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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Discourse Analysis on Drug Addiction

마약 중독에 대한 비판적 담론 분석

  • 신선희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Received : 2022.07.26
  • Accepted : 2022.08.17
  • Published : 2022.09.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find out what discourse the newspaper's articles produce and distribute about 'drug addiction' and to reveal the topography and meaning of the discourse. Data were collected by searching 'drug' 'drug addiction' as keywords for news articles in four daily newspapers in Korea. As a result of analyzing using Norman Fairclough's critical discourse analysis, first, the 'crime-punishment' discourse was dominant in textual analysis. Drug addiction is a social evil and a serious crime such as sex crimes, child crimes, and violence, so it should be strictly punished. Second, in the discourse practice analysis, drug addiction is a mental disease that needs treatment, so systematic management by the state is required. Third, in the socio-cultural practice analysis, drug addiction is a means of making money for economic benefit, is related to corruption of political power, and is an object that should be strongly controlled to prevent drug crimes from threatening the foundation of the state. Culturally, drug addiction stems from the motivation of pleasure seeking, and is the result of moral degradation. Through this analysis, the conversion to the 'disease-treatment' discourse and drug policies centered on treatment and rehabilitation were suggested as alternatives.

이 연구는 신문의 뉴스 기사가 '마약 중독'에 대해 어떤 담론을 생산·유통하는지 알아보고, 그 담론의 지형과 의미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국내 4개 일간지 신문의 뉴스기사를 대상으로 '마약', '마약 중독'을 키워드로 검색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페어클로(Norman Fairclough)의 비판적 담론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첫째, 텍스트 분석에서 마약 중독은 '범죄-처벌' 담론이 지배적이었다. 마약중독은 사회악이자 성범죄, 아동범죄, 폭력과 같은 중범죄이므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담론실천 분석에서 마약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 즉 정신질환이므로 국가에 의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에서 마약 중독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돈벌이 수단이자, 정치권력의 부패와 관련이 있으며, 마약범죄가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문화적으로 마약 중독은 쾌락 추구의 동기에서 비롯되며, 도덕적 타락의 결과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마약 중독의 지배 담론인 '범죄-처벌'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질병-치료' 담론으로의 전환과 치료·재활 중심의 약물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Keywords

I. 서론

코로나19 팬데믹(2020.3.)이 시작되기 직전 우리사회에는 클럽 ‘버닝썬’ 게이트(2019.4.), 국제보건기구(WHO)에 의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2019.5.25) 및 담배사업법 합헌 결정(2015.5.11.)에 따른 논란이 있었고,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이 주취감형을 받아 석방(2020.12.12.)된 사건이 있었다. 각각 마약, 게임, 담배, 알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중독과 관련한 행위는 많은 경우 형법적 문제가 된다. 마약이나 도박 중독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행위 그 자체가 구성요건이 되기도 하고, 또는 다른 범죄의 책임감면 사유가 되거나, 범행동기로서 양형상 가중사유로 고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왜 특정 유형의 중독은 불법의 구성요건이 되는 반면, 또 다른 유형의 중독은 책임감면 요소로 고려되는지에 관하여 객관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마초와 같은 (연성)마약중독을 비범죄화 해야 한다는 주장과 알콜 중독으로 인한 범죄의 경우 책임을 감경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해야 한다는 상반된 논리의 주장이 모두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제기되는 것이다[1].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물질인 마약, 담배, 알콜 등이 어떤 것은 불법 약물로, 또 다른 것은 합법 약물로 규정된 이유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마약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마약 중독’에 대한 우리사회의 담론의 지형을 확인하고, 그 의미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마약중독(자)에 대해 우리사회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해서 ‘마약 비범죄화’나 ‘마약 합법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마약중독자가 경험하는 차별과 사회적 배제, 낙인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마약중독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의 밑바탕에는 마약중독에 대한 담론이 자리 잡고 있다. 담론은 현상에 대한 이해와 태도, 사회적 조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마약중독처럼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주류 담론의 힘은 막강하다. 담론은 현실을 반영하는 언어적 구성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현실을 규정하고 해석함으로써 현실을 재구성해내는 효과를 발휘한다[2].

마약중독자의 경우, 일반 대중이 쉽게 만나거나 접촉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주로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에 의존한다. 특히 언론매체가 표현하고 재현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이미지는 그 대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일반 대중에게 마약중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그 지식에 기반하여 태도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신문의 뉴스 기사가 마약중독에 대해 어떤 담론을 제시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신문기사가 생산․유통․소비하는 마약중독 담론을 살펴보는 것은 그 안에 반영된 우리의 인식과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구성되고 재생산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마약중독과 관련하여 사회복지계에서는 지금까지 이러한 담론의 힘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며, 마약중독에 관한 강력한 지배담론(=범죄)이 재구성한 현실 안에서 움직여왔다. 마약중독에 대한 국내의 선행연구들은 주로 마약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과 정책, 마약중독 예방 및 마약범죄 예방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마약중독에 대한 담론을 연구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신문의 뉴스기사에 나타난 마약중독 담론을 페어클로(Norman Fairclough)의 비판적 담론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비판적 담론 분석은 페어클로와 반 다익(van Dijk)을 중심으로 체계화된 접근으로 서, 주로 미디어 담론과 그 사회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담론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와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페어클로가 제시한 분석틀은 담론의 층위를 텍스트의 언어학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텍스트 분석, 텍스트의 생산 및 소비과정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담론실천 분석, 텍스트와 담론실천에 작용하는 사회구조, 조직, 제도적 상황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의 세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3].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우리나라 대중매체, 특히 신문 기사에 나타난 ‘마약 중독’ 담론의 지형을 확인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둘째, 신문 기사가 생산․ 유통․소비하는 ‘마약 중독’의 지배적 담론인 ‘범죄-처벌’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질병-치료’ 담론으로의 전환 및 치료·재활 중심의 약물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마약 중독의 개념

우리나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하면 ‘마약류’ 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하며, 이중에 ‘마약’이란 양귀비·아편·코카잎 및 그로부터 추출되는 모든 알카로이드 및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을 의미한다. 즉 마약(narcotics)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로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를 마약이라고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하나 정확한 용어는 ‘마약류’이 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마약류는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의존성), 사용약물의 양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내성), 약물사용을 중지하면 신체에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 (금단증상), 그 피해가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된다[4].

흔히 약물1이라고 하면 ‘마약류’로 통칭되는 헤로인, 코카인, 대마류, 메스암페타민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약물은 체험 또는 의식의 변화 등 특정한 작용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사용되어지는 정신활성 물질(psychoactive substance)로 정의된다. 여기에는 기호품으로 지칭되는 담배, 커피, 술과 의약품에 속하는 신경안정제, 흥분제뿐만 아니라 공업생산품에 속하는 가스나 본드, 그리고 불법약물로 정의된 마약류가 속한다.

약물사용은 사용자의 일상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체험과 의식의 변화를 위해서 또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약물사용을 주기적으로 반복할 경우 약물의존이나 약물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물의존은 약물을 지속적, 주기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약물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의존성이 발달하여 약물사용자가 약물사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약물중독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약물사용에 대한 강한 갈망과 통제 불가능성으로 특징 지워지는 강박적인 약물사용의 상태를 나타낸다. 즉 약물사용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으로 해로운 결과에 직면하면서도 약물사용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심한 육체적, 심리적 약물의존의 상태이다[5]. 본고에서 ‘마약 중독’ 개념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거하여 마약, 향정신성의약 품, 대마를 포함한 일체의 불법 약물과 그로 인한 중독으로 제한하였다.

2. 마약(류) 사용자의 특성

마약(류) 사용사범은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라는 특성이 있다. 범죄로 규정된 행위를 저지른 점에서는 범죄자이지만 마약의 사용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피해자로도 볼 수 있다. 범죄는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마약류 사용사범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즉 자신 외의 별도의 피해자가 없다는 점에서 처벌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 마약류 사용사범에 대한 비범죄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복지 관점에서 마약류 사용사범을 범죄자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6]. 마약류 남용은 정신질환의 하나로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 류체계(ICM-11) 및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도 등재되어 있어서 치료를 배제한 처벌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약사용자들은 사회적으로 은폐되어 있으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다양한 누적적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기 전까지 치료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도움을 찾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법약물 사용자에 대해 부정적 정서가 강한 문화적 특성 때문에 마약사용자를 대면하고 치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체계는 현재로서는 사법체계가 유일한 통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약사용자는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알콜중독자나 게임중독자, 도박중독자보다 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복지 분야마저도 이들에 대한 개입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중독영역에서도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는 마약사용자에 대한 사회복지적 관심의 확대와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7].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와의 접촉을 전면 금지하고 법 위반을 실형으로 처벌하는 마약금지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마약공급자는 물론 마약사용자까지 엄격한 법 집행과 처벌을 통하여 범죄화 하는 단속위주의 마약금지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처벌위주의 마약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마약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강력한 범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마약류사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재범률2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처벌위주의 공급 억제적 마약정책에서 탈피하여 마약사용자들에게 치료와 재활의 기회를 부여하는 수요 억제적 마약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처벌위주의 약물금지 정책만으로 약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성이 제기되면서 여러 가지 약물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8].

3. 선행연구 고찰

마약중독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우선 마약중독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마약중독의 치료·재활 실태 및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이정태는 약물남용의 원인과 진행단계를 규명하고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9], 이종세·박경숙은 마약중독의 치료 및 재활 실태 분석을 통해 문제점과 예방대책을 제시하였다[10]. 박상규는 마약중독자의 치료동기와 자기이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11], 강선경·윤형준은 치료공동체적 접근법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교도소 내 치료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제안 했다[12]. 김은영은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마약사범의 특성 및 문제 유형별 분류를 통해 대상 집단과 선정기준을 구체화하고 이를 근거로 선별 절차를 제도화할 것을 주장했다[13].

이어서 마약중독 범죄와 마약중독에 대한 치료 및 재활정책으로 연구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지영환은 마약중독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마약류에 대한 엄격한 법적 통제와 마약 중독자에 대한 처벌 강화, 그리고 대체 의료교정을 제시하였다[14]. 안상원·권일용은 마약투약 후 환각상태에서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급증하므로,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와 마약범죄에 대처하는 독자적 전문기관의 설치를 제안했다[15]. 구효송·신승균 역시 마약범죄에 대한 실태분석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와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16].

한편, 이처럼 마약중독(자)를 범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장한 연구와 달리, 마약중독에 대한 치료 및 재활정책을 강조한 연구들이 나타났다. 조성남은 약물남용자의 치료 및 재활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향으로 ‘약물법원’의 도입, 적극적 예방과 치료·재활, 치료보호제도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17]. 박성수 역시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제도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처벌 대상이 아닌 치료적 접근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18]. 박영수와 박진실도 기존의 단속과 통제정책에서 벗어나서 예방·홍보 및 치료· 재활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이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과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20].

최근에는 마약중독의 예방정책에 대한 연구와 마약 사용 및 회복 경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은자·이정아는 약물사용 예방에 대해 1차 예방, 2차 예방, 3차 예방으로 구분하고, 3차 예방인 재활·치료와 사회복귀에 대한 지원을 주장했다[21]. 박성수와 이한덕은 청소년 마약류사범의 증가를 지적하면서 청소년의 약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학교중심의 예방교육과 지역사회 협조를 통한 유해물질 단속 등 공급차단 전략을 제시했다[22][23].

마약중독자의 마약 사용 및 회복 경험에 대한 연구는 주로 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수행되었는데, 장정연과 유숙경은 각각 현상학적 연구방법과 근거이론 접근을 통해 약물사용 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탐색하였다 [24][25]. 강선경·양동현·문진영은 마약중독자의 재발 경험에 대한 질적 내용분석을 통해 마약중독자의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사회적 차원에서의 요인을 규명하였다[26]. 김진숙은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여성 마약중독자가 단약 후 유지·재발 및 회복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규명하였는데, 특히 영성(spirituality)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 났다[27]. 임해영·김학주 또한 회복기 마약중독자의 영성 체험을 ‘신적 존재와의 관계 체험’, ‘내재적 초월 경험’이란 주제로 분석하고, 신적 존재와 종교공동체가 회복기 중독자들에게 중요한 의지처가 됨을 확인하였다 [28]. 윤현준·임해영·이남경은 3년 이상 단약을 하고 있는 여성 마약중독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하여 회복체험의 의미를 탐색한 결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약물을 원하는 갈망 사이에서 지속적인 심리 내적 갈등, 중독자로 살면서 무너진 삶의 일상성 복원,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하였다[29].

이외에 마약중독자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표상연구도 진행되었는데, 권혁민·이주현 등은 마약류 중독자를 범죄자가 아닌 환자로 인식하는 것이 삶에 대한 태도와 치료 경험, 향후 치료계획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고, 마약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30]. 임해영·이병호 등은 마약중독자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표상되는지를 인터넷 뉴스기사에 대한 질적 내용분석을 한 결과,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감정적 인식, 차별적 인식, 온정주의적 인식을 도출하였다[31].

이상의 선행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까지 마약중독에 대한 담론에 주목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또한 연구의 대부분은 마약중독자에 대하여 법적 처벌보다는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전문 연구자들에 의한 학문적 연구와 달리 언론매체에서는 여전히 마약중독에 대하여 선정적, 고발적 기사를 쓰거나 심각한 사회문제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신문의 뉴스기사에서 마약중독에 관하여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어떠한 어휘를 사용하여 담론을전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방법: 페어클로(Fairclough)의 비판적 담론 분석

담론(discourse)이란 일반적으로 문장보다 긴 의미의 집합체(textual unit) -예컨대 문단-을 의미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특정한 시각이나 입장을 담은 발화자의 텍스트와 이야기들의 집합을 지칭한다 [32]. 담론분석은 공통의 방법론적 전제나 절차를 지닌 하나의 연구방법이 아니다. 학문공동체 내에서 담론분석은 서로 다른 네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언어학, 인지 심리학, 사회언어학 내에서의 담론분석과, 문학이론을 위시한 후기구조주의적 접근의 담론분석이 그것이다. 이는 크게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시적 접근은 문장이나 발화들이 어떻게 하나의 담론(대화, 이야기, 텍스트)으로 결합되는가에 관심을 둔 담론구조 분석, 담론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관심을 둔 인지구조 연구, 그리고 일상공간에서 언어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심을 두는 말차례(turn-taking), 담화구조 연구 등이 그 예 이다. 거시적 접근의 예로는 푸코의 ‘광기의 역사’ 등이 있다. 미시적 분석은 구체적인 대화 상황이나 문장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반면, 거시적 접근(후기구조주의적 분석)은 구체적 문장이나 대화보다는 특정 시대 특정 진술의 체계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배제함으로써 권력과 관련을 맺는가를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러한 각각의 담론분석 방법은 미시적 담론의 과정이 거시적인 사회구조와 어떠한 관련을 맺는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3].

비판적 담론분석은 바로 이점에 주목하여 언어에 대한 미시적 분석과 거시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분석을 결합하고자 하였다. 특히 페어클로(Norman Fairclough) 의 비판적 담론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은 주로 미디어 담론과 그 사회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담론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와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가 제시한 분석틀은 텍스트 분석, 담론실천 분석, 사회문화적 실천 분석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33].

첫째, 텍스트(text) 분석은 전통적으로 언어학 혹은 사회언어학에서 주로 행해온 미시적 분석으로, ‘어휘’ ‘문법’ ‘결합(cohesion: 접속사)’ ‘텍스트 구조’ 등에 대하여 이루어진다.

둘째, 위의 텍스트 분석이 주로 한 텍스트 내의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면, 담론실천(discourse practice) 분석은 텍스트의 상호작용적 측면, 즉 개별 텍스트들이 생산, 분배, 소비될 때 그 과정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분석하는데 초점이 있다. 텍스트의 생산자와 소비자는 이미 사회구성원들이 내면화하고 있는 사회구조, 규범, 인습, 즉 사회구성원들의 자원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러한 규범, 인습 등을 통하여 텍스트라는 미시적 차원을 사회문화적 실천이라는 거시적 차원과 연결한다. 구체적으로 담론의 유형, 장르, 문제 등의 인습이 텍스트의 생산과 해석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이 주요한 분석 단위가 된다[33].

셋째, 사회문화적 실천(sociocultural practices) 분석은 거시적 차원의 분석으로서 미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텍스트 분석이 담론실천을 통하여 현존하는 헤게모니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재구조화하는지를 분석한다 [3][33]. 여기에는 직접적인 상황적 맥락과 그 사례가 내포되어 있는 좀 더 넓은 제도적 관행, 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넓은 ‘사회·문화’라는 틀을 수반할 수도 있다 [34].

미디어의 뉴스기사를 통해서 사회현상과 의제들을 분석한 비판적 담론분석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활용되 었다. 금연과 흡연의 담론 경쟁을 국민건강과 시민권리 사이의 긴장 관계로 분석한 연구[35], 아동학대(‘원영이 사건’) 뉴스기사를 분석하여 아동의 열악한 삶의 환경과 폭력현상을 비판한 연구[36], 자살기사 분석을 통해 정신건강과 우울증을 필두로 한 독점적 의료담론을 비판한 연구[37],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시기를 중심으로 정신장애인 담론을 분석하여 오랜 기간 폭력적이고 무능력한 존재로 표상되어온 정신장애인 담론의 부당성을 드러낸 연구[38], 청소년의 게임이용장애 기사를 분석하여 중독담론과 산업담론, 문화담론을 분석한 연구[39] 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는 페어클로가 제안한 세 가지 분석틀을 활용하여 신문기사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신문기사의 텍스트를 구체적 분석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현존하는 헤게모니(지배담론)을 재구조화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때 비판적 담론분석의 ‘비판적’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권력작용에 의해 은폐된 원인이나 연결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며, 비판적 담론분석의 소임은 권력작용에서 소외되거나 사회적 불평등의 대상이 되는 집단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포함한다[32].

2. 자료수집 방법

본고는 국내 중앙일간지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 에서 2015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 까지 6년 동안 보도된 ‘마약 중독’ 에 대한 뉴스기사를 수집․분석하였다. 분석기간을 최근 6년으로 정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마약류사범 추세가 2015년도에 11,916명으로 10,000명 선을 넘어선 뒤부터 2016년도 14,214명, 2017년도 14,123명, 2018 년도 12,613명, 2019년도 16,044명, 2020년도 18,05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국이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불법 마약거래도 위축되어 2021년도에는 16,153명으로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 다.

또한 위의 4개 신문을 선택한 이유는 신문 구독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논조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신문이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뉴스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시스템(bigkinds.or.kr)에서 ‘마약’, ‘마약 중독’ 을 키워드로 검색, 수집하였다. 분석의 편의상, 기사 내용이 마약과 무관하거나 동일한 내용을 중복 게재한 기사는 제외하였으며, 해외 뉴스나, 인사(人事), 영화나 도서 등을 소개하는 기사도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분석대상이 된 신문기사는 <경향신문> 466건, <동아일보> 415건, <조선일보> 395건, <한겨레> 235건 등 총 1,511건이었다.

표 1. 분석대상 신문기사 건수

신문의 ‘마약 중독’ 기사가 다루고 있는 주제를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마약을 밀매·유통하거나 투약하다가 경찰 및 검찰에 체포되거나 처벌받은 ‘마약사범 체포·처벌’에 관한 기사가 609건(40.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재벌(자녀) 등 ‘유명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543건(35.9%), 그리고 마약관련 정책이나 마약유통 실태 및 통계에 관한 기사가 287건 (18.9%), 마약에 관한 과학·의학적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과학·의학 정보’ 기사가 72건(4.7%)을 차지했다.

표 2. 신문기사의 내용 분류

Ⅳ. 연구결과

1. 텍스트(text) 분석: 범죄-처벌 담론

텍스트 분석은 언어학적 분석으로서 어휘 분석과 의미론, 또는 문장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 신문기사의전체 구조 같은 것들을 비롯하여 문장 이상의 텍스트조직에 대한 분석이다. 텍스트 분석에서는 ‘마약 중독’ 이라는 단어가 문장 속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어떤 단어와 함께 연결되며, 어떻게 수식되고, 비유되는지를 살펴보았다.

① 물티슈 업체 몽드드의 유정환(35) 전 대표의 마약양성 반응 소식이 알려지면서...누리꾼들은 “몽드드 제품 못 믿겠다”, “우리 애기가 마약쟁이가 만든 물티슈를 썼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마약은 정말 사회악 범죄 아닌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경향신문: 2015.01.23. 몽드드 전 대표 마약 복용 확인···몽드드 어떤 회사길래]

②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안은 성범죄, 폭력, 마약, 아동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물차 운수사업의 운전업무를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조선일 보:2018.07.26. 성범죄자 등 강력 범죄 전과자는 택배 못한 다]

③ 수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최승현씨(30·예명 탑)에게...“마약류 관련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등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에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경향신문:2017.07.20. ‘빅뱅’ 탑, ‘집행유예’ 선고로 군 복무 이어갈 듯]

④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약류 단순 투약사범 뿐만 아니라 윗선까지 추적해서 검거하고, 불법수익은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하는 등 엄정 단속하겠다” 라고 밝혔다.[한겨레:2019.03.25. 경찰, 한달 동안 마약사범 216명 구속]

기사 ①과 ②에서 마약(중독)은 ‘사회악 범죄’이며, 성범죄, 폭력, 아동범죄와 같은 ‘강력 범죄’로 표현된다. 마약에 대해 ‘범죄 담론’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뉴스기사의 특성상 사건·사고 기사가 많고, 특히 마약 밀매와 유통, 투약자에 대한 체포·처벌 기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또한 기사 ③에서처럼 마약은 투약 후 환각상태에서 다른 범죄, 즉 2차 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구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차 범죄의 건수(최근 5년간 48건)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4]. 즉 마약의 사용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일반적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마약과 범죄발생률 간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거나 불확실하다[40].

기사 ④는 마약사범에 대해 단순 투약자까지 추적, 검거하여 엄히 단속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마약류관리정책은 아직까지 강력한 통제와 엄격한 처벌위주의 범죄화 정책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3 마약관련 범죄를 감소시키기 위한 정부의 마약 단속정책의 이론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강력한 마약 단속정책은 마약의 공급을 감소시킴으로써 마약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상승된 마약가격은 마약사용자로 하여금 마약구입을 보류 또는 중지시킴으로써 마약사용을 감소시킨다. 마약사용 감소는 궁극적으로 범죄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41]. 그러나 마약사범은 계속 증가하였고, 재범률 또한 높은 수준이어서 단속 위주의 마약정책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마약중독에 대한 아래의 기사들에서는 마약과 관련된 비유 및 강조의 표현들에 주목해서 살펴보았다.

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의 유혹은 마약보다 강하다”고 경고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마약보다 음주운전 중독성이 더 강하다”며 "마약은 누구나 ‘중(重)범죄’라고 인식하지만, 음주운전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유혹’의 문턱이 낮다...음주운전에는 마약과 같은 ‘범죄의 쾌감’이 있다.[조선일보:2018.12.30. 재범률 45%…마약보다 중독성 강한 음주운전]

⑥ 마약은 호기심과 경계심, 동경과 경멸이 뒤섞인 심리적 혼합물이기도 하다. 이 물질(마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쓰면 약이지만, 남용하면 남을 해치고 자신을 망치는 치명적인 독이다. 그렇기에 권력의 속성은 마약과 같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한겨레: 2016.11.30.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⑦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교육은 비싸고, 효과도 없고, 끊을 수도 없는 마약과 같다”라며 "사교육 폐지를 위해서는 전두환이 되겠다” 라고 말했다.[동아일보: 2017.01.26. 서울대 폐지, 교육부 폐지, 사교육 철폐 공약 실현 가능할까]

위의 기사 ⑤는 음주운전을 마약과 비교하면서 ‘유혹’ ‘중독성’ ‘범죄의 쾌감’ 같은 선정적 단어를 사용하여 그 둘 간의 공통속성인 ‘범죄’를 강조하고 있다. 기사 ⑥은 마약의 남용을 타인과 자신을 해치는 치명적인 독(毒) 이라고 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마약에 비유함으로써 권력남용을 경계한다. 기사 ⑦에서는 사교육을 마약에 비유하면서 사교육의 폐지를 위해 과외금지를 했던 전두환이 되겠다고 말한 정치인의 담화를 인용하고 있다. 사교육의 철폐를 마약 단속 하듯이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의 과외금지 조치(1980.07.30.) 이후 40여 년간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계속되었으나 언제나 정부의 패배였다. 단기적 효과에만 매달려서 ‘학력·학벌주의’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4

마약단속의 효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마약단속 정책과 범죄발생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경우, 마약 단속정책은 범죄 발생건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독성이 강한 마약사범에 대한 단속의 강화는 의도치 않게 재산범죄와 강력범죄(흉악·폭력 범죄)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중독성이 약한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에 대한 단속 강화는 이들 범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단속 강화라는 공급차원의 정책 보다는 재활과 예방교육 같은 수요차원의 정책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41].

2. 담론 실천(discourse practice) 분석 : 질병- 치료 담론

담론실천(discourse practice) 분석은 매체 텍스트의 생산 및 소비 과정의 다양한 측면들을 포함한다. 즉 매체 텍스트를 생성하는데 개입되는 편집절차 같은 제도적 과정과 매체 텍스트가 생산·소비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변형(담론과정)을 포함한다[34]. 본고에서는 지난 2013년 제19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5에서 시작하여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함으로써 촉발된 ‘게임중독=질병’ 이슈가 ‘마약중독’ 담론과 어떻게 관계 맺고 변형되는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①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확정하고....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도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만큼이나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며 우리 정부의 대처를 촉구했다.[조선일보:2018.10.12.게임 중독, WHO서 병으로 인정하면 우리도 수용]

② “게임산업은 엄연한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 축이고, 일자리 창출이나 주요 수출 콘텐츠로서도 한몫을 해오고 있다”, “게임을 마약 등과 같은 중독 대상으로 관리하려는 시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경향신 문:2018.03.18.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책임 안지는 ‘게임중독’ 문제]

③ 이수정 교수는 “게임 중독은 마약·도박 중독과 비슷하다”며 “게임 의존성이 커져 쾌락을 얻으려고 범죄까지벌이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으로 심각하다”고 했다.[조선 일보:2018.01.09. 불 지르고 병원 탈출… PC방 달려간게임중독 고교생]

2013년 신의진 의원이 ‘게임중독법’을 발의했을 당시, 이 법안을 둘러싸고 제기된 문제는 법안의 필요성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광범위한 지지, 인터넷 게임을 중독 물질 또는 행위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 여부, 또는 향후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 등이 아니라, 게임을 그 자체로서 반사회적이며 범죄인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중독에 대처하는 국가의 권위주의적 관리 방식(입법과 규제)에 있었다.

위의 기사 ①은 게임중독이 마약중독만큼 중독성이 강하므로,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인정하면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기사 ②는 게임산업을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보는 입장에서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게임이용을 병리적 관점으로 보든 문화산업의 관점으로 보든 간에 두 기사는 모두 ‘마약중독=질병(정신질환)’이라는 전제 하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하여 각각 찬성과 반대 견해를 주장하고 있다.

게임이용을 마약과 같이 중독과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밑바탕에는 게임을 일탈과 연관 짓고, 건전한 정서형성 및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42].

기사 ③은 게임중독이 마약·도박 중독과 비슷해서 게임 의존성이 커지면 쾌락을 얻기 위해 범죄를 벌이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으로 심각하다는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마약중독에서 보았던 ‘범죄 담론’이 게임중독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일부 게임에서 과도한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사행성 등의 요소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게임 이용자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사회적 일탈행동에 이르게 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즉 게임 과몰입 행위와 범죄발생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43].

한편, 신문기사에서 마약중독을 질병으로, 마약중독자를 치료의 대상인 ‘환자’로 보는 것은 주로 의사, 법률가, 학자 등 전문가들의 담론이다. 아래 기사 ④와 ⑤는 약물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고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의학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④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약물중독을 질환으로 분류해치료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에는 교도소 내 치료시설을 확충하고 중독자의 치료보호를 위한 예산을 증액할것을 제안했다.[조선일보: 2019.06.04.약물 중독은 질환… 치료 방법 연구할 연구소 설립해야]

⑤ 의사 김모 씨(57)는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대인기피증, 약물 의존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술했다.[동아일보: 2015.10.15.‘추격자’의 종말]

⑥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중독은 뇌질환이기 때문에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반드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9.04.17.“정말 끊자” 이 악물고 나온 날…‘출소뽕’ 한 방에 다시 지옥행]

기사 ⑥ 역시 투약과 투옥을 반복하는 마약중독자는 혼자의 의지만으로 마약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마약사범의 재범을 줄이려면 중독을 치료할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약중독은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질병이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약중독 치료는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치료보호사업(입원 치료) 및 치료감호소 등 마약중독자 치료기관이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마약중독자의 재활·치료를 위해 전국 의료기관 19곳을 지정했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곳은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 두 곳에 그치고 있다.6 국내 마약중독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서 열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약투약자는 범죄자인 동시에 환자라는 양면성이 있어 형사처벌 외에 근본적 중독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과 치료·재활 병행이 재범 방지는 물론 사회복귀에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사회문화적 실천(sociocultural practices) 분석

사회문화적 실천(sociocultural practices) 차원의 분석은 좀 더 직접적인 상황적 맥락과 그 사례가 내포되어 있는 좀 더 넓은 제도적 관행, 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넓은 사회 및 문화라는 틀을 수반한다. 사회문화적 실천의 많은 측면들은 비판적 담론분석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경제적, (힘과 이념의 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그리고 (가치 및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된) 문화적인 것 등 3가지로 구분하여 살펴 볼 수 있다[34].

3.1.경제 : 돈벌이 수단

마약류의 제조·판매는 주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돈벌이 수단으로 표현된다. 아래 기사 ①은 “돈을 벌기 위해” 해피벌룬(아산화질소)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해외여행과 외제차 구매에 소비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②는 마약판매자들이 클럽에서 손님들에게 마약을 무료로 줘서 중독시킨 다음 “비싸게 팔려고”했다는 것이다. 마약사범 중에는 자신도 투약하면서 판매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약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인 경우가 있다. 투약자들이 판매까지 겸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값비싼 마약 구입비를 마약판매를 통해 조달하려하기 때문이다. 투약자들이 마약의 환각효과에 집착하여 반복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는 반면, 마약 공급자들은 일확천금에 대한 미련 때문에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44].

① 김씨 등은 해피벌룬(일명 ‘마약풍선’) 판매로 약 13억원의 수익을 거둬 해외여행 경비, 외제차 구매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해피벌룬을 유통했다” 고 진술했다.[조선일보:2019.05.17.방송BJ에 축구선수까지…‘해피벌룬’ 유통·흡입 95명 무더기 검거]

② 강남클럽에서 대마와 필로폰 등을 판매한 이들은 손님들을 일단 중독시켜 나중에 마약을 비싼 값에 판매하려는 생각으로 여성들에게는 무료로 마약을 권했다고 경찰조사에서 털어놨다.[동아일보: 2016.03.08.전직 영어강사 등 27명강남과 이태원 클럽서 마약 환각파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마약 판매는 개인이 아닌 국가에도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나 범죄조직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마약을 판매·유통하지만 북한에서는 외화벌이를 위한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생산·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③ 북한에선 마약 거래가 1990년대 통화 위조, 미사일 수출과 함께 외화벌이의 주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북중접경에서의 단속 강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북한내 밀매가 늘고 있다. [경향신문: 2017.08. 23.일본 언론, “북한, 각성제 등 마약류 거래, 도심 엘리트층까지 확산”]

④ 북한 내부의 마약 제조는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은 연간 아편 40여 t과 필로폰 등 합성 마약 3,000여 ㎏을 생산·판매해 1억~2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조선일보: 2019.10.08. 북한産 필로폰 국내 유통시킨 19명 검거]

북한에서는 마약이 무기수출, 위조지폐와 함께 불법적 외화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44].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한 자료부족과 마약이 갖고 있는 은밀성 때문에 북한의 마약 사용 실태와 그 폐해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마약사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45].

마약중독은 개인의 삶과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낳는다. 다만 마약중독자 개인은 구속과 수 감, 경제적 파탄이라는 피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사회적 손실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비용 분석7에 의하면[46], 2016년 기준 마약류로 인한 국내의 사회적 손실비용은 1인당 10억 2,371만원, 전체 비용은 약 168억원, 여기에 암수율8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2조 2,389억원으로 추계된다[47].

3.2. 정치 : 부패와 국가통제

정치란 국가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치는 권력관계, 즉 힘의 관계를 수반하며 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포함한다.

아래 기사 ①은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마약유통사건과 경찰유착 의혹을 다루면서, 공권력이 정의를 실현하는 대신 불의와 한 몸이 되어 사익을 취해온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①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의 가장 큰 핵심은 경찰의 유착 의혹이었다. 클럽 내 만연한 성폭력 문화 및 마약 관련 의혹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경찰의 비호 내지 묵인 없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에...[한겨레: 2019.05.15. 경찰 명운 건다던 ‘버닝썬 수사’, 국민 납득하겠나]

마약 공급범죄는 공무원의 부패를 수반하는 특성을 지닌다. 경찰이나 공무원이 유흥업소의 불법영업을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는 일은 과거부터 되풀이 되어온 사회비리 중 하나였다. 특히 조직범죄의 형태로 진행되는 마약 밀매·유통은 불법적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법적·정치적 보호막을 필요로 하게 되고, 정치 권력층이나 법집행 기관에 종사하는 인물에게 뇌물을 제공함으로써 법적 보호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부패가 탄생한다. 정치부패는 마약조직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매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48].

② 마약 범죄는 배후에 폭력조직이 도사리고 있어서 초반에 기선 제압을 못하면 중남미에서처럼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국가정보원, 검찰, 관세청 등이 공조해 범정부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동아일보:2019.03.05.강남 클럽까지 번진 ‘환각파티’…‘마약과의전쟁’에 나서라]

위의 기사 ②는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마약범죄는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 집단 간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우는 전쟁의 대상으로 표현된다. 물론 ‘마약과의 전쟁’은 1980년대 미국에서처럼 ‘마약전(戰)의 군사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만큼 마약문제가 국가의 안전에 위협적임을 나타내는 수사학적 표현이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전문가들은 ‘마약전쟁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공급 영역에서의 마약차단 정책인 마약전쟁은 결과적으로 마약생산량을 줄이지도 못 했고, 인권침해 및 지역분쟁, 마약 카르텔과 정치적 부패를 야기했다[49].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②는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라고 촉구한다. 적대세력을 제압하듯이 마약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요구한 것이다.

마약문제에 대한 국가정책은 1957년 ‘마약법’ 제정으로 통제 기준을 마련한 이래, 점차적 개정을 통해 현재까지 그 통제 범위를 확장시켜 왔다. 국민보건을 위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나 관련 시설의 확충 및 보완, 예방대책의 개발보다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단속정책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다. 마약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국가경제의 측면과 국민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인식하에 강화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민간의 전통적 마약사용에 대한 권리가 국가에 위임되었다. 이는 마약의 생산과 사용에 대한 권리가 민간에서 국가로 위임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국가의 마약통제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었다[50].

3.3. 문화 : 쾌락 추구, 도덕적 타락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고, 이는 그 삶의 양식과 상징체계가 반영하고 있는 사회의 질서와 규범, 가치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사회의 문화에 담긴 가치는 개인의 정체성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마약중독과 관련하여 다수의 신문기사는 유명 연예인을 비롯하여 정치인이나 기업인, 재벌(자녀) 등에 의한 마약투약 사건을 집중 보도한다. 일례로 정치인 남경필(경기도지사)의 아들, 김무성(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홍정욱(18대 국회의원)의 딸을 비롯하여 현대그룹, SK그룹, CJ그룹의 (손)자녀 등이 마약투약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바 있다.

① 마약 혐의를 받거나 받아온 대부분 재벌 3세들의 학력은 미국 중·고교 보딩스쿨(기숙학교)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다. 이들 대부분이 보딩스쿨 시절에 마약을 접한 후 귀국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중독이 된다...부유층 자제들이 쾌락의 마지막 단계로 마약을 탐닉한다는 분석도 있다.[조선일보:2019.04.06.“대마는 입문용 마약…일단 시작하면 점점 ‘센 놈’을 찾게 된다”]

② 이낙연 총리는 “일부 연예인과 부유층 자녀와 권력자 등이 어둠 속에서 환각의 쾌락에 빠져 지내는 실상이 충격적”이라며...[한겨레:2019.04.24.패스트트랙 갈등 국회에… 이낙연 총리 “추경 신속 처리 부탁”]

위의 기사 ①과 ②는 ‘재벌 3세’, ‘부유층 자제’, ‘권력자’ 등의 자극적 단어를 사용하며 이들이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마약에 탐닉하였다고 언급한다. 또한 대마와 같은 약물이 합법화된 해외에서 마약을 처음 접한 후에 점점 더 강한 약물에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뉴스기사의 속성상 자극적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부유층이나 재벌 3세들이 일반인보다 마약에 취약하거나, 욕망이나 자극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체 마약류사범의 직업별 점유율은 무직(34.0%), 회사원(6.3%), 노동(4.3%), 학생(3.1%) 등의 순으로 나타나 마약문제는 일부 특권층이나 부유층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4].

③ CJ그룹 승계 작업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약 혐의가잡힌 터라 도덕적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주변의 엄격한 지도와 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면 경영 자질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고 했다.[한겨레: 2019.09.02. 엇나가는 재벌 3 세…CJ 승계 1순위도 마약]

④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류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유층 자녀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큽니다.[한겨레: 2019.10.04.부유층 자녀들, ‘마약 가방’이 걸릴 줄 몰랐을까요?]

위 기사 ③과 ④는 재벌 3세 및 부유층 자녀들의 마약투약 사건을 다루면서 마약사용을 범죄행위가 아닌 ‘도덕성’의 문제로 보고 있다. 즉 마약 사용이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타락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도덕성은 도덕적 가치에 대한 판단력 또는 도덕규범을 준수하려는 의 지이며, 가치와 상황에 대해 판단이 전제되는데, 이들은 그러한 도덕성을 결여했다고 본 것이다.

상류층의 타락과 부패의 폭로가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의 전형적 문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마약중독 문제와 관련하여 상류층에게만 도덕성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의 불명확한 적대감만큼이나 비합리적이다. 또한 마약사용을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로 단순화하여 개인적 책임에만 맡기는 것은 마약사용을 야기하는 사회 환경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성도 있다.

이상에서 사회문화적 실천 차원의 분석 결과, 마약중독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돈벌이 수단이자, 정치적 부패와 관련이 있고,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의 대상이다. 문화적으로 마약중독은 쾌락 추구의 동기에서 비롯되며, 도덕적 타락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Ⅴ. 결론 및 제언

신문의 뉴스기사(2015~2020년)를 대상으로 페어클로의 비판적 담론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마약 중독’의 담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텍스트(text) 분석에서 마약중독은 ‘범죄-처벌’ 담론이 지배적이었다. 마약중독은 사회악이자 성범죄, 아동범죄, 폭력과 같은 강력 범죄이므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담론실천(discourse practice) 분석에서 마약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 즉 정신질환이므로 국가에 의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은 주로 의사나 법률가, 학자 등의 전문가들에 의해 생산되는 담론이다. 셋째, 사회문화적 실천(sociocultural practices) 분석에서 마약중독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돈벌이 수단이다. 정치적으로 마약중독은 정치적 부패와 관련이 있으며, 마약범죄가 국가의 근간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문화적으로 마약중독은 쾌락 추구의 동기에서 비롯되며, 개인의 도덕적 타락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마약중독을 어떤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을지 그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을 사회악이자 범죄로 보는 관점에서는 마약중독은 철저히 금지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며, 정신질환(=질병)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예방과 치료가 우선일 것이다.

이상의 연구로부터 우리사회는 여전히 마약중독을 ‘범죄-처벌’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지배적이며 ‘질병-치료’의 시각은 소수 전문가들의 담론에서 발견할 수 있 었다. 또한 약물중독에 대한 시각은 진보와 보수 계열 신문 간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재산을 국가의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것에 법률이 관여할 때 찬·반의 견해가 나뉘게 되는데, 마약중독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율성, 또는 공동의 도덕 가치를 중시하는 입장 간에 분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우리사회의 마약중독 담론이 ‘범죄-처벌’ 담론을 중심으로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대항담론이 발전할 수 없었던 역사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마약중독자에 대한 ‘범죄-처벌’ 담론 수준에서 벗어나서 ‘질병-치료’ 담론으로, 즉 마약중독자에 대한 효과적 치료 및 재활을 통한 사회복귀에 개입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마약중독자에 대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마약중독자의 치료·재활을 통해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 보는 것에서 치료의 대상인 환자로 보는 것으로, 더 나아가 성장과 자기실현의 욕구를 가진 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31].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마약중독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편견에서 벗어나서 마약중독자를 ‘환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정신의학 및 사회복지학 등의 학문적 노력과 함께, 일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의 편견 없는 보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마약중독자의 치료·재활을 위한 정책 및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치료보호사업 및 치료감호소 등 마약중독자 치료기관이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독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체계적 교육과 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 및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여기에는 마약중독자의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의 운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셋째, 단순 마약사용자들이 범죄자로 낙인 찍혀 거의 평생을 건전한 사회생활로 복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막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약 비범죄화나 대마합법화 등에 대해 학계와 언론 등이 관심을 갖고 활발한 논의를 하는 것도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는 첫째, 마약중독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분석 대상인 신문기사의 출처가 대부분 경찰, 검찰, 정부 및 전문가들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마약중독자의 중독 및 회복 경험에 대한 자기 목소리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둘째, 분석 대상 신문기사를 4개 중앙 일간지에 한정하여 선별․수집하였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텍스트를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마약중독자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한 수기 나, 다큐멘터리, 또는 영화와 문학작품 등 좀 더 다양한 텍스트를 통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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