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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Planning and Operation of Environmentally Sustainable Exhibition Content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방안에 관한 연구

  • Received : 2021.08.31
  • Accepted : 2021.10.05
  • Published : 2021.12.28

Abstract

While art and culture always actively intervene and send messages to social issues and issues, there are critics who say that the way they show them goes against environmental issues. Therefore, this study compared and analyzed the environment-friendly methods applied to four types of exhibitions held at existing domestic art museums in order to derive environmentally sustainable exhibition content planning and operation plans. By deriving the method commonly applied to the four exhibitions, the wooden temporary walls that are discarded through local remanufacturing, use of waste resources, and prefabricated module walls were minimized. In addition, when printing/publishing, there were methods such as grafting eco-friendly inks and materials or avoiding the production of unnecessary printed matter. Based on these common factors, a plan that can be applied to each stage of exhibition hall construction and construction, printing and publishing, and exhibition hall operation was derived. However, it is necessary to approach more diverse cases in the future, and it is necessary to supplement the points to enhance scientific explanatory power in quantitative terms.

문화·예술은 언제나 사회 문제와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반면, 전시와 같이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환경문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방안을 도출하고자 기존의 국내 국·공립 및 민간미술관에서 개최된 4종의 전시에 적용된 환경친화적 방식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4종의 전시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방식을 도출해 보면, 현지 재제작 또는 폐자원 활용, 조립식 모듈 벽체를 통해 폐기되는 목재 가벽을 최소화하였다. 또한 인쇄/출판 시, 환경친화적 잉크·소재를 접목하거나 불필요한 인쇄물의 제작 자체를 지양하는 방식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은 공통 요소를 바탕으로 전시장 구축·조성, 인쇄·출판, 전시장 운영의 단계별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였다. 다만, 향후 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며, 정량적인 측면에서 과학적 설명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연일 지속된 대형 화재, 미세먼지, 그리고 지금도 매일 수 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바이러스 등 최근 지구는 인류에게 굉장히 잔인했다. 그러나 그 발원을 곰곰이 되짚어 보자면 인간의 대가 없는 사용에 대한 ‘자연의 역습’일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인류세(Anthropocene) 라는 지질학적 용어가 탄생했을까? ‘인류세’는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 이 최초 언급한 개념으로, 인간을 뜻하는 안트로포 (Anthropo)와 ‘새로운’이라는 뜻의 –신(-cene)이 조합된 지질학적 용어이다. 이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의 지질학적 변화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1].

현재 인류세는 지질학, 생물학은 물론, 인문, 사회과학 분야로까지 확산되어 담론을 형성하고 여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이 용어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시사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 인간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은 자연에 대한 배려가 없었으며 그 결과 역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우리가 고귀하다고 여겨온 인류의 ‘창작’ 활동은 과연 인류세의 등장에 기여한 바가 없을까?

지난 2019년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한 《Dear Amazon : 인류세 2019》展은 인류세의 관점에서 예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토론의 장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해당 전시의 도록을 확장한 단행본에서 영국의 미술사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T, J. 데모스(T. J. Demos) 는인류세 담론을 다루는 인문학적 자료들이 계속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2].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제로의 예술(Zero Makes Zero)에서도 인간 중심적인 창작 재료와 과정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의 부정의와 문제에 재빠르게 반응하면서도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특히 수없이 만들고 허물기를 반복하는 전시 행태를 비판하기도 하였다[3].

현재 문화·예술 관련 창작 및 기관 운영 등을 통해 발생하는 폐기물에 관한 정부승인통계 등 공식적이며 구체적인 데이터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나, 개별 기관·단체들의 발표를 통해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뉴욕에서 출발한 여섯 작품의 항공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2.2 t(tCO2eq / 왕복 기준)으로 계산하여 제시하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 1인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4.1 t(2018년 기준)의 2배가 넘는다고 말하였다[4]. 한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2020년 기준, 전시 7 종에 총 2, 323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공간 구축·철거 및 폐기물 처리 등의 비용으로 약 494백만원이소요되었으며, 이는 예산 대비 21.3% 수준이라 말하기도 하였다[5].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중, 시각 콘텐츠를 중심으로 그것의 ‘기획 방식’과 ‘운영 과정’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에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국·공립 및 민간의 문화·예술기관에서 개최된 4종의 전시의 기획·운영 과정에 적용된 환경친화적 방식을 비교·분석해 봄으로써 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의 방법은 문헌연구와 더불어 관련 사례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하였다. 먼저 선행연구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을 살펴본 뒤 문화·예술과의 관계 및 정책화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고찰해 보았다. 전시 콘텐츠의 경우, 미술관 등 문화·예술기관의 주요 기능이자 이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업무로서의 ‘전시’의 개념을 살펴보는 한편, 그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기획 및 운영 과정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직접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범위는 국내의 국·공립 및 민간의 문화·예술기관에서 펼쳐진 4종의 전시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였다. 4종의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연대의 홀씨》 展(2020.5.15. -2020.12.30.), 대림미술관의 《TONG’s VINTAGE : 기묘한 통의 만물상》展 (2021.5.20.-2021.7.25.),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展(2021.5.4.-2021.9.22.),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展 (2021.6.8.-2021.8.8.) 등과 같다.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전시들의 경우 세부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공통 적으로 버려지는 자원과 에너지 및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기 다양한 환경친화적 방식을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과정에 적용하였다.

II. 이론적 고찰

1. 지속가능발전의 배경 및 개념

지난 2015년 10월 UN의 총회에서는 그해 말에 종료된 UN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를 대체할 국제사회의 새로운 실천의 제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채택하였다. 이 새로운 의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국제사회가 함께 이행하는 것으로 약속하였으며,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 아래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SDGs 의제는 기본적으로 인류의 보편적인 복지에 기여하고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적 생산성을 유지하는 생태·환경적 차원에서 출발하였으며, 전 세계 인류의 빈곤 문제와 정의로운 경제성장을 비롯해 사회정의 등을 실현하는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6]. 특히 2015년에 채택된 SDGs는 “지속가능발전의 매우 구체적인 지표와 실천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 환경 중심에서 환경·사회·경제 분야의 실천의제가 균형을 이루어 포괄적·총체적인 발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제사회의 의무적 이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7]

표 1. 지속가능발전 관련 용어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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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김주현(2018)의 자료를 이용하여 재구성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용어는 [표 1]과 같이 Sustainable Development, Sustainable, Sustainability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톰 와스(Tom Waas) 는각 용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8].

먼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은 사회적 시스템의 균형에 중점을 준 ‘사회적 발전’ 및 ‘경제성장’ 등을 지칭하며, 지속가능(Sustainable)은 지속가능한 예술, 지속가능한 교육,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등과 같이 형용사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의어로 볼 수 있지만, 주로 생태적 환경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았다[9].

전통적으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는 [그림 1] 과같이 사회와 환경, 그리고 경제의 세 가지 축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은 환경과 자연에 의존적이고, 경제적 부와 안정은 건강하고 생산적 인구에 의존적이며, 질병과 빈곤, 그리고 가난을 가진 사회는 오랜 기간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아래의 세 가지 측면은 상호의존적[9]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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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속가능발전의 세 가지 축

자료: National Adult Office (2010: 9)

한편, 오은영 외(2010)는 [표 2]와 같이 과거의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Eco, Green과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이를 보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현재는 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10].

표 2. 지속가능성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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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오은영 외(2010) 자료를 이용하여 재구성

2. 지속가능발전과 문화·예술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담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에대한 개념이 국제사회에 공론화된 이래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 개발 및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며, 실제 사회적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시도들도 꾸준히 있었다. 또한 학문 분야는 물론 국제기구 등에서 발표하는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지속가능발전’과 ‘문화’는 오래전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화가 발전의 동인 (Driver)이자 조력자(Enabler)라는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6].

상술한 바와 같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초기 논의의 경우, ‘환경’, ‘경제’, ‘사회’ 등 세 가지 개념을 중점적으로 두고 발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중심을 이루었던 반면, 문화·예술은 주변부에 위치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가 점차 학계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면서 2000 년대 초반부터는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이 문화·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설명되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빠르게 확산되었다[11].

특히 호주의 문화이론가인 존 혹스(Jon Hawkes) 는기존의 환경, 경제, 사회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모델을 발전시켜 ‘문화’를 포함한 ‘네 기둥 모델’을 주장하였다. 혹스(2010)에 의하면, 문화는 사회를 가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치가 발전되고 표현되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2]. 또한 역사적으로 봤을 때,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를 표현해 왔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발전 방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현시대에 의미 있는 방식을 찾기 위해 예술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홉스의 이러한 주장은 이후 국제사회가 발전의 중심에 문화·예술을 위치시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13].

한편, 드세인 등(Dessein et al. 2015)은 [그림 2] 와같이 문화가 단지 지속가능발전에서 하나의 축으로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에서의 문화 (culture in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cultur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한 발전으로서의 문화(culture as sustainable development)’ 등 세 가지 과정을 제안했다. 드세 인의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문화는 독립적인 영역으로서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 경제, 사회 영역을 연결 또는 매개하면서 이를 영역 간의 긴장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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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지속가능발전에서 문화의 세 가지 역할

※ 자료: Dessein et al.(2015)

※ 주: 각 그림에서 주황색 원이 문화의 영역을 의미함

이와 같이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문화·예술은 점차 지속가능발전의 핵심가치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것은 문화가 창의적 성격을 내포함으로써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역할을 비롯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요구되는 현시대에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이끌고 추동하는 매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11].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 기반 한문화·예술 관련 연구의 경우, 지속가능발전의 개념과 문화·예술의 가치를 상호 연결하여 이론적 담론을 제시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실천적 측면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목적과 과정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정헌이(2012)는 생태 미술의 관점에서 예술과 예술가들이 자연과 환경 문제에 왜 개입하여야 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면서 생태 미술의 실천적 사례들을 제시하였다[15]. 오은영, 나 건(2014)은 지속가능 문화정착을 위해 ‘지속가능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고찰하였는데, 우슐라(Ursula Tischner)의 지속가능 디자인 이론을 바탕으로 사회구성원인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 대한 디자인이 지속 가능 문화정착에 중요한 요소임을 주장했다. 민경선 (2017)은 독일의 생태미학자 사카 카간(S. Kagan) 과돈 듀이(J. Dewey)의 이론을 바탕으로 예술의 공적 가치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특히 지속가능발전과 예술의 결합에 있어서 ‘뮤지엄’의 매개 역할이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김주현(2018)은 지속가능발전의 개념과 동시대 문화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였는데, 여러 예술가 및 문화 기획자의 활동을 통하여 지속가능발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되는지 제시하였다. 또한 포르투갈의 LXFactory, 스페인의 Ateneu Popular 9 Barris 및 한국의 SeMA 창고와 같이 예술적 공간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 등이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는 동시에 지속가능발전을 실행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김형숙(2018)은 예술과 환경의 접점에서지속가능발전 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았는데, <철암그리기>와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고 사고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 밖에도 김부선·이명아(2018)은 지속가능한 예술 작품과 창작방식의 측면에서 업사이클링 등 대안적 방식 및 개념을 제시하고, 업사이클링 아트가 작품으로서 지닐 수 있는 가치 뿐만 아니라, 환경적·경제적·기술적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있음[16]을 주장하였다. 전혜숙(2021)은 인류세의 관점에서 생태 미술 사례와 작품을 고찰함으로써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하였으며, 예술가들의 생태 미술에 대한 활동과 실천이 지속적으로 필요함[17]을 주장하였다.

3. 전시 콘텐츠의 기능과 전개 과정

본 연구에서는 여러 예술 장르 중 시각 예술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였으며, 그중에서도 국·공립, 민간 미술관 등의 업무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시업무’를 주 대상으로 하였다.

개별 전시회나 전시 콘텐츠의 주최·주관의 주체, 성격, 세부 장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시업무의 기능은 대체로 [그림 3]과 같이 기획자(전달자), 전시물(전달내용), 장소(전시공간), 관람자(전달받는자)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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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전시기능의 발생과 성립

※ 자료: 우상기(2012)

전시의 전달자는 전시를 개최하는 주체이자 협찬·후원과 같이 해당 전시의 개최에 관여하는 조직이나 단체를 총괄한다. 전시기획에서는 그 목적이나 취지에 대한전달자의 기획과 방향이 수반된다. 가령 해당 전시 가공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전달자 측의 자세를 묻는 것인 동시에 전시 행위에 대하여 자성 의식의 중요성을 시사한다[18].

전시물은 일반적으로 전시기능에 있어서 ‘무엇을 (what)’ 이라고 하는 전달내용을 의미한다. 또한 전시기획 상 전시물은 전달자 측이 전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선정한 ‘사물’의 총칭하는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시물의 특징을 크게 의미적 측면과 실태적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의미적 측면의 경우 전시물을 문화재, 생산재, 소비재 및 해당 전시를 통해 새로 창작되었는지 여부 등을 포함한다. 실태적 측면에서는 전시물이 특정 형상이나 구체적 성질을 갖는 한 그 전시기획 및 디자인 연출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다.

전시공간은 전시가 구현되는 장소적 요건으로, 성립되기 위한 구체적인 요인이 많고, 다른 요인과 주고받는 상관성과 관계성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적합한 장소와 공간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전시의 목적을 비롯해 기능적·기술적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검토하기 위한 조건으로써 크게 위치 적조건, 규모적 조건, 형식적 조건, 설비적 조건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시기능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관람자이다. 관람자는 전시의 실질적인 존재의 의미라고 볼 수 있는데, 전달자의 기획 의도에 따라 전시물과 전시공간이 구축되었더라도 이를 관람하고 향유 하고자 하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해당 전시의 목적과 기능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현우(2008)의 연구에 따르면, 전시업무의 프로세스는 [표 3]과 같이 크게 ‘전시기획 업무’(P1) - ‘전시 전개 업무’(P2) - ‘전시수행 업무’(P3) - ‘전시반출 업무’(P4) 등 네 단계로 나뉘는데, 이를 다시 세부적인 단일 업무의 단위로 나누면 89개에 이른다[19].

전시업무 전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전시기획단계(P1)인데, 이 단계에서는 해당 전시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목표 및 전략의 수립을 비롯해 추진조직의 구성과 예산의 수립, 그리고 업무분담, 실행계획의 수립 등을 결정하게 된다.

다음으로 전시전개 단계(P2)에서는 계약과 디자인, 작품 제작, 마케팅, 운송 등 실무 중심의 업무가 전개되며,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작품대여, 보험가입, 그래픽 디자인 개발, 각종 인쇄물 제작, 홍보·광고 등의 과정이 펼쳐진다. 하나의 전시회가 개최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사항일 뿐만 아니라 전시의 성공 여부를 결정[19]지을 수 있는 업무들이 많으므로 철저한 일정 관리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표 3. 전시업무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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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남현우(2008)의 자료를 이용하여 재구성

다음으로 전시수행 단계(P3)에서는 작품의 설치와 개막행사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전시장의 공간구성·기획, 설계·배치, 가벽·조명 설치, 해설사·봉사자 배치, 작가·작품 소개 등의 세부업무로 나뉜다. 특히 이 단계의 경우, 전시장 공간 구축을 위해 물리적 자원이 중점적으로 투입되므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질적인 단계이지만, 이는 예산·인력 및 사후 처리를 위한 추가 과정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사전기획 단계(P1)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전시업무 프로세스 중, 마지막 단계로 전시반출 단계 (P4)에서는 전시 작품과 공간의 해체, 작품운송, 작품인수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하나의 전시 콘텐츠에서발생되는 폐기물의 양을 파악해 볼 수 있는 단계이다.

한편, 홍제이·반영환(2018)은 미술관의 전시 디자인관점과 전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전시 기획 및 디자인프로세스를 [그림 4]와 같이 제시하였다. 해당 프로세스는 남현우(2008)의 연구에서 제시된 전시업무 프로세스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전시 전개(P2) 및 전시수행(P3) 단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이클 벨처(Michael Belcher)의 이론을 기반으로 전시 기획 및 디자인의 프로세스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개발하고 공간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시물과 장소, 그리고 관람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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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전시기획 및 디자인 프로세스

※ 자료: 홍제이·반영환(2018)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고 종료되기까지 수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소모된다. 그동안 이러한 자원 투입에 대한 의사결정의 기준은 작품, 전시 주제와의 연결성, 마감, 전시 예산과 안전 등이 중심을 이뤄왔다.[3]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남현우(2008)의 전시업무 프로세스와 홍제이·반영환(2018)의 전시기획 및 디자인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전시 콘텐츠 4종의 사례를 살펴보고 비교·분석함으로써 공통요소 및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Ⅲ.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사례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인류세가 낳은 환경 문제들에 대한 탐구와 창의적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전시로 대표될 수 있는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시각화하여 문제들을 가능한 한 빠르고 쉽게 인지시키며, 신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위와 같이 환경적 메시지를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의도된 전시 콘텐츠는 어렵지 않게 접해볼 수 있었으나, 실제 그것의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접목한 전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최근 1년 이내에 국내에서 개최된 전시 콘텐츠 중,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여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고, 대안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사례를 선별하여 비교·분석해 봄으로써 향후 이와 같은 실천이 시각 예술계 전반에서 통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음의 4종의 전시 콘텐츠는 기획의 측면에서는 물론, 해당 전시의 홍보·마케팅과 성과 확산의 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으며, 또한 각 전시별로 적용된 지속가능한 기획·운영방식이 유사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차이점을 지니고있으므로 비교·분석을 통해 공통 요소를 시사점으로 도출하고자 하였다.

1. 추진 사례

1.1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연대의 홀씨》展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의 문화적 다양성과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이를 공연·전시·융복합 콘텐츠 등으로 창·체작하는 국립 문화·예술기관이다. 2020년에 개최된 《연대의 홀씨》전시는 20세기 후반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보여주고, 비동맹 운동의 역사와 그에 조응했던 문화·예술적 실천을 재조명코자 하는 성격과 취지를 갖고 개최되었다.

본 전시의 경우, 작품을 설치하고 공간을 구축하는 전시 실행 단계(P3)를 중심으로 환경친화적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조립식 모듈 벽체 약 800EA를 활용하여 기존 목재 가벽의 설치와 폐기를 최소화하는 한편, 약 12, 000천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창출하기도 하였다. 또한 모듈형 가벽의 표면의 합판에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접착제와 페인트를 사용하여 환경에 대한 부담을 경감 하고자 하였다.

한편, 김영실·김영숙(2012)은 전시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설치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투자되는 반면, 사용 후 폐기 시에 또한 많은 양의 폐자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상을 지적하며 친환경 소재의 활용을 제안하는 동시에 순환과정의 확립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21].

이와 관련하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연대의 홀씨》 전시에서는 해당 전시에 활용된 전시 작품 보호용 아크릴 케이스를 폐기시키지 않고 기관 내 타 전시 콘텐츠인 《바이오필리아 : 흙 한줌의 우주》에 재사용하였다 [5]. 우상기(2012)의 연구에서와 같이 모든 전시 작품 (전시물)의 형태와 규격이 상이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한 전시 작품 보호용 아크릴 케이스라 할지라도 타전 시의 작품에 재사용되기 위해서는 차기 전시의 기획· 제작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하고, 창작자, 기획자의 고민이 수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표 4.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연대의 홀씨》展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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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대림미술관《TONG’s VINTAGE : 기묘한 통의 만물상》展

대림미술관은 ‘2021 P4G 서울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TONG’s VINTAGE : 기묘한 통의 만물상》전시를 개최하였다. 해당 전시는 오래되고 낡아버려 진 가구나 생활 소품을 23인/팀의 창작자의 영감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해당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장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자연 분해 속도가 느린 ‘유리-플라스틱-철-천-나무-종이-친환경 소재’ 등으로 재활용한 전시물을 배치하여 구성하였다.

본 전시의 경우, 기획(P1) 단계에서부터 버려진 소품, 자재, 물건 등을 활용하여 전시 오브제를 제작하는 등창 작자와의 협업 및 기획력이 돋보였다. 한편, 전개(P2) 과정에서는 인쇄·제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 티켓을 발행하는 대신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참가자들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진과 해시태그를 본인의 사회관계망(SNS) 채널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입장과 전시 티켓을 대체하였다. 이와 더불어 전시 리플릿과 도록의 제작 역시 지양하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대체하였다. 또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RE;CODE)와 함께 의류 리폼 이벤트와 함께 카시트 원단의 샘플로 동전케이스를 만들어보는 DIY 워크숍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기도 하였다.

표 5. 대림미술관《TONG’s VINTAGE : 기묘한 통의 만물상》 展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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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부산현대미술관《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展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전시는 미술관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이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험의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미래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해당 전시의 경우, 매우 다양하고 실험적인 방식이 적용되었으며, 특히 작품의 국내외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미디어 작품의 전력 발생량을 측정하여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고자 하였다.

전시 공간 구축과 관련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고벽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입구를 제외하면 페인트와 시트지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전시에 사용된 조립식 모듈 벽체는 전량 수거하여 타 전시에 재사용 하도록 하였으며, 나사, 못, 철사 등의 부속과 작품의 캡션을 제외한다면 폐기물이 남지 않도록 운영하였다.

한편, 외부 현수막을 제외한 모든 홍보 인쇄물은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색의 잉크만 사용하였으며, 포스터, 초청장, 가로등 배너, 가방 등과 같이 불필요한 기념품의 제작도 지양하였다[4].

표 6. 부산현대미술관《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展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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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전시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점은 작품의 해외운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협업기관 간 소장품의 이동 또는 작품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저감시키기 위해 원거리 작품의 경우 생중계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적용하였다.

또한 일부 작품은 제작 설명서만을 전송받아 국내 현지에서 재제작하는 방식을 접목하였다. 신작의 경우 다양한 친환경 재료를 실험하고, 그 결과물을 분석하여 신작 제작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1.4 서울시립미술관《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展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전시는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지구의 생태계를 비롯해 자원 착취, 폐기물 식민주의, 부동산 논리에 의한 파괴된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집’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활용하여 기획된 전시다. 해당 전시에서는 세 개의 집이 전시되는데, 첫 번째 집은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지구의 생태계, 두 번째 집은 짓고 부수는 사람의 주택, 세 번째 집은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으로 구성하였다.

해당 전시의 경우, 그래픽 디자인, 전시 공간 구축, 가벽, 전시대, 페인트, 시트지, 인쇄물과 잉크 등 다양한 부문에서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면지, 모듈형 벽체, 버려진 액자, 중고 노트북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여 기획·운영되었다. 특히 무분별하게 제작되는 인쇄물을 최소화하고자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고, 잉크 사용량 절감을 위해 1도 인쇄를 하거나 면적이 큰 이미지는 육각형의 망점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또한 온라인에서도 배경색을 어둡게 하였으며, 시스템 폰트(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자에 의하여 별도의 형식으로 정의되지 않은 경우, 문자 정보를 출력하기 위해 기본으로 사용하는 글꼴)를 사용하여 전력 소모를 줄였다[22].

표 7. 서울시립미술관《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展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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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진 사례의 비교·분석

국내의 주요 국·공립 및 민간의 문화·예술기관에서 개최한 4종의 전시의 기획·운영 과정에 적용된 환경친화적 방식을 남현우(2008)가 제시한 전시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요약·정리하면 [표 8]과 같다. 각 전시의 주제와 기획 의도가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방식을 적용한 범위와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동시에, 그것을 적용하고자 하였던 취지와 일부 방식에서 공통적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분류해보면 추진 사례의 환경친화적 기획·운영방식이 전개(P2) 단계와 수행(P3) 단계에 집중적으로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8. 전시업무 프로세스에 따른 환경친화적 기획·운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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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9]는 [표 8]에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2종 이상의 전시에 적용된 방식을 선별하여 정리한 내용이다. 우선 공통적으로 전시 기획·운영 과정에서 전시 관련 물품을 사전/사후에 재사용하였던 항목은 4종의 전시에 모두 적용되었다. 대림미술관의 《TONG’s VINTAGE : 기묘한 통의 만물상》전시를 제외한 나머지 국·공립 기관의 경우, 모두 조립식 모듈 벽체를 활용함으로써 버려지는 목재 가벽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잉크와 소재 등 환경친화적 방식을 비롯한 인쇄· 출판을 하거나, 불요불급한 인쇄물 외에 제작을 지양하고자 했던 항목 역시 3종의 전시에 적용되었다.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지속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전시에서는 유일하게 작품의 국내외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미디어 작품의 전력 발생량을 측정하여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고자 하였다. 특히 원거리 작품의 경우 생중계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적용하거나 일부 작품은 제작 설명서만을 전송받아 국내 현지에서 재제작하는 방식을 접목하였던 점 등 창작 영역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였던 사례는 단순 전시기획 업무의 영역을 넘어서 예술계 전반에 시사점을 제시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보름·용호성(2020)의 연구에서와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상에서 작품 감상 서비스를 제공[23]하는 차원을 넘어 환경을 보전하는 동시에팬데믹을 비롯한 재난의 상황에서 창작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표 9. 2개 이상의 전시에 적용된 환경친화적 기획·운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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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친화적 방식을 적용한 전시 수에 따라 표기

Ⅳ. 결론 및 시사점

전시는 언제나 사회 문제와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반면,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환경문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시각 콘텐츠 기획·운영 방안을 도출하고자 기존의 국내 국·공립, 민간미술관에서 개최된 4종의 전시에 적용된 환경친화적 방식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4종의 전시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방식을 도출해 보면, ①작품 제작의 측면에서 현지 재제작 또는 폐자원을 활용한 방식은 2종의 전시에 적용되었다. ②공간 구축의 측면에서 조립식 모듈 벽체를 활용한 방식은 3종의 전시에 적용되었다. ③전시 관련 물품의 활용의 측면에서 사전/사후 재사용은 4종의 전시에서 모두 적용되었다. ④인쇄/출판의 측면에서 환경친화적 방식을 적용한 인쇄는 2종의 전시에서, 불필요한 인쇄물의 제작을 지양한 전시는 3종에 적용되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살펴보면, 대부분 각종 인쇄·출판물을 제작하고 전시장을 구축·조성하는 단계에서 대안적인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사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를 기획·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정리해보면 [표 10] 과같다. 우선 전시장 구축·조성 단계에서는 다량의 폐기물을 배출하면서 환경에의 영향이 높은 목공/도장 재료를 중심으로 전시 현장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사례에서 활용되었던 다회용 조립식 모듈 벽체 외 자재 규격을 고려한 공간 기획을 통해 소재의 손실률을 최소화하는 한편, 페인트, 접착체 활용 시 친환경 인증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친환경 인증의 경우, 인증 국가별로 인증 기준과 국제적 표준과의 부합 수준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전시 기획자 또는 시공사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인쇄·출판 단계에서는 전시 과정에서 다량 제작되는 포스터/리플릿/도록, 시트지, 현수막을 중심으로 대안적인 소재 또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다만, 환경보호만큼 전시를 알리고 홍보하는 부분 역시 중요하므로 이는 전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

표 10.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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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2021)의 자료를 이용하여 재구성

이 외에도 전시 조명과 미디어 장비 운용 시, 전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낮은 기기를 활용하거나, 잦은 작동으로 부가적인 전력이 소비되지 않도록 작품 운용매뉴얼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의 대상 및 사례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향후 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비교·분석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의 심층 인터뷰 및 이해관계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정량적인 측면에서의 과학적 설명력을 높여 나가야 할 점은 향후 연구 과제로 남긴다. 또한 각 환경친화적 방식을 적용함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실질적인 탄소/자원의 절감 효과 등을 화폐적으로 환산하여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해 나가고자 한다.

* 이 논문은 <2021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심화·발전시켜 작성한 논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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