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 정부의 계란 안전성 대책 문제점

  • Published : 2019.02.01

Abstract

Keywords

현실성 없는 정책이 양계업을 파탄으로

- 난각 산란일자 표기 철회와 식용란선별포장업 3년 유예를 -

지난 2017년 8월 유럽발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이 국내를 휩쓸면서 계란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하였다. 농가 들의 무지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빚은 결과물로 계란의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대부분의 농가가 피해의 대상이 되었다. 범국민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는 ‘계란 안전성 대책’이라는 큰 명제를 가지고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를 의무화하고 식용란선별 포장업을 대안으로 발표하였다.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산란농가와 유통인들은 현실성 없는 이러한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2017년 10월 25일 1차 집회에 이어 2018년 12월 13일 식약처 앞에서 1,500여명의 양계인들이 모여 2차 집회를 시작하였고, 농가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식약처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장기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식약처는 한 걸음도 물러섬이 없이 이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본고는 농가들이 왜 정부의 ‘계란 안전성 대책’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양계산업의변화를 짚어보고자한다.

▲ 지난 2018년 12월 13일 식약처 앞에서 계란 안전성 대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1. 안전대책 법적 근거

산란계 산업는 지난 2016년 말 고병원성 AI 발생과 2017년 8월 14일 피프로닐 사태가 발생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정부는 ‘계란 안전성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축산물표시기준과 식용란선별포장업에 대한 내용을 법제화하는 강수를 두었다. 산란일자 표기와 관련해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제6조 축산물의 표시기준에 산란일자, 생산자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를 난각에 표기하도록 제정되었으며, 이미 지난해 4월 25일과 8월 23일에는 생산자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가 표시되기 시작하였고, 오는 2월 23일부터는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제21조 영업의 종류 및 시설기준에 의거 오는 4월 25일부터 가정용으로 유통䤎판매되는 계란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였다.

2. 시행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나?

1) 난각 산란일자 표기

난각에 산란일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만 세계 최초를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의 성과 올리기에 급급하다. 식약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계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를 강행하고 있다.

▲ 식약처가 밀어붙이고 있는 난각 산란일 표기

산란일자 표기만으로는 신선도(안전성)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계란의 신선도는 유통상태(적정온도)와 보관방법이 중요 하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시할 경우 소비자는 빠른 산란일자를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뜯어야만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다른 계란들을 만지면서 이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위생과 안전성에 더 큰 위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농장에서 나오는 계란은 3~4일에 한 번씩 출하를 하기 때문에 매일 산란일자를 찍을 경우 2~3일 된 계란은 신선하고 좋은 계란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로부터 외면당해 폐기처분시켜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는 공급량 부족으로 소비자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을 제공해 생산자와 소비자들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 될 수 있다.

▲ 식약처 앞에서 1인 시위와 야외 시위를 병행했다.

◀ 식약처 농성 이후 채란인들은 천막을 지키며 한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 식용란선별포장업(GP센터)

식용란선별포장업(GP센터)은 유통구조개선과 AI 질병 예방 차원에서 채란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의무화를 요청해 왔던 사업이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요구한 광역 GP센터의 개념을 벗어나 각종 시설을 겸비한 GP센터를 농장에서 설비해야 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정작 법 시행을 3개월 정도 남겨놓고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이 2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70여곳의 GP센터가 현재 운영 중인 것을 감안하면 30%밖에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법을 시행하게 되면 계란 판매를 중단하거나 불법으로 계란을 팔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거기다 개별농장이 GP센터를 허가 받기 위해서는 최소 5~1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어야 하지만 식약처는 이에 들어가는 비용조차 추정하지 못하고 농장분포, 생산량 등 세밀한 계획도 없이 법을 강행하려하고 있다. 특히 산업적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최소 1천여개 이상의 안전 관리 대상이 추가된다면 오히려 계란 안전성 관리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3. 외국의 계란유통 사례

앞서 언급했듯이 전 세계적으로 산란일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나라의 실정에 맞게 자신들의 마케팅을 위해 자율적으로 난각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곳은 있지만, 대부분의 계란은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찍어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일본의 경우는 계란 상미기한(賞味期限)을 설정해 이 범위 내에서 유통기한을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일반 계란의 경우는 포장지에 산란일자 또는 포장일자와 유통기한을 표시하되 냉장유통으로 2주 이내에 표기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업소용 또는 가공용은 일반란과 같이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되 여름에는 2주, 겨울에는 3주를 표기하여 유통시키고 있다.

표 1. 일본에서 제정한 계란의 최대 보존일(상미 기한)

*최대보존일 : 보존기간+냉장고 보관기간(7일)

일반가정에서 매일 아침을 샌드위치와 에그후라이를 먹는 미국에서도 계란이 2~3주는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기간(Shelter Life Cycle)으로 인식하여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 현재 세척과 비세척에 대한 찬반이 일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서는 세척을 통해 계란을 유통시키고 있고 유럽에서는 비세척으로 계란을 유통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4. 신선도에 대한 연구자료

계란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산란을 하고 난 후 지속적으로 호흡을 한다. 이는 적정온도를 맞춰줄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생식이 가능한 상태로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면서 이러한 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4년 경남과기대 손시환 교수팀이 ‘계란 유통기한 설정 관련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를 보면 계란은 보관 온도와 보관 기간이 난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저장 기간보다는 보관 온도가 난질에 더욱 큰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신선한 계란유통 가이드라인 제시에서는 유통되는 신선란의 기준을 HU값 72이상으로 하되 보관 온도에 따른 저장 기간의 범위를 표기하고, 또한 계절별 실외 유통 온도의 차이에 따라 계절별 유통 기한도 달리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신선란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계란을 빠른 시간 내 저온 유통하고, 12℃이하 온도에서 20일 정도까지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의견을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온도관리가 중요하다고 이구동성 얘기한다.

5. 언론 & 소비자 반응

언론에서는 12월 13일 식약처앞에서 개최한 ‘난각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 철회와 식용란선별포장업유통 3년 유예’를 골자로 한 ‘정부의 계란 안전성 대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시위를 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식약처 정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회적인 주목을 더 받았다. 이러한 기사가 나가면서 소비자들도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시행하려는 것에 무게가 실리며 농가들의 반대 목소리는 설득력을 잃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농가들의 실정이 알려지면서 왜 채란농가들이 천막농성을 하면서 1달 이상 식약처 앞에서 대처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했다. 식약처도 이번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자기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한국계란유통협회에서는 비대위를 만들어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면서 세척기준을 물 세척으로 국한했던 것을 브러쉬와에어도 가능하도록 식약처와 물밑작업을 통해 변경시키는 등 계란 안전성과 역행하는 행위들이 이루어진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회는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에 진의를 규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 식약처 압박에들어갔다.

▲ 천막농성을 하는 인근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채란업 대표자들이 긴급 채란위원회를 하는 등 분주했다.

▲ 김현권 국회의원(우측 두 번째)이 천막농성장을 직접 찾아 현실성 없는 정책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6. 대안은 없는가?

이제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 시한이 1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채란인들은 난각에 산란일자를 의무적으로 찍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규정을 폐기해 줄 것을 식약처에 요청하고 있다. 그것이 안 된다면 산란일 기준 유통기한을 포장지에 표기하자는 것이다. 이는 식약처가 얘기하는 소비자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오래된 계란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현재 농식품부에서 금년 12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금산물이력제에서 생산농장, 품종, 산란일, 판매자 등 계란의 모든 이력이 포장지에 표기되기 때문에 굳이 난각에 표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3년간 시행을 유예할 것을 식약처에 요청하고 있다. 전국에 광역 GP센터가 설치될 수 있는 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간의 세부적인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20개소의 광역 GP센터를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지역별 농장분포와 사육규모 등을 고려하여 지역 축협과 연계할 경우 시행 시기를 쉽게 앞당길 수 있다. GP센터에서 계란 안전을 상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안전관리 대상을 100개 이내로 줄여 관리할 경우 정부의 계란 안전관리 대책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