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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에서 스토리텔링 활용의 연구동향 -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텔러와 리스너 설계에 관한 연구자의 인식을 중심으로 -

Research Tendency of Storytelling Utilization in Korean Education - Focusing on Researchers' Recognitions towards the Designs of Tellers and Listeners in Storytelling Classes -

  • 이란 (숭실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과)
  • 투고 : 2021.11.04
  • 심사 : 2022.01.05
  • 발행 : 2022.02.28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텔러와 리스터 설계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활용 한국어교육의 연구동향을 분석하고 추후 관련 교육과 연구에서 정합적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개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소통성으로서, 누구를 텔러로 누구를 리스너로 보느냐 하는 것은 한국어교육 수업을 구안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반이 되는 개념적 요소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고는 2008년부터 2021년 5월까지의 연구물 중에서 학술검색 사이트인 Riss에서 "한국어교육 스토리텔링"으로 검색된 28개의 논문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스토리텔링 활용 한국어수업은 크게 세 유형의 개념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저자의 스토리텔링, 교사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의 세 유형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은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으로 학습자의 리텔링과 해석적 스토리텔링, 학습자의 교섭적 스토리텔링, 학습자의 창작적 스토리텔링이 그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범주화에 따라 각 연구들을 분류하고 각 범주 유형의 특징들과 교육에의 시사점을 논의하였다.

In the light of the researchers' recognition towards the designs of tellers and listeners in storytelling classe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analyze a research trend in Korean Education in which storytelling had been utilized and to suggest a proper direction in the related education and research. The most essential thing in the conceptualization towards storytelling was thought to be 'intercommunication.' Also, it is considered as the most basic conceptual factor who we would regard as 'tellers' and 'listeners' in order to plan and construct Korean language classes. Based on this understanding, this study searched and analyzed total 28 research results, which had been published from 2008 to 2021(May), through an academic searching site, Riss with the keyword "Korean Education Storytelling." The analysis exhibited that the formation of Korean classes utilizing storytelling originated from three kinds of researchers' previous conceptualization towards storytelling.: Writers' storytelling, teachers' storytelling, and learners' storytelling. Among them, the most large portion was devoted to 'leaners' storytelling'; its subcategories were learners' retelling, interpretative storytelling, learners' negotiated storytelling and learners' creative storytelling. This study, according to the classification on conceptualization of storytelling above, categorized the results and discussed the characteristics of each subcategory and their educational implications respectively.

키워드

I. 서론

스토리텔링은 로컬화되고 전문화된 문화콘텐츠를 세계가 동시적으로 공유하는 현대 사회 문화산업의 화두가 되었다. 스토리텔링은 내용의 통섭과 매체의 통섭 등을 두루 지칭하면서 교육에서 주제, 자료, 매체 등의 다양성을 매개하고 있다[1]. 문화콘텐츠의 핵심이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언어가 근간이 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 한국적 소재의 세계적 이야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때다[1].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의 유행과 함께 교육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이제 선택을 지나 필수 과제가 되었다. 교육을 위한 실제성(authenticity) 있는 이해 자료이면서 미래를 선도할 생산적 인재를 양성하는 차원에서도 그러하지만 현대인들은 이성적 사고와 더불어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내러티브 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Bruner에 따르면 학습자들의 능력을 새롭게 인식, 교육, 평가해야 하는 영역인 ‘직관적 사고’ 가 특히 강조되어야 하는 교과목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예술과 문학, 언어 등이다[2]. 이처럼 직관적 사고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스토리텔링 교육의 중요성 자각은 한국어 교육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토리텔링은 구술적 전통을 가진 이야기로 흥미성, 문화성, 구어적 의사소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기계적이고 문법 구조 중심적인 언어 수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스토리를 통으로 읽는 하향식의 총체적 언어교수 (Whole Language Approach)를 지시하는 일은 오늘날 그렇게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한국어교육은 외국어 유창성을 위한 참신한 언어 학습법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의 한국어교육에의 적용은 수업 설계에서부터 평가까지 스토리텔링에 관한 다양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듯 보인다.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기존 연구들을 통해 정리해보고자 하는 국어교육 분야의 시도[3]와는 별도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실행되고 있는 ‘스토리텔링 활용’ 교육의 연구 동향을 살펴 연구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관한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 앞으로의 스토리텔링 교육의 범위와 방향성을 새롭게 지정해 보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본고는 한국어교육 분야 스토리텔링 연구자들이 상정하고 있는 스토리텔러와 리스너 개념에 관한 인식을 바탕으로 각 수업 설계를 분석해보고 현 시대의 한국어 스토리텔링 수업 및 연구의 동향과 위치를 조망하여 추후 관련 연구의 방향성을 정련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II. 스토리텔링과 상호 소통성

스토리는 인물, 사건, 배경을 갖추어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4] 처음-중간-끝의 줄거리를 가진 말의 덩어리이다[5]. 류수열 등은 스토리가 시간 순서를 따르는 ‘서사’보다도 큰 개념이며 스토리텔링은 설명문, 논설문, 서정시 그리고 허구(fiction)뿐 아니라 사실 정보까지 폭넓게 포함한다고 말한다[5].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이야기를 ‘말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화자와 청자의 ‘상호 소통성’의 측면을 강조한 기존의 ‘스토리’ 와 동의어로도 이해될 수 있다. 스토리는 이미 ‘텔링’한 저자가 상정되어 있으므로 스토리 자체가 곧 스토리텔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접근이다. ‘저자’는 저작 시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개념화하고 독자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되어 있으므로[6] ‘화자’와 마찬가지로 기호화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에서 구술전통에 있는 신화, 설화, 전래동화, 민요 등의 구비문학뿐 아니라 문어 전통에 있는 대부분의 서사 작품유형이 스토리텔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김정희는 스토리가 ‘무엇’이라는 내용을, 텔링은 ‘어떻게’라는 형식을 나타내며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 조합은 특별히 ‘현재진형형’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고 설명한다[7]. 다시 말하여 ‘무엇’이라는 내용보다는 오늘날의 상황에 맞추어 텔링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형식에 초점을 두었다는 뜻이다. 특별히 미디어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담화 변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자 Digital Storytel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문화산업 전반에 스토리텔링의 가치에 대한 현대적 재발견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로서 스토리텔링 외연적 확산 현상을 시사한다[7]. 이러한 매체변용적 관점은 기존의 스토리가 ‘이미 존재’하고 이에 새로운 기법이나 구성요소를 첨가, 낯설게 하면서 새 맥락에 맞도록 창의적 스토리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이전과 동일한 스토리를 현대적 관점의 새 의미부여와 함께 재형상화하는 작업을 ‘텔링’으로 이해하는 관점으로서 매체의 다양화 혹은 현대화와 관련되어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차이를 설명한 Miller의 자료는 오늘날 스토리텔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킨다. 그의 비교는 [표 1]과 같다[8].

표 1. 전통적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스토리텔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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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살펴보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매체 변용성에 대한 이해를 줄 뿐 아니라 오늘날 스토리텔링의 개념적 확대와 특징들을 읽어내게 한다. 한 마디로 그 특징은 변동성, 현재(장)성, 청자의 적극적 참여(상호 소통성)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오늘날 스토리텔링 언어교육의 핵심은 화자와 청자의 ‘상호소통성’이다. 이것이 참여자들의 관계를 촉진시켜 활발하게 언어 현상을 발생시키는 기제를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화자를 누구로 보며, 청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수업 현장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위의 스토리텔링 개념과 특징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한국어 교실에서 가능성 있는 화자와 청자군(群)을 지정해보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은 언어 자료를 활용함에 있어 화자와 청자로 이해될 수 있는 모든 대상들을 개념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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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스토리텔링 한국어 교실의 화자와 청자군

[그림 1]은 텍스트를 사이에 두고 저자가 독자(청자) 인 수업 참여자들에게 텔링하고 있다고 보는 첫 번째 유형, 교사가 청자인 학습자들에게 텔링하고 있다고 보는 두 번째 유형, 학습자가 텍스트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텔링하고 있다고 보는 세 번째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에서 학습자는 다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텔링을 할 수도 있지만, 타인과의 상호소통 활동보다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업에 초점을 둘 경우 자신의 경험과 스키마를 활용해 텍스트를 구성한 저자나 이를 문답하거나 평가할 교사, 혹은 자기 자신에게 텔링하는 활동으로도 이해해볼 수 있다.

이를 수업 장면에서 스토리텔링 텍스트의 흐름 중심으로 구체화해 보면 [그림 2]와 같이 나타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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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한국어교실에서 스토리텔링 텍스트의 흐름

이때 텍스트1은 ‘저자의 원스토리’, 텍스트2는 교사나제3자에 의해 원스토리가 ‘매체변용’되거나 ‘재구성’, ‘구술된’ 스토리, 텍스트3은 ‘학습자가 생산해낸 스토리’ 이다. 이 모든 텍스트 구성 흐름을 일일이 거쳐 수업이 구성될 수도 있지만 이중 하나의 텍스트만이 선별되거나 강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언어교육 안에서의 이러한 스토리텔링 화자와 청자의 지정은 수업 안에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상호소통 양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청자인 학습자가 스토리텔러인 저자와 상호소통하기

2. 청자인 학습자가 스토리텔러인 교사와 상호소통하기

3. 스토리텔러인 학습자가 청자이기도 한 자신과 상호소통하기

4. 스토리텔리인 학습자가 청자인 저자/교사와 상호소통하기

5. 스토리텔러인 학습자가 청자인 타 학습자들과 상호소통하기

수업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호 소통들은 스토리텔링을 유발하는 기제들이다. 위에서 제시한 화자와 청자군, 텍스트의 구성 흐름, 다섯 가지 소통양상들을 바탕으로 아래의 분석들을 시도하고 다음의 결과를 얻었다.

III. 한국어교육에서의 스토리텔링 활용

1. 대상자와 자료 유형

2008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출판된 논문들을 대상으로 그 연구동향이 검토되었다. 표집 방법은 목적 표집이며 분석방법은 연구자의 스토리텔링 수업 설계에 관한 논문 텍스트의 질적 분석이었다.

Riss 학술논문 검색 엔진을 활용하여 2021년 5월 세 차례 논문이 인출되었으며 검색어는 “한국어교육 스토리텔링”이었다. 이와 같은 검색어 설정은 기존 논문들의 제목과 중심어(키워드)에서 사용된 단어, 즉 핵심어 표집을 목적하였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스토리텔링 교육은 문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이야기 자료들을 활용한 교육 형태 전부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으나, ‘한국어 교육’ 연구자가 그 자료를 스토리텔링으로 “인식”한 경우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기 위하여 위의 검색어를 사용하였다.

그 결과, 검색 당시 최근 논문이 총 28편이 추출되었고 분석되었다. 연도순으로 수집할 때 한국어 분야가아니거나 학술지 이름 등의 오류로 검색된 것, 상호소통이라는 이해가 없이 단순히 자료를 문법 공부의 텍스트로 활용하는 등 본고의 취지와 일치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였다. 또 2008년 이전 시기 논문을 배제한 이유는 그것들이 현재 시점에서 스토리텔링 한국어 수업의 최신 경향을 확인하려는 본 연구의 의도와 거리가 멀고 각 논문의 내용요약과 아울러 그에 대한 필자의 해석적 견해를 질적으로 기술하려는 목적에서 볼 때 본고의 지면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표집된 연구들의 교육 대상자는 [표 2]와 같다. 여기서 분석 기준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스토리텔링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개념적인 논의만을 펼친 경우와 한국어학당 학습자, (결혼)이주민, 다문화 아동 등을 대상자로 명백히 지시한 경우가 일반목적에 포함되었다. 학문목적은 연구물에서 대상자가 대학생, 유학생 등으로 분명하게 언급되거나 대학교재 등을 검토의 대상으로 삼는 등 분명한 표지가 있는 경우만 해당되었다.

표 2. 최근 연구들에 나타난 스토리텔링 한국어교육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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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일반목적 한국어교육 대상자에 관한 편수가 가장 많았는데 특정 대상을 지칭하지 않거나 결혼이민자, 한국어학당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들이다. 그러나 잠정적으로 이 연구물들도 학문목적 대상자들을 두루 염두에 두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음은 스토리텔링 활용 교육 자료들의 종류들이다.

표 3. 최근 연구들에 나타난 스토리텔링 한국어교육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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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살펴보면, 먼저 기존 문서자료를 스토리텔링으로 인식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문서 중에는 비교적 쉬운 전래동화가 가장 많음을 볼 수 있고 동시나 설명문 제재도 스토리로 이해하는 연구들을 볼 수 있다. 그림 등은 수업의 보조 자료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림을 주 자료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수업도 있었다. 특히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하나로 외국 단편영화, 특히 대사 없는 영화를 활용한 예도 있어 주목된다. 그 외에 교사재구성 스토리, 학습자 자신의 구술이나 글 등을 스토리텔링 자료로 이해한 경우들이 있었다.

2. 상호소통에 따른 스토리텔링 수업유형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형태의 ‘상호소통 유형’을 근간으로 연구자들의 28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념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 개념화는 논문의 다음 내용들을 주로 확인하면서 추출되었다. 첫째,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자의 개념 정의, 둘째, 수업계획안에 나타난 교수-학습 활동, 셋째, 수업 평가와 함축 논의 등이 그것이다. 스토리텔러와 리스너에 대한 연구자의 정확한 기술이 없을 때에는 위의 항목들에서 언급된 내용들을대상으로 필자가 그 개념을 해석적으로 추출하고 그 연구를 해당 주제의 항목에 포함시킨 이유를 논문 내용 요약과 함께 적시하였다.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 수업은 원활한 상호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러와 리스너 간의 어느 정도 상호소통은 전제되지만 본질상 텔러와리스너의 자리가 뒤바뀌지는 않는다. 연구자가 수업을 설계할 때 누구를 텔러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상호소통의 창발자(initiators)의 위치가 정해지며 그 소통의 방향에 강조점이 놓인다. 다만 수업의 설계상 텔러가 저자, 교사, 학습자 순으로 단계적으로 옮겨갈 수는 있다. 이때도 구획화한 각 단계에서 텔러와 리스너가 경계 없이 혼동되지는 않는다. 모든 수업 설계는 교수자의 이러한 상호소통의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 본고의 전제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고는 분석 논문들에 나타난 수업 설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유형들을 항목화하여 기술하였다. 항목별 설명은 각 항목에 붙인다.

3.1. 저자의 스토리텔링

이는 스토리텔링을 ‘텔러(teller)’인 작가의 독자를 향한 의사소통(창작) 과정으로 이해하고 스토리텔링 장르의 작품을 선정해 이해교육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예에 해당한다. 대부분 총체적 언어학습 및 한국문화 교육의 일환으로 기존 텍스트를 활용할 것을 권하는 예들이다.

박숙자는 문학제재 활용방안을 논의하면서 어휘 문법 중심의 한국어수업, 정전 중심의 한국어교육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파한다[9]. 즉, 한국문화의 본질을 보여주면서도 세계문화의 맥락 속에서 보편 문화를 논의할 자료 선정 및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곽경숙의 연구에서도 동일한데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 장르를 가지고 문화 이해 중심의 수업으로 전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10]. 이야기 나누기와 글쓰기 활동을 읽기 후에 진행하고는 있으나 한국문화 이해를 위한 보조적 활동으로 진행된다. 곽경숙의 다른 연구 역시 성경 텍스트를 그대로 이해 자료로서 활용하는 한국어 수업을 제안한다. 성경의 스토리텔링 일부가 전체 이야기 플롯 속에서 저자의 의도에 맞게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11].

문화교육과 자녀교육을 위한 결혼이민자 문학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조윤경은 초·중·고급의 단계에 맞추어 희곡(초급), 중등 교육과정 문학(중급) 등을 활용하고 고급에서는 한국문학과 모국문학의 비교, 번역 글쓰기 등을 통해 학습자가 직접 학습 자료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12]. 이 논문에서 스토리텔링은 주로 문학 작품들을 지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토의, 패러디, 감상문 등의 표현활동을 겸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연구자의 기본적인 인식에서 문학작품 자체가 스토리텔링이다. 임금복 역시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문화 교육방안을 제시하는데 원작 소설과의 대비를 통해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방식이다[13]. 그는 영화 자체나 소설 전체가 아닌 이 영화나 소설 안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스토리, 전래동화, 설화 등에 관한 내레이션을 스토리텔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김영주의 연구는 전래동화로 구성된 교재를 제안한다[14]. 총 16편의 한국 전래동화로 구성된 교재를 바탕으로 2차시의 수업 구성을 제안한다. 듣기/읽기 후 활동으로 이야기 지도나 책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지만 이해한 이야기를 리텔링하는 정도의 작업이다. 스토리텔링 교재 개발에 관한 채영희, 이미지의 연구는 한자와 스토리텔링을 융합한 마법 천자문 활용교육을 제안한다[15]. 민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이소영도 민요 가사를 통해 줄거리를 구성하고 다른 매체의 같은 이야기와 비교하는 등 원래의 작품 줄거리를 수업의 중심에 놓고 있다[16]. 신정아의 동시 활용 연구의 일부 역시 작품 속 스토리텔러의 입장이 되어 그 저작 의도를 파악하는 수업을 구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이 범주에 해당된다[17]. 또 그의 다른 연구에서도 총체적 접근과 이야기 구조를 활용하여 그림책 스토리텔링 의원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18]. 영화의 의미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 어휘교육에 집중하는 그의 또 다른 연구도 마찬가지이다[27].

위의 연구가들은 모두 작품 텍스트 자체를 저자의 스토리텔링으로 인식한 현상을 보여준다. 이때 교사와 학습자 모두가 청자화되어 텍스트 의미에 귀를 기울인다. 텍스트를 언어활동 자료, 한국 문화나 일상 문화, 특수목적 문화 학습을 위해 주어진 스토리텔링 이해 자료로서 인식하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표 4.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속한 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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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활동 극소(○), 약세(◎), 강세(◉), (중)은 표현활동의 위치가 수업 단계에서 ‘읽기 후’가 아닌 ‘읽기 중’에 할당된 연구.

위의 표에서 ‘이해’는 듣기, 읽기 활동에서 어휘, 문법, 이야기 구조, 내용 이해 등을 포함하는 학습영역을 의미하며 ‘후속 표현’이란 이러한 읽기자료를 이해한 후 글쓰기나 말하기 등의 표현교육으로 이행했는가 하는 여부를 나타낸다. 3.3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에서 보다 충분히 논의할 신정아의 연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표현활동은 의미 이해를 확인하는 정도의 부수적인 활동이며 이해활동이 보다 강조된다. 특히 논문 특성상 개념적인 문화 이해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에는 후속 표현활동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매우 미비하였다. 김영주 연구에서의 전래동화는 학습자 숙달도에 맞추어 내용을 개작하였으나 방식에 관한 자세한 언급은 없다.

3.2. 교사의 스토리텔링

이 항목은 교사가 기존에 존재하는 스토리를 가져와 직접 구어적 텔링, 해석적 개작을 하여 제시하거나 의미 재구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로 스토리텔링의 핵심을 전달자의 ‘의미 재구성’로 이해한 경우이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말 그대로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활동”[16](p.186)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학습자는 ‘교사의 스토리텔링’을 접하고 교사 또는 재구성된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업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의 특징은 ①스토리 개작의 목적이나 재구성의 이유, 과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②매체 변용된 자료들을 활용하고(원작 스토리보다 재구성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이라고 이해하는 소수의 연구들은 이 항목에 포함시켰다. 의미 ‘재구성’ 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측면에서이다), ③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 자신의 해석적 관점을 강하게 투영하는 경우 등이다. ④교수자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분명히 규정하는 경우, 혹은 ⑤텍스트 구술 ‘텔링’에 텔러로서 적극 참여하거나 교사의 자기표현 글쓰기를 모범 글로서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한 경우이다.

신정아의 연구는 동시를 활용하여 동태적 반응 중심스토리텔링 수업을 구안하는데 이때 교사의 생활 경험 관련 이야기를 해주어서 라포를 형성하는 일의 중요성을 말한다[16]. 동시를 활용하면서도 그 동시를 해석하는 교사의 관점이 반영된 사진자료를 여분으로 준비하여 이에 관한 준비된 질문들을 통해 학습자들의 반응을이끌어낸다. 읽기 중에도 응답식 교수법, 즉 교사-학습자 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의미를 이해시키거나 합의하고 말하기를 유도한다. “교사는 정보제공자 혹은 모니터, 작품에 대한 소개와 전반적인 상호작용을 이끄는 안내자로서의 역할”(p.199)로 이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주도적 질문을 통한 동시 의미구성 활동에의 높은 참여도는 그의 그림책 연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17]. 정재찬 등은 문학수업 교사가 수업의 저자이고 수업은 해석될 수 있는 심미적 텍스트라고 말한다[36]. 또 교사가 일차적 독자와 전문비평가, 교재의 재구성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함을 논하고 있는데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위상을 강조한 행위라 할 수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기존의 스토리를 학습목표에 맞게 개작하는 행위는 교수자의 관점과 해석이 반영된 스토리텔링 과정이다. 김영주의 연구와[14] 엄나영, 성은주의 연구도 개작 단계를 언급하고 있으나[38] 텍스트 소개는 학습자 문화 스토리텔링을 끌어내기 위한 도입 자료의 역할일 뿐이라는 점에서 개작 과정이나 교사의 스토리텔링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송희의 연구는 고전 작품인 <박씨전>을 자료로 감정이입 기반 수업 설계를 위하여 전략적인 이야기 틀을 제작한 후 다각적인 학습자 분석을 거쳐 그 수준에 맞게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제시하였다[19]. 차순정 역시 <흥부와 놀부>를 ‘간접화법’이라는 특정 문법 요소에 맞추어 쉽게 개작한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는데 이 역시 교사의 스토리텔링에 해당된다[20].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도입을 위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는 내용이라든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장면을 구상하여 말하는 부분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p.36)” 그는 문법 스토리텔링 수업 기술의 도입을 “교사의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를 스토리텔러로서 지정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교사의 구술로부터 전래동화 수업을 시작하는 오은엽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25]. 구술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속담 교육방안을 제시한 이소영1에게서도 같은 점이 발견되는데 그는 관련 이야기를 학습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선별, 개작, 전달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러 역할을 교사스스로에게 부과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21].

학습목표에 맞는 설화를 선정한 후 언어적인 면과 내용적인 면을 고려하여 텍스트를 수정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 김하나, 김순례의 연구도 설화의 재구성과 수업의 도입에서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사의 역할을 ‘이야기 리텔링’으로 규정하고 있다[22]. 학문목적 스토리텔링 수업을 구안한 고경민은 설화에서 매체 변용된 동영상, 애니메이션인 <연오랑 세오녀>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였는데 변용된 콘텐츠의 시나리오를 교사가 직접 들려주는 과정을 부가적으로 포함시켰다. 그는 특히 기존의 이야기는 ‘스토리’ 로, 이것이 구술되는 상황은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습자 표현활동으로의 확장은 여분의 제안으로 그쳤다[23]. 김영순 등의 연구도 학습자들의 스토리텔링을 유도하기 전 자신의 스토리를 먼저 모범 텍스트로서 텔링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24]. 채영희, 이미지는 성인학습자를 위한 ‘배용준과 함께하는 한국어 DS’ 닌텐도 프로그램의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한국어교육 방법을 제안한다[15]. 이를 살펴보면 배용준이 등장한 드라마 기존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고 학습자 자신을 상대 등장인물로 투영 시켜 한국어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재구성, ’ ‘텔링’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아래 표에서 이소영1은 자신이 재구성한 이야기를 ‘수업 텍스트’라고 분명하게 명명하고 있으며, 김영순은 ‘교사의 스토리’를 모범 텍스트로 활용함으로써, 오은엽은 전래동화 구술 ‘스토리텔러’가 됨으로써 학습자 스토리텔링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교사의 스토리텔링은 기존 작품을 재구성하여 교사의 관점이 반영된 텍스트로 바꾸어 수업 자료로 활용하거나 교사의 텔링 이후 학습자들의 표현 욕구를 자극하여 차후 그들의 스토리텔링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표 5. ‘교사의 스토리텔링’에 속한 연구들(혹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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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매체변용 혹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활용 ⏹

표를 살펴보면 이들 연구가(교수자)들은 기존의 스토리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 텔링하는 과정을 면밀히 학습 과정에 설계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 문화, 표현 등의 다양한 목표를 구현한다. 이는 연구자가 ‘스토리텔링’을 기존 스토리에 대한 화자의 상호소통적 의미 ‘재구성’의 범주로 개념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매체변용되어 디지털 스토리텔링화 한 자료를 전체 혹은 일부 선택해 활용한 연구들도 스토리텔링의 구성요소 중 ‘재구성’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했다는 측면에서 이 범주에 포함시켰다(⏹). 위의 일부 연구에서는 교사 스토리텔링이 학습자들의 스토리텔링을 촉진하도록 구안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이는 3.3 - 3.5로 비고란에 표시된 바와 같다.

3.3. 학습자의 스토리텔링1: 리텔링과 해석적 텔링

위의 항목에서 언급한 여러 연구들도 학습자들의 읽기 후 말하기 활동을 다룬다. 여기서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스토리텔링과 리텔링을 구분하고자 한다. 스토리텔링과 리텔링이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리텔링은 좁게 말하자면 줄거리 요약이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해석이 반영될 여지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어 학습자들 스스로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쉬운 몇 개의 문장을 나열하는 정도이므로 ‘재구성’ 역량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리텔링과 해석적 스토리텔링을 구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스토리 자료를 이해하고 난 후 학습자가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리텔링 활동 중심으로 살펴보면 앞의 대부분 스토리텔링 연구들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포함한다. 읽은 이야기와 그 구조를 보다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거나 이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리텔링에는 감상 말하기, 줄거리 말하기(장르 변용 다시 쓰기 포함), 내용에 충실한 역할극하기, 내용 순서대로 그림 맞추기와 그림 보고 줄거리 말하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을 연구자가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명명하였을지라도 본고의 연구대상인 논문 대부분의 수업설계가 줄거리 말하기는 필수로 포함하므로 여기서 굳이 이 활동을 항목화하는 것은 현재로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줄거리 이해의 확인은 스토리텔링을 상정하지 않는 언어수업에서도 일반적인 언어 활동이다.

다음은 스토리텔링 자료를 활용하고 난 후, 학습자가 주어진 스토리를 해석하고 다른 표현 활동으로 확장하는 해석적 스토리텔링이 설계되어 있는 연구들이다. 즉,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이 강조되어 있는 경우이다. 초급대상자들을 토대로 전래동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후 결말 바꾸기와 인물에게 편지쓰기, 입장 바꿔 말해보기 등을 접목하고 있는 오은엽의 연구[25], 글 없는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해보도록 하는 신정아의 연구 일부[18], 전래동화의 일부를 듣고 뒷이야기를 상상해보도록 하는 엄나영, 성은주의 연구[38], 대사 없는 단편영화에 스토리를 만들어보기 등의 신정아의 연구[26]가이에 해당한다. 신정아의 동시 연구도 동시를 읽고 그 주제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으로 확장해 이야기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이 항목에 일부 포함시킬 수 있다 [17]. 이 외에도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창작하는 김지혜의 연구[27][31], 소설을 읽고 자기표현의 스토리텔링을 유도하는 권경미의 연구[28] 등도 포함된다.

위의 연구들은 작품 자료를 이해하고 난 후 학습자들의 감상이나 해석, 확장적 이야기 구성 등의 표현활동을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으로 인식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때 학습자들은 스토리 자체(저자), 교사(재구성텍스트, 구술, 상호 의미구성), 자기 자신과의 상호작용을 주된 활동으로 하며 이 경우 학습자들끼리의 상호소통은 중시되지 않는 양상을 볼 수 있다.

3.4. 학습자의 스토리텔링2: 협상적 텔링

이 항목의 적용은 학습자들 간에 이야기(토론 등)를나누는 활동을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연구들에 있다. 스토리 구성이나 어떤 결정을 위하여 학습자와 타 학습자들이 화자와 청자로서 메시지(이야기) 를 교환하는 과정을 상호 소통, 즉 텔링 활동으로 이해하는 경우이다. 물론 언어수업의 대부분이 학습자 간의 소통을 언어교육 자원으로 활용하지만 이를 수업의 주요 목표로 상정한 경우는 많지 않다.

구민지, 김원경의 연구는 <인간과 자연환경> 관련 텍스트를 읽고 팀별로 주어진 특정 상황 안에서 읽은 내용의 디테일 변용을 통해 문제해결형 스토리를 창작해보도록 하였다[29]. 자료와의 상호작용보다는 창작과정 가운데 학습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구안하였다. 스토리 창작 과정 내내 의미 협상과 상세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말하기 교육과 연결한 것이다. 마지막 발표 역시 스토리텔링의 공유 과정으로 설계되었다.

고경민의 연구는 ‘말하기 과제의 상호작용적 실제성’ 을 수업의 내용으로 하였다[30]. 그는 그림 자료를 학습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팀별로 순서를 맞추어 나가면서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수업을 설계하였다. 학습자 간 대화와 질의응답을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의 문제해결을 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역할극을 구안하였지만 단서와 정보의 통제를 받는 역할극을 설정하여 학습자 간의 소통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화를 한국의 문화와 비교할 수 있게 되고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하여 인터뷰, 발표 등의 말하기 활동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곽경숙의 연구는 한국 소설 작품을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한 연구이지만 후속 표현 활동에서 상호 문화이해를 위하여 학습자들이 모둠 내에서 질의- 응답하는 이야기 나누기 과정을 부분적으로 첨가하였다[10].

곽경숙을 제외한 위의 연구들은 스토리텔링의 주체가 텍스트 자료보다는 학습자에게 주어져 있는 양상을 보인다. 연구가들은 의사결정이나 협력적 스토리 구성을 위하여 학습자-타 학습자들과의 협상적인 소통, 즉 화자-청자의 위치가 활발히 교환되는 상호교섭적 언어 현상을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였다.

3.5. 학습자의 스토리텔링3: 창작적 텔링

이 항목은 학습자에게 스토리텔링 자료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습자의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형태의 수업에서 실현된다.

김지혜의 두 연구는 대학생이나 한국어학당 학습자들에게 이야기의 배경에 해당하는 첫 문장을 주고 이야기를 창작해보게 한 연구이다[31][32]. 이 연구들은 학습자가 학습자 자신의 스토리를 텔링하는 것을 중심에 두었고 이것을 스토리텔링 수업으로 이해한 것이다. 김규훈도 스토리텔링의 분석틀을 마련하여 고등학생 ‘자신의 유의미한 경험 말하기’ 수업을 진행한 결과를 분석하였다[33]. 그는 이러한 수업의 한국어교육에의 전이를 강력하게 시사하였다. 3.2에서 언급한 김영순 등의 연구는 교수자의 자기 스토리를 도입에서 모델 글로서 제시하나 이해자료로서는 집중도가 약하다[24]. 전개 단계부터 학습자들의 고향에 관한 검색, 자기 고향 소개 글쓰기, 모국 문화 말하기, 인터뷰하기 등의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수업의 중심에 놓고 있다. 이러한 경우 스토리텔링 자료는 학습자들이 구성한 ‘이야기들’이다.

마지막 두 연구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활용이다. 나은영, 나은주는 미국 대학생 학습자에게 자기 이야기 쓰기를 그룹 또는 개별과제로 부과하여 단편영상이나 영화를 자막과 함께 만들게 하였다[34]. 김현영 김현진은 결혼이주민 대상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쓰기를 시도하였는데[35] 교수자가 글쓰기를 돕기 위하여 학습자와 개별 상호작용을 하였어도 부분적인 개입에 그쳐 학습자 자신이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였음이 드러난다.

이러한 연구들에서 스토리텔러는 분명히 학습자이다. 그러나 이 학습자들의 텔링에 대한 청자들은 분명하지 않다. 물론 이들이 창작한 스토리들은 타 학습자들과 교사들을 청자로 삼아 구술되었을 수도 있고 어떤 웹사이트에 게재되어 다수에게 읽혔을 수도 있지만 교수자는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여 기술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스토리텔링의 ‘창작성’에 중심을 두고 청자를 특별히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스토리텔링의 저자요 텔러인 학습자에게 보편 청자는 자기 자신, 지도하는 교수자, 그 외의 타자들로 상정해볼 수 있으나 그중에서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 가장 중심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재귀적 스토리텔링이라 지칭할 수 있다.

표 6.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에 속한 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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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3.3부터 3.5 항목까지는 굵은 이중선으로 갈라 구별되게 하였다.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부분 표현 자체가 목적이 되고 표현활동이 강세를 이루는 수업 구안이다. 이는 학습자가 스토리텔링의 텔러가 되도록 설계한 수업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3.5 영역은 학습자 스토리 자체가 자료이면서 곧 활동이다. 권경미의 연구는 문학 이해 중심 수업을 하면서도 문학 자료가 아닌 수업의 일부로 차용한 학생들의 자기표현 활동만을 스토리텔링의 개념으로 이해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28]. 이러한 경향은 문학교육이 정전 중심의 수업을 지양하고 학습자의 활동 중심의 수업을 구안하여 학습자의 창작 자료를 수업에서 속성 분석의 자료로 적극 검토하는 ‘여기 지금(Here and Now)’의 현대 교수법과도 일치한다[37].

IV. 논의 및 결론

본고는 스토리텔링의 상호소통적 개념에 바탕을 두고 실제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토리텔링 교육 연구를 종합적이고도 실제적으로 살펴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연구들의 동향과 과제를 조망해 본 것에 의의가 있다. 위의 결과를 보면 스토리텔링 텍스트로 인식되는 장르는 매우 다양하나 아직은 문서 자료에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일반목적과 더불어 학문 목적 한국어수업 등에도 폭넓게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어교육 연구가들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념화를 살펴볼 때 크게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교사의 스토리텔링’,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으로 분류되었는데 그중 ‘학습자의 스토리텔링’에 해당된 분량이 가장 많았다. 저자나 교사 자신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인식이 ‘학습자의 스토리텔링’과 중첩되는 경우들은 수업 텍스트의 스토리텔링이 학습자들의 소통욕구를 자극하여 그들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유발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항목, 혹은 세 항목 모두에 걸쳐 나타나는 몇 연구들이 있는데 이는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양상을 수업 중 최대치 활용하려는 교수자의 교육적 열망으로 이해된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자가 소유한 ‘스토리텔링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화, 구체적으로 ‘누가스토리텔러이고 리스너인가’에 대한 인식이 수업의 설계와 활동 구조화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학습자의 스토리텔링’ 범주의 연구물이 많고 대다수의 연구들이 수업 후반부에 학습자들의 표현을 이끌어내고 있으나 학습자들을 ‘텔러’로 상정할 때 그 ‘리스너’를 타 학습자들로 상정하는 분명한 설계가 부족해 아쉽다. 학습자들 상호 간의 ‘상호소통’이 보다 분명한 양상으로 수업전반의 스토리텔링 활동에 구안되어야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발표하거나 표현할 때 타 학습자들이 리스너로서의 반응과 상호소통적인 텔러로서 되반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활동들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 항목에서만큼은 단순히 글쓰기 창작이나 구술 발표를 하고 마는 식의 활동으로 종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결과에서 특별히 스토리텔링 장르의 작품 자료 없이 학습자들의 스토리텔링만을 수업의 중심 과제로 혹은 이를 수업의 자료로 이해하고 있는 수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개방형 수업에서 자료 개념의 확장과 학습자 중심, 구성주의 교육 사조로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은 현상으로 이해된다.

현대적 교육 트렌드에 걸맞은 수업 설계를 위해서 학습자의 스토리텔링만을 전면에 활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보다 폭넓은 사안이 고려되어야 하겠다. 선험적 이해작품이 없는 상태에서 학습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시도가 수업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보다 원활한 스토리텔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활용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들이 방법론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수업의 유형들이 ‘스토리텔링 활용 수업’이라는 하나의 개념 아래 실시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보다 면밀한 개념 범주 체계화와 각 하위범주별 수업 내용의 세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스토리텔링 수업의 설계와 효과를 위해 바람직한 접근일 것이다. 가장 크게는 스토리텔링 작품 이해교육과 스토리텔링 표현교육으로 나누어 범주화할 필요가 있으며, 표현교육에서도 누구를 스토리텔러로, 스토리 리스너로 확정할 것인가에 따라 그 범주와 접근방법은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처럼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스토리텔링과 등가의 의미로 사용되는 시대에 기존 이야기의 창의적 ‘재구성’에 초점을 두는 개념에 방점을 둔다면, 스토리텔링 장르의 원작 이해를 다룰 때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보다 스토리라는 용어가 혼동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 수 있다. 추후로는 스토리텔링 교육에 관여하는 다른 구성요소들을 기준으로 여러 측면에서 연구들을 분석하여 유형을 체계화하고 세부 범주화 등도 충분히 검토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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