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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Motifs and Mirror Images in

<두 개의 사랑>에서의 쌍둥이 모티브와 거울 이미지

  • 서곡숙 (세종대학교 영화예술과 대표, 겸임교수)
  • Received : 2020.06.29
  • Accepted : 2020.08.01
  • Published : 2020.09.28

Abstract

Focusing on (2017), I would like to consider the way twin motifs' desires, deaths, and fantasies are reproduced in mirror images. First, the desire of twin motifs expresses the duality of good/evil and norm/desire as a mirror of sensual temptation. Second, the death of twin motifs expresses the spread of death as a mirror of punishment. Third, the fantasy of twin motifs expresses mental defense as fragmented mirror. In , the twin motifs effectively express three keywords-desire, death, and fantasy- with three mirror images-duality, punishment and division.

<두 개의 사랑>(2017)을 중심으로 쌍둥이 모티브의 욕망, 죽음, 환상이 거울 이미지로 재현되는 방식에 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첫째, 쌍둥이 모티브의 욕망은 선/악과 규범/욕망의 이중성을 관능적 유혹의 거울로 표현한다. 둘째, 쌍둥이 모티브의 죽음은 죽음의 전이를 처벌의 거울로 표현한다. 셋째, 쌍둥이 모티브의 환상은 정신적 방어를 파편화된 거울로 표현한다. 이렇듯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모티브는 욕망, 죽음, 환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중성, 처벌, 분열이라는 세 가지 거울 이미지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Keywords

I. 쌍둥이 모티브와 거울 이미지

쌍둥이는 똑같은 혹은 비슷한 유전인자와 양육 조건으로 인해 서로 공감을 많이 하면서도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쌍둥이와 거울은 정체성, 이중성, 욕망이라는 공통적인 의미를 함유하고 있지만, 쌍둥이와 거울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쌍둥이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환경을 공유하여, 의지, 협력과 더불어 비교, 질투, 경쟁의 관계를 형성한다[1].’ 쌍둥이 모티브는 자아와 타자를 통한 정체성, 공감을 통한 분열과 분신,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한 규범과 욕망, 경쟁과 라이벌 관계 등의 의미를 함유한다. 영화 속에서 쌍둥이 모티브의 자아/타자 정체성과 거울의 자아/타자 반영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 거울은 왜곡되고 전복된 시선, 상처의 치유/폭주, 자아의 반영/분열 등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 츠베탕 토도로프에 의하면, ‘안경과 거울처럼 간접적이고 왜곡되고 전복된 시선의 상징들은 경이를 향한 유일한 길이자 물질화되거나 불투명한 시선이다[2].’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 ‘화장실이 파티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도피처라면, 거울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폭주하는 공간이다[3].’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도 거울은 자아의 반영과 분열, 혼란과 이중성 등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물로 자주 등장한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에서 ‘거울은 사물을 보고 비추는 이 중성, 의사소통의 불가능성, 시간의 굴절,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자아를 그리워하는 향수 등의 의미로 표현된다[4].’

본고에서는 영화 <두 개의 사랑>(L'amant double, The Double Lover, 프랑스, 2017)을 대상으로 쌍둥이 모티브의 거울 이미지 재현에 있어서 욕망, 죽음, 환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II. 욕망: 선/악, 규범/욕망의 이중성과 관능적 유혹의 거울

1. 반영하는 거울: 선/악의 이중성과 진실/거짓말 게임

<두 개의 사랑>은 폴/루이 쌍둥이 형제와 클로에/상드라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이다. 클로에 포르탱과 폴 메이예의 관계는 진실과 거짓말의 게임처럼 진행되며, 거짓말이 불신, 의심, 배신으로 이어진다. 전직 사진 모델인 25살의 클로에 포르탱(마린 백트)은 계속되는 심인성 복통으로 정신과 의사 폴 메이예(제레미 레니에)에게 진료를 받다가 연인 관계가 된다. 어느 날 클로에는 폴의 물건에서 ‘폴 들로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낮에 폴이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루이 들로르’라는 정신과 의사와 쌍둥이 형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클로에의 질문에 폴은 부모의 이혼으로 성이 달라졌으며, 낮에 다른 장소에 있었으며, 형제가 없다고 대답한다. 반면에 클로에의 궁금증에 루이는 자신과 폴이 쌍둥이 형제이며, 폴이 루이에게 강간당한 여자친구 상드라와 헤어졌으며, 상드라가 폴보다 루이를 욕망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클로에는 폴의 거짓말과 루이의 진실을 접하게 되면서, 폴의 정체성, 여자관계, 가족관계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게 되는 반면, 폴의 쌍둥이 동생인 루이에게 점점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거짓말에 대한 의구심과 진실에 대한 호기심은 사실상 폴보다 루이에게 끌리는 클로에 자신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다. ‘반영하고 유혹하는 거울은 욕망하는 주체, 무의식의 가시화, 대상과 욕망의 추구를 보여준다[5].’ 그리고 폴의 자상함과 루이의 잔인함, 폴의 거짓말과 루이의 진실 등 쌍둥이 형제의 대비는 표면/이면, 진실/거짓말, 선/악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거울 이미지는 ‘거울에 둘러싸인 자신을 보면서 동시에 자신이 속한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물을 보고 비친다는 이중성을 구현한다[6].’

<두 개의 사랑>에서 클로에와 폴의 ‘반영하는 거울’은 거리감에서 친밀감으로 변화하면서, 관계의 변화, 인물 감정의 변화, 쌍둥이 존재를 보여주고, 인물의 표면/이면, 진실/거짓말, 선/악의 이중성을 암시한다. 첫째, 클로에가 정신과 의사 폴에게 처음 상담을 받는 장면[사진 1]은 투숏, 좌우 클로즈업, 원숏으로 변화하면서 클로에와 폴이 점점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치료를 끝내고 작별 인사를 하는 클로에와 폴이 진료실 거울 앞에 서 있는 장면은 거울 가까이에 있는 클로에(클로즈업)와 조금 떨어져 있는 폴(바스트숏)을 한 화면에서 보여줌으로써, 한 화면에 담긴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와 클로에의 호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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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클로에가 폴에게 상담받는 장면

2. 유혹하는 거울: 규범/욕망의 이중성과 금지된 욕망

<두 개의 사랑>에서 클로에 포르탱과 루이 들로르는 거짓말을 통한 유혹 게임을 펼치며, 클로에의 거짓말과 루이의 진실이 집착, 분노, 죽음으로 이어진다. 클로에는 자신의 이름이 에바 클로에이며, 친구 혹은 여동생 소개로 왔으며, 어머니가 죽은 후 감시와 심판의 느낌을 받는다며, 자신의 정체성, 가족관계, 과거 사실에 대해서 루이에게 거짓말을 한다. 루이는 클로에가 여동생이 없으며, 어머니도 죽지 않았으며, 예쁜 여성들이 쓰는 ‘거짓말을 통한 유혹’을 한다고 지적한다.

루이는 클로에에게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질병이 생긴다.’고 충고하고, ‘욕망하지 않는다.’는 클로에의 대답에 ‘다음번에 제대로 즐겨요.’라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클로에와 루이는 첫 번째 진료에서는 유혹하고, 두 번째 진료에서는 키스하고, 세 번째 진료에서는 애무하고, 네 번째 진료에서는 성행위를 한다. 루이가 ‘둘 중 누구에게 더 끌리나?’라고 질문하자, 클로에는 ‘당신과 있을 때는 그를 생각하고, 그와 있을 때는 당신을 생각한다.’라고 답변한다. 클로에는 폴의 정상적인 사랑과 루이의 비정상적인 욕망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강렬한 욕망을 깨닫게 된다.

<두 개의 사랑>에서 클로에와 루이의 ‘유혹하는 거울’은 분리에서 결합으로 변화하면서, 관계의 유사성, 인물의 대비를 보여주면서, 인물의 표면/이면, 규범/욕망, 숨겨진 비밀을 드러낸다. 첫째, 클로에가 정신과 의사 루이에게 가서 상담을 받는 장면[사진 2]에서 클로에와 루이는 클로에와 루이처럼 똑같은 위치에서 상담을 하지만, 거울을 통해서 각각 두 쌍씩 보이게 하여 쌍둥이의 존재를 암시한다. 둘째, 클로에와 루이가 성행위 이후에 진료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장면[사진 3]은 바꾸어진 위치와 거울의 복제 이미지를 통해 클로에/폴의 규범적인 사랑과 클로에/루이의 비정상적인 욕망의 대비를 보여주며 쌍둥이 존재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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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클로에가 루이에게 상담 받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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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클로에와 루이가 섹스 후 대화하는 장면

3. 관능적 유혹의 거울: 인물의 혼란과 욕망의 가시화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형제의 관능적 유혹은 금지된 욕망과 모순된 인격의 충돌을 보여준다. 토도로프에 의하면, ‘두 사람 이상의 사랑은 동성애, 근친상간, 같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으며, 관능적 유혹은 악마로 구현된다[7].’ 여주인공과 쌍둥이 형제의 스리섬(threesome, 세 명이 함께 하는 성행위)은 형제를 중심으로 한 명의 이성과 두 명의 동성이 성적 관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리섬은 근친상간과 동성애라는 금지된 욕망을 원하는 것이며, 이별을 강요받지 않기 위해서 계속 같은 사람을 욕망하는 것이다.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형제의 관능적 유혹은 상반된 성격의 쌍둥이에 대한 욕망을 통해서 여주인공 자신의 모순된 인격의 충돌 혹은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의식을 보여준다. 쌍둥이 모티브는 경쟁과 상보성(相補性, 서로 보충하는 관계에 있는 성질)을 동시에 보여준다. 쌍둥이 모티브는 ‘한 인격에 내재된 모순된 두 측면의 충돌이며, 두 대립적 심리유형 사이의 상보성을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8].’

상반된 성격의 쌍둥이 형제에 대한 클로에의 성적 욕망은 클로에 자신이 틀이나 규범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의식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면의 외면화이다. 거울 모티브는 ‘거울의 반영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의미를 함유한다[9].’ 지성적인 폴과 야성적인 루이에 대한 욕망은 클로에 자신 내면의 두 가지 욕망의 갈등을 표현한 것이다. 거울은 ‘내부/외부의 지형학을 전도시키는 환유적 힘을 보여주며, 존재를 반영하는 모방적 장치뿐만 아니라 헤테로토피아 공간으로서 구성된다[10].’ 클로에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고수하려는 규범적인 원칙과 자신의 틀을 뛰어넘어 금지된 유혹에 빠지고 싶은 충동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형제의 관능적 유혹은 진실/거짓말 게임, 거짓말을 통한 유혹, 금지된 욕망, 모순된 인격의 충돌을 보여주며, 거울의 이중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거울의 자기 반영성은 복제 이미지와 좌우의 전도된 이미지를 통해, 폴과 루이의 선/악, 규범/욕망의 이중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클로에의 숨겨진 내면의 모순과 갈등을 드러낸다. 이렇듯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한 규범과 욕망’이라는 쌍둥이 모티브는 ‘반영하고 유혹하는 거울’ 이미지로 재현되고, 이러한 관능적 유혹은 사물을 비추는 이중성, 인물의 혼란, 욕망의 가시화를 보여준다.

III. 죽음: 죽음의 전이와 처벌의 거울

1. 각성의 거울: 욕망의 잔혹성과 집착의 죽음

<두 개의 사랑>의 후반부에서 클로에의 복통은 사실상 심인성이 아니라 배 속에 있는 혹덩어리 낭종 때문이며, 그 낭종은 바로 15cm 태아 상태의 쌍둥이 동생으로 밝혀진다. 클로에가 폴에게 “어머니 배 속에서 내가 그 애를 먹어 치웠어요.”라고 말하자, 폴이 “먹어 치운 게 아니라 흡수한 거야.”라고 말해준다. 클로에가 자신을 ‘식인 쌍둥이’라고 지칭하자, 폴은 배 속의 쌍둥이를 ‘기생 쌍둥이’(parasitic twin)라고 정정한다. 클로에의 복통에 대해서 세 가지 방식, 즉 폴의 배려, 루이의 유혹, 태아 쌍둥이의 제거의 순서로 진행되면서 점점 클로에의 죄책감이 쌓여간다.

<두 개의 사랑>에서는 두 가지 죽음, 즉 루이의 죽음과 상드라의 죽음이 나온다. 루이의 죽음은 욕망의 잔혹성에 대한 각성이자 집착을 끊기 위한 죽음이다. 도덕과 성적 욕망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덕에 얽매여 있는 인물은 성적 욕망을 느낄 때 죄책감을 동반하게 된다. 클로에는 자신에 대한 루이의 집착과 루이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깨닫게 되자, 루이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욕망과 죄책감의 근원을 없애고자 한다. 클로에에 대한 루이의 욕망은 ‘사디즘’(sadism, 상대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거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어 성적 쾌감을 주는 것)을 보여준다. 토도로프에 의하면, ‘사디즘은 고통으로 욕망의 쾌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순수 잔혹성을 보여주며, 욕망에서 출발하여 잔혹성으로 이동하는 연결고리는 죽음과 만나게 되며, 죽은 자들과의 사랑은 과도한 성적 욕망에 대한 징벌처럼 제시된다[11].’

<두 개의 사랑>에서 루이의 집착과 클로에의 각성은 잔혹성으로 나타난다. 루이는 과거 쌍둥이 형 폴에 대한 애증으로 인해서 폴의 과거 여자친구 상드라 쉥케르를 강간하고, 폴의 현재 여자친구 클로에에게 폭력적인 성행위, 지나친 집착, 죽음의 협박으로 잔혹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실상 상드라가 남자친구의 쌍둥이 동생 루이를 욕망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잔혹성을 띠는 행위가 관능적인 색채와 성적 욕망에 대한 징벌처럼 제시된다.

클로에도 남자친구의 쌍둥이 동생과 성행위를 한다는 죄책감을 느끼자 자신의 욕망은 은폐하는 반면 루이의 잔혹성과 살인 위협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욕망, 잔혹성, 죽음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클로에가 탐욕스런 입술을 가진 히스테리 환자이며 쌍둥이와 씹하는 것을 좋아하는 상드라와 비슷하다’라고 루이가 말하자, 클로에는 루이에게 분노하여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그래서 루이에 대한 클로에의 살인은 사실상 클로에 자신에게 내재된 금지된 욕망에 대한 규범적 가치관의 처벌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에 대한 클로에의 욕망 혹은 클로에에 대한 루이의 욕망은 결국 과도한 집착, 폭력적인 성행위, 살인에 의한 죽음이라는 잔혹성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사랑>에서 고양이의 이미지는 성적 욕망, 욕망의 잔혹성, 쌍둥이의 죽음 등의 의미를 나타낸다. 첫째, 클레에가 폴/루이 쌍둥이 형제에 대해 욕망을 느낄 때마다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고양이는 클로에의 성적 욕망을 상징한다. 둘째, 루이의 ‘식인 쌍둥이’ 고양이는 ‘식인 쌍둥이’ 클로에를 암시한다. 루이가 클로에에게 ‘자신의 고양이는 쌍둥이 XXY를 가지고 있는 종이며, 태아 상태의 형제자매를 갖고 있는 식인 쌍둥이이다.’라고 설명한다. 셋째, 루이가 죽은 고양이의 심장을 꺼내 클로에에게 보내는 장면은 루이의 잔혹성, 죽음의 위협, 쌍둥이의 죽음을 암시한다. 넷째, 클로에와 폴의 침실에 고양이 말로, 폴의 쌍둥이 동생 루이, 클로에의 쌍둥이 동생 상드라가 차례대로 나타나는 장면은 쌍둥이의 존재, 금지된 욕망, 죄책감을 암시한다.

2. 미궁의 거울: 숨겨진 비밀과 죄책감의 죽음

<두 개의 사랑>은 고양이, 루이, 상드라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면서 죽음의 전이를 보여준다. 루이의 죽음에 대한 클로에의 죄책감은 사실상 상드라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발현된 것이다. 클로에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상드라를 먹어 치워 죽게 만든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폴의 쌍둥이 동생 루이와 불륜을 저지르고 죽게 만든 가해자이기도 하다. 클로에는 폴의 쌍둥이 동생 루이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쌍둥이 동생 상드라를 살해한 사실을 되새기면서 스스로를 처벌한다. 쌍둥이 남동생 살해는 바로 쌍둥이 여동생 살해의 환유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욕망에 대한 억제이다.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자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루이의 말은 진실에서 거짓으로 변하고, 클로에의 거짓말은 진실로 변한다. 클로에는 여동생이 없지만 클로에의 배 속에는 태아 형태의 쌍둥이 여동생이 들어 있다. 그리고 클로에가 욕망하지만 행하지 않아서 심인성 복통이 생긴 것이 아니라, 복통의 원인인 혹덩어리(= 쌍둥이 자매)가 실제로 있었다. 클로에가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을 강간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상은 나중에 루이의 상드라에 대한 강간과 클로에에 대한 폭력적 성행위를 암시한다. 클레어의 질과 자궁 검사는 자궁으로 연결되는 길, 배 속에 든 쌍둥이의 존재를 암시한다. 폴/루이에 대한 클로에의 욕망, 루이/상드라의 죽음에 대한 클로에의 죄책감은 점점 혼란과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거울의 복제와 좌우 전도의 이미지는 쌍둥이의 존재와 숨겨진 비밀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첫째,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는 클로에와 폴을 보여주는 장면은 거울을 통해서 두 쌍의 앞모습과 뒷모습으로써 나타남으로써 쌍둥이의 존재, 숨겨진 비밀을 암시한다. 둘째, 루이와 클로에 앞에 폴이 나타나자 클로에가 당황하는 장면은 쌍둥이의 흡수라는 숨겨진 비밀을 암시한다. 거울에 비친 클로에의 옆 거울 앞에 선 폴과 루이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다가 나중에는 폴과 루이의 옆모습이 겹쳐지면서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합쳐진다.

<두 개의 사랑>에서 질, 자궁에 대한 익스트림 클로즈업, 클로즈업은 배 속에 있는 쌍둥이의 존재를 암시한다. 복통을 호소하는 클로에의 질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의사가 가벼운 감염이라고 말해주지만 클로에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쌍둥이로 인해 복통이 생겼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클로에의 자궁 초음파 영상의 클로즈업 장면은 영상 속의 태아 모습을 여러 개로 겹쳐 기하학적인 무늬처럼 제시하여 분열적 이미지를 암시하며, 흑백 화면에 클로즈업해서 다가가면서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을 준다.

3. 훼손된 거울: 냉혹한 시선과 죽음의 처벌

<두 개의 사랑>은 쌍둥이 아우, 즉 루이의 죽음과 상드라의 죽음을 통해 클로에의 죄책감에 내재된 어머니의 냉혹한 시선을 드러낸다. 루이의 죽음은 두 가지 의미의 처벌을 의미한다. 우선, 클로에는 루이를 성폭행 가해자로 만들고 자신이 루이를 살해함으로써, 루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각성된 자신의 욕망을 처벌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클로에가 루이를 죽음으로써 처벌한 것은 과거 상드라와 현재 자신에게 루이가 불러일으킨 욕망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다음으로, 클로에는 폴의 쌍둥이 동생 루이에 대한 살인으로 자신의 쌍둥이 동생 상드라의 살인을 다시 재현한다. 상드라의 죽음에 대한 클로에의 죄책감은 루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현된다. 상드라는 ‘상상’에서 폴의 예전 여자친구, 루이의 강간 피해자, 사고로 인한 반신불구 장애인이며, 동시에 ‘현실’에서 클로에의 쌍둥이 여동생, 기생 쌍둥이이자 죽은 피해자이다.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을 먹어 치웠다는 클로에의 죄책감이 폴의 쌍둥이 형제에 대한 과도한 성적 욕망과 그로 인한 죄책감의 형태로 나타난다.

클로에는 폴의 정신과 진료에서 어머니가 예쁘고 자유롭고 똑똑하지만 친밀감이 없으며, 어머니가 자신을 감시하고 심판하는 느낌이며, 어머니의 냉혹한 눈길은 사랑이 없어서 배 속에 아픔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감시와 심판은 바로 루이의 죽음과 상드라의 죽음에 대한 여주인공 자신의 죄책감의 발현이다. 어머니의 존재는 종교와의 등가성이 있기 때문에 성적 욕망과 관능적 유혹을 느낄 경우에 어머니의 감시와 심판을 의식하게 된다. 쌍둥이 자매 흡수에 인한 죄책감, 감시와 심판의 냉혹한 눈길에 의해서 훼손된 클로에의 자아는 분열로 이어진다.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모티브는 거울 이미지와 미장센을 통해 심리적 상처의 폭주와 죽음의 처벌을 보여준다. 루이의 죽음은 클로에 자신의 금지된 욕망과 관련되며, 상드라의 죽음은 클로에의 금지된 욕망을 투사해서 죄를 뒤집어쓰는 희생물의 의미를 보여준다. 거울은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감추어둔 상처를 드러내고 잔혹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상처가 폭주한다. 영화의 기호와 심리에서 ‘세계에서 소외된 인물들이 거울을 통해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폭주한다[12].’ 거울을 통해 클로에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죽은 쌍둥이 얼굴을 보게 된다. 여주인공은 거울의 반영적 이미지와 자아의 분신으로 인해서 죽음의 처벌에서 주체이자 대상이 된다.

<두 개의 사랑>은 미장센과 의상을 통해 쌍둥이 모티브의 흡수, 거부, 분열이라는 세 가지의 의미 변화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첫째, 미술관의 검은색 벽 앞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클로에가 앉아있는 장면[사진 4]은 검은색의 벽이 검은색의 클레어를 흡수하는 느낌을 통해 쌍둥이 자매의 흡수를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암시한다. 둘째, 흰색 벽 앞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클로에가 앉아있는 장면[사진 5]은 클로에의 흡수에 대한 어머니의 거부와 심판을 의미한다. 클로에가 혼자 튀어나와 보이는 모습은 흡수를 거부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나중에 이상한 무늬의 상상적 이미지로 미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셋째, 흰색 벽 앞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미술관 직원이 좌우로 앉아있는 장면은 클로에가 똑같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중앙에서 걸어 들어오는 행위를 통해 한 명이 세 명으로 분열되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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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클로에가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장면(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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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클로에가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장면(거부)

Ⅳ. 환상: 정신적 방어와 파편화된 거울

1. 꿈꾸는 거울: 비정상적인 욕망의 충동과 억제

<두 개의 사랑>에서 꿈은 현실의 억제를 표출한다. 자아의 욕망은 현실적 자아에게 가해지는 억제로 인해서 꿈의 환상적 자아로 표현된다. 쌍둥이 모티브는 자아의 억제를 꿈으로 표출해 냄으로써 자아와 그림자라는 상충되는 요소를 보여준다. 루이는 폴의 그림자이고, 상드라는 클로에의 그림자이다. 클로에가 자신의 현실에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루이에 대한 욕망과 상드라에 대한 죄책감을 꿈의 영역에서 계속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평온 상태를 위협하는 감정을 표출해 낸다. 클로에의 네 가지 꿈은 현실적 자아의 억제와 환상적 자아의 표출을 보여준다.

처음에 클로에는 정신과 의사인 폴에게 자신이 꾼 두가지의 꿈에 대해서 말한다. 첫 번째는 클로에가 자신의 배가 커져 터질까봐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을때, 의사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신의 질을 들여다보자, 클로에가 강간을 당할까봐 두려워 다리를 오므리는 꿈이다. 이 꿈은 루이에게 강간당하는 상드라와 클로에의 배 속에 들어 있는 기생 쌍둥이 상드라라는 두 인물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현실에서 억제된 욕망의 잔혹성과 쌍둥이 자매의 죽음을 암시한다. 두 번째는 폴/루이 쌍둥이 형제가 클로에를 유혹하는 꿈이다. 이 꿈은 폴/루이 쌍둥이 형제에 대한 클로에의 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이러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꿈 모두 앞으로 상상으로 벌어질 일의 복선 역할을 한다.

나중에 클로에는 루이와 정신과 상담을 한 후와 자신의 기생 쌍둥이 상드라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 두 가지 꿈을 더 꾸게 된다. 세 번째는 클로에와 폴이 성행위를 나누는 침실에 루이가 걸어 들어와서 세 명이 스리섬을 하는 꿈이다. 이는 쌍둥이 형제인 폴과 루이에 대해 동시에 관능적 유혹을 느끼는 클로에의 성적 욕망을 반영한다. 네 번째는 클로에와 폴이 성행위를 나누는 침실에 나체의 상드라가 걸어 들어오는 꿈이다. 클로에와 폴/루이 쌍둥이 형제의 스리섬 꿈이 쌍둥이 형제에 대한 클로에의 성적 욕망을 반영한다면, 폴과 클로에/상드라 쌍둥이 자매의 스리섬 (암시) 꿈은 기생 쌍둥이 자매 상드라에 대한 클로에의 죄책감을 반영한다.

2. 파편화된 거울: 모순된 인격과 정신적 분열

분열은 ‘정신분석 이론에서 정신적 평온상태를 위협하는 중요한 감정들을 억제하고, 분열시키고, 차단시키려고 생각하는 원초적인 방어과정이며, 이 기제는 한사람이 그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벗어나서 ‘파편화된 자아’로 발전하도록 돕는다[13].’ <두 개의 사랑>에서 클로에는 심리적 상처의 폭주와 타자의 냉혹한 눈길로 욕망의 억제, 차단, 분열이라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며, 이러한 자아의 분열은 쌍둥이의 반영적 이미지와 분신으로 나타난다.

<두 개의 사랑>에서 여주인공과 쌍둥이 여동생의 분열, 현실적 자아와 상상적 자아의 분열 등은 거울의 반영과 분열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영화에서 거울 장면은‘유리창에 비치는 얼굴, 클로즈업과 얼굴을 통한 반사적 이미지, 거울을 통해 자신과 마주치기 등을 통해서 인물이 관찰의 주체에서 대상으로 바뀜으로써 분열된 주체와 정체성의 혼란을 표현한다[14].’ 거울은 빛을 이용하여 외형을 반사시켜 주면서 동시에 거울을 바라보는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준다. 자아는 거울 앞에 있는 자신과 거울 속의 자신으로 분열되어 현실의 자아와 거울의 자아로 인한 격리성과 이중성을 보여준다. 전반부에서는 클로에를 비추는 내면의 투영과 함께, 폴, 루이, 상드라 어머니와의 격리성, 이중성을 표현한다. 후반부에서는 클로에/상드라 쌍둥이 자매와 폴/루이 쌍둥이 형제의 거울 속 다중의 이미지로 인물의 분열을 보여준다.

쌍둥이 모티브는 파편화된 거울을 통해서 자아의 혼란, 관계의 혼란, 자아의 분열이라는 세 단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첫째, 루이의 진료실 앞 여섯 개의 거울 속에서 여섯 개의 클로에의 모습이 나타나는 장면[사진 6] 은 연인의 거짓말과 쌍둥이의 존재를 알게 된 클로에의 혼란을 보여준다. 둘째, 클로에가 화장실에 가서 화장하는 여자를 쳐다보는 장면, 클로에가 상드라 집에 들어가는 장면 등에서 거울을 통해 클로에가 여러 개로 나누어지면서 관계의 혼란, 자아의 분열을 나타낸다. 셋째, 클로에가 루이를 총으로 쏘는 장면[사진 7]에서, 루이의 모습이 거울에서 여러 개로 나누어지고 총을 맞으면서 거울이 조각나면서 자아 분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사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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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클로에가 루이의 진료실로 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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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클로에가 루이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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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루이가 총을 맞으며 거울이 조각나는 장면

침실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쌍둥이 형제나 자매의 출현은 거울 이미지처럼 미장센을 통한 분열을 보여준다. 클로에가 두 명으로 나누어져 폴/루이 형제와 스리섬을 하는 장면은 쌍둥이 자매의 흡수와 클로에의 분열을 암시한다. 어둠 속에서 성행위를 하는 클로에와 폴에게 검은 옷을 입은 루이가 다가와 폴과 키스한다[사진 9]. 처음에는 침대 위에서 클로에를 중심으로 폴과 루이가 애무하고[사진 10], 나중에는 클로에의 얼굴이두 개로 나뉘어져 클로에가 폴과 루이와 각각 키스하고[사진 11], 마지막에는 클로에의 몸 전체가 두 개로 나뉘어져 클로에가 폴과 루이와 각각 성행위를 한다. 그리고 클로에의 상상 속에서 어린 시절의 폴과 루이가나타나 두 명에서 네 명으로 나누어지면서 자아의 분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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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폴과 루이 쌍둥이 형제가 키스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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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 폴/루이 쌍둥이가 클로에를 애무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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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분열된 클로에가 폴/루이와 키스하는 장면

3. 상상의 거울: 현실적 자아와 환상적 자아

<두 개의 사랑>의 후반부에서 폴의 쌍둥이 남동생 루이와 폴의 예전 여자친구 상드라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관객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 상상이었는지 혼란을 느끼게 된다. 클로에의 상상이 밝혀지면서 진실과 거짓은 전도된다. 쌍둥이나 형제가 없고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뀌었다는 폴의 거짓말은 사실상 진실이고, 쌍둥이의 존재와 상드라의 관계를 말한 루이의 진실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거짓이다. 클로에가 병원에서 수술받는 장면부터 상상이 끝이 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 폴의 쌍둥이 동생 루이와 옛 여자친구 상드라는 사라진다. 하지만 클로에와 폴이 성행위를 할 때 이번에는 클로에의 죽은 쌍둥이 동생이 상드라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클로에의 상상의 세계가 다시 시작되며 자아 분열이 점점 심화된다.

클로에의 꿈과 상상은 욕망의 자리와 환상의 윤리를 보여준다. 작품에서 ‘현실의 자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 하게 만들거나 서로 경합하고 다투게 하는 속성을 지니는 데 반해, 환상의 자리는 주체 고유의 공간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성격을 갖는다[15].’ 쌍둥이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환경을 공유하여, 의지, 협력과 비교, 질투, 경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여준다[1].’ 클로에는 폴의 자리를 대체할 혹은 폴의 옆자리를 차지할 루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죄책감으로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혹은 자신의 옆자리를 차지할 상드라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두 개의 사랑>에서는 바로 이러한 쌍둥이의 두 가지 상반되는 특성은 한 인격의 모순된 두 가지 측면을 나타낸다. 영화의 쌍둥이 모티브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쌍둥이라는 존재는 사실상한 인격에 내재된 모순된 두 측면의 충돌과 그 모순을 보완하는 상보성을 보여준다[8].’ 현실의 자리와 환상의 자리는 대체적이고 상보적이지만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는 자리이다. 현실의 자리는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빼앗기는 자리이기 때문에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만들거나 경합하고 다투게 하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욕망을 은폐하게 만든다. 반면에, 환상의 자리는 환상 속의 욕망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고 타자를 욕망하거나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수 있으며, 그러한 욕망으로 인해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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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쌍둥이 자매 상드라가 클로에와 폴의 성행위를 지켜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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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3. 상드라가 유리창을 깨는 장면

<두 개의 사랑>에서는 클로에가 자아의 분열 단계를 거쳐 현실적 자아인 클로에와 환상적 자아의 상드라로 나누어지고, 이 두 자아가 대면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결말 부분에서 클로에와 폴이 있는 침실에 클로에의 쌍둥이 상드라가 나타나는 장면에서 클로에의 분열된 자아는 현실과 상상으로 이분화 되는 것에서 나아가 현실과 상상의 혼재를 보여준다. 클로에와 상드라는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쳐다본다[사진 12]. 거울은 빛을 이용하여 물체의 모습을 비추지만, 유리 뒷면의 아말감을 발라그 어둠을 이용해서 자신을 비추게 만든다는 점에서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어두운 밤이 아말감 역할을 해서 거울처럼 유리창 이미지를 반사하게 만들어 유리창 건너편의 클로에와 유리창에 비친 상드라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때 상드라가 자신과 클로에를 가로막는 유리창을 깨뜨림으로써 현실적 자아와 환상적 자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사진 13].

V. 쌍둥이와 거울: 욕망/죽음/환상의 상관관계

<두 개의 사랑>은 욕망, 죽음, 환상이라는 세 가지 쌍둥이 모티브를 관능적 유혹의 거울, 처벌의 거울, 파편화된 거울이라는 세 가지 거울 이미지로 표현한다. 첫째, 폴/루이 쌍둥이 형제 모티브에서 욕망은 선/악, 규범/욕망의 이중성을 관능적 유혹의 거울 이미지로 표현한다. 둘째, 클로에/상드라 쌍둥이 자매 모티브에서 죽음은 욕망의 잔혹성, 숨겨진 비밀과 죄책감, 냉혹한 시선을 처벌의 거울 이미지로 표현한다. 셋째, 폴/루이 쌍둥이 형제와 클로에/상드라 자매 모티브에서 환상은 비정상적인 욕망의 억제, 모순된 인격과 분열, 현실적/환상적 자아를 파편화된 거울 이미지로 표현한다. <두 개의 사랑>은 선과 악, 규범과 욕망, 자기정체성 등의 쌍둥이 모티브를 욕망하는 주체, 상처의 치유와 폭주, 자아의 반영과 분열 등의 거울 이미지로 다양하게 나타낸다.

<두 개의 사랑>에서 쌍둥이 모티브는 경쟁담과 상보성을 보여준다. ‘형제 서사 유형의 세 가지 패턴은 경쟁담, 협력담, 상보성이다[8].’ 이 영화는 쌍둥이 형제와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한 인격에 내재된 모순된 두 측면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리고 경쟁, 살인, 질투, 근친상간, 거짓말을 중심으로 경쟁담과 함께 대체할 수 있는 쌍둥이를 통해 상보성을 보여준다. 쌍둥이 남동생은 쌍둥이 형의 여자친구를 욕망하다가 죽음을 당하고 쌍둥이 여동생은 쌍둥이 언니와 좁은 자궁 안에서 생존의 경쟁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다. 보수/진보, 안정/모험, 남성/여성, 선/악, 이성/감성 등 쌍둥이의 대비되는 성격적 특성은 클로에의 인격에 내재된 모순된 두 측면의 충돌을 보여준다. <두 개의 사랑>에서는 이러한 쌍둥이의 경쟁담과 상보성, 나아가 한 인격 내의 모순과 충돌이 간접적이고 왜곡된 시선,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거나 폭주하는 공간, 자아의 반영과 분열, 인물의 혼란과 이 중성, 사물을 보고 비추는 반영성 등 풍성한 거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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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성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 속의 거울 이미지," 스토리앤이미지텔링, 제3권, pp.9-37, 2012.
  7. 츠베탕 토도로프, 최애영(역), 환상문학서설, 일월서각, pp.254-26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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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김남석, "한국 여성영화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거울'과 '새장' 모티브 연구," 공연문화연구, 제40권, pp.37-70, 2020.
  10. 박현선, "거울 저편에 : 한국 식민지시기 모더니즘적 텍스트에 나타난 정동과 자기반영성," 영상예술연구, 제19권, pp.39-6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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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박수미, "스탠리 큐브릭 영화의 기호와 심리," 현대영화연구, 제24권, pp.229-254, 2016.
  13. '분열,' 다음백과 사회복지용어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3XXXXX00253, 2020.6.29
  14. 이주봉, "<마더>에 나타난 영화의 성찰성: 클로즈업과 얼굴을 중심으로," 문학과영상, 제14권, 제2호, pp.301-325, 2013.
  15. 손성우, "영화 <기생충>의 욕망의 자리와 환상의 윤리," 영화연구, 제81호, pp.89-122,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