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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 내열 치료술(Intradiscal Electrothermal Therapy)의 사례를 통해 발견되는 척수 수술 영역 신의료기술의 임상 적용 과정의 문제에 관하여

Regarding the Problem of Clinical Application of New Medical Technology in the Field of Spine Surgery Found through the Case of Intradiscal Electrothermal Therapy

  • 홍영기 (청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 전공)
  • 투고 : 2022.05.13
  • 심사 : 2022.06.22
  • 발행 : 2022.07.28

초록

현재 전 세계 의료계의 척추 수술 영역에선 다양한 신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어 임상에 적용되어 오고 있다. 논자는 이러한 신기술들이 환자에게 시술되기 전에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논자는 이 주제를 고찰하기 위해, 2000년대에 추간판성 통증 질환 치료의 신기술로 등장하여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시술되어오고 있는 추간판 내열 치료술의 기초 연구 자료들과 임상 적용 과정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이 시술은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기반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임상 적용해 온 것으로 평가되었다. 논자는 이 사례가 현재 척추 수술 영역 신의료기술들의 임상 적용과 관련한 본질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논자는 척추 수술 영역의 신의료기술이 환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보다 충실한 수준의 기초 연구와 보다 높은 수준의 임상 허용기준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Currently, in the field of spinal surgery around the world, various new technologies have been rapidly developed and applied to patients. The author believes that it is necessary to discuss whether these new technologies are being fully reviewed for efficacy and safety before being applied to patients. To consider this issue, the author analyzed the basic research data and clinical application process of the intradiscal electrothermal therapy, which was developed as a new technology for discogenic pain disease in the 2000s and has been widely used worldwide. As a result, it was found that this procedure has been performed on patients in a state where there is insufficient base research on efficacy and safety. The author judges that this case reveals an essential problem related to the clinical operation of new medical technologies in the field of spine surgery. Therefore, the author believes that in order to minimize the side effects that new medical technology in the field of spinal surgery may have on patients, more full-fledged basic research and higher clinical acceptance standards should be established.

키워드

Ⅰ. 서론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된다(Primum non nocere)[1]."이다. 이는 의술 행위들이 때로는 환자의 건강에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것을 의사들이 유념하여 지극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의술을 펼쳐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현대의 의과대학생들이 졸업 때 낭송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원형인 고대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선서 (Oath) 내용 안에는 "나는 결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2].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의사들도 때에 따라 수술을 시행하였으니 이 문장의 의미는 수술의 전면적 금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수술을 치료의 마지막 수단으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고대에는 수술로 인한 부작용과 사망률이 지극히 높았으므로 치료의 방침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 같은 섭생(攝生)을 최우선시하고, 그 다음으로 약물을 사용하고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방법이 없을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의술행위 중에서도 특히 수술이 환자에게 해를 미칠 가능성을 깊이 명심하라는 의미의 경구이다. 히포크라테스 전집 (Hippocratic corpus)에는 당대 의술의 부작용에 따른 사망의 사례들이 여러 건 기술되어 있어[3], 이러한 경구의 탄생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현대의 의료계에선 의술이 환자들에게 해악을 끼친 사례들로 거론되는 것은 주로 약물의 부작용들이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개발된 신약인 Elixir Sulfanilamide와 thalidomide의 투여로 인해 발생한 예기치 못한 환자의 사망과 기형아 출산이 대표적인 의술의 부작용 사례라 할 수 있다[4]. 미국에선 이 사건들을 교훈 삼아 1964년부터 FDA에 의해 신약의 개발과 출시를 관리하는 엄격한 지침이 제정되었다[4].

현재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크게 다음의 두 단계로 구성된다. 그것은 첫째, 시험관(in vitro)과 살아있는 동물 실험(in vivo) 연구를 포함하는 전임상연구 (preclinical study)의 단계와 둘째, 인간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 연구(clinical study)의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신약이 전임상연구 단계를 통과할 확률은 고작 0.005%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전임상연구에 성공한 약물 중에서 그다음 단계인 임상 연구까지 통과하여 최종적으로 FDA와 같은 국가 기관의 승인받을 확률은 10% 정도이다[5].

이처럼, 신약의 인체 투여 허용의 기준이 대단히 엄격해짐에 따라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임상에서 신약물 투여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감소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료계에서 신약의 임상 허용기준이 대단히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에 비해, 새로운 수술 기법의 임상 허용기준은 다소 느슨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논자가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2000년대 당시 한국의 상황을 보자면 새로운 수술법의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그것을 환자에게 시험해 보기 위해선 신약의 경우처럼 여러 단계의 엄격한 검증을 필수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이 단지 소속 대학의 IRB 서류 검토정도만 충족해도 임상 적용이 가능했다. 이러한 관례는 2022년 현재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히포크라테스 학파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선서(Oath)의 구절에서 보이듯 약물 보다는 수술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극도로 경계하였지만, 현대에는 그와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논자는 현재 일부 외과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기법이 환자에게 시술되기 전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신의료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분야의 하나인 척추 수술의 영역에서 더욱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년 전척추 수술 분야 신기술들이 한국의 의료시장에서 과잉된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비판하는 "전 세계 척추수술테스트 1번지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6]. 이 기사의 내용처럼 "(척추 수술 분야)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나오면 제일 먼저 시도되는 곳이 우리나라"라면, 이는 한국의 척추질환 환자 중 일부가 자신도 모르게 전 세계 의료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척추수술법들의 임상시험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의미를 내포한다.

만일 '첨단 수술법'이라는 미명하에 아직 치료적 근거와 잠재적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수술법들이 의료현장에서 선호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된다.'라는 중요한 격언을 의료계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자는 한국을 필두로 하여 전 세계의 척추 수술클리닉에서 신기술들이 환자들에게 시술되기 전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그리고 시행 이후엔 임상 결과에 대한 평가가 근본적 견지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실상을 냉철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1

그것을 위해 논자는 본 고에서 매우 흔한 난치성 척추질환의 하나인 추간판성 통증(Discogenic pain)의치료 방법으로 20여 년 전 개발되어 현재도 시행되고있는 '추간판 내열 치료술(Intradiscal Electrothermal Therapy; IDET)'의 개발과 연구 과정을 되짚어 본다. 이 사례의 분석을 통해 논자는 현재의 척추 수술 분야에서 신의료기술이 환자들에게 적용될 때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충실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논의할 것이다.

Ⅱ. 본론

1. 연구 방법

문헌 분석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문헌 자료 검색 방법은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의학 자료 검색엔진인 Pubmed를 사용하였다.

본 고의 주제인 IDET의 사례 분석을 위해 먼저 이 기법을 의료계에 등장시킨 최초의 자료들을[7][8] 찾아보았다. 그것을 통해 이 시술이 어떠한 치료적 근거와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임상의 환자들에게 시도되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 최초의 연구지료들이 나온 이후에 세계의 의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여러 후속 연구 중에서 해부용 시체(Cadaver, 카데바실험과 동물 실험 같은 중요한 전임상 영역의 연구자료들과 메타 분석, 단일 맹검, 이중 맹검 등의 임상 자료들을 찾아 그 결과를 비교 분석하였다. 논자는 이러한 문헌 검토를 바탕으로 이 시술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어대한 충실한 검토 위에서 시행되었는지 살펴보고, 0 사례의 분석을 통해 현재 척추 수술계 신기술의 임싱적용 양상을 조망해 볼 것이다.

2. 추간판성 통증의 개념과 기전

본 고에서 다루는 의료 시술법인 IDET는 추간판성통증의 치료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술법이 제시하는 치료적 근거(therapeutic rationale)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선 먼저 추간판성 통증의 개념과 기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므로 그것에 관해 이 장에서 간단히 논의한다.

추간판성 통증이란 통증의 원인이 추간판 자체에 내재하는 통증을 의미한다. 이는 통증의 분류에서 수핵탈출증(herniated intervetebral disc)처럼 추간판이 신경근(nerve root)을 압박해서 발생하는 신경근성 통증 (neuropathic pain)이 아닌, 통증 발생의 원점이 추간판 내부에 있는 체성 통증(somatic pain)에 해당한다. 정상 추간판의 신경분포를 살펴보면 섬유륜(annulus fibrosus)의 바깥쪽 1/3 정도까지 동척추신경(sinuvertebral nerve)의 분지가 분포하며, 이 신경은 병적인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9]. 그러나 추간판이 퇴화하는 과정에서 추간판 중심부로부터 바깥쪽 끝까지 완전한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 미세한 신생 신경이 섬유륜 바깥으로부터 추간판의 중심부로 자라 들어오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생 신경은 정상적인 동척추신경에 비해 지극히 민감하여 작은 물리 화학적 자극에도 통증을 유발하는 통각수용기(nociceptor)로 작용하게 된다[10].

추간판성 통증이 발생한 추간판의 조직 소견을 살펴보면, 추간판의 균열을 따라서 정상적인 추간판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경과 혈관조직이 풍부한 육아조직 (vascularized granulation tissue with extensive innervation)이 관찰된다. 추간판성 통증의 원인은 바로 이러한 병리적 육아조직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11]. 그리고 추간판성 통증이 발생한 추간판 내부에선 염증 세포에서 분비하는 통증과 관련한 타키키닌(tachykinin)인 substance P가 검출된다[12]. 따라서 추간판성 통증의 기전은 추간판 내부에 생겨난 민감한 신경조직과 통증 유발성 화학물질들의 조합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추간판성 통증은 디스크 내부 장애증(internal disc disruption; IDD)이라고도 불리며 만성 요통의 원인 중 대략 39%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13], 이 질환은 임상에서 진단하기에 매우 까다롭다. 왜냐하면 여타의 척추질환들과는 달리 엑스레이(X-Ray)나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영상학적 방법만으로는 질환의 발생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추간판성 통증의병리 조직은 동물 실험 모델의 추간판이나 척추 유합 (spinal fusion)을 위해 끄집어낸 추간판 조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을 뿐, 외래를 내원한 환자의 추간판에서 직접 병리 소견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현재까지 임상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추간판성 통증의 검사법은 추간판 조영술(Discography)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검사법은 추간판 내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X-ray 촬영을 하는 것인데, 촬영 소견 자체는 참고 값에 불과하며 그것만으로는 이 질환의 발생 여부를 알수 없다. 그 대신 촬영 과정에서 조영제 주입으로 발생하는 추간판 내부압력의 상승에 대해 환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통증을 호소하느냐를 추간판성 통증 발생의 판단 근거로 삼는다. 일반적 진단기준은 시술 내압을 50psi 이하, 조영제 총량을 3.5mL 이하로 제한하여 조영제를 주입하였을 때, 환자가 호소하는 시각 상사척도 (Visual Analogue Scale; VAS)가 6/10을 넘기면 양성으로 판정한다[14].

시각 상사척도란 환자 스스로 자신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숫자의 크기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객관화된 수치가 아닌 환자 자신의 주관적 평가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 의술의 눈부신 진단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만성 요통의 매우 흔한 원인인 추간판성 통증 혹은 디스크 내부 장애증을 임상에서 진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영상 소견이나 임상병리학적 지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추간판 조영술은 마치 전근대 시절에 의사가 손으로 환자의 몸을 눌러서 반응을 관찰하는 이학적 검진(physical exam)처럼, 환자의 심리상태를 비롯한 여러 변수가 개입할 여지를 완벽히 배제할 수 없는 진단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추간판성 통증은 임상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의 병리 소견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치료를 위한 시술 시에도 앞서 설명한 추간판 내부의 병리 조직을 정확히 표적화(targeting)하는 것이 어려우며 시술 후에도 환자의 추간판에서 실제로 병리 조직이 완벽히 제거되었는지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추간판성 통증은 그 본질상 진단과 치료가 매우 난해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롭게 개발된 시술법이 올바른 치료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결국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의료기술들이 끝없이 난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새로운 시술법을 임상에 도입하기 전에 동물실험과 카데바 실험을 가능한 충실하게 수행하여 시술결과를 더 명확하게 분석 및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으나 현재 의료계에선 이러한 전임상단계의 연구가 간과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후술한다.

추간판성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원론적으로 앞서 설명한 두 가지 통증의 발생 요인을 제거할 수 있어야한다. 그것은 첫째, 추간판 내부에 생성된 육아종성 조직의 통각수용기2와 둘째, 추간판 내부에서 검출되는 substance P와 같은 통증 유발성 화학물질이다.

지금까지 이 장에서 논의한 추간판성 통증의 개념과 기전을 바탕으로, 다음 장에선 이 질환의 치료를 위해 널리 시행되어 온 IDET의 의학적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다.

3. 추간판 내열 치료술의 연구 사례 검토

3.1 최초 논문 검토

추간판 내열 치료술(IDET)은 1998년 13차 북미 척추협회(North American Spine Society; NASS)의 연례 미팅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이 회의에서 Saal 등에 의해 IDET의 실험 자료가 발표되었다[7]. 그런데 이 자료는 임상 자료가 아니며 동료 검증을 거친 논문자료도 아닌 네 쪽짜리의 짧은 카데바 실험 보고서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것을 본 고의 주요 분석 자료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 대신 논자는 이 카데바 실험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인 Saal 등이 그로부터 2년 뒤에 작성한세계 최초의 IDET 임상 논문[8]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 논문에는 IDET의 시술 방법, 치료적 근거, 그리고 안전성을 포함하는 임상 시술의 정당성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담겨있다. 이 연구에서 저자들은 총 25명의 추간판성 통증 환자에게 시술을 시행하였다.

그림 1. IDET의 시술모습

A. 카테터가 추간판의 후방부 안쪽 경계를 둘러쌓는 모습의 횡면 도해

B. L4/L5 사이의 추간판에 카테터가 거치되어 있는 실제 시술 영상(Saal 등의 논문[8]에서 발췌)

그들이 소개한 시술 방법을 순서에 따라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형광투시 장치(luoroscopy)로 환자몸의 내부 위치를 확인하며 피부를 통해 추간판 내부로 17G 바늘을 진입시키고 최종적으로 고주파를 발산하는 카테터(intradiscal thermal catheter-SpineCath) 가 뒤쪽 추간판 섬유륜의 안쪽 선을 따라 거치되게 한다[그림 1]. 카테터가 제 위치에 도달하면 13분간에 걸쳐 카테터 온도를 단계적으로 90C까지 올리고, 90C 에서 4분간 유지한다.

저자들은 이 시술의 치료적 근거로서 다음의 두 가지 이론을 제시한다. 그것은 첫째, 카테터에서 발산되는 고주파의 열에 의한 추간판성 통증의 병소 제거 효과와 둘째, 열에 의한 섬유륜 콜라젠의 응축 효과이다. 첫번째 효과가 이 질병의 본질을 제거하는 일차적 치료기 전에 해당한다면 두 번째 효과는 섬유륜의 내구성을 높여 통증 수용기의 작용을 무디게 만드는 이차적 치료기 전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논문에서 이러한 치료 이론의 근거자료와 함께 안전성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시하는데, 그 내용을 항목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치료적 근거에 관한 연구자료>

1) 추간판 내부 콜라젠 조직의 응축 효과

a. Hayashi 등[15]

b. Hayashi 등[16]

C. Wall 등[17]

2) 추간판 내부 육아조직(granulation tissue)의 제거효과

a. Hayashi 등[15]

b. Hayashi 등[16]

3) 신경제거 효과

a. Letcher 등[18]

4) 추간판 내 열전도의 효과

a. Saal 등[7]

<안전성의 근거에 관한 연구자료>

1) 추간판 내 열전도의 수준

a. Saal 등[7]

Saal 등은 이 논문에서 IDET이라는 신의료기술의 세계 최초의 임상 적용 정당성의 근거로서, 위에 항목별로 나열한 기초 연구 문헌들을 제시한다. 논자는 위 연구자료들이 IDET를 인간에게 시행하기 전에, 전임상연구의 자료로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이제부터 각각의 내용을 분석하여 평가해 보고자 한다.

먼저 치료적 근거를 구성하는 네 가지 효과 항목중 첫 번째인 1) 추간판 내부 콜라젠 조직의 응축 효과의근거로 제시된 a, b, c의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이 연구들은 모두 토끼의 대퇴슬개관절(Femoropatellar joint)의 캡슐 조직(capsular tissue)을대상으로 Ho:YAG laser를 조사하였을 때 나타나는 캡슐 조직의 변성을 관찰한 것이다. 따라서 실험의 대상과 도구가 IDET와는 다르므로, 이 연구들은 IDET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자료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치료적 근거인 2) 추간판내부 육아 조직제거 효과의 근거자료로 저자들은 앞의 1)의 논문 a와 b를 다시 제시한다. 육아조직이란, 앞장에서 기술하였듯 추간판성 통증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병리 소견이다. 따라서 이 조직의 제거 여부는 가장 근본적으로 시술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이다. 그런데, 논문 a와 b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육아조직 제거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 따라서 Saal 등이 논문에서 IDET의 중요한 치료적 근거로 제시한 위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저자들은 육아조직 제거 효과에 대한 치료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세 번째 치료적 근거인 3) 신경제거효과 항목 a의 연구 내용은 고양이의 복재신경 (saphenous nerve)에 고주파를 조사하였을 때 고주파에 의해 복재신경이 손상되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따라서, 실험 대상이 IDET 시술의 대상과는 다르므로 이 역시 IDET 효과의 직접적 근거자료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치료적 근거에 관한 마지막 항목인 4) 추간판내 열전도의 효과 항목 a의 연구 내용은 IDET 기기를 카데바의 추간판 내부에 시술했을 때 발생하는 열분포 (thermal mapping)의 수준을 관찰한 것이다. 비록 생체 연구는 아니나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IDET 기기의 효능을 앞의 연구들에 비해 더 직접적으로 파악해 볼수 있다. 이카데바 실험은 IDET의 최초 임상 논문을 작성한 Saal 등에 의해 수행되었고 실험 결과는 긍정적이었다고 주장된다.

그런데 이 실험의 내용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동료심사(peer-review)라는 검증 과정을 거친 학술지에 등재된 것이 아니라, 단지 북미 척추협회의 연례 미팅에서 발표된 네 쪽짜리 보고서에 담긴 것이고, 그것은 이후에도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다. 따라서, 저자들의 주장 이외에 이 실험의 결과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여족하다. 그리고 IDET이 의료시장에 출시된 이후 본고에서 후술할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된 카데바 실험의 결과는 Saal 등의 카데바 보고서와 달리 부정적이었다. 이는 Saal 등이 IDET의 최초 임상 시술의 근거로 제시한 그들 자신의 카데바 실험 결과에 논란의 여지가있음을 의미한다. Saal 등은 이 카데바 실험의 결과를 IDET의 치료적 근거로 뿐만 아니라 안전성의 근거자료로도 활용하였다. 즉, 위에서 정리한 안전성의 근거에 관한 연구자료인 1) 추간판 내 열전도 수준의 항목 a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그들의 카데바 실험 자료를 재인용한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Saal 등이 제출한 최초의 IDET 논문에 실린 전임상 영역의 연구 내용의 수준은 지극히 빈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적 근거와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태에서 Saal 등에 의해 IDET의 임상 시술이 시작되었고, 의료계에선 이를 신중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수용하여 그들의 논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 시술을 시행해 온 것이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IDET의 임상 적용 과정은, 현재 척추 수술 영역에서 신의료기술의 검증 체계와 임상 시술 허용기준이 충실하지 못한 현실에서 초래된 결과일 것이므로, IDET 이외 신의료기술에서도 언제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3.2 카데바 실험결과

2001년 Kleinstueck 등이 시행한 IDET의 카데바 연구[19의 목적은 Saal 등의 임상 논문에서 IDET의 치료적 근거의 하나로 제시된 섬유륜 응축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IDET 시술이 이루어진 척추 분절에 대한 생역학적 시험을 시행하였다. 그결과 Saal 등의 주장과는 달리 섬유륜의 응축성 변화를 나타내는 생역학적 지표나 콜라젠 구조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Kleinstueck 등은 IDET에서 발생하는 열이 섬유륜을 응축시키기엔 부족하다고 결론 내린다. 이는 Saal 등이 최초의 임상 논문에서 주장한 IDET의 중요한 치료적 근거의 하나를 부정하는 것이 다. 그리고 2년 후인 2003년 Kleinstueck 등이 다시 시행한 카데바 연구는 추간판 내부로 진입한 카테터 (catheter) 주변에서 발생하는 온도의 수준을 계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20].

그 결과 추간판의 콜라젠 조직을 응축시키는데 필요한 온도인 섭씨 60도를 넘어서는 지역은 카테터 표면으로부터 1~2mm 이내에 한정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 결괏값의 의미는 카테터 시술로 응축되는 섬유륜 영역의 범위가 추간판성 통증 질환의 치료 효과를 발휘하기엔 불충분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앞서 2001년 카데바 실험의 결과에서 왜 시술 후 추간판의 생역학적 지표 값이 치료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미흡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Kleinstueck 등의 이러한 온도 실험의 결과는, Saal 등이 IDET 임상 시술 정당성의 근거로 제시한 그들자신에 의해 수행된 북미 척추협회의 13차 연례 미팅의 발표 보고서의 내용 즉, IDET이 추간판 내부로 치료 효과를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열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3.3 동물 생체 실험 결과

일반적으로 신약의 경우에는 임상시험이 시작되기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독성시험과 약효를증명할 수 있는 약리 시험이 이루어져야 한다[4]. 그런데IDET의 임상 적용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외과시술의 영역에선 신의료기술의 임상 적용 전에 동물 실험을 통해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 IDET의 최초 동물 실험은 임상 논문이 나온 지 3년 후인 2003년에서야 이루어진다. 따라서 임상 논문이 나온 2000년 이래로 전 세계의 의료기관에서 수많은 임상 시술이 행해진 이후에, 거꾸로 동물 실험을 통한 전임상적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Freeman 등은 Osti 등이 확립한 추간판성 통증의 동물 모델 제작법[21]에 따라 추간판성 통증 질환을 지닌 양(sheep)을 만들고 해당 양의 추간판에 IDET을 시술하였다. 그리고 일정시간이 지난 후 시술된 추간판을 적출하여 추간판성 통증 질환의 병소가 시술을 통해 제거되었는지 조직학적으로 확인하였다[22].

임상에서 IDET을 시술하는 의사들이 제시하는 치료적 근거(therapeutic rationale)의 핵심은 고주파로부터 발생한 열에너지가 추간판성 통증을 일으키는 신생신경을 함유한 육아종성 조직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물 실험 결과 IDET은 추간판성 통증을 하는 신생 신경을 함유한 육아종성 조직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2]. 따라서 IDET은 앞서 Kleinstueck 등의 카데바 실험에서뿐 아니라 동물생체실험에서도, 치료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 시술이라 판정된 것이다. 이 동물 실험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사안은 안전성 테스트 결과이다. 그에 따르면 시술 후 섬유륜 안쪽에 일부 열 괴사(thermal necrosis)의 소견이 관찰되었으며, 시술받은 추간판 대부분이 시술 이전보다 퇴행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2].

따라서 이 동물 생체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면 IDET 의 치료적 근거는 부정되며 안전성에서도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동물 생체 실험은 신약 개발 단계의 경우엔 인간에게 적용하기 이전의 전임상 단계의 연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IDET이라는 의료기술을 신약 개발 과정에 대입시켜 보면, IDET은 전임상 단계에서 완벽히 실패하여 인간에겐 적용할 수 없는 기술로 판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 생체 실험의 치명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전 세계 의료기관의 IDET 임상 시술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이 동물 실험 결과로 IDET 시술이 중단되거나 시행 여부를 원점에서 진지하게 숙고해보는 논의가 의료계에서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술은 2022년 현재까지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시행되고 있다.

3.4 단일/이중 맹검 시험(Single/Double blind test 결과

새로운 약이나 의료시술의 임상 효능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 실험방법은 의사와 환자 모두의 주관을 배제할 수 있는 이중 맹검 시험(double blind study)이다. 신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상 2단계에서 이중 맹검 시험이 시행된다.

그런데 외과적 시술은 의사가 시술 도구를 직접 운용해야 하는 그 기술의 특성상 이중 맹검 시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중 맹검의 실험 모델 설계가 어려운 외과적 시술의 경우는 환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것까지만 배제하는 단일 맹검 시험을 우선 시행해 볼 수 있다.

2004년에 시행된 Pauza 등의 IDET 단일 맹검 시험에서 37명이 실제 시술 군으로 그리고 27명이 sham 시술 군으로 배정되었다[23]. Sham 시술의 방법은 형광 투시 장치를 이용해 환자들이 진짜라고 착각하는 가상의 시술 장면을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시술 바늘을 섬유륜의 가장 바깥쪽까지만 이르게 하고 전극을 연결하지 않은 채로 시술 시 발생하는 발전기의 소음만을 들려주어 환자들이 실제 시술을 받는 것과 같은 착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시술 후두 그룹이 나타낸 VAS, SF-36, ODI 지수를 비교 평가한 결과, 실제 시술 군이 sham 시술 군보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행된 카데바와 동물 생체 실험의 결과 IDET 의 치료적 근거 입증이 실패하였음에도, 환자의 주관을 통제한 단일 맹검 임상시험에서 시술의 효과가 입증된 이유를 의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일 맹검 실험의 결과처럼 IDET 시술이 정말 임상에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IDET의 기전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단일 맹검 실험이 이루어진 다음 해에 단일 맹검보다 좀더신뢰성 있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이중 맹검 시험 방법이 Freeman 등에 의해 설계되고 시행되었다[24].

이 실험은 38명의 실제 시술 군과 19명의 Sham 시술군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Sham 시술 군도 실제 시술 군과 똑같이 카테터를 추간판의 안쪽 위치로 진입시켜 거치하였다. 그러나 Sham 시술 군의 카테터는 발전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실제 시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연구에선 시술하는 의사에게 어떤 카테터가 발전기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도록 하였기에, 실험 결과에 의사의 주관까지 배제하는 이중 맹검의 연구 설계가 가능하였다. 시술 6개월 후 LBOS, ODI, SF-36, ZDI, MSPQ의 지표를 사용하여 실제 시술 군과 Sham 시술 군을 비교한 결과, 두 군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이중 맹검 연구 논문의 저자들은 IDET의 효과가 플라세보 효과의 수준을 넘지않는다고 결론지으며, IDET의 임상 효과를 부정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IDET의 치료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던 카데바 및 동물 생체 실험의 결과와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며, 단일 맹검 실험의 결과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3.5 메타분석결과

Appleby 등은 2006년까지 나온 IDET의 임상 논문 17편의 메타 분석을 실시하였다[25]. 그 결과 전체 논문을 평균 내어 볼 때 VAS 2.9점, SF-36의 physical function 21.1점, Bodily pain 18점, ODI의 disability 7점 수준의 임상적 개선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합병증의 발생률은 0.8%였다. 따라서 저자들은 IDET이 치료 효과가 있으며 안전한 시술이라 결론내린다. 이는 단일 맹검 실험의 결과와 부합하는 것이며 카데바, 동물 생체 실험 및 이중 맹검 실험의 결과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Ⅲ. 고찰 및 결론

제아무리 과학이 발전한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의 지식과 이해로 개개의 의술 행위가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모두 완벽히 파악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특히 새로운 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할 때는 사전에 철저하게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신약이 의료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전임상과 임상 연구의 여러 단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의료기술 중에 외과시술 분야에선, 신약 개발 과정에 요청되는 것과 같은 엄밀한 수준의 사전 연구 없이도 인체에 적용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논자는 본 고에서 척추 수술 분야 신의료기술이 사전 검토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사례로써,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척추 시술 시장에 등장해 크게 주목받았던 IDET을 살펴보았다.

이 시술을 전 세계 의료계에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한 Saal 등의 논문[8]을 살펴보면, 본론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치료적 근거와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 시술을 시행했다고 평가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술이 의료시장에 나온 이후에, 의료 연구의 절차상 거꾸로 전임상연구에 해당하는 실험들이 수행되었는데, 본론에서 인용한 카데바와 동물 생체 연구 모두에서 이 시술의 치료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문제를 드러내어, 시술된 추간판 조직 일부에서 열괴사의 소견이 발견되었고 시술 이후 추간판 대부분이 시술 전보다 퇴행화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자는 현재의 의료계에서 간과되고 있는 이 시술의 결과인 추간판의 퇴행화를[22]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술 부작용으로 판단한다. 추간판은 내부에 혈관조직을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간판은 내부 매질 안에서 영양물질의 확산을 이용해 세포의 생리 대사가 이루어지는 조직이다. 그런데 시술로 인해 추간판의 퇴행도가 악화되면 추간판 안에서 확산에 의한 생리 대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므로 추간판의 자생력이 매우 손실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를 현재의 의학 지식으로는 의사를 포함해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논자는 이것을 환자에게 분명하게 알려야 할 중요한 정보라 생각한다. 그러나 논자가 아는 한 이러한 내용까지 환자에게 고지되지는 않는다.

본 고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IDET은 동물 실험과 카데바 실험 등의 전임상 영역의 연구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 시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후에 이루어진 동물 실험과 카데바 실험에서 치료적 근거가 검증되지 않았고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었음에도, 이 시술에 대한 중단이나 비판적 재검토 없이 지속적으로 임상 시술이 이루어져왔다. 논자가 판단하기에 의료시장에서 이 시술을 지지하는 근거는, 본론에서 설명한 단일 맹검 시험과 메타분석의 긍정적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서술했듯이 임상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 심사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이중 맹검에선 이 시술은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실험 결과의 모순과 불일치들, 그리고 이 시술의 치료적 근거가 무엇인지 그 기전을 누구도 설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3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 시술은 꾸준히 시행되어 왔다.4

IDET은 2000년 초반의 의료시장에서 만성 요통의 절반 가까운 원인을 차지하는 추간판성 통증을 해결해주는 첨단 신의료기술'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었다. 한때 크게 성행하다 이제는 지나간 유행처럼 열풍이 식어버린 이 시술의 경험은 결국 환자들을 이 시술의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흔한 난치성 질환인 '추간판성통증'의 해결책으로 개발된 IDET에 대해 살펴보았다. 추간판성 통증을 포함한 여러 난치성 척추질환에 대해지난 수십 년간 의료현장에서 IDET의 경우처럼 자동수핵 제거(automated nucleotomy), 고주파 (radiofrequency), 플라즈마(plasma), 레이저(laser), 카이모파파인(:·hymopapain) 등 여러 새로운 의료기법들을 이용한 시술들이 이 어려운 척추 통증의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낼 첨단의 궁극적 해법인 양 경쟁적으로 등장해 유행하다 사라지는 현상들이 반복되어왔다. 논자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본 고에서 논의한IDET의 사례처럼, 척추 수술계의 신의료기술에 대한 임상 허용기준과 사후 평가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IDET 이외에 여타의 척추 수술 영역 신기술들의 임상 적용 사례의 문제는 추후 연구작업에서 상세히 논의할 것이다.

논자는 신의료기술의 발굴과 수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라 할수 있는 한국 의료계에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척추 수술의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와 동반해 있는 "전 세계 척추 수술 테스트 1번지 한국"이라는 현실[6]에는 비판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척추 의료계가 매년 쏟아져 나오는 각종 신의료기술을 임상에 빠르게 적용하려는 열망에만 이끌리다 보면, 자칫 환자들이 그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신의료기술의 실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된다." 라는 의학사의 격언을 신의료기술을 다루는 척추 의학계에서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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