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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ion Analysis of Schizophrenia Symptoms : Focusing on the Movies and

조현병 증상의 표현 분석 : 영화 <더 보이스>,<블랙 스완>을 중심으로

  • 최지원 (서울신학대학교 학생상담센터)
  • Received : 2022.08.02
  • Accepted : 2022.08.26
  • Published : 2022.09.28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how delusions and hallucinations are expressed as representative symptoms of schizophrenia in the two films and . We look at how the two films show the appearance and overall image of the schizophrenic patient, the emotional expression of the schizophrenic patient, and how family and colleagues express the perceptions of the schizophrenic patient's symptoms. Finally, we will examine the perception of treatment measures for schizophrenia. Comprehensively, through this process, the schizophrenia symptoms expressed in the two films will have some effect on social perception of schizophrenia and the social implications of therapeutic intervention for schizophrenia recovery.

본 연구는 두 영화 <더 보이스>, <블랙 스완>에서 조현병의 증상 중 대표적으로 망상과 환청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두 영화에서 보여주는 조현병 환자의 외모 및 전반적인 이미지, 조현병 환자의 감정표현 그리고 조현병 환자의 증상에 대해 가족과 동료들이 인식하는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조현병의 치료대책에 대한 인식 또한 살펴볼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두 영화가 표현하는 조현병 증상이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조현병 회복을 위한 치료적 개입에 남기는 사회적 함의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Keywords

I. 서론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발표 한바, 성인 4명 중 1명은 정신 문제를 경험하나, 정신장 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12.1%만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 18세 이상 만 79세 이 하 성인 5,511명, 가구당 1인 정도를 대상으로 조사하였고 연도별 정신장애 1년 유병률은 2021년 9.1%로 2016년에 비해 3.5% 감소하여 이전보다 감소하는 추세로 밝혀졌다. 2021년에는 2016년과 다르게 조현병 스펙트럼은 특별하게 구분하여 조사하지 않아 결과가 없었고 우울, 불안,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로만 구분하여 조사하였다[1].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연도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2016년까지 증가하다가 2021년에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정신건강 관련 시설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거나 폐쇄되어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떨어진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는 연간 0.2%의 유병률로 6만 3,000명에게서 나타났다. 이 발생률은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는바 2014년 대비 6%가량 환자가 증가 하였다[2].

정신장애 진단을 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선진국에 비해 적은 이유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으로 인한 회피 및 치료가 잘 안 될 거라는 오인식에 기인한다[3]. 사실상 조현병은 언어나 인종 남녀 구분 없이 세계인구의 대략 1%가 경험하는 정신질환이다. 이 질병은 특정인에게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가면서 걸릴 수도 있다. 대중이 갖는 조현병에 대한 이런 인식은 적극적인 치료로 귀결될 것이며, 환자에 대한 태도도 수용적으로 바뀌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에 실시된 정신건강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은 정신장애인이 평범한 이웃으로의 삶을 살기도 있지만, 잠재적 위험을 갖는다 여겨 꺼리기도 하는 이중적인 인식을 갖는다 보고되었다[2]. 1976년과 1995년 사이를 다룬 정신질환의 사회적 표상 연구를 참고해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20년가량 정신장애인에 관한 인권 존중 및 사회적 책임은 인정하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4].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조현병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결국 차별적인 태도를 낳고, 사회집단으로부터 배제하려는 태도로 연결된다. 특히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지지도가 떨어짐에 따라 사회 적응도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듯이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조현병을 경험하는 사람은 위험하므로 사회에서 격리 조처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 또한 팽배해졌다. 그런 이유로 정신질환자는 위험하고 그런 위험한 사람들을 대책없이 방치하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결국 정신병 환자들을 모두 일정한 곳에 가두어야 한다는 인식마저 생기기도 하였다[4]. 지금까지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의 제고를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선행 연구 가운데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차별 및 편견을 다룬 바 있다[5]. 조현병 환자와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의 증상과 재활 및 예후 등에 관한 사고와 인식을 확인한 후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탐색한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드러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표상을 연구하기도 했다[4][5]. 여기서는 영화 안에서 조현병을 어떤 이미지로 그리느냐가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 그 다움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제언한다. 이러한 연구에 기반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정신 질환 인식 개선 관련 세부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부터 대중매체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적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대국민 홍보 사업과 가족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인식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며, 정신질환자들은 모두 폭력적이고 위험한 사람이기에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인식도 여전하다[5].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중 매체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할 경우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표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직접적인 연고가 없어서 조현병 환자를 만난 적이 없는 일반인들은 대중매체의 보도에 근거하여 인식을 조성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형성된 부정적 인식은 조현병 환자의 재활이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 조현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조현병에 대해 갖는 사전지식과 고정관념이 어떠한지를 탐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6].

정신장애의 조기 발견과 치료 및 재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이므로 연구자들의 오랜 관심 분야가 되었다. 대중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인권 존중을 하는 등 정신장애인을 심적으로 인정하나,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등 자칫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조현병 환자를 가까이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인식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을 폭력적이고 위험한 사람 혹은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였다[7].

이런 편견은 세부적으로 주거, 교육, 직업 등과 같은 생활 전반의 차별로 이어지므로 편견으로 손해를 입는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 보다 극심한 사회적 배제 대상이 되곤 한다[5]. 그 가운데 조현병은 주요 정신장애이며, 환자는 인지기능 장애, 자아 기능 약화 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 부족 등을 경험하면서 궁극적으로 사회적이고 정신적인 손상을 크게 입게 된다[7]. 그러므로 정신장애인의 효과적인 사회 재활을 위해서는 본인, 가족, 주변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이들에 대한 편견 해소 및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6][8].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전문적인 치료와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도록 하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 적응하며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돕는 과정 또한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정신분열증에서 조현병으로 명칭을 개정한 이후에도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9].

정신질환의 증상에 대한 표현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 매체가 문화의 반영 체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표현이 모호하거나 과장된 표현일 때는 많으나 반면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 동기에 초점이 맞춰 있어서 영화 속에 나타나는 증상을 분석하면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 특히 매체를 통해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편견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4]. 대중매체를 통해 재현되고 각인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부정적이고, 이들을 예측할 수 없거나 위험한 존재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나 행동을 통제하거나 조절할 힘이 부족한 취약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7][9].

최근 들어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생활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로써 영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8]. 그 이유는 영화가 대중의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이기 때문이고,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실을 다양한 각도로 비추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대중의 보편적 정서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와 대중의 보편적 가치 인식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8].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고자 할 때, 단순 모사나 복제를 뛰어넘어 사회의 모순과 현실의 본질을 적절하고 정확하게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이 실제 현실을 지각하게 돕고 영상으로 생동하는 대상을 미리 경험시켜 강력한 투사의 힘을 내포하는 것이다 [6][8][9]. 또한 각기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에 똑같은 내용의 영화를 볼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기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5]. 즉 영화에서 정신장애인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내용을 다수가 똑같이 볼 수 있는 것은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고 유지·강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영화 속 정신장애의 증상 표현은 사회 인식과 문화 주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본 연구는 조현병 증상이 두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고 조현병의 대표 증상인 망상과 환청을 표현하는 방식과 이를 통한 사회적 인식과 영향력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는 두 영화에 투영된 조현병 증상을 살펴보고, 다양한 각도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표현의 방식을 통해 어떤 사회적 인식을 형성해갈 수 있을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Ⅱ. 본론

1. 영화 <더 보이스>에 나타난 조현병 증상

영화 <더 보이스>는 2015년에 마르냔 사브라피 감독에 의해 제작되어 2018년에 한국에서 개봉하였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제리에게 애완동물의 환청이 들리면서 벌어지는 우발사건들을 다룬 영화이다. 제리는 조현병에 걸렸지만, 현실에 저항하는 밝은 성향의 인물이며, 사고장해 양상이 동물의 모습과 동물의 목소리로 드러나는 것은 주인공 제리에게 쉽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주인공 제리는 말하는 고양이 위스커스와 개, 보스코와 함께 살면서 직장에 다닌다. 사내 파티를 준비하면서 이상형인 피오나와 가까워진다. 피오나와의 첫 데이트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로 사슴을 자동차로 치는데 차에 치인 사슴이 고통스러워하며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을 하자 제리는 사슴을 고통에서 해방해주듯이 사슴을 죽인다. 이를 본 피오나가 무서워 도망치다 쫓아가는 제리의 칼에 우연히 죽게 된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이 과정에서도 피오나의 겁에 질린 표정을 잘못 해석하여 사슴과 똑같이 고통을 없애주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찌르게 된다. 이 영화의 심미적 표현은 조현병인 제리의 머릿속을 그리는 것으로 드러난다. 고양이는 악마, 개는 천사를 표상하며 고양이는 온갖 부정적이고 상스러운 말을 하며 제리에게 나쁜 행동을 하게끔 지시한다. 반대로 개 보스코는 제리를 위로해주고 좋은 행동을 하게끔 격려한다. 이는 마치 사이코드라마에서 이중 자아를 나타내며 두 가지의 상반된 목소리를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개는 피오나를 죽인 상황에 대해 경찰서에 가서 설명해야 한다고 하고 고양이는 빨리 피오나의 시체를 처리하라고 한다. 제리는 약을 거부하고 먹지 않은 채 피오나의 시체를 토막을 내고 처리한다. 약을 먹으려는 순간 고양이 위스커스는 우리랑 이야기하고 싶으면 약을 먹지 말라고 권고하며 “약을 먹으면 암울하고 외로운 시간으로 돌아갈 걸?” 이라고 말한다. 사건 수습을 위해 제리가 사고 현장, 숲에 왔을 때 피투성이 피오나는 없고 대신 이쁜 모습의 피오나가 있다. 이 부분은 제리의 망상, 비현실적 지각을 드러낸다. 정신과 상담에서 의사가 약을 계속 잘 먹고 있냐고 물었던 것처럼 제리는 실제로 약을 먹지 않고 있었다. 약을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 확연하게 대조되는 현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먹지 않은 채 피오나의 시체를 토막을 내고 머리는 냉장고에 넣으며 지속해서 피오나 머리에 시리얼을 먹여주고 보살피며 대화를 나눈다. 약을 먹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고 정상적인 감각이 살아나 온통 오물로 더러워진 집과 시체가 냉장고에 있는 어두운 집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더구나 위스커스와 보스코는 더 이상 제리에게 말을 걸지 않을 뿐 아니라 어릴 적 아빠에게 받았던 학대의 상처까지 기억나게 만든다. 결국 제리는 약을 다 버리고, 자신을 좋아해 준 리사와 주치의도 자신의 잘못을 덮고 싶은 순간적인 판단에 모두 살인한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제리의 집에 들이닥치고 제리가 살던 볼링장은 불이 난다. 이때도 도망치라는 고양이의 목소리와 불 속에서 잠들라는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결국 영화 <더 보이스>에서 드러나는 조현병의 증상은 망상과 환청이다. 특히 망상과 환청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본 영화의 미장센에 해당한다. 주인공 제리가 치료 약을 먹고 있을 때는 망상과 환청의 증상이 없는 대신 현실이 참혹하게 그려진다. 집안은 더럽고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직장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뿐 아니라 애완동물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반대로 치료 약을 먹지 않을 때 영화 속 배경은 강한 분홍빛으로 화려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넘친다. 이는 주인공 제리의 정신 상태를 형상화한 것으로 판타지에 가까운 상태이다. 이때 제리는 직장 내에서도 의기양양하게 지내며 자신감이 넘친다. 이런 대비적 구조의 미장센은 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나 조현병에 대한 환자의 병식과 타인의 시선으로 볼 때, 약물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가 훨씬 아름답고 긍정적이라고 오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한계점이 있다.

2. 영화 <블랙 스완>에 나타난 조현병 증상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2011년에 한국에서 개봉하였다. 주인공인 '니나'는 발레리나 무용수이다. 시즌에 새롭게 열리는 무대인 백조의 호수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고 주인공인 백조, 흑조 역을 맡는다. 이 배역은 우아하고 연약한 백조뿐만 아니라 매혹스럽고 강렬한 흑조 역까지 연기해서 연기의 난도가 높은 배역이다. 니나는 백조의 모습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지만 흑조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단장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맞닥뜨려야 한다.  흑조의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완벽함을 버리고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끌어내야 한다. 니나는 평소에 완벽함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 자신을 놓고 몰입해야 하는 흑조 연기보다는 그저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만 한다. 마치 여기까지 보면 니나가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만 한정 짓고 보기 쉽겠다. 니나의 엄마도 완벽함에 목을 매고 딸을 강박적으로 통제하는 양육 태도를 보인다. 성인이 된 딸을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하고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분위기일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미숙한 부분은 방과 옷의 색조, 분홍색으로 표현된다. 니나는 인형처럼 혹은 착한 아이처럼 행동하고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통제받으며 완벽을 추구하도록 사는 것이다.

영화 시놉시스가 진행되면서 니나의 망상과 환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치 니나의 강박증이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니나는 자신도 지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등 뒤의 손톱자국과 손톱에 남은 작은 상처를 심각하게 뜯어내어 피가 줄줄 흐르는 환각을 경험하곤 한다. 특히 지하철이나 골목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쳐다보면 어느 순간 그 여인이 자신처럼 보이는 환영을 보게 된다. 이런 강박증과 함께 환각과 환영은 니나의 조현병 증상으로 굳어간다.

니나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려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지적만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 만난 일종의 경쟁자는 릴리이다. 릴리는 새로 온 무용수이며 니나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순백의 우아한 느낌이 잘 어울리는 니나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어두운 검정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니나와는 다르게 제멋대로에 자유분방함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흑조 역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동작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 부정확한 동작 속에서 보이는 대담함이 흑조와 어울린다.

백조의 호수 총연습을 앞둔 전날, 릴리와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는 바람에 총연습에 지각한다. 자신의 대역으로 릴리가 연기하는 것을 보며 니나는 릴리가 자신을 해치려고 하고 자신의 역을 탐한다는 망상을 갖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증상이 심각해지며 계속해서 환각이 보이고 등의 흉터에서는 검은 날개가 돋기 시작한다. 니나는 더는 예전의 백조 같은 모습이 아닌 억눌렸던 욕망이 드러나는 흑조가 자라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저항하고 문을 걸어 잠근다. 니나의 엄마는 니나에게 그 배역이 너를 망치고 있다면서 무대에 갈 수 없도록 문고리를 숨기지만 니나는 못 가게 하려는 자신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문고리를 부순 후 무대로 간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흑조의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던 휴식 시간 분장실에서 니나는 환영 속의 릴리와 화를 내며 대화를 하다 거울로 릴리를 밀친다. 쓰러진 모습에서 릴리는 자신의 모습으로 바뀌며 이 모든 것들이 니나의 상상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결국 니나는 릴리가 아닌 자신을 스스로 거울 조각으로 찌른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망상과 환각의 심각한 증상으로 상해하면서 완벽한 흑조 연기를 해낸다. 니나는 피를 흘리는 상태로 무대에 올라 완벽한 백조의 연기를 마치고 원래 대본처럼 절벽으로 떨어지듯이 높이 올라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고 무대의 조명을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완벽함을 느꼈다고 말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I felt it. Perfect.”

이렇게 정반대인 흑조의 모습이 되려면 니나는 평소 가지고 있던 백조의 자아를 파괴해야 한다. 이 행동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자해 행동의 기저에는 ‘잘 해내지 못할까?’라는 불안을 안정시키려는 나름의 욕구와 환각 증상, 투사된 감정으로 릴리를 오해하는 관계망상까지도 포함된다. 불안 증상으로 인해 계속해서 자신의 등을 긁으며 생채기를 만들고 손의 살을 뜯고 극단적으로는 자신을 찌르는 등의 파괴적 행동이 나타나서 공격적 정서를 해소한다. 또한 자신을 파괴하면 할수록 니나는 자신 안의 어두움을 끌어내어 흑조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분홍색으로 꾸며진 방처럼 엄마에게 의존적이고 순응적인 모습, 백조처럼 순수하고 착한 자신의 모습을 파괴하면서 내면의 흑조를 끌어내는 과정은 ‘맡은 역할’의 완벽한 재연을 위한 것이었지만 내적으로 보면 조현병 증상이 두드러지는 과정을 그린다. 니나는 자신을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괴로움을 느끼고 심지어 환각까지 겪게 된다.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질병으로 꼽는다. 특히 뇌가 발달 중인 10~20대 때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경세포 연결이 취약한 뇌를 가진 사람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조현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5][8]는 결과를 반영한다.

앞에서도 말했던 흑조의 검은 털이 자라거나 방 안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환각은 관객에게까지 전해진다. 관객도 이를 느끼면서 니나가 느끼는 고통에 동화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느낄 수 있는 불안의 시선과 혼란스럽게 만드는 환각의 모습들 속에서 나나가 백조를 넘어 흑조의 '완벽'한 표상을 그려내는 과정을 그린다. 이처럼 영화 <블랙 스완>은 주인공 나나가 완벽한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조현병 증상, 망상과 환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나나가 후천적으로 만난 작품 ‘블랙 스완’을 뛰어나고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로 점차 내면의 흑조를 끌어내고 발현하는 과정을 그린다. 내면의 흑조를 끌어내는 과정이 결국 망상과 환각이라는 조현병 증상으로 뒤얽혀 병색이 심해지고 끝내 죽음과 파멸로 종결된다.

3.두 영화에서 표현하는 조현병 환자의 증상

조현병은 환자의 사회적, 직업적 기능 손상을 유발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 다양한 어려움을 초래하며 유병률은 1% 정도이다. 약물치료로 유지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증상의 악화와 재발을 피할 수 없다. 치료가 더뎌지고 증상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인격의 황폐나 사회적 관계 철수가 다양한 측면의 기능 저하가 유발된다. 정신보건법 제정 이전이나 이후 모두 조현병 환자는 사회에 해를 끼치고 희망이 없는 존재로 영화에서 묘사하고 있다. 특히 폭력적이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많았다. 40년 이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적 모습을 보이고 무차별적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그리고 있었는데 이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신장애를 다루는 영화 전반에 폭력성이 심해지는 경향 또한 배제할 수 없다[8-10].

조현병의 망상 형성에 사회문화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개인이 이상 경험을 한 후 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먼저 자신의 내적 자원을 가지고 해석하고 그것이 실패할 때 외부의 세계를 투사해서 해석한다. 이렇게 이상 경험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이 망상의 형성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내적 자원이든 외부 투사 과정이든 둘 다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해석하게 된다[11].

예로 일제 강점기에는 ‘모두 망했다.’는 망상이 두드러지고 광복 후에는 정치인과 관련된 정치 과대망상이 많았으며 전쟁 후에는 간첩을 주제로 한 피해망상이 두드러졌다 한다. 70년대 이후에는 대통령, 정보부 관련 정치적 피해망상이 많았다는 점을 볼 때 망상의 주제가 사회문화적인 흐름과 별개는 아닌 듯싶다.

1) 조현병 환자의 외모 및 전반적인 이미지 표현

두 영화에서 공통으로 표현되는 조현병 환자의 외모와 이미지 표현은 자기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몰두하는 모습이다. 보통 조현병 환자들은 영화 속에서 거리를 배회하고, 지저분하게 식사하며 이물질 섭취, 식사 거부, 비정상적인 수면 등의 행동을 보이는 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조현병 환자를 표현할 때 악취를 풍기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 이유 없이 울고 웃고 고함지르며, 대화할 때 반응이 없거나 횡설수설하고 지리멸렬하게 말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는 선행연구와는 차이가 있다[5][12]. 두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슈퍼맨 같은 영웅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으나 주위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행패를 부리고 물건을 부수며, 자해 행동 등의 공격성을 보이고, 남을 의심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지속해서 상처를 긁는 반복 행동을 하며, 발작하기도 한다. 또한 깡마른 체격, 멍한 표정, 경계하는 섬뜩한 인상, 자해 상처, 이상한 몸치장과 옷차림의 사람으로 묘사되는 점은 다른 영화의 그것과 유사하다[8][12].

보통 한국 영화에서 조현병 환자를 지칭하는 말로는 범죄자나 사회악이 가장 흔하고[5], 패배자 혹은 미치광이라는 표현이 1990년대는 가장 흔했던 것으로 보고된다. 대부분 혼자 배회하고, 지저분하게 식사하며, 성생활이 문란하고, 씻지 않아 악취가 나는 사람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유 없이 울고 웃고 고함지르며, 대화하는데 반응이 없거나 횡설수설하고 대화가 지리멸렬한 것으로 묘사된다. 혹은 자신이 스스로 예수처럼 위대한 인물이라는 과대 망상적 사고를 드러내거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의 문제와 충동 조절의 실패로 쉽게 행패 부리는 공격적인 행동도 나타난다. 경직된 표정이나 집중하지 못하는 멍한 얼굴로 표현되기도 하고 섬뜩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경계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계절에 맞지 않는 기괴한 몸치장과 옷차림을 하는 사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1996년 이후 영화에서는 조현병 환자를 ‘사이코’라 지칭하는 게 가장 흔하였고, 범죄자, 패배자, 적이라고 나타내었다. 그러나 상반된 이미지로 전혀 위험하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하고[8], 망상에 따라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12]. 두 영화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표현 또한 전반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망상과 환청에 의해 삶에서의 객관성을 잃어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표정이다. 사회적인 회피가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옷이나 장신구에 큰 변화가 없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만 <더 보이스>의 제리의 경우,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과정에서는 밝은 모습과 생기발랄한 표정 그리고 감정표현이 풍부한 얼굴 근육, 선명한 색의 옷차림으로 등장하여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 상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2) 조현병 환자의 감정표현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조현병 환자의 대표적 감정표현으로는 세상과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두려운 표정, 황당한 표정, 꼴 보기 싫다는 혐오적 표현을 하거나 아니면 무표정에 경직되어 있고 정서가 마비된 듯한 모습이 많았다. 다정하고 친밀한 표정보다는 얼굴 근육이 경직되어 희로애락의 감정을 구분하기 어렵고 시선 맞춤 또한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사실 대인관계에서 표정이나 태도 등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관계 호감도를 좌우한다. 영화 속에서 그리는 조현병 환자의 표정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감정은 우울과 불안, 긴장과 조급함, 분노와 공격성이다. 반대로 조현병 환자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은 무시나 경멸,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 및 조롱과 비웃음, 혐오 등이다. 사실 조현병 환자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할 때 망상과 환각으로 인해 정보를 오해석하고 인식 오류가 생길 수 있어서 정확한 감정에 대한 정보처리 과정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약적인 사고와 망상이나 환각 같은 조현병 증상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감정 상태와 표현이 적절하다기보다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변수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았다. 사실상 영화 속에서 결말 부분에 이르러야 조현병 환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 안쓰러운 감정을 유발하고 관객들이 안타까운 감정을 공유하게끔 만든다. 결국 종결과 결말이 열린 상태가 아니라 닫힌 결말, 두 영화 속에서 나타난 죽음을 종결로 보여줄 때 관객들은 조현병 환자나 그 가족에 대해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씁쓸함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조현병 환자에 대해 다양한 상태의 감정선과 다양한 사고기능을 사유하거나 표현하기보다 증상이 극도로 치닫고 이제는 수습이 안 될 때 결국은 죽음으로 종결되는 안타까운 마무리로 끝을 맺는다. 두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의 감정표현은 둔마되어 있으며 과도한 불안은 결국 죽음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3)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가족이나 동료들의 인식

두 영화에서 조현병 환자의 증상에 대한 가족이나 동료들의 인식은 공통으로 불가해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물론 동료보다 가족이 더 지지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나나의 엄마는 딸의 증상에 대한 병식이 있기에 지속해서 성인이 아닌 아동 자녀를 대하듯 사사건건 통제하고 관여한다. 양육자가 취약한 자녀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보호가 지나쳐 의존하게 만들고 성인이로서의 삶의 유지가 되지 않게끔 하는 것은 증상과 병식을 과중하게 만드는 절차가 되기도 한다. 직장 동료들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과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비친다. 더구나 약물치료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대조적인 차이는 환자 스스로 약물치료를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라고 판단하게끔 자연스레 조장한다. 돕는 가족이 없을 때 약물치료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을 해줄 수 있는 주변인이 없다. <더 보이스>의 제리가 그러하다. 따라서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는 한 이것을 누구에게 공유할 수도 알릴 수도 없기에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 어려워진다. 제리는 환청을 통해 동물과 소통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본다. 가족이나 공동체의 역할이 정신병을 극복하고 대처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영화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신장애가 있는 환자를 가족의 일원으로 두면, 마치 관계가 ‘짐’ 같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더불어 살면서 사회의 건강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증상과 취약성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친밀한 관계, 가족 공동체가 ‘힘’이 되는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4) 조현병의 치료대책에 대한 인식

조현병 치료의 성공 여부는 반드시 꾸준한 약물치료와 재활에 둔다. 두 영화에서도 조현병의 치료대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못하다.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낭만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신나는 음조로 영화의 배경이 흘러갈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애매하게 그려지는 상황들은 환자나 주변인, 관객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환자를 소극적으로 피하려고만 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주변인들의 무관심은 결국 증상의 악화를 도모하고 환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2014년 이후부터는 한국 영화에서도 환자 인권심의 장면이 등장하고, 환자 행동에 대한 법적 대응이나 퇴원 후 시설에 복귀하기 및 사례 발굴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장면이 포함되었다 한다[5]. 지역사회에서는 환자 관련 소식을 알리거나 공동체에서 입원을 의뢰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시설에 입소하여 회복을 위해 명상과 요가를 하는 자발적인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은 현실의 논픽션을 판타지적 픽션으로 묘사함으로써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조현병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처와 이해를 긍정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본다.

Ⅲ. 논의

조현병은 현실과 환경을 인식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으로 시공간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진다. 조현병의 특징은 환각과 망상 그리고 기괴한 행동 및 사고와 언어의 와해를 꼽을 수 있다. 환각은 시각 혹은 청각적 이상인데 환청이 주되기는 하나 느낌이나 후각, 미각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편집적 사고, 강박적 사고 등 사고장해와 이상행동도 포함하기 때문에 대인관계 및 직장생활에서 적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을 대처하거나 조절하고자 환자들이 알코올이나 약물 등에 의존할 수 있는 위험도 수반하고 자살률도 높다[7][8].

조현병의 대표 증상 중 하나가 망상이다. 사고장해의 결과인데 내용상으로 볼 때 망상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개인이 이상 경험을 하고 난 후 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때 자신이 내적 자원에 기반하여 해석하는데 그것에 실패하면 외부 세계를 투사해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상 경험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망상이 형성된다. 개인의 내적인 자원은 생후 경험한 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고 외부에 투사하여 얻은 해석도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10][12].

영화 속에서는 망상과 환각의 경우, 단순히 환자의 말에 의존하던 묘사 방법이나 극히 짧은 기억회상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관객이 환자가 되어 증상을 겪는 것 같은 실감 나는 장면묘사가 이루어지면서 환자의 내면과 경험하는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미장센의 이유로 영화 속에서 자주 다루는 정신질환이 조현병이기도 하고 이렇듯 영화에서 다루는 비중이 커진 만큼 점점 조현병의 증상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아쉬운 점은 조현병의 심각한 증상의 표현에 집중한 나머지 질병으로 인한 행동 특성에 대한 묘사는 자세하나 그로 인한 고통이나 의미,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성찰적 내용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선행연구에서 조현병을 다루는 한국 영화들이 증상의 공격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 바 있는데[8], 대중이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싫어하고 무서워한다는 인식을 조장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조건 혐오 인식을 드러내는 현대 삶의 모습도 투영될 수 있기에 조현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대중이 경험하고 가질 수 있도록 영화 매체가 표현하는 것에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실제적인 대인 지각이나 감정 지각이 영화 속에서 유사하게 그려지는 것만큼, 따뜻한 공감의 시선으로 표현하여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영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 다. 영화에서는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태도나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 또한 드러나기에 이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파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나 그 가족, 의사, 간호사 등 관련자들의 민감성을 자극하고, 일반인들에게도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8][9].

본 연구에서 다룬 두 영화도 조현병의 증상을 심미적으로 표현하였다. 조현병의 대표 증상인 망상과 환청을 스크린에 심미적 표현으로 담아낸다. 간과할 수 없는 스크린의 특성 중 하나가 매혹을 발산하는 표면인 동시에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프리드버그는 스크린과 창문 사이의 유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창문과 스크린이 모두 ‘표면이자 프레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창을 통해 무언가를 집중하고 들여다보는 효과를 줌과 동시에 그 안에 갇혀버려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 외에는 보지 못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관객은 영화라는 표면과 프레임을 통해 조현병의 증상을 몰입해서 관람하고 자칫 그 표현에 매몰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정신 분열적 공간의 이중구조를 언급한 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꿈, 신화적 요소, 현실을 벗어난 환상을 그려내기 위해 공간이라는 영역을 이중적으로 표현하게 됨을 언급한다[13]. 영화 <더 보이스>와 <블랙 스완>도 조현병의 증상을 표현하기 위해 이중적인 구조를 대조적으로 사용하였다. 영화 <더 보이스>에서는 약물치료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이중구조로 대비시켜 증상이 심해져 자아가 팽창했을 때의 선명한 색과 현실감각이 되살아났을 때의 암흑의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블랙 스완>에서는 공간의 이중구조를 사용하기보다 백조와 흑조라는 이미지의 이중구조를 사용하여 증상이 강하게 발현되어 내면의 악을 자연스레 겉으로 끌어낸 것이 곧 흑조임을 나타내었다[6][8][9].

이 연구는 조현병 환자가 등장하는 영화 두 편을 분석하여 문화 매체 속에 드러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미지 표현, 감정표현, 가족 및 대인관계에 대한 표현, 그리고 치료대책에 대한 인식까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조현병 환자는 여전히 폭력적이거나 자기 파괴적이고 위험을 수반하며, 주변인에게 혹은 가족에게도 감당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것처럼 영화 매체 안에서 표현되었다. 사실상 조현병 환자에게 두드러지는 특성은 망상과 환청 같은 증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증상의 개선과 해결뿐 아니라 정서적 지지와 안전한 대인관계 경험이 중요한 만큼 환자를 대하는 가족과 주변 공동체의 조력을 영화 속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11].

최근 영화에 이르면서 환자가 겪는 내면의 고통이나 행동 특성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다양한 치료 장면과 함께 치료를 향한 의료진 또는 가족이나 환자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이나 조현병 환자의 행동 특성을 단편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고통이나 극복을 향한 삶의 의미 등을 성찰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요약건대 영화를 통해 살펴본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 인식은 실제와 비슷한 점도 있으나 실제와 크게 다를 수 있다. 이것은 허구와 실재 사이의 경계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 표현하는 조현병 환자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적 인식이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현병 환자는 공동체 내 사람들과 가족 및 주변 지인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거나, 조현병 환자에 대한 표현이 제한적일 경우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14].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최근에 이를수록 치료 환경의 변화, 환자의 권리 옹호, 자발적 선택 등 사회적인 노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서도 조현병을 다룰 때 증상 위주나 부적응 측면이 아닌 개선 및 적응 측면이 강조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이런 점에서 영화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도구로 영화를 활용할 수 있다. 고로 추후 조현병 증상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심미적으로 표현될 뿐 아니라 관객들이 열린 자세로 조현병 증상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무의식적 사고적 틀을 가질 수 있도록 제언한다. 즉, 증상의 표현보다 어려움에 맞설 수 있게 돕는 관계적 지지와 조력, 가족의 도움 등 조현병의 대안적인 이야기를 묘사하고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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