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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ection of Third Parties of the Transactions Made by the Representative Director without Resolution Adopted by the Board of Directors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와 제3자의 보호

  • 신태섭 (법무법인 씨앤이/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Received : 2022.05.30
  • Accepted : 2022.06.22
  • Published : 2022.08.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protection of third parties of the transactions made by the representative director without resolution adopted by the board of directors. The legal effect of a transaction conducted by a representative director without board resolution in violation of internal restriction or statutory restriction is at issue. The Supreme Court of Korea('SCK') made a new ruling that revised the prior case law(Supreme Court en banc Decision 2015Da45451, Feb. 18, 2021). The SCK in the subject case proclaimed a legal doctrine that 'a third party acting in good faith' shall be protected according to Article 389(3) and 209(2) of the Korean Commercial Act, except that 'a third party with gross negligence' is considered as 'a person acting in bad faith' and thus is excluded from protection. The subject case law can be evaluated as broadening the scope of protection of the third party. In addition, the subject case is meaningful in that it is balance with the related SCK ruling, which considered a third party with gross negligence as a person acting in bad faith while protecting a third party with ordinary negligence in the case of transactions involving apparent representative directors, etc.

본 논문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흠결하여 거래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범위에 관한 연구이다. 대표이사가 내부적 제한이나 법률상 제한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그 법적 효력이 문제된다. 이에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를 선고하였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 4545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을 구별하지 않고 「상법」 제389조 제3항 및 제209조 제2항에 근거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한편 중과실이 있는 제3자는 악의자로 평가하여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리를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 표현대표이사 사안 등에서 중과실이 있는 제3자를 악의자와 같이 평가하면서도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 대상으로 본 관련 대법원 판결과 균형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eywords

l.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사로서 회사의 권리능력 범위에서 모든 재판상, 재판 외의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표권은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규정하는 회사의 정관, 이사회의 결의 등 내부적 절차에 따라 제한될 수 있고(내부적 제한), 「상법」 제393조 제 1항 등 법률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법률상 제한). 이에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흠결하여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기준이 문제된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을 구별치 않고 거래 상대방이 필요한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또는 알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유효한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선의·무과실'인 상대방을 보호하였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등). 이에 종전 학설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동의하는 견해와 대표권 제한 유형의 규범적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그 효력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였다. 또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선의·무과실의 상대방을 보호하는 논리적인 판단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 점,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이 구별됨에도 양자를같이 취급하는 점,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하는 다른 「상법」 사안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 등도 문제 제기되었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 모두 「상법」 제389조 제3항 및 제209조 제2항'에 의거하여 '선의· 무중과실'의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 합의체 판결).

이에 본 연구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와 제3자 보호 문제와 관련하여 「상법」의 규정체계, 회사법의 기본 원칙은 물론 대법원의 종전 판례와 변경된 판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하여 향후 이에대한 추가적인 논의의 자료 제공을 연구의 목적으로 하였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은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이 가능한바, 변경된 대법원 판례는 그중에서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에 국한하여 새로운 법리를 전개하였고, 실무적으로도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대표이사의 거래행위의 효력이 문제가 많이 된다. 이에 본 연구는 변경된 대법원 판례와 실무상 다수의 분쟁을 발생시키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를 중심으로 거래의 상대방인 선의의 제 3자 보호 기준 검토를 연구의 범위로 한정하였다.

본 연구의 방법으로는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문제에 관한 국내· 외 문헌 조사와 선행연구 고찰 방법 등이 사용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먼저 대표이사의 대표권과 제한을 살펴본 후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한 판매요, 분석의 순서로 심층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그 의미와 시사점을 파악한다. 이를 통하여 향후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와 제3자의 보호 문제에 대한 후속적인 학문적 논의의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표이사의 대표권과 제한

1. 대표이사의 대표권

주식회사의 업무집행은 의사결정기관'과 집행 및 대표기관'으로 분리되고, 전자는 '이사회'가 후자는 대표이사'가 각각 담당하게 된다.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과 이사의 직무집행감독에 대한 의사결정에만 참여할 수 있는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와 달리, 대표이사는 이사로서 이사회의 구성원이므로 회사의 의사결정기능과 집행기능이 상호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대표이사의 해당 여부는 대표권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바, 대표권이 부여된 이상 대내적인 명칭여하를 불문하고 대표이사이고,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대표이사 명칭을 부기하여야 한다.

이에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기관이 이사회와 대표이사로 분화되는 경우 대표이사는 대내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며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권한을 가진 주식회사의 독립적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즉 대표이사는 대내적으로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갖고, 대외적으로 회사의 대표권'을 갖게 된다. 후자인 대표권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주식회사 대표이사는 회사의 권리능력 범위에서 모든 재판상, 재판 외의 행위를할수 있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대표이사가 대표권 범위 내에서 한 적법한 대표행위는 그 행위가 바로 회사의 행위가 되는바, 그 행위의 효과가 회사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 대표이사가 수인 있는 경우에도 수인의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각자 독립하여 회사를 대표하게 된다.

2.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2.1 대표권 제한의 의의와 유형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은 법률, 정관, 이사회의 결의 등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즉 대표권은 법률규정에 의거하여 제한될 수도 있고(법률상 제한), 회사의 정관, 이사회의 결의 등 내부적 절차, 내부 규정 등에 따라서 제한될 수도 있다(내부적 제한)(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등).

전자인 '법률상 제한'의 대표적인 경우는 「상법」 제3 93조 제1항이다. 해당 조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의 업무집행은 이사회 결의로 한다고 규정하는 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한이 주식회사의 이사회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가 중요한 자산을 처분하는 등의 업무집행을 할 경우 이사회가 직접 결의하지 않은 채 대표이사에게 일임할 수는 없다. 즉,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일반적·구체적으로 위임하지 않은 업무로써 일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은 중요한 업무의 집행은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등에서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사회의 결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등).

그리고 「상법」 제393조 제1항이 규정한 중요한 자산의 처분 등의 업무가 아니더라도, 주식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 등에서 대표이사가 일정한 행위를 할 때 이사회 결의를 얻도록 정할 수 있는바, 이를 위 법률상 제한과 구분하여 '내부적 제한'이라 한다. 대표이사의 대표권이 정관, 이사회 규정 등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경우 대표이사는 이를 준수하여야 하고, 만약 대표이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는 이러한 제한을 사유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상법」 제389조 제 3항, 제209조 제2항).

2.2 전단적 대표행위의 효력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부적법한 대표행위의 경우 그효력이 문제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불법행위, 대표권의 남용행위 및 위법한 대표행위(전단적 대표행위)가 있다. 그 중에서 위법한 대표행위(전단적 대표행위)와 관련하여 이사회 결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에 이를 얻지 않고 한 대표이사의 행위와 이사회결의가 있는 경우에도 그 결의에 위반되어 한 대표이사의 행위의 효력이 문제된다. 이 경우 그 행위 자체는 위법한 바, 해당 행위가 대내적인 행위인 경우에 판례는 무효로 보고(대법원 1961. 12. 3. 선고 4294민재항 500 판결), 그 행위가 대외적인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을 고려하여 그 효력이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상법」 제209조 제2항은 선의'의 제 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할 뿐, 선의에 관해 무과실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판례는 법률상 제한을 위반한 거래행위와 구별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거래가 무효이고, 회사가 상대방의 악의·과실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3391 판결 등).

한편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상법」 제393조 제 1항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를 얻지 않고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을 한 경우 종전 판례는 거래안전을 고려하여 상대방이 선의인 경우에는 유효, 악의나 과실 있는 선의인 경우에는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악의나 과실 있는 선의란 '당해 거래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거나 무효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알수 있었음'을 말하고 이에 관해서는 회사가 증명책임을 지게 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69091 판결 등).

이에 학설은 종전 판례의 입장과 전반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견해와[2-5] 양자를 구분하여 내부적으로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대표행위는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면 유효로 보는 반면에 법률상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대표행위는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 한하여 거래가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가 [6-8] 대립하였다. 나아가 내부적으로 요구되는 이사회결의를 흠결한 대표행위와 관련하여, 영업에 관해 포괄적인 대표권을 갖는 대표이사에 대한 제한을 위반한 효과는 영업에 관해 포괄적인 대리권을 갖는 지배인(「상법」 제11조 제1항)에 대한 조문(「상법」 제11조 제3항) 과 지배인의 행위가 그 객관적 성질에 비추어 영업주의 영업에 관한 행위로 판단되는 경우에 지배인이 영업주가 정한 대리권에 관한 제한 규정에 위반하여 한 행위에 대하여는 제3자가 위 대리권의 제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영업주는 위 사유를 들어 상대방에게 대항할 수 있고, 그러한 제3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은 영업주가 부담한다고 판시한 판례(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와 동등하게 다루는 것이 균형감이 있는 해석이라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9].

2.3 관련 대법원 판례의 변경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전 대법원 판례는 정관 등의 내부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인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대표권의 법률상 제한을 구분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흠결에 대한 상대방의 선의·무과실' 여부에 따라 대표이사의 거래행위의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등).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피고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보증행위에 관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피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원고에게 피고가소외 A 주식회사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의미의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경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상대방이 선의· 무중과실'이면 대표이사의 거래행위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판결하였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 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함).

이에 아래에서 대상판결의 개요, 분석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와 선의의 제 3자 보호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도록 하겠다.

Ⅲ.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1.1 기초사실

피고는 2012. 3. 27. 甲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다. 피고는 甲이 B 주식회사에 근무할 때 추진했던 이 사건사업을 수주하기로 결정하고, B 주식회사와 위 회사의 기성공사를 일정 지분으로 인정하는 공동시공 협약을 맺었다. 피고는 2012. 3. 22. A 주식회사, C 주식회사와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협약을 맺었고, A 주식회사가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대행하고, 피고가 공사의 시공을, C 주식회사가 필요한 초기 사업자금 등의 조달을 맡기로 하였다. 그런데 C 주식회사는 초기 사업자금을 투입하지 못하였고, A 주식회사는 피고에게 초기 사업자금을 대여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필요한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피고 대표이사 甲은 원고에게 A 주식회사에 대한 자금 대여를 요청하였다.

1.2 소비대차계약과 보증계약 및 보증채무금 청구

원고는 향후 이 사건 사업의 전기공사 등을 수주받을 목적으로 A 주식회사에게 30억 원을 대여하기로 하고, 2012. 4. 10. 피고 대표이사 甲의 사무실에서 甲, 원고의 실질적 경영자인 Z, A 주식회사의 실질적 경영자인 丙 등이 참석한 가운데 A 주식회사와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A 주식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이자 이사인 丙과 대표이사 T은A 주식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피고 대표이사 甲은 같은 날 위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단, 2012. 4. 10. 체결한 상기 두 회사 간의 금전소비대차 계약 내용이 진행되지 못하였을 경우 대여금의 원금을 대위변제한다. 라는 내용이 포함된 피고 명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함)를 작성해 주었는데, 확인서 말미에는 피고의 상호와 주소, 대표이사' 라는 문구가 타이핑되었고, 대표이사'라는 문구 옆에 甲이 본인의 이름을 수기로 기재하고 서명하였다. 그런데 당시 피고의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이사회 부의사항으로'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甲이 원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을 당시에는 피고의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 2012년 당시 피고의 자산이 약 1,700억 원, 매출이 약 1,000억 원에 이르렀다.

甲은 피고의 2012. 10. 12.자 이사회 결의에 따라 피고의 대표이사 직에서 사임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사업도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다. 그 후A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위 원금 30억 원을 변제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보증채무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2.1 원고

피고의 대표이사 甲이 2012. 4. 10. 원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해 주어서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A 주식회사의 원고에 대한 30억 원의 차용금채무에관해 보증하였고, 이는 甲이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서 한 것이다. 가사 甲이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원고는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과실도 없었다. 따라서 피고는 A주식회사의 보증인으로서 원고에게 위 3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본 연구의 주제와 관련성이 없는 대물변제 등의 주장은 생략하도록 함, 이하 동일함).

2.2 피고

피고의 대표이사 甲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의 법인인감을 날인하지도 않고, 법인인감증명서도 첨부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개인 서명을 한바, 이 사건 확인서는 피고의 의사표시가 아닌 甲 개인의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가사 이 사건 확인서를 피고의 의사표시로 보더라도, 이는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고, 원고도 그런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피고의 의사표시로서는 무효이다.

3. 제1심과 원심의 판단

3.1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이 사건 확인서가 甲 개인의 의사표시가 아닌 피고의 의사표시로 인정되고, 피고 대표이사 甲이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인 원고가 이사회 결의가 흠결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원고가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4. 1. 29. 선고 2013가합19642 판결).

3.2 원심의 판단

원심 역시 이 사건 확인서가 甲 개인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피고의 의사표시로 인정되고(법인의 대표행위는 법인의 명칭과 기관을 표시하는 방식에 의하므로 법인인감을 날인하거나 법인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만 법인의 대표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님), 피고의 이사회 규정에 따라 보증행위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표이사 甲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않고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 심 판결을 유지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

4. 상고이유

피고는 대법원에 처분문서의 해석, 연대보증인에 의한 대물변제 가능성, 대위변제 청구의 요건에 관한 법리 오해(상고이유 제1점), 대표권 남용에 관한 법리 오해 및 판단 누락(상고이유 제2점), 처분문서의 해석,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상고이유 제3점)를 상고이유로 상고하였다. 이에 아래에서는 본 연구의 주제와 관련된 위 처분문서의 해석,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한 법리 오해(상고이유 제3점)'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5.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다수의견, 반대의견, 보충의견은 대상판결을 통해 「상법」 제393조 제1항의 취지와 의미, 이사회와 대표이사의 관계, 준용규정의 규정체계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과 논의를 전개하였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면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보아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반대의견은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어야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보아 판례 변경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5.1 다수의견

대법원 다수의견은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내부적 제한과 선의의 제3자 보호 법리'를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상법」은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을 위반한 행위이더라도 회사의 권리능력을 벗어난 것이 아니면 대표권의 제한을 알지 못한 제3자는 해당 행위를 회사의 대표행위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고 그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참조). 일정한 대외적 거래행위에 대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이사의 권한을 제한한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 절차에 불과하고, 거래 상대방은 회사의 대표자가 회사의 내부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 다480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참조). 따라서 회사 정관 등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제한한 경우에 선의의 제3자는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해 보호된다. 거래의 상대방인 제3자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의해 보호받기 위하여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필요치 않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이는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보아 거래행위를 무효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중과실이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하여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제3자가 회사 대표이사와 거래행위를 하면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의 유무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의무는 없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참조).

다음으로 대법원 다수의견은 「상법」 제393조 제 1항에 따른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과 선의의 제3자 보호법리'를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법」 제393조 제1항이 정한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의 행위'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거래행위의 효력은 위 내부적 제한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이는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대한 해석론이 명확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근거가 정관 등 내부 규정인지 「상법」 제393조 제 1항인지에 따라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달리한다면 법률관계가 불분명하게 되며, 대표이사가 회사 내부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는 데에 대한 제3자의 신뢰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근거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인지 법률상 제한인지에 따라서 거래상대방의 주의의무의 정도를 달리 본다면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내부적 사정까지도 파악해야 하므로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 다수의견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않고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이라면 그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봄으로써,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어야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보았던 종전 판례들(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33903 판결 등)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대법원 다수의견은 위 법리에 따라 원고가 피고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5.2 반대의견

대법원 반대의견은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어야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보았던 지금까지의 확립된 판례를 변경하는 것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반대하였다. 먼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모두 대표권의 제한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상법」 제209조 제2항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상법」 제393조 제1항의 법률상 제한의 경우에 그러하다. 다음으로 거래 상대방의 보호 기준을 선의·무과실'에서 선의·무중과실'로 변경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 보호만을 중시하여 회사법의 다른 보호가치들을 도외시하고, 개별 사건 해결 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타당성을 도모하기 어렵다. 종전 판례는 선의·무과실의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는 원칙하에 주식회사의 다양한 실질관계에 따라 보호되는 '과실'의 범위 해석에 집중하는 한편, 보호받지 못하는 경과실의 거래 상대방은 회사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과실상계를 통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도모하였다. 다수의견처럼 거래 상대방의 보호기준을 선의·무중과실'로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강학적인 의미에서 '무과실'을 "무중과실'이라는 용어로 대치하는 것일뿐 이 사건의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고 재판실무에도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오히려 판례를 변경한다면거래 상대방의 과실의 정도가 크다 하더라도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보게 되므로, 보증 등과 같은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는 회사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구체적 타당성과 쌍방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있어서 종전판례가 더 우월하므로 판례 변경의 필요성은 없다.

이에 대법원 반대의견은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甲이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할 때 필요하였던 피고의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않았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다시 심리해야 할 것인바, 원심판단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 거래 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5.3 보충의견

대법원 보충의견은 회사와 제3자 사이에 거래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될 위험을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회피할수 있는 자는 회사여서 그러한 위험은 회사가 부담함이 바람직하고, 이사회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위험의 합리적 배분이란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으며, 회사의 건전한 운영에도 장애가 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IV.대상판결의 분석

1. 쟁점의 정리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에 따라서 일정한 거래행위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그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기준이 문제가 된다. 즉 피고가 이사회 결의 없이 이사건 보증을 한 것에 대해 원고가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해당 쟁점과 관련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는 제3자가 선의· 무과실'일 경우에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판결하였고, 종전 학설은 이러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동의하는 견해와 반대하는 견해 등이 대립하였으며, 대상판결은 제3 자가 선의·무중과실'이면 거래행위가 유효하다고 판결하였다.

2.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와 제3자의 보호

2.1 종전 판례와 학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전 대법원 판례는 정관 등의 내부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인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대표권의 법률상 제한을 구분하지 않고,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의 흠결에 대해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즉 선의·무과실'이라면 거래행위의 효력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해왔다(최초로 해당 법리를 판시한 것은 대법원 1978. 6. 27. 선고 78다389 판결임). 그리고회사가 상대방의 악의·과실을 주장·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이에 종전 학설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견해와 대표권 제한 유형의 규범적 판단이 다르므로 그 효력에 차이를 둬야 한다는 견해(이원론)가 대립하였다. 또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비진의 의사표시설을 취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판례에 영향을 받아 우리 민법 제107조 제1항을 유추적용함으로써 선의·무과실의 상대방을 보호하는 논리적인 판단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 문제점,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이 구별됨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같이 취급하는 문제점,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하는 표현대표이사 사안과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이사의 자기거래 사안 등 다른 「상법」 사안들에 대한 판례와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점 등이 제기되었다[1].

2.2 대상판결의 평석

종전 판례 법리를 변경한 대상판결에 대하여 종전학설의 후속적 논의는 물론 새로운 견해들이 제시되었다. 먼저 「상법」상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대한 제한은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209조 제 2항에 따른 내부적 제한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제한이 있는바, 종전 판례는 거래 상대방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지 못하거나 알지 못한 것에 대하여 과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였지만(선의·무과실), 대상판결은 거래 상대방에게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요구하지 않고, 중과실이 없다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선의이면 경과실이 있어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선의·무중과실) 그 보호 범위를 확대시켰다고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10]. 이에 대상판결이 대표권의 법률상 제한과 내부적 제한에 대한 종래의 일원론(거래 상대방의 선의·무과실을 요구함)을 새로운 일원론(거래 상대방의 선의·무중과실을 요구함)으로 대체한 것이라 평가한 견해가 있다[11].

또한 대상판결은 경과실의 제3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에 힘을 실었다는 점, 「상법」 제398 조를 위반한 이사의 자기거래'에 대하여 회사는 그 무효를 선의이며 무중과실인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하였던 견해를 대상판결로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의 경우에도 궤를 같이하게 되었다는 점,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사원에 대한 신뢰에 비하여 주식회사 대표이사와 거래하는 상대방의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아 합명회사의 대표사원과 거래한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무과실 또는 선의·무중과실을 요하는 여부와 무관하게 주식회사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선의·무중과실이면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대상판결에 찬성하는 견해가 있다[12]. 그리고 대상판결은 표현대표이사 사안, 「상법」 제 398조를 위반한 이사의 자기거래 사안[13] 등 다른 상거래사례에서 중과실이 있는 자를 악의자와 같이 보지만 경과실이 있는 자는 보호해 온 관련 대법원 판례의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한 견해도 있다[1].

아울러 거래안전의 측면과 거래비용의 측면에서 판례 변경을 찬성하지만, 법원으로서는 상대방의 보호 필요성을 위주로 검토하여 승패의 결론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종전에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던 사안은 대상판결 이후에도 중과실이 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판례 변경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견해가 있다[14].

나아가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적 제한은 규범적 판단을 달리하여 효력에 차이를 두어야 하는바, 내부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행위의 효력에 대해서는 대상판결을 지지하는 반면에, 법률적 제한을 위반한 거래행위의 효력에 대해서는 대상판결과 달리 상대방이 과실이 있는 선의인 경우에는 그 전단행위를 무효로 보아야한다는 견해가 있다[8].

반면에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타당한 점이 있기는 하나, 거래 상대방에게 선의·무중과실을 요구하는 경우는 민법에서도 흔하지 않고, 법령이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거래 상대방의 주의의무와 연결하여 해석하는 것은 거래 상대방의 보호범위를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어서 반대의견과 같이 판례 변경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15].

2.3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 첫째 종전 대법원 판례는 선의·무과실의 상대방을 보호하는 논리적인 판단의 근거가 불명확했고,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마찬가지로 대표권의 법률상 제한의 경우에도 상대방 보호의 근거로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209조 제 2항'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보호 근거에 대한 논리적 문제점을 해결하였다.

살피건대, 종전 판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본 판례의 태도와 유사하게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 규정을 유추적용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대표이사에게는 대표행위의 효과를 회사에게 귀속시킨다는 의사가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대표이사의 진의와 표시가 불일치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점, 오히려 대표권의 법률상 제한의 경우 유추적용이 필요하다면 민법 제107 조 보다는 쟁점과 관련성이 있고 유사한 규정인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보다 더 타당하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와 달리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라는 「상법」 조항을 판단의 근거로 명확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타당하며 그 의미가 있다.

둘째, 종전 대법원 판례는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이 구별됨에도 양자를 같이 취급하는 점이 문제 되었다. 대상판결 역시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쟁점이었다. 대법원의 다수의견 역시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제한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내부적 제한과 달리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다수의견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대한 해석론이 불명확하다는 점,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근거가 정관 등 내부 규정인지 「상 법」 제393조 제1항인지에 따라서 상대방의 보호 기준을 달리한다면 법률관계가 불분명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대표이사가 필요한 회사 내부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는 데에 대한 제3자의 신뢰는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 근거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고,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인지 법률상 제한인지에 따라서 거래 상대방의 주의의무 정도를 달리 본다면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내부적 사정까지 파악해야 하므로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을 구분 없이 양자를 같이 취급하였다.

살피건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경우가 모두 대표권의 제한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상법」 제209조 제2항이 전면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을 제시한 대법원의 반대의견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위 다수의견의 논증처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대한 해석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을 구별하여 취급할 경우에 발생될 혼란은 물론 회사 내부의 사정인 이사회 결의의 흠결로 인한 위험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취급함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 종전 대법원 판례는 선의·무과실'인 제 3자만을 보호한 바,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하는 다른 「상법」 사안들과 균형이 맞지 않은 점이 문제 되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 모두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선의·무중과실'이면 보호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선의·무과실의 상대방만을 보호했던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16].

살피건대, 사법상 계약 관계에 따른 법적 효력과 그 책임은 기본적으로 권리주체의 과실 유무,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이라는 법원리와 계약, 자치, 영업 등 경제활동이라는 자유사회의 기반에서 시작될 필요가 있다 [17]. 이에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 기준 문제 역시 동일하다. 만약 주식회사의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의 특수성에 따른 위험을 거래 상대방이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래상대방에게 부담시킨다면 거래 상대방은 회사와 거래를 기피하거나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 밖에없기 때문에[18], 위험부담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시키기 보다는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상 법」 제389조 제3항과 제209조 제2항의 문언에도 충실한 해석이라 할 수 있겠다[19]. 아울러 이러한 판단이 표현대표이사 사안(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 19797 판결 등), 「상법」 제398조를 위반한 이사의 자기거래 사안(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다 64688 판결 등) 등 다른 상거래 사안에서 경과실이 있는 자를 보호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제3 자의 보호 범위를 확장시킨 대상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 결과 종전 판례에서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만 보호가 되었으나, 대상판결은 '선의·무중과실'인 경우 즉 선의·경과실'인 경우까지 그보호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V. 결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함에도 이사회 결의 없이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 거래 상대방인 제3자의 보호범위가 문제가 된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의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양자 모두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 유효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종전 판례에 대하여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는 논리적인 판단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점,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이 구별됨에도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한 점,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하는 다른 「상법」 사안들과 균형이 맞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과 법률상 제한의 경우 모두 거래 상대방이 선의·무중과실인 경우에 유효한 것으로 종전 판례의 법리를 변경하였다. 이러한 변경 판례는 양자 모두 거래 상대방의 보호 근거로 「상법」 제389조 제3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209조 제2항' 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보호 근거에 대한 논리적 문제를 해결한 점,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대한 해석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자를 구별하여 취급할 경우에 발생될 혼란과 회사 내부의 사정인 이사회 결의의 흠결로 발생한 위험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같이 취급한 점, 양자 모두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선의·무중과실'이면 보호된다고 판시함으로써 경과실이 있는 제3자를 보호해온 표현대표이사 사안 등 관련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부합하고 제3자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끝으로 본 연구를 기초로 향후 대표이사의 이사회 결의를 흠결한 거래행위에 관한 후속판례 사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대법원의 반대의견이 문제 제기하였던 새로운 법리에 따른 판결 결과의 영향, 재판 실무의 변화 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겠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한 보다 진전된 학술적 논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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