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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ountermeasure Against the Disinformation: the Possibility of Citizen Participation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대한 대응 탐색: 시민참여 가능성을 중심으로

  •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Received : 2020.01.08
  • Accepted : 2020.02.20
  • Published : 2020.02.28

Abstract

The study seeks to present ways to form and express political opinions while monitoring, regulating and critically accepting the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false information and platforms, which are spread channels, through the participation of citizens. First, it logically identified the unfairness of legal regulations on false information. In other words, it is often practically impossible to judge whether false information is false or not, and even false information can sometimes fall within the category of freedom of expression protection. It also revealed that voluntary regulation by platform operators was limited. As an alternative, it was theoretically clear whether civil society should participate in the maintenance and development of democratic public debate sites and create social discourse. The specific method is to find and classify false information and share it with citizens to raise awareness. Second, it forms an autonomous cooperative system with platform operators and others. Third, develop critical media capacity of citizens. Fourth, it responds to producers and platform operators of false information while engaging in community activities as a direct practitioner.

이 연구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확산 통로인 플랫폼 등을 감시·규율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표명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의 부당성을 논리적으로 규명했다. 허위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허위정보일지라도 때로는 표현의 자유 보호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 규제도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대안으로 시민사회가 민주적 공론장의 유지와 발전에 참여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이론적으로 구명하였다. 구체적인 방법은 첫째 허위정보를 찾아내고 분류하여 시민들에게 공유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둘째 플랫폼 사업자 등과 자율적 협치체제를 구성하며 셋째 시민들의 미디어 비판적 수용능력을 함양하면서 넷째 직접적 실천자로서 커뮤니티활동을 하면서 허위 정보의 생산자 및 플랫폼 사업자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목적

허위정보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높다.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정 보는 더욱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진실보다는 믿고싶은 정보와 의견을 선택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공론장은 혼탁해졌고 합리적 논의와 토론의 공간이 아니라 분열과 대립·증오의 공간으로 공론의 질이 악화하면서 민주적 여론형성은 훼손되어갔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날로 심화되어 갔고 정치지형은 왜곡되면서 사회는 분열과 갈등·혐오가 확산되었다. 공론장이 생산적으로 작동하려면 의견과 해석은 다르더라도 정보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어야 하지만 허위정보는 공론장을 왜곡하고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공론장에 대한 신뢰를 손상하여 민주주의의 정당성마저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공적 문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관점 등을 시민들이 생산하고 표현하며 토론하고 받아 들이면서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사회적 결정에 참여 하는 공간인 공론장을 어떻게 건강하게 세우고 공공성을 지킬 것인가가 숙의민주주의 확장의 과제가 되었다.

2. 허위정보의 개념 정의

허위정보는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이 의도적으로 해를 끼칠 목적으로 생산·게시·유포한 가짜인 정보 또는 사실과 가짜가 혼합되어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온라인 에서 생산되어 유포되는 가짜인 정보 내지 사실과 가짜가 혼합된 정보가 담고 있는 내용을 ‘허위정보’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면,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내용이 들어있거나 지나치게 방대한 페이크 뉴스라는 용어 보다는 허위정보로 개념화하는 것이 규제범위와 해결 방안을 더 명확하게 논의할 수 있다.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허위정보의 형식도 댓글이나 트위터, 음성파일, 영상 등으로 다양해졌다. ‘허위정보’는 ‘사실이 아니거나 정확하지 않아서 오도를 불러올 수 있는 정보로서 공공에 해를 끼치거나 돈을 벌려고 생산하여 유포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칼로바와 피셔(Karlova & Fisher)는 허위정보의의 가장 큰 특성은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이고자 하는 기만성에 있다고 하였다[1].

양정애(2019)는 허위정보의 방점은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서의 의도된 조작이나 날조에 있다고 보았다[2]. 핵심적 기준은 내용의 허위와 의도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기만성(deceptiveness)이다1. 즉,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이 의도적으로 해를 끼칠 목적’이며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다. 2018년 유네스코가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대중을 현혹하거나 조종하기 위해 진실이 아닌 조작된 정보’를 의미하는 ‘허위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하도록 제안하였다[3]. 박아란(2019)은 전통적인 뉴스와 언론의 개념이 붕괴되면서 가짜뉴스의 구성 요건인 ‘언론보도 형식’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전통적인 언론보도와는 형식이 다른 언론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것이다[4]. 따라서 언론보도형식을 갖추지 않은 거짓 정보까지로 허위정보의 개념을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3. 선행연구 검토

허위정보 규제에 대한 연구는 몇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허위정보일지라도 규제하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박경신(2009)은 허위사실 유포죄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5]. 진실과 허위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고 허위의 처벌이 진실을 처벌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진실이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위’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여 ‘의견’ 이라고 볼 수 있는 표현을 탄압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고 더욱이 허위사실유포죄의 또 다른 구성요건인 ‘공익을 해할 목적’ 역시 불분명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명백한 허위’라고 할지라도 유용한 사회적 담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둘째는 허위정보의 생산자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 시킬 우려가 있지만 유통업자인 플랫폼사업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일석(2018) 등은 인터넷을 통한 가짜 뉴스의 생성에 대하여 허위통신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언론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하여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악영향을 미쳐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처벌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6]. 포털이나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높이고 가짜 뉴스를 관리할 수 있는데도 그 책임을 소홀히 하여 방치할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가짜 뉴스를 악의적으로 삭제하지 않는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책임2의 도입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허위 정보라할지라도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경우에만 플랫폼사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아란(2019)은 인터넷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가짜 뉴스라고 판단된 게시물에 대해 즉각 삭제나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축을 초래하고 ‘진실한 내용이지만 입증이 불가능한 정보’ 내지는 ‘내부고발자 정보’까지 온라인에서 사라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4]. 막 연하게 ‘공익을 해치하는 허위통신’의 규제는 자칫하면 비판적인 정치적 표현을 억압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그는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만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에게 관리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온 라인 허위정보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할 때에만 사업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콘텐츠에 대한 제한조치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폭력과 범죄를 조 장하거나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명백한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인터넷사업자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 피해확산을 차단하는 법적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수용자들이 스스로 허위정보를 가려내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이다. 이상기, 손나리(2018)는 수용자들이 기존의 미디어 텍스트에 동조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해석과 논평을 낼 수 있고 ‘저항적 해독(resistive reading)’이 과거에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에는 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해독자체가 또 다른 텍스트로 변형 재생산될 수 있음에 주목했다[7]. 이는 시민들이 허위정보 에 대항할 수 있는 조직화의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허위조작 정보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 수 있으며 규제의 대상은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논의를 했다. 핵심적 쟁점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가능성이었다. 법과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과 시민사회가 민주적 공론장을 확대하기 위하여 허위정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논의한 연구는 없었다.

4. 연구범위 및 연구문제

혐오와 차별 또는 증오 표현으로 나타나는 반사회적 범죄, 명예훼손이나 모욕 또는 경제적 피해 등 피해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허위정보는 다양한 법적 절차에 따라 규제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허위 정보이다. 공론장의 왜곡이라고는 하지만 피해의 명확성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개인이 다는 댓글도 여론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공적 이슈와 관련된 댓글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그리 높지 않고 사적 영역이라는 성격이 강할 뿐 아니라 확산의 범주나 속도에서도 사회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서 주요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고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도 공론장의 구성을 위한 목적이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공론장의 실질적 참여자이면서 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연구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확산 통로인 플랫폼을 감시하고 규율하면서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론장 구성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연구문제1. 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와 표현의 자유가 상충하는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국가권력의 직접적 개입인 법적인 제재에 관련하여 허위정보의 판단주체. 강제적 규제의 법리적 요건, 규제 대상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한다.

연구문제2.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의 특성과 한계는 무엇인가?

플랫폼 사업자들이 유해콘텐츠를 규제하는 시장적 접근 방식을 분석하고 의미를 논의한다.

연구문제3. 공론장 구성의 주체로서 시민사회와 시민성의 핵심개념은 무엇인가?

합리적 공중으로서의 시민사회의 특성과 정치적 지향적 존재로서의 시민적 한계를 논의한다.

연구문제4. 허위정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허위 정보의 생산과 유통으로 인한 공론장 훼손에 대응할 시민 참여 방안을 논의한다.

Ⅱ. 본론

1. 법적 규제와 표현의 자유

허위 정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단호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허위 정보로 인해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합리적 공론장을 교란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구성의 핵심요소인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허위로 추정되는 사실과 결합된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사회질서 또는 사회통합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포섭시켜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의 가치 질서인 민주주의 원리나 법치 국가 원리에 위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다영(2018)은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존엄과 자기실현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도 본질적인 자유로 보았다[8].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으로서 표현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과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의 비판적 확장은 다양한 의견의 충돌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9]. 현실의 다양한 측면과 관점 을 제시하고 전달하여 진실을 재구성할 공론장이 형성 되고 사회구성원이 공적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와 정보에 공정하게 노출되고 이를 토대로 토론하여 형성된 의견을 표출하며 집합적으로 수렴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공동체에 속한 모든 시민이 공적 사회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의견을 형성하며 참여하는 데 필수적이다. 표현의 자유의 가치는 민주주의 가치를 구성하는 선행적 가치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 기본권이긴 하지만 다른 가치와 충돌할 때에는 비교형량을 하여 제한될 수는 있다. 그러한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 제한은 규제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집행할 수 없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률’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인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한 허위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특정인에 대한 비판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주장을 개진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를 파괴하거나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안의 긴급성, 사회적 위험성 등을 고려하고 궁극적으로는 허위 정보에 대한 반론과 비판 등을 통하여 공론장에서 시민들에 의해 걸러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다3.

법적 규제를 둘러싼 쟁점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쟁점1: 허위정보를 누가 판단하느냐이다. 어떤 경우에는 법원조차도 진실의 최종 판단자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중에 오심으로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나 DAS의 실소유주 논란도 나중에 판결이 바뀌었다. 어떤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거나 객관적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공적 규제기관의 결정에서도 확인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018년 11월 허위정보로 신고된 유튜브 영상 및 게시글에 대한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4.

쟁점2: 허위 사실은 규제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의 표현이더라도 그러한 표현이 언제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중도덕·사회 윤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허위사실조차 어느 정도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적극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본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5.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clear and present danger rule)은 1918년 미국의 홈즈 판사에 의해 주장된 이론으로, 언론 · 출판 · 집회 · 결사 · 종교 등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이 방지하고자 하는 해악이 발생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때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으며, 단순히 장래에 그러한 해악을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제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좀 더 적극적인 판례는 미국연방대법원은 1964년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판결이다. ‘오류가 있는 표현은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면서‘현실적 악의 (actual malice)’가 없다면 오류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회공동체 안에서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롭게 표명 되고 교환되면서 구성원들에게 제한없이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확실한 진실만을 말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6. 허위정보라 할지라도 명백하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허위표현의 규제는 죄형법정주의에 의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표현의 자유를 과다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6 헌재 1998.4.30. 선고 95헌가16 결정.

쟁점3: 허위 정보가 유통되는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합당한 가이다. 표현의 당사자가 아니라 유통업자인 플랫폼 사업자는 자기표현과 실현의 수단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 법원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게 적극적인 게시물 관리의무 및 책임을 요구하였다. 플랫폼 사업자의 가치 판단이 개입된 알고리즘을 통해 허위 정보가 유통되었다면 일종의 ‘편집권(editorial decision)’을 행사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하므로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대법원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추후 유사한 게시물을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으며 그러한 주의의무를 상당기간 동안 게을리 하였다면 불법행위책임이 성립 한다고 판시하였다7. 하지만 이 경우에도 허위정보가 아니라 명예훼손 등 명백한 불법성이 있는 콘텐츠가 해당된다. 독일에서 시행하는 네트워크시행법은 허위정보 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형법에서 불법으로 정한 사안 (증오/모욕/의도적 명예훼손 등)에 대한 규제법안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위법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위법 상태가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8. 해당 게시물 유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훼손, 테러 선동, 범죄단체의 모집, 신앙이나 종교집단에 대한 비방, 아동 포르노와 관련된 게시물 등 독일형법상 규정한 범죄 콘텐츠이다. 독일의 네트워크시행법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으며 전통적 언론사와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를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점에서 평등권 침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사회적으로 논쟁이 있다[10]..

김창화(2018)는 플랫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였다[11]. 실질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직접적인 불법행위자이며,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하고 공평하다는 것이다. 불법적 콘텐츠를 생산한 자가 불법행위자이며 플랫폼 사업자는 간접적 책임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간접책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직접 책임은 경시하게 되어 형평이 맞지 않고 책임을 부과하기에 편의성이 있다고 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사업자가 가치판단의 일종인 콘텐츠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허위 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는 실효성도 없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2. 시장의 통제와 플랫폼의 자율적 규제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다. 특히 광고주들을 중심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의 브랜드 세이프티(safety) 이슈가 부각되었다. 혐오나 차별 또는 극단적 이념 등의 콘텐츠에 집행된 광고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의 속성에 따라 광고를 집행하므로 사회적 비난이 일 수 있는 콘텐츠에도 광고가 집행될 수 있다.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허위정보와 음모론, 소아성애, 혐오·증오 콘텐츠 등의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광고주들은 개선조치 를 요구하며 광고게재를 철회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 P&G, 스타벅스, AT&T 등 주요 광고주들이 유튜브 보이콧을 선언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광고주들의 압력은 수익에 직결되므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율적인 규제책을 내놓았다. 내용이 심각하면 콘텐츠를 삭제하고, 크리에이터의 권한을 정지 하거나 계정을 해지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한다. 광고 친화적 가이드라인9이라는 제도를 통해 채널 관리자 화면에서 '노란색 달러'(일명 노란 딱지)가 표시된 동영상에 대해선 광고를 붙일 수 없도록 하기도 한다. AI알고리즘이 유튜브가 정한 11개 가이드라인은 폭력, 유해, 증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가려낸다. 기준을 위반한 콘텐츠는 '유튜브 봇'이라고 불리는 자동시스템 이 걸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의 압력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유통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허위 정보나 반사회적 콘텐츠 게시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거나 알고리즘, 팩트체커(fact-checker) 또는 트러스티드 플래거(trusted flagger)10와 협업하여 가짜뉴스를 확인하고, 분류하여 걸러내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활동은 가짜뉴스의 개념과 범위,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기준과 적용시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12]. 시장에서의 압력의 정도나 용인하는 규범의 정도, 시민사회의 대응력 등과 관련된다.

플랫폼 업체들의 이러한 콘텐츠 건전화 방안은 허위 및 혐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억제하는 자율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혐오나 선정적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자정 기능을 가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허위 정보가 이용자를 현혹하고 공론형성을 왜곡하면서 민주주의의 작동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에는 충분한 대응책이 되기는 어렵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특히 혐오나 증오 등 비호감 콘텐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체로 허위정보는 혐오 정보와 결합한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폭력적이거나 증오심을 부추기지 않는 허위 정보도 다양하게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크지만 시장권력인 자본의 영향도 민주적 공론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광고주들에게 우호적인 정보들은 오히려 더욱 조장되고 확산이 촉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들은 시청자들의 성향과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노출시킴으로써 콘텐츠 소비를 촉진시키려 한다. 이는 이용자들의 편향성을 높임으로써 균형잡힌 판단과 사고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 기된다.

3. 민주적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시민과 시민사회

1) 자율적 주체

달튼(Russel. J. Darlton)은 전통적인 ‘의무에 기반한 시민(duty-based citizen)’과는 다른 ‘관여적이고 참여 지향적인 시민(engaged citizen)’의 출현에 주목하였다[13]. 송호근(2016)은 시민의 중요한 특성은 공익의 중요성에 눈뜬 각성된 개인들이라고 규정하였다[14]. 시민은 공동체적 자치를 구현하는 실질적 구성원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주권적·주체적 개인으로서 이해갈등과 계급적 대립을 넘어서서 공적 담론과 공적 기구를 통하여 사회질서를 유지·존속시켜 나가는 근대적 개인이기도 하다. 공공적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참여하는 개인이다. 심성보(2015)는 ‘시 민됨’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율성이라고 규정하였다 [15]. 자율성은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뿐 아니라, 집단으로서 결사체를 구성하여 공론의 장을 만들어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시민성은 온전히 발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적으로도 시민참여의 활성화와 시민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가능성을 높였다. 송경재(2019)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적 자본 형성과 시민참여의 선순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16]. 촛불시민의 등장은 그러한 시민이 전면적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로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집단적으로 행동한다. 공익적 가치를 갖고 공동체에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참여하려는 시민들로서 소통과 민주적인 여론 생산과정을 중시한다.

2) 사회적 자본의 구축자

민주주의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이행된다. 불신과 배척 증오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과 토론, 타협과 관용을 통해 민주적인 공론이 형성 된다. 퍼트남(2000)은 사회적 자본 이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성숙과 시민사회 발전에 주목했다[17].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trust), 수평적 네트워크(horizontal network), 규범(norm),공유된 제도 등으로 이루어진 공공재로서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며 구성원들의 협력적 행동을 촉진해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세원은 공동체에서의 의견 교환, 표현, 합의, 저항, 권력과 권위, 약속과 책임 등을 포괄하여 소통하는 시민으로 시민성의 핵심적 개념을 규정하였다[18]. 소통은 정치공동체 내에서의 의사소통과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의 판단과정이는 공적 공간에서의 활동을 전제로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들이 합의와 동의의 가능성을 통해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시민성의 핵심은 소통하는 시민이며 설득과 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인 소통에 기초하여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시민이라는 것이다. 공적 문제와 관련된 정보는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과 판단을 구성한다. 불량한 뉴스,허위 조작된 정보는 한 사회의 민주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 과정과 이행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 모두의 삶까지 그 영향이 확장된다. 공적 정보는 여론을 만들고 민주주의라는 공공재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콘텐츠이다. 공적 사안에 관련된 정보는 그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이해에 관련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모든 공공적 정보의 내용과 유통 그리고 소비에 개입할 시민적 권리를 가진다.

허위의 정보가 생산 유통되어 공론형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모든 시민적 권리와 직결된 사안이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가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성은 사회와 결사체를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에 참여하고 공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형성하며 표출하는데 있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와 관점은 공적 시민을 만들어 내고 공적시민으로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낸다[20]. 허위 또는 불완전한 정보는 공적 시민이 형성되는 과정 을 왜곡하거나 방해하여 참여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한다. 그런 점에서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통 확산을 막고 공론장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적 권리인 동시에 책무 이다.

3) 능동적 주체

시민은 한편으로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를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는 시민불복종과 같은 형태로 다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이다. 한나 아렌트는 불복종을 중요한 소통방식이자 소통과정의 일부로 보았다[21]. 시민은 ‘저항’으로서 시민 불복종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항의 대상이 되는 강제와 억압은 국가권력만이 아니다. 시장권력이나 때로는 다른 개인으로부터의 시민권 침해일 수도 있다. 허위 정보는 특정한 의도를 가진 개인과 이를 유통하여 자본의 이익을 도모하는 시장권력의 산물이다. 이에 저항하여 합리적 공론장을 확장하려는 것은 시민성의 한 영역이다. 능동성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시민적 책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개입과 참여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M.Crenson(2002) 등은 시민은 이용자와 다른 존재로 인식했다[19]. “시민은 집단적 존재와 공공목적을 가진 정치공동체에 소속되지만 이용자는 시장에서 자신들의 사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개인 구매자들”이라는 것이다

능동적 시민성은 ‘민주적 시민성’의 구성 요소로서 사회적 도덕적 책임, 공동체적 목적의 실현을 위한 자발적 봉사 의지를 필요로 한다. 이런 태도는 정치적 행동과 숙의 과정에서 공공선에 대한 헌신 또는 공동체의 총체적 이익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자발적 의지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전제로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공영역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민주적 공동체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핵심적 가치는 공공성이다. 공정한 정보제공, 자유로운 의견 표현과 공개적인 토론이 가능한 합리적 공론장이 공공성 실현을 위한 핵심적 토대이다. 공공성 강화는 국가 권력과 경제권력, 두 가지 권력 모두에 대응하는 시민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의 문제다. 장은주(2016)는 민주주의 정당성의 토대는 시민들의 자기 지배력에 있고 그 지배력은 다층적 차원의 시민의 ‘역능화 (empowerment)’있다고 보았다[22]. 시민력의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공공성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시민불복종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자발적 결사체를 형성하여 집단의 일원으로 상호결속을 이루는 연합체로 인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민권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시민들은 단체를 만들고 시민사회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고 사회적 의제를 이끌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하였다.

4) 민주적 공론장 구성의 주체

현대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 내 문화적, 종교적, 도덕적 가치들의 다원성과 정치적 신념이 상호 존중되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체계가 만들어진다[7]. 그리고 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이익과 가치들이 조화되고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구성원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여 사회적 기본 질서를 유지 발전시킨다. 또한 지배적 집단이나 권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고 특정 집단이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동등한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공공의 의제에 대한 토론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숙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정치체제를 지향한다. 활발하고도 자유로운 공론장이 형성되어야 하며 서로 대립된 관점과 주장들이 제약없이 표현되어 공존하고 경합할 때 숙의민주주의 또는 공론장이 비로소 실효성 있게 작동된다. 특정 세력이나 계급적 이해를 넘어서서 자유롭고 다양한 담론이 시민들 사이에서 경쟁을 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이다. 정치적 다원주의는 개인이나 집단은 신념과 사고, 문화와 가치관 등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회현상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체제이다. 이익이 충돌하는 집단들이 공적 영역에서 때로는 경쟁하거나 타협하면서 사회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원리이다. 공공정책은 이익이 경합하는 집단들이 이루어낸 타협과 협상으로 만들어지며 공동체적 의사결정과정과 시민적 참여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다양한 관점과 대안을 표현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숙의 과정이 시민성을 기르고 민주적인 합의와 동의를 통해 공동체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시민들은 자유롭고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며 왜곡되지 않고 질적인 완성도가 높은 정보가 전달되는 건강한 공론장의 구축은 숙의민주주의의 필수적 토대가 된다. 공론장이 민주적 공론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 위해서 하버마스는 이성에 기초한 ‘의사소통의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23].

정보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과 대립적 관점의 공정한 제시가 원천적인 조건이 되므로 사회적 발언의 민주적 평등권의 확장을 지향한다. 시민들은 이러한 공론장 구성의 주체이면서 공론장의 주요 참여자이기도 하다.

5) 정치적 지향자

시민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오히려 확증 편향에 빠져 진실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추구하는 경향이 띠기도 한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지향성과 이념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한다. 진실여부를 가리기 보다는 자신의 기존 의견에 부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보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진중권(2020)은 뉴스의 비판적 수용자는 사라졌고 '믿음에 맞는 언론만을 찾는 수동적 대중으로 서 필요한 것보다 원하는 것(needs)를 내세우는 확증 편향의 소비자'라고 규정했다[24]. 그는 "대중은 사실보다 허구를, 대안적 사실을 더 신뢰한다"고 주장했다. 최장집(2019)도 “시민사회는 국가로부터 자율성이 본질이지만 정치 엘리트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을 지향하지 않는 시민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합리적 논의와 토론을 통한 여론형성이 붕괴되어 이견과 비판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공론장이 붕괴되었다는 비판 이다[25].특히 2016년 촛불집회 이후 그러한 현상을 더욱 깊어졌다고 진단한다. 이성욱(2019)도 합리적 이성적 존재로서 시민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다수의 의견 이라고 해서 늘 합당한 이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공통원리로서의 보편 가치, 참된 이치로서의 진리 가치에도 부합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26].

시민들은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설사 허위정보에 기만당했다 하더라도 시민의 심리적 분노는 그리 크지 않다. 직접적인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기 때 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가 있음에도 시민성은 허위 정보의 위험을 줄이고 사회적 공적 토론을 통해 민주적 공론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적 존재이다. 다양한 관점의 시민들과 단체들이 사실에 바탕을 둔 의견들을 표명함으로써 민주적 공론장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Ⅲ. 결론

1. 시민사회의 대응 양식

허위 정보에 대한 규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타율적 규제(법적 규제)’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자율적 규제 (자기규제)’로 그리고 시민들에 의한 규제라는 세 가지 영역이 독립적으로 때로는 상호 중첩적으로 이루어진다. 법적 규제나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 규제는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공론장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시민적 참여로 민주사회 구성원의 필수적인 기본권인 동시에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위축하지 않으면서 공론장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표현을 제한하기 보다는 오히려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밝히며 알리는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표 <시민사회의 허위정보 대응방식>

1) 허위정보 모니터

모니터는 콘텐츠를 평가분석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허위정보의 실태를 드러내고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출발점이다. 세계시민운동단체 아바즈 (Avaaz)11는 독립적인 조사원과 언론인 등의 주도로 페이스북을 조사하여 극우단체 500여개가 혐오 콘텐츠를 퍼뜨렸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일상적으로 미디어의 보도와 논조를 비롯하여 행태를 감시하며 언론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추구해왔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라 사회적 토론과 정보의 전달에 영향이 큰 포털과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로까지 감시대상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이 늘어나고 콘텐츠가 무수히 증가 하면서 개별단체 활동만으로는 인력이 부족하여 허위 정보를 비롯하여 반사회적 콘텐츠를 가려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이슈에 대하여 전문성을 갖기도 어렵고 내용의 허위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는 정보도 많다.

시민들이 집단지성으로서 언론 자정 활동을 시작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 페이크 뉴스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찾아내고 다시 시민들이 확인하여 신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허위로 의심되는 정보 찾아내어 신고하고 검증하며 공유하여 공론화하고, 숙의· 토론과정을 거쳐서 여론을 형성하며, 심지어는 광범위한 참여를 조직하기도 한다. 여전히 모니터 활동이 허위정보에 대해 얼마나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시민들은 진실보다는 자신들의 관점을 지지해주는 정보를 더 선호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12로 인해 주장의 사실성과 진위 여부를 따지기보다 이야기가 그럴싸하기만 하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니터 단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떠한 플랫폼을 선택하고 콘텐츠를 평가하느냐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2) 자율적 규제협약 제정 참여

정부 및 다양한 민간영역의 행위주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함께 권위와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 조

정 메카니즘 또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공공적 사안을 논의하고 공공성의 재구성과정에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제도와 운영방식, 의사결정 구조, 콘텐츠 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개선하자는 접근이다[27].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협의하고 공동의 규범이나 규약을 만드는 등 다양한 절차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자율적인 참여자들이 이해를 조정하고 협의하면서 새로운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은주(2018)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실질적인 힘을 가진 대항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8]. 협력적이고 참여적인 거버넌스가 공정하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제도 디자인의 디테일함뿐 아니라 제도 내부와 주변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힘이 중요하다고 본다. 참여자들이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하게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13. 대항력이 약하면, 우월한 위치에 있는 당사자들이 협력의 규칙을 통제하여 그들 이해에 우호적이게끔 거버넌스에서 논의할 의제와 참여자 범위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는 2017년부터 허위정보에 관련된 규제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여 유럽연합의 <허위정보에 관한 실행기준>은 유럽위원회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모질라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및 광고업계와 주요 광고주 그리고 미디어·학계·시민사회의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합의하고 동의하여 만들었다. 시민단체와 공공기구가 자율규제 여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자율규제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감시하였다[29]. 정은령(2018)등은 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 차원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스스로 강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내게 했다는 점에서 협력적 자율규제모델로 규정했다[30]. 자율규제는 명령이나 통 제규제와는 달리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사업자 각자가, 또는 조직화된 집단이 스스로 그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는 거버넌스 유형이다. 개별 사업자가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업자들이 조직을 구성하여 자신들이 지켜야 할 규율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관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다.

한국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바람직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2019년 6월 출범했다14.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참여에 소극적이었고 학계와 언론단체‘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되어서 실질적인 논의와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자발성과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사회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참여한 시민단체의 시민대표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3) 팩트 체크의 협업

팩트체크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민들은 허위정보로 의심스러운 정보를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 정보를 추적하여 검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다른 기관들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팩트 체크 기관과의 협업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허위정보 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민간영역에서 특정 주장의 사실성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체크(fact-check) 활동이 활발해졌다. SNU 팩트체크는 서울대학교 언론 정보연구소와 국내 27 개 주요 언론사(2019 년 8월 기준)가 협력하여 구축한 팩트체크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비영리적 공공 정보 서비스 모델이다. 정치적 독립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학계⋅언론계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기구인 팩트체크 위원회를 운영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한다. 시민사회는 검증 플랫폼과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다. 사실성이 검증된 정보가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언론사들이 이 플랫폼에 검증 콘텐츠를 제공하는 협업시스템이다. 시민들이 허위정보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신고하면 미디어 전문기관이 팩트를 검증하는 협업모델이 모색되기도 했다.

팩트체크 뉴스의 생산과정 및 소비과정 속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31]. 시민단체들도 다양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팩트체킹 대상 선정 과정에서 편향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정보의 사실성을 확인 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이 보도하거나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사안을 중심으로 다루게 되어 일상의 숱한 허위정보를 검증하는데 는 한계가 있다.

팩트체크는 이미 유통되고 있는 가짜뉴스를 나중에 검증하는 것이므로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허위와 사실의 경계도 갈수록 모호해져서 더욱 어렵다.

4)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민들이 비판적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것은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에 관여하는 것이다.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하여 시민들의 미디어 역량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왔다.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뉴스의 내용과 출처를 확인하고 다른 기사와 비교 하는 팩트체킹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정훈(2019)은 특정뉴스에 포함된 여러 정보를 분석하고 중요도를 평가하면서 토론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성찰적 통 합(reflective integration)능력을 기르는 러터러시 교육을 가짜뉴스 대책으로 제시했다[32].

네덜란드 학자인 슈워츠는 민주사회와 민주시민 의식을 공고히 하는데 뉴스 미디어와 저널리즘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하면서 뉴스 리터러시를 “민주사회에서 적극적 시민으로 참여하기 위해 뉴스 미디어와 뉴스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evaluate) 해석하며(interpret) 유통시키며(process) 동시에 뉴스에 참여하 는(participate in) 능력”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재원과 박동숙은 민주주의의 능동적인 시민이 되기 위해 폭넓은 형태의 뉴스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뉴스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며 참여하여, 의미있는 뉴스를 선별하고 재맥락화하여 스스로 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뉴스 공유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로 정의했다[34]. 소셜 미디어가 뉴스 플랫폼화되면서, 다양한 비판적 해석과 맥락화한 정보가 시민들 사이에 유통되고 공유와 토론을 거치면서 소비된다. 시민은 비판적 수용자를 넘어 생산과 의미를 해석하고 공유하며 재생산하는 과정의 주요 참여자가 되었다. 시민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학습과정을 통하여 미디어 리터 러시 능력을 배양해 갈 수 있다. 시민들은 개별적이고 분산된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연대하고 협력한다. 미디어 이용 행위가 사회 참여활동이 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러한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커뮤니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펙트체크 비영리기관인 말디타(Maldita.es)는 다양한 시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운영 된다[35]. 커뮤니티가 모든 영역에 퍼져있는 허위정보 와 거짓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증진시키고, 그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팩트체킹과 개발한 교육 콘텐츠들을 통해 시민 들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진실한 정보에 접근하여 이슈를 이해하고 의견을 형성하며 정치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시민이용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허위사실을 제보하고 검증된 내용을 허위정보의 확산 기술을 모방한 혁신적 방식으로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허위정보에 대처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주체로 편입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는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팩트 체크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시청자 미디어재단과 구글이 협업하여 허위정보를 감시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진실한 정보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얼마나 큰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정보소비를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5) 광고 거부운동을 통한 압박

허위정보의 유통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촉구하며 시민들이 직접적인 실행을 조직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허위정보 유통에 책임이 있는 플랫폼의 적극적 대응방안15을 촉구한다. 허위정보에 대응하여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5.18단체들은 ‘유튜브(YouTube)에서 정부기관들과 기업들의 광고가 5·18관련 왜곡 및 가짜뉴스를 주도적으로 생산·유포하고 있는 채널들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정부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시민적 여론을 통하여 정부가 플랫폼에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특정 콘텐츠에 대해 집단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2. 연구 의의 및 제안

허위정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제어하여 공론장의 숙의와 토론을 통한 민주적 정치과정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민주사회의 현안이 되었다. 이른바 ‘탈진실의 사회’에서 허위와 사실의 경계도 모호해지면서 공공적 토론이 근본적인 위기에 부딪쳐있다[36].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나 이 는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첫째 허위정보에 대한 법적 규제의 부당성을 논리적으로 규명했다. 허위정보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허 위정보일지라도 때로는 표현의 자유 보호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 규제는 허위정보보다는 혐오와 범죄 등과 관련이 있는 콘텐츠이므로 허위정보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작동하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셋째 시민사회가 민주적 공론장의 유지와 발전에 참여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야하는지를 이론적으로 구명하였다. 넷째 시민사회가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허위정보를 찾아내고 분류하여 시민들에게 공유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플랫폼 사업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자율적 협치로서 허위정보를 규율하며 시민들의 미디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직접적 실천자로서 플랫폼사업자에게 경제적 압박 등의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 연구는 시민사회에서 모색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가능성으로만 제시하는데 그쳤다.

앞으로 현실의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허위정보가 혐오나 차별 배제 등의 내용과 결합되어 표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권을 침해하고 폭력과 증오를 부추기는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유럽에 비하여 허위정보에 대한 대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시민 사회의 영향력을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시민력의 증진과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과제다.

* 2017학년도 세명대학교 교내학술연구지원으로 이루어진 연구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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