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QR코드

DOI QR Code

A Study on the Therapeutic Mechanism of Line Drawing's Movement in Art Therapy

미술치료에서 선화(Line Drawing)의 운동성이 갖는 치료적 메커니즘 고찰

  • 이현지 (성공회대학교 열림교양대학) ;
  • 정여주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 Received : 2022.06.23
  • Accepted : 2022.07.27
  • Published : 2022.09.28

Abstract

Lines are the oldest visual elements in human history and are closely related to human life and drawings and symbols drawn with lines on cave paintings and rocks have existed as alternative images for human survival. In arts the line reveals the core of the object within a short period of time and in art therapy it becomes a medium that can diagnose the client's psychological state and intervene therapeutically. However although line drawing has therapeutic importance in the process as well as diagnosis studies on its effectiveness and therapeutic characteristic have not been actively conducted. Therefore in this study the characteristics related to line art in art therapy are first derived through 'Triangular Verification of Theory',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and 'Finding Common Parts' in domestic and foreign literature. As a result I will examine the Movement which is a key therapeutic element of line drawing in connection with the brain structure. Through this I will examine the therapeutic mechanisms that affect the body, brain and mind of the movement of line drawing and examine and suggest how it can be used in art therapy.

선(lines)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시각적 요소이자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됐으며, 동굴벽화나 바위에 선으로 그려진 그림 및 기호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대체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미술에서 선은 단시간 내에 대상의 핵심을 드러내며, 미술치료에서는 내담자의 심리적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선 그리기, 즉 선화(line drawing)는 진단뿐 아니라 과정상에서 치료적 중요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그 효용성과 치료적 특성을 고찰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미술치료에서 선화와 연관된 국내외 문헌을 이론 삼각검증, 질적 내용분석, 공통부분 찾아내기를 통해 우선 도출한다. 그 결과 선화의 핵심적인 치료적 요소인 운동성을 뇌 구조와 연결하여 살펴본다. 이를 통해 선화의 운동성이 신체, 뇌, 마음에 미치는 치료적 메커니즘을 고찰하고 미술치료 안에서 어떻게 치료적으로 활용 가능한가를 검토 및 제안하는 데 학문적 의의를 둔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선(線, Line)은 역사적으로 인간의 생(生)과 사(死)와 함께 존재해 왔다. 바위나 동굴에 선을 긋는 것은 소수의 주술사에게만 허용되는 경건한 행위이자 인간의 생존을 위한 염원의 표식이었다. 미술은 인류의 진화과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치료와 융합한 미술치료학이 등장했다. 미술치료학에서 그림은 정서와 성격의 진단 틀로 활용 가능하다는 개념으로 1940년대부터 임상 심리학의 그림 검사와 함께 발달했다[1]. 그러나 그림이 치료적 역할보다는 정 신병리, 사례연구, 효과성 검증을 위한 진단적 매개로 주로 활용되는 것에 관한 대안적 관점과 회의론적 주장 [2-4], 미술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전인적 행복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어 왔다[5][6]. 이에 선화가 의식을 강화하고[7], 알파(α)파를 증가시키며[8], 그리기가 명상과 결합했을 때 신체적·심리적 증상이 완화된다는 선행연구들이[9] 이루어졌다. 국내외 선행연구가 뇌 기반 연구, 사례연구, 문헌연구로 선화의 치료적 효과 연구에 접근함을 알 수 있으나 인지학에 한정되어 있거나[10][11], 단일사례에 그쳐 선화의 치료적 메커니즘을 고찰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파악된다. 미술치료학에서 ‘진단’은 ‘치료’를 위한 필수적 과정이며 ‘치료 목표’의 검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미술의 창작 과정이 개인의 고통 및 정서에 치료적·치유적으로 작용한다는 발견에 미술치료의 근원적 뿌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12]. 이러한 맥락에서 미술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그리기’가 어떻게 치료적 메커니즘 안에서 발동하는지가 우선 연구되어야 한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의 발달로 치매, PTSD 등을 추적할 수 있는 동시대에 효과성 검증은 다양한 의과학적 방식으로 보완 및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논고에서는 미술의 요소 중에서도 선이 갖는 치료적 요소를 살펴보고 임상의 치료적 근거로 어떻게 적용 가능한가를 검토 및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 주제가 사례 검증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선행연구의 재검증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리기라는 미술의 본질적 탐구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덴진(Denzin, N. K.)의 이론 삼각검증법 (Triangulation of Theories)[13], 주제 코딩, 루드스 탐(Rudestam, K. E.)과 뉴턴(Newton, R. R.)의 공통부분 찾아내기(Finding Intersection)[14]로 문헌을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여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겠다. 그리고 도출된 선화의 치료적 요소 중 핵심적인 요소가 뇌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치료적으로 작용하는지 서술하여 미술치료 임상의 이론적 근거로 제안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선(線의, line)의 개념

선은 면(面), 색(色)과 함께 형태를 표현하는 기본 수단이며 속도, 방향, 힘, 장단, 굵기 등의 내부적 운동 감각을 매개로 감정과도 결합한다[15]. 선은 점의 방향에 따라 수직선, 수평선과 대각선이 되고, 직선에 두 힘을 동시에 가하면 단순 곡선과 원이 생기는데 이때 힘의 크기가 서로 다르면 구불구불한 파상선이 된다[16]. 선은 능동적(aktiv), 중간적(medial), 수동적(passiv) 선으로도 나뉜다. 대각선은 수평선과 수직선의 불균형이며 지그재그 선은 수평과 수직이 점과 점을 지나갈 때 점에 의해 행위가 통제되는 다양한 각도를 지닌 능동적 선이다[17]. 선과 선적(線的, linear)인 것의 차이는 매체와도 연관된다. 가령 연필로 그린 난선(亂線)은 선으로 인식되나 붓으로 그린 선은 선적인 것에 가깝다. 따라서 선적인 것은 윤곽이나 형태가 갖는 실루엣을 파악할 수 있는 표현적 양식이다[18]. 전통적 동양 미술에서 선은 획(劃)에 대응하며 사물의 내적(內的) 측면과 기(氣)로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의 화(畵) 는 경계선을 의미하는 획(劃)과 같으며 화(畵)와 획(劃) 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상을 다른 사물과 구별하는 것이다[19].

2.2 선의 동적(動的) 특성

선은 점이 움직이면서 생겨난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운동성을 지닌다. 선의 운동감과 리듬은 그림의 주제를 단시간 내에 표현하고 윤곽선 이상을 보여주는 자율적 특성을 보인다. 점이 휴식이라면 선은 휴식의 파괴와 같다[16].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변화시키는 것에는 ‘힘’과 ‘방향성’이 작용하며 이들의 강약에 따라 운동성의 강약이 결정된다. 선의 역동성과 에너지는 리듬 운동의 예술로 볼 수 있는 중국 서예의 선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옌(Yen)은 서예의 선이 자연의 관찰을 통한 모든 유형의 움직임과 리듬의 원리가 전달된 것이라 보았다[20]. 철학적 개념에서 선의 운동성은 긴장된 활이 힘을 즉각 방출하면서 쏘아내는 화살에 비유되기도 한다. 선은 그 방출되는 힘을 통해 형태를 나누고 풀어주고, 자극을 주고, 속도를 유지하다가 다시 풀어주기를 반복하면서 스케치를 만들어낸다. 선은 동적 특성을 통해 스스로 발현(發現),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21].

2.3 미술치료학에서의 선화

선화(線畫)는 ‘선(線)’과 ‘화(畵)’의 결합인 ‘선 그림’으로 풀이된다. 선화기는 영어로 ‘the drawing period’ 로 표기되며, 색칠하지 않고 선으로만 그리는 것으로 정의된다[22]. 선을 이용한 밑그림, 선묘, 소묘, 데생은 드로잉과 같은 뜻이며 ‘생각을 기호로 나타낸다.’라는 현대 드로잉의 개념은 탈 장르적인 재료와 범주를 갖는다[23]. 본래 드로잉은 종이, 마분지, 합판, 금속 같은 표면을 펜, 연필 등의 끝으로 당기거나 끄는 신체적 행위이며 물리적 흔적뿐 아니라 생생하거나 오래된 생각을 구상하거나 투영하는 것이다[24]. 어린이의 발달단계는 드로잉을 통해 알 수 있으며, ‘그리고’ ‘흔적을 남기는’ 그림의 개념에서 접근하므로 특별히 선화와 구분되지는 않는다[25]. 이처럼 선화는 ‘선’이 중심이 되는 그림의 개념임은 분명하나 드로잉이 선 그림을 하위개념으로 둔다는 측면에서 이 둘을 동일 선상에 둘 수는 없다. 따라서 미술치료학에서 드로잉은 어떻게 번역 및 정의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926년에 심리평가를 목적으로 한 ‘그림을 통한 지 능측정방법(Measurement of Intelligence by Drawing)’이 아동화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26]. 이후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 ‘그림 검사’로 통용된 투사 그림 검사는 ‘projective drawing test/task’로 표기되어 ‘채색(painting)’과 상반된 의미가 된다[27]. ‘drawing’ 의 수많은 하위개념 중 가장 보편적인 특성인 평면성과 단색성은, 색채 없이 주로 흑연, 잉크나 펜으로 그려진 것을 말한다[7]. 미술치료에서 ‘drawing’은 ‘연필과 종이로 정신적 과정을 포착하는 것’으로, ‘자극 그림 기법 (The Stimulus Drawing Technique)’에서 선으로만 표현된 사람 등은 ‘line drawing’으로 표기된다[28]. 최근 미술치료 전문 문헌에서도 아동의 선 그림이 선화로 표기되었다[29]. 즉, 미술치료학에서 ‘drawing’은 ‘그림’, ‘화(畵)’, ‘드로잉’으로 번역 및 사용되나 ‘선’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전개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광의적 의미로 혼돈을 줄 수 있는 ‘드로잉’이 아닌 ‘선화’가 적합한 용어로 보고, ‘선을 중심으로 그려진 것’을 ‘선화(線畫, line drawing)’로 표기하겠다.

Ⅱ. 연구 방법

1. 문헌 수집

1.1 수집 범위와 방법

본 연구 방법은 비체계적 문헌연구로, 미술치료에서 선화와 관련한 선행연구를 통해 문헌 수집의 범위를 우선 설정했다. 선행연구는 2000년도에서 2020년도까지 연구된 국내외 미술치료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를 대상으로 했으며 검색원은 학술정보 포털(DBpia), 학술 연구정보서비스(http://www.riss.kr/), 한국학술지 인용 색인(https://www.kci.go.kr/)과 구글 학술검색 (https://scholar.google.co.kr/)이다. 1차 검색어는 ‘미술치료’이며, 검색된 결과에서 선화(line drawing, 線畫), 드로잉(drawing), 소묘(素描), 선묘(線描), 선 그리기, 선 긋기를 재검색했으며 검색 결과에서 선(zen, 禪), 진단이나 변별 도구로서의 선화, 작품 분석, 재활이나 작업치료, 색채가 혼용된 선화 연구 등은 제외하였다. 문헌 수집의 범위설정은 ‘단계적으로 집중하기 (Zooming)’ 모델에 근거한다. 이는 영화 제작에서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나뉘는 장거리 중거리, 근거리에 기인하며, 연구 주제와는 ‘넓게 보기(wide view)’, ‘중간 보기(medium shot)’, ‘줌인(zoom in)’으로 접목된다. 다양한 문헌을 세부적으로 다룰 때는 이 방법이 적합하다[30]. 본 연구에서 근거리 자료는 연구 질문에 가장 근접한 ‘치료적 선 그림’, ‘특정 형태의 선 그리기’를 구체적으로 고찰한 A로 설정한다. 중거리 자료는 난화, 난선, 낙서 등으로 B에 해당한다. 장거리 자료는 그리기의 치료적 특성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에서 접근한 자료로 C로 설정한다. 이를 분류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문헌 수집의 틀

1.2 문헌 선정

선정된 문헌은 총 35건이며, 근접성에 따라 A, B, C, 문헌의 종류에 따라 국내 학위논문은 a, 국내 학술지는 b, 국내 단행본은 c, 국외 학위논문은 d, 국외 학술지는 e, 국외 단행본은 f로 나누었다. 사례의 세부적 정보가 높을수록 ***, 낮을수록 *로 나누었으며 총 분류된 목록은 [표 2]와 같다.

표 2. 문헌의 출처 목록

2. 문헌 분석

2.1 분석 방법

본 연구에서는 문헌의 중심적 개념들을 도출하여 통합 및 정립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과 가설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에 접근하는 삼각검증법(Triangulation)을 활용한다. 이는 정확한 속성의 편차 측정을 위해 두 개의 방법에서 일치되는 요소를 도출하여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만든 복합적 조작(multiple operation)에서 출발[31]하는 방법으로, 이은혜[32]는 미술치료에서 차크라 색채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삼각검증법을 통해 문헌 연구한 후 외부자 삼각검증법으로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천혜숙[33]은 문헌에 나타난 내담 아동과 치료사의 대화를 분석한 자료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삼각검증을 하였으며, 오정학[34]은 관광목적지 브랜드 자산가치 형성과정의 통합이론모형을 구축하기 위해 문헌연구, 질적 연구, 양적 연구의 방법론적 삼각검증을 하였다. 본 연구에서 삼각검증을 위한 문헌의 분석절차는 연구대상이 보고서, 책, 수기, 회의자료일 때 적용하기 적합한 질적 내용분석 (Qualitive Content Analysis, QCA), 즉 주제 코딩 (thematic coding)[35]을 사용하였다. 각 문헌을 반복하여 읽으면서 Microsoft Excel 2007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선화의 방법론을 ‘선화 대상’에 두고, 선화의 특징 중 중복되거나 강조된 주제어를 중심어 1에, 치료적 요소 및 방법을 중심어 2에, 최종적 효과 및 결과를 중심어 3에 두었다. 그리고 구분이 모호한 경우는 중심어 1에서 3을 통합 후 [표 3]과 같이 나열하였다.

표 3. 주제 코딩

[표 3]에서 제시한 주제 코딩은 ‘공통부분 찾아내기 (finding intersection)’ 분석모델[표 4]을 통해 최종 도출하였다. 이는 세 개의 원이 교차하는 벤다이어그램으로, 각 원이 겹치는 ‘가’, ‘나’, ‘다’, ‘라’는 문헌 고찰의 결과를 추출하고 기술하기에 적합하다.

표 4. 공통부분 찾아내기 벤다이어그램

벤다이어그램에서 배경이 되는 A, B, C는 [표 3]에 나열된 요소 중 다른 영역과 교집합을 이루지 않는 요소이며, ‘나’, ‘다’, ‘라’는 ‘A-B’, ‘A-C’, ‘B-C’ 중 교집합을 이루는 영역이 된다. ‘가’는 ‘매우 관련 있는’ 부분으로 본 연구의 핵심 주제가 된다. 자료의 중복 및 누락을 최소화하고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위해 내용 타당도와 안면 타당도를 시행하였다. 내용 타당도는 ‘포르멘 (Formen)’ 전문가 1인에게 자문해 누락 된 문헌 3권을 추가 분석하였다. 안면 타당도는 미술치료학 박사 수료생 1인으로부터 문헌의 누락 및 중복된 내용을 검토받았다. 또한, 연구자의 교신저자로부터 문헌의 적합성에 관한 피드백을 받고 본 연구를 지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2.2 분석 결과

[표 3]의 QCA는 [표 4]의 벤다이어그램을 통해 중요도가 분류되었다. 본 연구의 주제인 ‘가’의 ‘운동 감각’은 A, B, C 문헌에서 반복된 키워드로 하위 영역은 선의 반복, 균형, 리듬이다. 연구자는 이 요소를 선화의 ‘운동성’으로 정의하였다. ‘나’, ‘다’, ‘라’는 각각 균형성, 통합성, 자각성으로 정의하였으며 최대공통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다음 장에서는 본 연구의 [표 4]에서 최대공통영역으로 도출된 선화의 핵심 치료요소 ‘가’를 하위 영역별로 분류하여 살펴보겠다.

표 5. [표 4]에서 도출된 ‘가’의 개념

Ⅲ. 운동성을 지닌 선화

1. 운동 감각: 반복적 선화

선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반복적으로 선을 그리면 신체의 운동 감각은 선의 흐름에 내재한 무거움과 가벼움, 느림과 빠름을 인식하게 되고 우리의 의식도 깨어나게 된다. 선으로 형태를 그리는 것은, 형태가 지닌 에너지에 접촉하는 것이며 사고를 외현화한다. 동작이나 움직임을 통해 내담자는 내적 세계의 사고, 감정, 감각을 출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반복된 선묘와 선화의 형태, 즉 운동 감각과 시각 활동의 조절은 의지, 호흡과 선을 일치시켜 의식을 깨우고 불안을 완화하는 데 치료적이다[37]. 엘브레히트[38]는 양손을 사용하여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수평선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척추와 허리 통증을 양옆으로 해방할 수 있는 역동적 개입이 된다고 본다. 양손 그리기를 수평선을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그림 1]과 같이 보이지 않는 수직축이 가운데에 생겨난다.

그림 1.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긋는 수평선[38]

안에서 밖으로 수평선을 그리면, 신체의 수직인 척추를 압박하는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으며, 밖에서 안으로 그리면 내담자에 따라 자기 침략적 또는 중심성이라는 치료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의 ‘반복’은 내면의 긴장감, 고착된 양식화, 몸에 있는 통증의 인식을 돕는다. 반복적 선 그리기가 내적 질서를 회복하고 감정을 해소하며 최종적으로는 자유의 경험에 도달하게 한다[11]는 것은 곡선의 반복에서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지닌다. 종이에 크레용을 대고 반원(∪)의 요람 모양을 좌우로 흔들 듯이 리듬감 있게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은 안정감, 구조화, 능동성, 자신감과 역량, 모성을 일깨울 수 있다.

2. 운동 감각: 균형적 선화

정사각형은 수직선과 수평선의 균형을 통해 생성 가능한 형태이며, 신체는 두 발의 균형을 통해 안정감 있게 땅에 서고 움직일 수 있다. 몬드리안은 자연에서 음과 양이라는 양극성을 수평선과 수직선으로 보고, 이 균형을 십자(+) 모양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가시적인 균형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균형도 선화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를 내적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살펴보겠다. 수직선의 원형적 개념은 인간의 직립, 번개의 내리침, 폭포수의 하강, 하늘을 향한 인간의 한계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에 비유된다[39]. 수직선이 인간의 척추, 일어나서 걷게 하는 근원적 힘이라는 분석[40]은 인지학에서 수직의 곧은 선이 아이들의 곧게 선 척추에 대한 상(狀)[41]이라고 한 것과 같다. 수직선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선 자신을 ‘나(I)’라고 부를 때와 같은 움직임으로, 수직선 긋기는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자부심, 생(生)에 대한 자신감과 연관된다. 특히 직립보행은 ‘나는 선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처럼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하나의 자아가 된다[38]. 따라서 자아가 강화되면 수직선이 똑바르고 명확하며, 자아를 상실하면 수직선이 구부러지고 희미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인간이 일어설 수 없도록 강요된 트라우마 상황은 자아에 심각한 공격성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내적 균형을 위해 에너지가 없는 내담자에게 각진 선, 수직선, 각진 모양 그리기는 침잠된 내적 수직을 발견하고 강화하는 중재 역할을 하므로 양(+)적인 운동 감각을 일으킬 수 있다.

수평선의 원형적 개념은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에 양분을 주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 평준화, 민주성, 모성[39]으로 ‘떠받치는’ 안정감과 ‘조화’라는 심리적 특성을 갖는다. 치료적 개입을 위해서는 내담자가 그리는 수평선의 은유적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수평선은 주로 상하를 분리하는 기준선, 지평선, 균형과 조정의 의미로 해석되고, 성폭력 피해자, 죽고 싶은 사람, 유년기에 학대를 당했거나 부모의 기대에 억눌린 자녀 등 자신만의 경계를 침범당한 내담자는 선을 바로 그리지 못하거나 수평선에만 안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선이 누워 있는’ 수평선은 척추의 누움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낮은 자존감, 와해 된 에너지를 상징한다[38]. 수평선의 균형적 역할은 파괴적인 에너지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분노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담자에게는 완만한 U자의 그릇 그리기, 수평선 그리기를 통해 내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

3. 운동 감각: 리듬적 선화

리듬(rhythm)이란, 우주와 지구의 운동, 빛, 열, 소리, 파동, 언어 활동의 기저가 되며, 생리학적으로는 규칙적인 심박 수가 율동적인 수축과 확장을 일으켜 우리 몸에 혈류를 공급하는 보편적 현상이다. 리듬은 인지학에서 ‘의지’를 표현한다고 본 곡선에 내재한 것[11]으 로, 무한대(∞), 8자, 파도선(∼), 겹쳐 그리기(≋) 등으로 발전한다. 곡선은 생기, 활력, 감성, 표현, 유희, 환 상, 꿈, 의지, 느낌, 따뜻함의 성격을 지닌다. 구불구불한 곡선은 율동적인 생명력을 상징하므로 심리적 직선을 지닌 내담자에게 곡선의 운동성은 리듬, 생명, 에너지를 부여하고 통제된 행동을 자유롭게 한다[38]. 곡선이 더 구불구불할수록 내적 생명력을 지녀 놀이적이고, 이러한 유희성은 리듬을 통해 배가(倍加)된다. 따라서 치료사와의 라포 역시 수월하게 형성되며, 우울증이나 경계하는 내담자에게는 친밀함을 일으키는 도구가 된다. 인지학에서는 기질에 따라 선화가 다르게 적용되는 데, 다혈질은 본능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를 추구하므 로[42] 곡선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즉 외부의 상황에 ‘휩쓸려 갔다가’ 중심으로 ‘되돌아오는’ 리듬이 필요하다. 특히 곡선에서 무한대(∞) 그리기는 순환적이고 긍정적인 리듬의 흐름을 지닌다. 인간의 신체에 빗대어 볼 때, 무한대(∞)를 세워놓은 숫자 8의 형태는 인간의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척추의 흐름이자, 상·하부의 차단된 에너지가 잘 흐르도록 하는 움직임이 된다. 상부와 하부는 일종의 극성(劇性)으로 감정, 성욕, 삶과 죽음이라는 상승과 하강을 의미하기도 한다[38]. [그림 2]와 같이 무한대의 순환적 특성에 따라 연필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며 그리는 것은, 매듭의 엮임을 통해 ‘모든 것은 하나로 짜여 있으며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사는 것’, 그리고 ‘반복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36]. ‘풀기’와 ‘맺기’라는 매듭의 기본 구조는 인간의 상체와 하체 같은 양극적 요소를 이어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신체 리듬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체득할 수 있다.

그림 2. 다양한 무한대 형태[44]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내담자가 무한대를 그리는 것은 상승과 하강에서 오는 리듬이 내적 조화를 이루게 하며, 신체 내부의 에너지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내담자를 진정시키고 위축된 상태를 풀어주는 효과를 주므로 중요하다[38]. 리듬감 있는 선 긋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로, 선이 너무 빠르면 현기증을 느끼고, 너무 느리면 리듬이 손실된다. 따라서 적당한 속도로 안정된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개입되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선화의 운동성은 반복, 균형, 리듬이 내포된 운동 감각으로 신체 감각 인식, 불안 완화, 내적 균형 등의 특성을 갖는다. 특히 PTSD 내담자에게 운동 감각은 신체적 충동과 억압 등을 인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다음 장에서는 뇌 구조와 운동성의 연결고리를 통해 선화의 치료적 메커니즘을 탐색하겠다.

Ⅳ. 선화의 운동성과 뇌 구조의 연관성

1. 선화의 운동성과 뇌

우리의 내면은 근육계와 영향을 주고받고, 근육계는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움직임은 자발적인 것, 비자발적인 것, 미세한 떨림, 대근육, 소근육, 표정 등을 포함하는 명백한 소매틱 요소로 감각운동적 차원에 속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 뇌의 영역은 움직임과 연관되고, 우리의 마음을 형성해 오고 있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치료에서 운동적 감각, 지각 채널, 연상 작용 등은 신경생리학적 과정과 뇌 구조의 활성화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심상 형성, 감정 생리학, 애착, 플라세보 효과 등은 모두 뇌 구조와 기능의 이해에 기반한다[45]. 운동 활동은 주로 근막계와 중추신경계를 통해 인식되며, 근막은 우리 몸의 균형, 정렬, 역동성과 연관된다. 근막 네트워크에 있는 말초신경계의 감각신경에서 나온 정보가 중추신경계로 보내지면 입력되어 있던 정보가 처리, 해석, 반응을 유도하므로[46] 긴장하고 얼어붙은 감정은 근막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따라서 미술의 작업 방식에 따라 말초 신경의 자극, 감각 채널과 운동 활동의 활성화가 영향을 받고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도출된 ‘운동성’의 개념을 ‘감각-운동(sensori-motor)’과 ‘상향식 개입’을 통해 살펴본 후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치료적 범주 중 PTSD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PTSD가 뇌, 몸, 마음과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는 최근 연구들[38][46][48]은 미술치료에서 선화의 운동성이 갖는 치료적 근거를 뒷받침할 것이다.

1.1 뇌 구조와 감각-운동 심리치료

뇌의 구조와 기능은 [표 6]과 같이 크게 세 개의 층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를 활용한 동역학적 표현은 주로 뇌의 운동 및 감각 피질에 영향을 미친다. 신체 근육의 움직임은 하위 운동신경원(lower motor neuron)에서나온 긴 축삭돌기가 근육세포에 신경 신호를 전달하면서 이루어진다.

발달 초기에는 신체 전반의 협응적 움직임이 뇌간에서 통제되는데, 적핵척수는 굽힘(flexion)을, 전정 척수는 폄(extension)을 수행하게 하고, 발달함에 따라 피질척수로가 발달하여 점차 미세한 운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표 6. 뇌의 세 영역과 기능[48]

[표 6]에서 구분한 뇌의 세 영역은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하에 정보를 처리한다. 뇌는 하부에서 상부로 발달하며 생후 1년이 되면 하부인 뇌간 체계를 지배하고, 뇌간(brain stem)의 꼭대기에 있는 시상은 포유류의 뇌를 변연계와 신피질로 연결한다[47]. 시상은 인지, 감정, 행동의 상호작용에 큰 역할을 하는데, 시상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감각 정보의 전달을 통합할 수 없어질 가능성이 커진다[48]. 앞서 살펴본 선화의 운동성이 갖는 특성 중 신경 활동이 인식하는 ‘리듬’은 전 운동, 보조 운동 영역, 소뇌 및 기저핵을 포함한 뇌 영역을 일관되게 활성화한다[45]는 것을 fMRI나 단층촬영을 통해 알 수 있다. 감각-운동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기저핵, 좌측 하전두회 등의 활동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다음 리듬이 예측될 때 움직임을 유발[49]한다는 점은, 양손과 결합한 리듬이 선을 만드는 감각-운동적 치료가 전두엽의 활성화와 감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복적인 운동성을 통해 근막계와 자율신경계의 패턴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감각-운동 심리치료의 근본 원리는 현재 나의 몸이 말하는 경험을 따라가서 신체 행위와 의미의 접점을 찾는 것인데, 이는 고정 행동 패턴, 호흡 방식과 근육 긴장도의 변화, 자율신경계의 활성화처럼 감각 입력에 반응하는 신체적 변화를 수반[48]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수직선, 수평선, 다양한 곡선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만으로도 잠재되어 있던 신체 내부의 양극적 에너지, 심장 박동, 무기력감, 공포 등을 느끼고 심리적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3장의 연구 결과는 뇌 구조의 설명을 통해 명확해진다. 피드백 회로는 감각과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학습을 지원하므로[52] 선화는 감각적 측면과 운동적 행동의 수동적 촉진자가 될 수 있다.

1.2 선화의 상향식 개입

감각-운동을 동반한 선화는 뇌의 하부에서 일차적으로 출발하여 뇌의 상부에서 감정과 인지적 처리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미술치료의 다양한 요소를 뇌 구조에 기반하여 분석한 표현치료의 연속적 범주(ETC, Expressive Therapy Continumms) 다. ETC에서는 뇌의 하부를 동적/감각 기능으로, 변연계를 지각/정서로, 뇌의 상부인 피질을 인지/상징 수준으로, 정보처리의 최상위층을 ‘창의성’으로 본다[38]. 동적/감각 기능의 운동 동작은 그 자체로 자극체가 되며 매체와 결합하면 내담자의 에너지를 표현에 치료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뇌의 하부에서 상부로 나아가는 선화의 ‘상향식(bottom up)’ 개입은 의미 찾기나 이해를 통해 인지와 신체 경험을 조절하는 ‘하향식 개입(top-down)’[48]보다 신체 감각과 움직임의 촉발을 토대로 하므로 신체의 자기조절, 기억 처리, 기능 향상과 맞닿는다. 뇌졸중, 알츠하이머, 만성 조현병 환자의 재활 치료에서 운동 감각의 자극은 기저핵으로부터 분류된 운동 기억을 자극할 수 있고[50], 운동 작용을 통해 활성화된 행동과 기억은 의식적인 시각적 처리 과정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이고 리듬 있는 선화의 운동 감각은 의식하지 못한 기억을 상기시키거나 나의 신체에 묵혀진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 이러한 상향식 개입을 통해 내담자는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언어표현을 할 수 있다. 양손을 사용하여 동적 움직임을 따라 수직선, 수평선, 곡선 등을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몸에 묻어 있던 감각이 되살아나 변연계에서 관련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뇌의 상부에서 각 선에 담긴 원형적 상징과 자신의 문제를 인지 및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주의할 것은, 선화의 간단한 방향 전환만으로도 억압된 문제가 올라오고, 묵혀졌던 느낌이 표출될 수 있으므로 그리는 방향이 내담자 자신을 파괴하는 듯한 동작이 되지 않게 치료사가 운동의 방향을 역전시켜야 한다[38]. 자신의 몸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자기조절 능력이 향상되므로[51] 리듬 있는 선화를 통해 잊고 있던 몸의 감각, 몸에 저장된 암시적 기억을 떠올리고 순차적으로 다룰 수 있다.

2. 트라우마 치료와의 연계

3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복적인 선화는 안정된 리듬을 통해 내면의 구조를 외현화한다. 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신체의 에너지가 잘 흐르는 곳과 그렇지 않은 채 외상이 자리한 곳을 인식할 수 있다. PTSD는 뇌간과 전두엽 피질 사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충격으로 말을 할 수 없거나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상태 등을 말한다[38]. PTSD 환자는 트라우마와 유사한 상황과 마주하면 플래시백(flash back)과 각성이 일어나며, 이를 fMRI로 관찰하면 편도체, 내측 전전두엽 피질, 전측 대상회, 해마, 뇌섬엽, 안와전두피질의 영역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48]. 이 상태에서는 오감과 외부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상실되므로 구술이 어려운 PTSD 내담자에게 언어로 재현하게 하는 하향식 치료는 각성을 부추기는 것이자 자율신경계의 조절을 어렵게 한다[38][48]. 따라서 감각 운동에 초점을 둔 비언어적인 선화를 통해 내담자를 현재에 머물게 하고 자신의 신체에 내재한 이슈를 우선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PTSD는 ‘그때 완료하지 못한 나의 행동’과도 연관된다[48]. 가령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당한 경우, 낮은 자존감으로 내적 수평선에만 머물러 있거나, 폭발할 것 같은 분노로 공격적 수직선에 머물 것이다. 패턴이 바뀌어야 고착된 내적인 선(line)도 바뀌게 되는데, 트라우마 치료에서 ‘반복적인 감각 운동’은 몸, 신체적 패턴, 신념의 변화를 끌어낸다. 이를 정리하자면 [그림 3]과 같다.

그림 3. 반복적 운동성과 신념의 변화

이와 같은 관점에서, PTSD로 에너지 저하가 만성화된 내담자가 반복적으로 수직선을 긋는 것은, 운동성으로 에너지를 역전시키는 치료적 요소가 된다. ‘나’를 상징하는 수직선을 세움으로써 자아는 활기차게 강화될 수 있다. 분노가 많은 내담자는 수평선을 통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신체에서 수직축에 해당하는 부위에 통증이 있을 시에도 수평선을 개입하여 문제시되는 에너지를 분산할 수 있다. 이때 미술치료사는 수평선이 내담자의 자존감을 상징한다는 것을 고려하여 내담자의 상태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곡선 역시 내담자의 활동성과 운동성을 증진하고 자기표현을 촉진한 다. 비장애 아이들은 난선(亂線)을 그림으로써, 몸동작과 소근육의 사용을 일으키고 흥미 유발과 높은 운동 수준을 보였다[52]. 이는 리듬 있는 곡선이 통제된 행동을 자유롭게 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PTSD에서 플래시백 현상은 외부 수용기(exteroceptor) 와 내부 수용기를 통해 드러나는데, 런던 지하철 테러 생존자들은 당시 기억과 함께 연기 냄새를 떠올리기도 한다[38]. 이런 사례에서 양방향 난화 그리기는 신체에 초점을 맞춘 리듬 있는 곡선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다. 해리되고 두려움에 처한 내담자 역시 내면의 흐름을 돕기 위해 무한대와 같은 둥근 형태의 운동 감각이 활용된다. 자율적인 리듬을 손실하면 몸이 굳고, 뻣뻣하고, 두려움에 얼어붙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트라우마 상황에 적절한 감각 운동적인 선화를 개입하여 몸과 뇌가 연결되면 신경계 조절과 고유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상향식 원리에 따라 인지와 정서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내가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자기 조절력’과 ‘그때 하지 못한 것’ 에 대한 ‘방어적인 패턴’의 체득으로 순환될 수 있다.

Ⅴ. 논의 및 제언

본 논고는 미술치료에서 근원적 위치를 갖는 ‘그리기’ 의 고찰 부재에 관한 연구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그리기의 기본 요소인 ‘선’을 주제로 정한 후 미술치료에서 선화가 갖는 치료적 특성이 무엇인지 비체계적 문헌연구를 통해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선화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운동성은 운동 감각이라는 상위개념과 반복, 균형, 리듬이라는 하위개념을 포함했다. 연구자는 선화의 운동성을 최신 뇌 구조와 연계하여 의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위해 선화의 운동성을 몸, 뇌, 마음이 동시적으로 개입되어야 하는 트라우마 치료와 관련지어 고찰하였다.

선행연구와 관련하여 수집한 문헌들과 달리 본 연구에서 두 가지의 새로운 사항들을 발견하였다.

첫째, 선화의 운동 감각이 묵혀 있던 외상을 발현하는 상향식의 미술치료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뇌 구조를 통해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치료학에서 선은 주로 원형적 개념, 진단적 개념, 미술이론의 개념 안에서 다루어졌으나 본 연구를 통해 미술치료에서 선의 상징성이 운동성과 결합했을 때 뇌과학, 신경과학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ETC에서 감각/운동적 영역의 매체를 점토, 페인팅 등 물이 많은 촉감각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선을 드러내는 연필, 펜, 크레용, 파스텔 등의 매체 역시 운동성과 결합하였을 때 상향식 치료의 매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가능성을 실제 임상을 통해 증명하는 것은 후속 연구로 남겨두겠으나, 상향식 치료로서의 선화의 운동성이 PTSD 내담자의 자율신경계를 조절하고 고유한 리듬을 되찾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ETC 감각/운동적 영역의 매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과 후속연구에 관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비체계적 문헌연구로, 선화의 치료적 특성을 양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은 관련 자료의 불충분함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차후 관련 자료가 축적되면 체계적 문헌 고찰 및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추가 연구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 방법 중 ‘공통부분 찾아내기’는 다양한 문헌에서 다양한 주제어가 나열되었을 때 공통점을 추려내기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주제어 선정 과정에서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가령 상위개념을 도출하는 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론의 연구를 통한 근거를 축적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 매체별로 운동성을 결합한 선화가 어떤 치료적 차이를 보이는지, PTSD를 제외한 내담자에게 선화의 운동성이 어떤 치료적 과정을 경험하는지에 대한 사례별 탐구가 필요하다. 또한, 매체에 있어서 디지털 선화, 심상에서의 선이 뇌에 미치는 영향, 신체로 만들어내는 선 등도 마찬가지로 치료적 과정을 경험하는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현대 미술과 같이 더 확장된 드로잉 개념을 수용하는 선, 미술치료학에서 ‘창작 과정’ 이라는 미술의 본질에 관한 탐구, 더 나아가 미술치료학의 정체성 문제와 그 해결점에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 이 논문은 차의과학대학교 2021년 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바탕으로 하였음

References

  1. J. A. Rubin, 미술치료학 개론, 김진숙 옮김, 학지사, 2006.
  2. R. Lev-Wiesel, "Use of drawing technique to encourage verbalization in adult survivor of sexual abuse," The Arts in psychotherapy, Vol.25, No.4, pp.257-262, 1998. https://doi.org/10.1016/S0197-4556(98)00025-2
  3. 허소임, 언어로서의 미술: 해석학적 관점의 미술치료, 서울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9.
  4. 정여주, "미술치료에서 미술의 특성과 창의적 과정의 치료적 의미," 미술치료연구, 제24권, 제5호, pp.1221-1237, 2016.
  5. E. M. Christeller,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 예술치료, 정정순, 정여주 옮김, 학지사, 2004.
  6. A. Bucciarelli, "Art Therapy: A Transdisciplinary Approach," Art Therapy: Journal of the American Art Therapy Association, Vol.33, No.3, pp.151-155, 2016. https://doi.org/10.1080/07421656.2016.1199246
  7. A. Ramm, "What is drawing? Bringing the art into art therapy", International Journal of Art Therapy, Vol.10, No.2, pp.63-77, 2005. https://doi.org/10.1080/17454830500347393
  8. C. M. Belkofer, A. V. Van Hecke, and L. M. Konopka, "Effects of drawing on alpha activity: A quantitative EEG study with implications for art therapy", Art Therapy, Vol.31, No.2, pp.61-68, 2014. https://doi.org/10.1080/07421656.2014.903821
  9. 김종희, 드로잉-명상 프로그램이 심혈관계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증상에 미치는 효과, 영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9.
  10. 배숙경, 김택호,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Anthroposophie) 에 대한 미술치료적 관점에서의 탐색 연구," 미술치료연구, 제21권, 제5호, pp.853-874, 2014. https://doi.org/10.35594/KATA.2014.21.5.001
  11. 장미성, 김현수, "형태그리기(Formen)의 미술치료적 기능 탐구: 아동 감정에 대한 Formen의 기능을 중심으로," 예술심리치료연구, 제15권, 제1호, pp.339-365, 2019.
  12. Cohen, R. Outsider Art and Art Therapy, Jessica Kingsley Publishers, 2017.
  13. N. K. Denzin, The Research Act: A Theoretical Introduction to Sociological Methods(3rd Ed.), Englewood Cliffs, NJ: Prentice Hall, 1989.
  14. K. E. Rudestam and R. R. Newton, Surviving your dissertation : a comprehensive guide to content and +process, Thousand Oaks: SAGE Publications, 2007.
  15. 월간미술, 세계 미술용어사전, (주)월간미술, 1999.
  16. W. Kandinsky, 점.선.면: 회화적인 요소의 분석을 위하여(제3판), 차봉희 옮김, 열화당, 2006.
  17. P. Klee, Padagogisches Skizzenbuch. S. Moholy-Nagy, Trans, Pedagogical sketchbook, London: Faber & Faber, pp.54-58, 1953.
  18. R. Arnheim, 미술과 시지각, 김춘일 옮김, 미진사, 2010.
  19. 김백균, "매체의 관점에서 본 "시서화일률(詩書畵一律)"론-동양 '예술'과 '예술작품' 관계에 대한 시론," 美學, 제48권, pp.1-28, 2006.
  20. T. Ingold, Lines: a brief history, Routledge, 2016.
  21. J. L. Nancy, The pleasure in drawing, Fordham University Press, 2013.
  22. 박현일, 미술치료 용어사전, 시그마프레스, 2012.
  23. 안연희, 미술용어집. 학지사, 2006.
  24. M. Treib, Drawing/thinking: confronting an electronic age, Routledge, 2012.
  25. H. D. Waluyanto, T. R. Rosidi, T. Sumaryanto, and T. H. Retnowati, "The Expression of Art Drawing for Children: Psycho-Socio-Cultural Intervention Through Drawing Activities in the Save Street Child Surabaya Community," In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cience and Education and Technology, pp.151-156. Atlantis Press, 2019.
  26. F. Goodenough, Measurement of intelligence by drawings, New York: Harcourt, Brace & World, 1926.
  27. C. A. Malchiodi, Understanding Children's Drawing, New York: Guilford Press, 1998.
  28. L. Sandburg, R. Silver, and K. K. Vilstrup, "The stimulus drawing technique with adult psychiatric patients, stroke patients, and in adolescent art therapy," Art Therapy, Vol.1, No.3, pp.132-140, 1984. https://doi.org/10.1080/07421656.1984.10758766
  29. 정여주, 수용적 미술치료에 기초한 명화감상 미술치료, 학지사, 2021.
  30. J. J. Wellington, A. M. Bathmaker, C. Hunt, G. McCulloch, and P. Sikes, Succeeding with your Doctorate, Sage, 2005.
  31. 심준섭, 주영종, "행정학 연구방법론에 대한 평가와 제안: Triangulation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논문집, 제19권, 제1호, pp.31-63, 2005.
  32. 이은혜, 미술치료에서 차크라 색채상징의 치료적 관점과 적용 가능성 탐색,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0.
  33. 천혜숙, 문헌에 나타난 놀이치료사와 내담아동 대화분석: Mercer의 인터씽킹 개념을 중심으로, 숙명여대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8.
  34. 오정학, 관광목적지 브랜드 자산가치 형성 과정의 통합 이론모형 연구: 내용분석, 근거이론, SEM에 의한 삼각검증,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1.
  35. 천정웅, 문헌연구 논문작성: 실전노하우, 양성원, 2017.
  36. R. Kutzli, 포르멘: 자아를 찾아가는 선그림 12단계, 변종인 옮김, 해오름, 2004.
  37. M. Naimi, "Towards a New Taxonomy of the Scribble," Canadian Art Therapy Association Journal, Vo.19, No.1, pp.12-16, 2006. https://doi.org/10.1080/08322473.2006.11432280
  38. C. Elbrecht, Healing Trauma with Guided Drawing, North Atlantic Books, 2019.
  39. I. Riedel, 신지영 옮김, 도형, 그림의 심리학, 파피에, 2013.
  40. H. Niederhauser and M. Frohlich, 발도르프 학교의 형태그리기 수업, 푸른씨앗, 2015.
  41. 김성숙, "슈타이너의 포르멘 선묘(2): 실천을 통한 포르멘의 교육적 효과," 예술교육연구, 제12권, 제1호, pp.69-84, 2014.
  42. T. L. Bolton, "Rhythm,"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Vol.6, No.2, pp.145-238, 1984. https://doi.org/10.2307/1410948
  43. M. Junemann and F. Weitmann, 발도르프학교의 미술 수업: 1학년에서 12학년까지, 하주현 옮김, 푸른씨앗, 2015.
  44. L. E. Stine and E. Schuberth, 형태 그리기, 푸른씨앗, 2013.
  45. V. B. Lusebrink, "Art therapy and the brain: An attempt to understand the underlying processes of art expression in therapy," Art Therapy, Vol.21, No.3, pp.125-135, 2004. https://doi.org/10.1080/07421656.2004.10129496
  46. S. McConnell, 소매틱 IFS, 이진선, 박소영, 이혜옥 옮김, 시그마프레스, 2022.
  47. 민성길, 최신정신의학(제5판), 일조각, 2006.
  48. O. Pat, M. Kekuni, and P. Clare, Trauma and the body, 김명권, 주혜명, 신차선, 유나래, 이승화 옮김, 학지사, 2019.
  49. J. A. Grahn and M. Brett, "Rhythm and beat perception in motor areas of the brain,"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Vol.19, No.5, pp.893-906, 2007. https://doi.org/10.1162/jocn.2007.19.5.893
  50. S. Zeki, Inner vision: An exploration of art and the brai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51. P. Sherwood, Creative Approaches to CBT, Jessica Kingsley Publishers, 2018.
  52. 어은경, 김갑숙, 김인숙, 안태영, 김인, 신성숙, 오수진, "난화기법이 아동의 시지각에 미치는 효과," 예술심리치료연구, 제8권, 제2호, pp.1-26,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