보장의 기본원리에 따라 설계되고 운영된다. 오늘날 사회보험이 사회보장제도의 원류를 이루고 있고, 사회보장의 가장 큰 주류를 이루고 있다(헌재 2001. 2. 22. 99헌마365 결정). 실제로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회보장제도의 중심이 되어 온 사회보험제도를 통하여 국민들은 질병, 사고, 실업 및 빈곤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게 되었다.

사회보험은 본인 또는 제3자가 사회적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보험료를 납부하여 법적 원인관계를 성립하고 해당 사회보험이 보호하려는 사회적 위험이 발생했을 경우에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장의 수단이 된다[1].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여야 한다(동법 제5조). 이렇게 사회보험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보험료 납부의무자, 국가 등이 분담하여 조달하게 된다.

더욱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그로 인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을 가지게 된 경우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자는 그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고 있다(동법 제15조). 또한 사회보장수급권자에게 발생한 동일한 사유로 2개 이상의 사회보장수급권 또는 사회보장수급권과 다른 종류의 권리를 취득할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중복급여를 조정함으로써 수급권자가 부당하게 이중급여를 받지 않도록 하면서 급여의 남용으로 인한 보험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고 있다[2].

특히,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 대수가 2, 250만대에 이르러[3] 많은 국민이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에 따른 부상에 대해 의료적 보험급여에서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미흡한 연계체계 문제를 드러내며 재정수지 악화 방지와 중복지급에 따른 급여제한이 요구된다[2][4].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8년도에 1,780억 원 적자로 전환되었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본격화되면서 공단 재정적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2019년도에는 재정적자가 2조 8,240억 원에 이르렀다[5]. 그리고 자동차보험을 영위 중인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관련 영업 손익은 2017년 266억 흑자에서 2019년 1조 6,45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6].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지급된 자동차보험금 중 치료비와 같은 인적 보상이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지만, 물적 손해보상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의료비와 향후 치료비 등의 인적보상 관련 보험금 항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6].

현재 자동차사고와 관련하여 중복급여로 인한 건강보험의 실질적 급여 제한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급여의 제한),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제58조(구상권)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법 제58조는 보험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이중으로 손해배상을 받거나 제3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1. 그런데 동법 제58조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에서는 공단이라고 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代位)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공단의 대위 범위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에 대해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7][8].

한국과 유사한 법체계와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에서는 사회보험급여와 불법행위에 따른 급여와의 조정 방법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고[9][10], 平 成20年2月19日 최고재판소에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적용함에 있어 사회보험 취지에 따라 피해자 구제와 권리실현을 우선 고려하여 법령을 해석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일본 내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여겨진다[11].

한국에서는 피해자 과실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으로 진행되어 과실상계와 공제의 선후관계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공단의 대위 범위와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에서 형평원칙, 피해자 구제 등 추상적인 개념에 의존하기 보다는 어떠한 방법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손해분담에 이르는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함을 지적한다[12].

이러한 상황에서 고등학생이 주취상태로 타인 소유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인접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를 충격한 사고에서 경부척수 손상 등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음으로써 공단의 피해자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대위 범위와 손해배상채권액 산정방식에 대해서 종전 법리를 변경한 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 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지금까지 법원은 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 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은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할 수 있으며,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였다(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다40022, 40039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05243 판결 등). 그러나 종전 법원의 판례 법리는 「국민건강보험법」이 피해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고,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피해자의 이중전보나 가해자의 책임 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공단의 구상을 인정한 법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에 종전의 판례 법리는 공단의 구상채권을 우선시키고 피해자가 손해를 전보 받지 못하는 부당함을 초래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7][8].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종전의 판례를 변경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뒤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 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경합된 경우,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를 살펴보고,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손해배상액의 산정방식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변경된 법리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나아가, 건강보험의 재산권적 성격과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조화롭게 고려하고 보험자와 수급권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는 한편,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와 더불어 보장성을 향상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상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본 사건의 피고 1(당시 만 16세)은 2012. 6. 5. 경기도 용인시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061%의 주취 상태로 타인 소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에 인접한 도로를 횡단하던 원고를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원고는 경부척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 마비 등의 상해를 입고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에 피해자인 원고는 피고 1과 그 부모인 피고 2, 3 그리고 오토바이 소유자인 피고4, 보험회사 등을 상대로 5억원 상당의 일실수입, 치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하급심 판결

2.1 제1심

본 사건에 대한 제1심 법원은 피고 1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피고 2와 3에 대한 원고 청구는 피고 1 에 대한 감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기각하였다. 그리고 피해자인 원고에게 횡단보도에서 다소 벗어나 지점에서 도로를 횡단한 과실이 있다면서 원고의 과실비율을 20%로 판단하였다. 제1심 법원은 기왕치료비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전체 치료비에서 먼저 과실상계를 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전액을 공제하였다. 이에 따라 제1심법원에서는 피고1과 오토바이 소유자 피고4가 2억 5,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8. 선고 2015가단5023386 판결).

2.2 항소심

반면에, 항소심에서는 제1심과 같이 피고 1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미성년자인 피고 1의 부모로서 보호·감독의무를 지는 피고 2, 3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하였다. 피고 2, 3은 본사건 이전에 피고 1의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에 대해 부모로서 수사기관에 서약서를 제출한 바 있고, 피고 1은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단결석, 음주, 오토바이 운전 등을 자주 한 것으로 보여 피고 2, 3이 부모로서 보호·감독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1의 사건 발생은 피고 2, 3의 보호·감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항소심은 피해자인 원고의 과실비율은 제1심과 동일하게 20%라고 판단하였고, 기왕치료비에 관한 손해배상액에서도 제1심과 같이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산정하였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피고1, 피고4가 3, 800만 원을 배상하고, 피고1과 피고4 그리고 피고 1의 부모인 피고2, 3이 연대하여 2억 9,200만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23. 선고 2017나60279 판결).

이에 대해 원고는 항소심에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과실상계 후 공제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서 원심은 원고의 기왕치료비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전체 치료비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공단 부담금 전액을 공제하여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그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기왕치료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의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Ⅲ. 판결의 쟁점 및 논의

본 사건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경우에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종전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전체 치료비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공단이 부담한 비용 전액을 공제하는 이른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손해액에서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1.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위 범위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에서는 제3자의 불법행위로 공단이 보험급여를 한 경우 피해자가 보험 급여와 가해자의 손해배상으로 이중 전보를 받거나, 가해자가 보험급여로 인해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호 조정 규정이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20685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40340 판결 등). 건강보험에 따른 요양 급여 시 수급권자가 부담하는 본인일부부담금이 있고, 피해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 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므로 보험급여를 한 공단이 피해자를 얼마나 대위할 수 있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최종적으로 전보 받지 못하고 남는 손해액이 변하게 된다.

그러나 동법 제58조에서 공단의 대위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인간의 인식능력과 예측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입법자가 법률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안을 모두 예상하면서 법률을 제정할 수는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법원은 새로운 사안에서 기존 법률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 여부를 세심하게 검토하여 시대 변화에 맞는 적절한 해석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법원은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반하지 않는 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해석방법을 추가 적으로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의 의미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사건에 대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3다31601 판결 등).

따라서 본 사건에서 공단의 대위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건강보험의 사회보장적 성격뿐만 아니라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와의 균형이나 이익형량, 보험급여 수급권의 성격 및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나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특히, 국민건강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 부상 등의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으로 대처하여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는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보험가입자와 피부양자 등 보험급여 수급권자에게 필요한 치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여 수급권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직접 전보하는 성격을 가진다.

더욱이 동법 제53조(급여의 제한)에서는 수급권자의 과실로 질병·부상이 발생하더라도 당사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보험급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민건강보험법」 입법 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두41429 판결 등). 이것은 보험 급여 사유 발생에 수급권자의 책임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크지 않아 건강보험의 공공성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 급여를 통하여 그 수급권자가 건강보험의 보장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음으로써 사회보험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2].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국가 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가가 헌법상 국민의 보건에 관한 보호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한 사회보장의 일환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단의 대위 범위를 결정할 때에도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국민건강보험법」 입법 취지와 건강보험의 사회보장적성 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

본 사건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자가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후 동법 제58 조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된다. 즉, 이를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이 부담한 비용 전액’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과 같이 제한할 것인지가 문제이며, 그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이 결정된다.

2.1 과실상계 후 공제

종래 대법원은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 급여를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그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 전액이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그만큼 감축된다고 하였다. 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때에는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먼저 전체 기왕치료비에서 과실상계를 한 다음 거기에서 공단 부담금 전액을 공제하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렇게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사건에서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다 40022, 40039 판결 이래 일관하여 같은 법리에 따라 공단의 대위 범위를 판단하였다. 최근까지도 대법원 2018. 6. 12. 선고 2018다203920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05243 판결 등이 선고되었다. 이런 법리에 따른 본사건 원고의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은 전체 치료비 합계(3,746만 원)에서 과실상계를 한 (2,996만 원=3,746만 원×80%) 다음 공단부담금(2,252 만 원)을 공제한 금액(744만 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가해자 등 제3자로부터 보험급여 항목과 관련된 재산상 손해배상을 모두 받음으로써 공단이 보험 급여를 할 의무를 면하게 되었음에도(동법 제58조 제2 항)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받아 공단이 보험급여와 관련된 비용을 부담한 경우에 공단이 동법 제57조에 따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는 수급권자의 제 3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을 한도로 한 공단 부담금 전액이고,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20685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40340 판결 등).

이와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를 공단부담금 전액으로 보는 견해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제도로서 신속하고 안정적이며 보편적인 보험급여를 통해 수급권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사회보험제도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보험급여를 위한 재정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에, 공단의 대위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보험 재정에서 충당되는 보험급여를 축소하거나 전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여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또한, 공단이 공단부담금 전액을대위한다는 견해에서는 제3자의 불법행위가 개입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손해배상 이전에 보험급여를 통해 신속하고 안정적인 치료를 받는 이익을 제공받으며, 가해자를 확인할 수 없거나 무자력으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공단이 그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결국 피해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손해가 피해자의 100% 과실로 인한 경우와 비율적으로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이 피해자에게 더 불리한 지위를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7].

이와 함께 사(私)보험에서는 「상법」 제682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제1항 단서에 따라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상받지 못한 손해액이 남아있는 경우에 피보험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중 그 남아있는 손해액만큼은 여전히 피보험자에게 있으며2, 이를 초과하는 부분의 청구권만이 보험자가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가해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다27643 판결).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는 「상법」 제682조 제1항 단서와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공단의 대위 범위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공단이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8].

2.2 공제 후 과실상계

그러나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인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입법 취지, 보험급여 수급권의 성격, 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와의 균형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동법 제58 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그 중 가해자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나머지 금액(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대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 받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 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에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본 사건에서 대법원의 변경된 법리를 적용한 원고의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은 전체 치료비 합계 (3,746만 원)에서 공단부담금(2,252만 원)을 공제한 다음, 그 나머지(1,494만 원)에서 과실상계를 한 금액 (1,195만 원=1,494만 원×80%)이 되는 것이다.

만일, 특정 사고가 수급권자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을 경우에도 수급권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고 공단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 부담금 중 적어도 수급권자의 과실비율’ 만큼은 공단이 수급권자를 위해 본래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보아 공단의 대위 범위를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 책임 비율’에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이렇게 공단의 대위 범위를 제한하여 피해자가 공단에 우선하여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이중 이익이나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 면탈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다 40022, 40039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 다205243 판결 등)와 같이 공단부담금 전액에 대해 공단이 우선하여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에 실질적으로 공단이 본래 부담해야 할 수급권자의 과실 비율 부분을 수급권자에게 떠넘기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고, 그 결과 제3자의 불법행위가 없었던 경우에 비교해 공단은 유리해지는 반면 수급권자는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급여 수급권이 재산권으로서 보험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의 대가적 성질과 사회보험의 성격을 함께 지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단의 대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단이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르는 종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다40022, 40039 판결;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0149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05243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본 사건의 판결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나아가,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가해자 등의 제3자로부터 보험급여 항목과 관련된 재산상 손해배상을 모두 받음으로써 공단이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범위(「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2항)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이때 공단이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면함으로써 부담하지 않게 되는 비용의 범위는 가해자의 행위를 원인으로 지급 사유가 발생한 금액, 즉 공단 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되고, 나머지 부분(공단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여전히 공단이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제3자의 손해배상 후 피해자가 보험 급여를 받았다면 공단이「국민건강보험법」제57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도 공단 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20685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40340 판결 등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가해자 등 제3자로부터 보험급여 항목과 관련된 재산상 손해배상을 모두 받음으로써 공단이 보험급여 지급 의무를 면하게 되었음에도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받았고, 공단이 보험급여와 관련하여 비용을 부담한 경우 공단이 동법 제57조에 따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 범위는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공담부담금 전액이며, 공단 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종전 대법원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본 사건의 판결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Ⅳ.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

지금까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공단의 대위 범위와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포함된 주요 사건에 대한 판례분석은 해당 분야의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 법·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여 관련 시사점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13][14]. 본 사건에서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가 변경됨에 따라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자가 요양급여를 받은 후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피해자가 실제 부담한 본인 일부 부담금을 확정한 다음 여기에 가해자의 책임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액을 산정 (본인일부부담금×가해자 책임비율)하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가 요양급여를 받은 후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하여 가해자 또는 책임보험자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경우에 공단부담금에 가해자의 책임비율을 곱한 금액을 공단의 구상금으로 산정(공단부담금×가해자 책임비율) 하면 된다.

따라서 가해자의 책임비율(또는 피해자의 과실비율) 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공단의 구상금 소송에서는 공단이 사고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소액 다수의 구상금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경위 등 소송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가해자 책임비율에 관한 증명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1다208413 판결) 구상금 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가해자의 책임 비율을 충실하게 심리·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본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변경된 법리에 의해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 범위에는 변경이 없지만, 보험급여를 실시하는데 필요한 공단 부담금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단이 부담하게 된다. 종전 판례에서는 공단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포함하여 공단 부담금 전액을 대위할 수 있었으나, 판례 변경에 따라 그 부분을 공단이 대위할 수 없어 최종적으로 공단이 부담하게 된다.

셋째, 판례 변경으로 공단의 대위 범위가 제한되어 그 만큼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나 전체적인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증대와 세입 기반의 약화로 건강보험 재정수지 악화가 크게 우려되는 실정이다. 공단에서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고 건강보험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보험급여를 위한 재정확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제3자의 불법행위가 개입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보험급여 혜택을 받은 경우에 공단이 철저하게 구상권을 행사함으로써 제3자의 책임 면탈을 제지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 제3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단이 인지하지 못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 가해자 또는 그 보험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면탈하는 이익을 얻게 되고,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사례가 사회적으로 누적될 경우에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공단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보험급여 사유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관련 법령에서 가입자 통보 및 요양기관의 조회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8조(제3자의 행위로 인한 급여통보) 에서는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공단의 구상권 청구와 관련하여 보험가입자에게 통보의무를 부과하고 있다3. 또한, 「국민건강보험법 요양 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787호) 제4조(급여 제한 여부의 조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2항에 의해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공단에 급여제한 여부를 조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요양기관에 조회의무를 부과하고 있다4.

그러나 가입자 통보의무, 요양기관 조회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규정되지 아니하여 해당 의무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통보 및 조회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을 조속히 마련하는 한편 동법 제58 조 제1항(보험급여 후 구상)에 관한 통보 의무자에 보험가입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포함시켜 공단의 구상권 행사가 좀 더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변경된 법리를 적용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두 32443 판결;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1다 208413 판결)됨에 따라 법령 및 제도적 보완 등이 조속이 진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Ⅴ. 결론

본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 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의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공단부담금을 공제한 후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급권자가 그만큼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어 건강보험의 재산권적 성격과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조화롭게 고려하고 보험자와 수급권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종전 대법원에서 확립되었던 판례 법리를 변경하는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과 함께 새로운 법리 적용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요구된다. 더욱이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변경된 법리는 다른 사회보험 급여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어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대법원의 변경된 법리에 따라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사보험이 기능하여야 할 영역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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